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첫 대면 연습:
발성과 발음을 위주로 첫 연습을 진행했다. 발성은 언제나 어렵다. 공연을 이틀 간 네 번이나 한다는데 그때 내 목이 건강하면 좋겠다. 발음도 정해진 문장 몇 가지를 읽어가면서 진행했는데, 공연할 때는 평소 내가 내던 말의 속도보다 약간 느리게, 그리고 발음은 평소보다 정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19 두 번째 대면 연습:
음악을 고르고, 그에 맞는 즉흥극을 혼자서 펼쳐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자세한 게 떠오르지 않고 그래서 그냥 처음 곡을 들었을 때 느낌대로, 그리고 곡의 제목 '사랑의 꿈' 을 토대로 하여 꿈 속에서나마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고 꿈에서 깨는 걸 표현하는 춤(정확히는 막춤) 같은 걸 추었다. 느낌이 잘 전달 되었는지 모르겠다.
1/20 세 번째 대면 연습:
오늘은 동물 액션 따라하기를 했는데, 나는 거북이를 유투브에서 보고 따라하려고 했다. 근데 손목이랑 발목으로만 버티고 등이랑 머리를 띄우는 자세가 불가능했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도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세 가지 제시어를 받아 짝과 함께 즉흥극을 만드는 연습을 했는데, 팀원은 지영이랑 하게 되었고 제시어가 '헤어진 전 애인', '병원', '사랑' 이었다. 감동을 주거나 재미를 줄 수 있는 즉흥극을 떠올렸는데, 너무 뻔한 감동스토리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제시어가 아니다 보니 20~30분간의 긴 준비시간에도 시작 타임 전까지도 급하게 스토리라인만 대충 준비했다. 3년 가량 만난 커플 중 남자가 박사 학위를 따러 외국에 다녀왔고, 자연스레 이별한 여자는 뇌출혈이 시신경에까지 영향을 주어 눈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을 가정하고, 여느 날 처럼 입원한 병원에서 깨어 병원 휴게실에서 늘 대화를 나누던 병원 입원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 오늘은 소식을 들은 남자친구가 한국에 돌아와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근데 어떤 대화를 나눌 지 거의 못 정한 채로 시작해서 거의 감정만 잡고 애드립으로 한 것 같다. 첫번째 테이크에서 지영이가 맹인 연기를 하다가 웃참에 실패하여 감정 잡고 다시 했는데, 둘 다 어느정도 몰입이 되어서 나름 괜찮은 즉흥극이 되었던 거 같다. 솔직히 이야기가 좀 슬프긴 한 것 같다.
1/24 네 번째 대면 연습:
오늘은 짝을 지어 미러링 하는 연습을 하고, 그를 응용한 '바보 게임' 도 하였다. 후반부에 술래가 되었는데, 애들이 게임에 적응을 했는지 다들 갑자기 잘해져서 맞추기 어려웠으나 두번만에 그래도 맞추기는 맞추었다. 또 내 배역이 되어서 그 배우의 일상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를 해 보았는데, 여관 팀 나머지 세 명은 여관 안에서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는 돈에 미쳐있는 여관 주인이 도박 중독자일 확률이 있다고 생각하여 오징어 게임 1화 이정재 님이 경마장에서 보이는 모습을 흉내내 보았다. 내 뒷차례가 수빈(여관 안주인)이었는데, 나랑 통화하는 상황에서 "에휴~이 양반 경마장에 있느라고 전화도 안 받네" 이렇게 내 세계관을 이어줘서 고마웠다. 역시 똑부러지는 집사람이다.
전반적인 후기 및 소감:
그간 여러 종류의 연습을 하였는데, 대본 분석이나 대본과 연관된 활동은 물론이고, 처음에는 잘 모르더라도 '[발성,발음->기본기] [즉흥극->순발력, 창의력] [애니멀 액터링-> 움직임이나 특징 캐치] [미러링->상대방 배우와의 호흡 맞추기]' 와 같이 각 연습마다이의가 있다는 걸 연출 상엽이의 설명을 들으면 끄덕끄덕 하게 되는데, 되게 신기한 기분이고 연극반의 전통을 잘 보여주는 탄탄한 연습 일정이었던 것 같다.
이번주 수요일에는 뮤지컬 넘버를 준비해와서 해보기로 하였는데, 매우 재밌을 것 같다. 또 사실 연극,연기 연습을 하며 느낀 나의 한계 중 하나가 내가 삶 속에서 겪어 보지 못한 감정이나 인물에 크게 공감하거나 몰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도 연습을 더욱더 해 가면서 조금씩 여관 주인 배역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 놀러온 도연이랑 상엽이가 조명 얘기를 막 하기도 하고, 설 이후부터는 연습 날짜와 시간도 대폭 늘어나는 것, 조모임이 생기는 것 등등 뮤지컬 연습 이후에는 점점 더 대본 위주의 연습을 하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정기공연에 참여하였다는 실감이 점점 들기 시작한다. 우리 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