서울에서 강원도 동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홍천이 있다. 취재 길에 홍천 넘기를 수십 번, 그러나 홍천에 머문 적은 없다. 가만히 생각하니 ‘홍천=스키=겨울‘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봄, 여름, 가을 홍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홍천강 드라이브 코스에 그 답이 있었다.
대명 비발디파크 터널
봄꽃이 올라오는 홍천 길을 넘어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을 지나 44번 국도를 통해 홍천에 들어섰다. 홍천 관광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명 비발디파크
쪽으로 향했다. 3월 중순을 훌쩍 넘어선 봄의 문턱.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아직 슬로프는 하얗다. 한겨울 북적거렸을 곳이 이제는 한산하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물놀이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 봄에는 이 길에 울긋불긋 화신(花神)이 올라온다. 레포츠가 목적이 아니어도 이 길을 넘어서는 마음은 왠지 지루하지 않다.
대명 비발디파크를 관통하는 좁은 지방도를 따라 내려가면 홍천강을 만난다. 물은 저 혼자 흐르지 않고 길을 거느린다고 했던가. 물에서 태어난 길을 따라가는 마음은 물길처럼 출렁인다. 아직 찬바람이 머물고 있지만 구석구석에서 봄 내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여름, 등산과 낚시를 한번에
고개를 들면 아기자기 8개 봉우리가 눈을 간질인다. 팔봉산이다. 해발 327.4m 높이로 백두대간 인근 산들에 비하면 꼬마산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굽이치는 8개 봉우리를 넘는 여정은 1000m가 넘는 명산만큼의 고생과 재미가 숨어 있단다. 팔봉산이 홍천 9경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다.
굳이 팔봉산을 넘지 않아도 홍천강을 둘러싼 재미는 넘쳐난다. 팔봉산 유원지엔 사계절 풋살잔디구장, 족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야외음악당 등의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여름에는 홍천강 유원지에서 여유롭게 물장난을 치며 피로를 풀 수 있다.
팔봉산 유원지에서 시작해 노일강변을 지나는 홍천강 줄기는 반은 물고기에게, 반은 낚시꾼에게 터전을 내주었다. 홍천강엔 쏘가리, 동자개(빠가사리), 참마자, 누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여름철이면 등산과 낚시를 병행하려는 나들이객으로 북적인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유명해진 견지낚시는 홍천강에서도 해 볼 수 있다. 몸을 물에 담근 채 낚싯줄을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물처럼 흐르는 인생이 감기고 얽히고 당겼다 풀린다. 아직 물에 들어갈 수 없는 추운 날씨였지만, 강가에 서 홀로 낚싯대를 던지는 행락객이 간간이 눈에 띈다.
가을 홍천강에 비친 내 마음
길을 따라 노일강변까지 가보았다. 팔봉산 절경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금학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강물에 금학산
줄기가 담겨 있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홍천강은 스스로 흐르지 않고 주변 풍경을 안고 흐른다. 산과 하늘이 고스란히 비치는 강물에 내 마음마저 비치는 듯하다. 금학산에 올라서서 홍천강을 내려다보면 태극문양의 물줄기가
보인다. 홍천강 줄기는 절경을 굽이굽이 숨겨놓았다.
노일강변에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펜션도 많다. 노일강변 펜션타운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서양식으로 깔끔하게 지어진 집들은 강, 산, 하늘과 어울려 또 하나의 풍경을 연출해낸다. 하지만 언덕을 깎아 아슬아슬하게 집을 짓는 광경도 심심찮게 보인다. 관광객을 유치하려다 관광 자원인 자연이 훼손될까 염려가 된다. 강원도에서는 남·북한강의 중심부에 위치한 홍천강을 친환경적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한다고 밝혔다. 생태 문화 경관을 고려해 ‘보존할 지역’과 ‘조성 관리할 지역’으로 구분 관리한단다. 오늘 본 홍천강의 절경이 자연과 어스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시 내려와 44번 국도를 타고 양지말 먹거리촌에 들렀다. 홍천까지 와서 화로구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예부터 홍천지역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마당에 화덕을 내다놓고 숯불을 지펴 삼겹살 고추장양념구이를 구워 대접했단다. 지금의 숯불구이촌은 20여 년 전 양지말 허허벌판에 비닐하우스 화덕 테이블 6개로 시작된 것이란다. 이제는
아예 숯불구이촌이 형성돼 주말이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린다. 동해안으로 가는 길목 화로구이를 찾는 손님들 덕에
주차난까지 겪을 정도다.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 더 유명한 홍천. 레포츠를 즐긴 것 외에 홍천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면 홍천강을 찾는 것은 어떨까. 구석구석 절경을 숨겨놓은 홍천강에 사계절 새로운 추억이 비치고 있다.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경기도 양평을 지나 44번 국도를 탄다. 70번 지방도를 따라가다가 대명 비발디파크를 관통해
팔봉산, 홍천강에 갈 수 있다. 홍천강을 따라 노일강변까지 올라가면 금학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숙박/ 대명 비발디파크/ 골프, 스키, 아쿠아 등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갖춘 리조트다. 콘도에서 숙박을 할 경우 미리 예약해야 한다. 1588-4888 관광펜션 크리스마스/ 홍천군청에서 지정한 관광펜션으로 노일강변에 있다. 숙박비는 1박에 8만~15만원 정도다. 033-435-0520 관광펜션 아침의향기/ 홍천군청에서 지정한 관광펜션으로 팔봉강변길에 있다. 숙박비는 1박 6만~14만원 정도다. 033-434-0307
맛집/ 양지말화로구이/ 20년 전 처음 양지말에서 삼겹살 숯불화로구이를 선보인 집이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묵은 고추장과 벌꿀 등으로 양념한 고기를 화덕에 구워 먹는다. 국내산 돼지고기 1인분에 1만원이다. 033-435-1555 구수동/ 팔봉강변길에 위치해 있다. 한우설렁탕과 왕만두, 막국수가 주메뉴다. 033-434-9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