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중위소득’ 최대폭 올려… 생계·의료급여 수령자 늘어난다
4인 가구 월소득 153만원 이하면 내년부터 생계급여 받을 수 있고 액수도 올해보다 많아져
이준우 기자
입력 2021.07.31 03:00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나 의료급여 등 77개 복지 사업 대상과 사업비를 정할 때 쓰는 ‘기준 중위 소득’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5% 이상 올라 역대 최대 폭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복지 정책의 수혜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그만큼 복지 지출도 늘어 국가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를 열어 “내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487만6290원)보다 24만4790원(5.02%) 오른 월 512만1080원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중위소득은 소득순으로 봤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여기에 최근 가구소득 평균 증가율과 경제지표 등을 반영해 중생보위가 매년 ‘기준 중위소득’을 정한다. 이번 인상률은 중위소득을 복지 정책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2017~2018년 1%대였던 인상 폭은 2019년 2.09%, 2020년 2.94%, 올해 2.68% 등 최근 3년간 2%대를 유지해왔다.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따라 내년 생계급여·의료급여·교육급여 등 각종 급여 혜택을 받는 사람도 늘어난다. 생계급여는 국민 누구나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생계비를 기준 중위 소득의 30%로 정하고 소득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만큼 보전해주는 것이다. 올해는 4인 가구 기준 월소득이 146만2887원 이하면 생계 급여를 받을 수 있었는데, 내년에는 153만6324원 이하로 기준이 올라간다. 만약 4인 가구의 월소득이 120만원이라면 올해는 26만3000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7만원 이상 오른 33만6000원을 받을 수 있다. 국가가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제공하는 의료급여(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 지급 기준 역시 올해 195만516원(4인 가구 소득 기준)에서 내년 204만8432원 이하로 상향 조정됐다. 교육급여(기준 중위소득의 50% 이하) 대상인 학생에게 주는 ‘교육활동지원비’는 올해보다 21.1% 인상된다. 초등학생 33만1000원, 중학생 44만6000원, 고등학생은 55만4000원을 연 1회 교육활동지원비로 받는다.
내년도 기준 중위 소득은 당초 지난 28일 열린 중생보위에서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정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3%대 인상에 그쳐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와 ‘실제 가계 소득 인상을 반영해 6% 이상 올려야 한다’는 복지부 간 의견 차이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30일 열린 중생보위에서도 기재부는 4.5%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부결됐고, 결국 복지부 안에서 소폭 깎인 5.02%로 결정됐다. 기재부 측은 이번 기준 중위 소득 인상으로 내년에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재정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상 결정을 두고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를 겨냥한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