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大雪)(2)
마화삼(魔花衫), 그가 나타났다!
끝없이 이어지는 세월,
그리고 혈전(血戰)의 대지(大地)인 무림(武林)이 있다.
영원한 승자(勝者)도, 영원한 패자(敗者)도 없다는 승부의 땅.
천 년에 걸쳐 수없이 많은 도전이 있었고, 도전에 따른 응징과 패배에 따른 대복수(大復讐)가 있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할 무림의 강(江).
놀라운 것은 그 강의 구비를 바꾸는 것은 거대한 방파나 세력이 아니라, 어떤 개인들이라는 사실이다.
소림(少林)보다는 달마(達磨)가, 무당(武當)보다는 삼풍진인(三豊眞人)이, 하나의 방파보다는 한 명의 영웅(英雄)이 더 위대하다.
피의 세월, 전율한 공포의 세월 가운데 윤회하는 무림계.
이제 전 무림은 움츠려들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그가 나타났으니까!
마화삼(魔花衫)이…….
석전이다.
천장이 너무 높아 돌을 위로 던진다 하더라도 천장을 맞추지 못할 것이다.
천장에는 수없이 많은 깃발(幡)들이 내걸려 있다.
핏빛 깃발들 위에는 악마의 꽃송이가 그려져 있다.
바닥에는 발목이 잠길 정도로 푹신한 천축산(天竺山) 자색 주단이 깔려 있고, 벽에 장식된 부조물은 야광주(夜光珠) 빛에 의해 번쩍거렸다.
지금 드넓은 대전은 절정의 무사들로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나 이들은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고개를 푹 떨구고 있을 뿐이다.
외단호법회(外壇護法會).
마혼십가의 외부단체로 수 년 간 천하의 배후를 조정하던 세력이다. 외단호법회의는 화려하고 장엄하기 이를 데 없는 회의였다.
한데, 지금은 무덤 속에다 초상집과 같은 분위기가 아닌가?
보라! 은사로 얼굴을 가린 사내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것을.
마화(魔花)가 수놓아진 옷을 걸친 자, 그는 웃고 있었다.
"훗훗… 나의 천일폐관(千日廢關)의 출관을 기념하는 예물로 사만 명의 백도계 인질을 바친다더니, 이것인가?"
차디찬 목소리, 인간의 감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다.
그는 아주 넓은 가슴을 갖고 있었다.
삼십삼대(三十三代) 마화삼(魔花衫)!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악마의 수련을 마친 자가 지금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외단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패배가 예물인가? 나, 마화삼에게 바쳐지는?"
그의 눈빛은 은사를 태울 듯했다.
그의 의자 뒤, 머리카락이 핏빛보다 붉은 장발미인(長髮美人) 하나가 쌍검을 메고 서 있었다.
그녀는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잔혹한 그 웃음은 비수가 되어 중인의 가슴에 꽂히고 있었다.
호리호리하기가 갈대 같고, 농염하기가 잘 익은 복숭아 같은 계집. 그 계집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
"마가제일법(魔家第一法)은 패자불용(敗者不容)이다!"
마화삼, 그는 검신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구대세가(九大世家)를 지배하고 구대세가 휘하의 일천마류(一千魔流)를 모두 장악하는, 천하에서 가장 방대한 조직 마혼십가(魔魂十家)의 후계자!
장차 그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고, 현재에도 모든 것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있는 자가 나선 것이다.
"명답(名答)을 듣고 싶은데?"
"제, 제발……!"
"이 일은 충정에서 우러난 일이었습니다. 비록 실패했으나, 본래의 취지는 소총사를 기쁘게 해 드리자는 데에 있었습니다!"
"제발, 한 번만 관용을……!"
"사대순찰당(四大巡察堂)이 무너졌다는 것은 불행이나, 이 일로 인해 얻은 것도 많습니다. 휘하제자들은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도……!"
"소총사, 제발……!"
"으으, 인문을 처단할 기회를 주십시오!"
장내는 초상집으로 화했다.
마화삼의 권위는 바로 하늘의 권위였다.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아야 한다. 개가 되라면 개가 되어야 하고, 마귀가 되라면 마귀가 되어야 한다. 아무도 그 권위에 저항하지 못하는 가운데 천 년이 흘렀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권위는 여전했다.
마화삼(魔花衫) 마무정(魔無情).
그가 쓰고 있는 면사는 그 어떠한 안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도 뚫어 보지 못하는 천잠사였다.
한데, 지금 그 눈에서는 면사를 태울 듯한 잔혹한 빛줄기가 뿜어지고 있었다. 그의 수양이 한 치만 얕았더라도 벌써 모두 다 죽었을 것이다.
뚫어 보지 못할 면사로 얼굴을 가린 그의 뒤에는, 안력이 희미한 사람이라도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반투명한 능라로 옷을 해 입은 우물 하나가 시립해 있었다.
기나긴 혈발을 늘어뜨린 여인은 좌중을 잔혹한 눈빛으로 쓸어 봤다.
특히 무릎을 땅에 대고 검은 머리카락을 땀으로 촉촉이 적시고 있는 스물다섯 살 남짓한 미녀를 그녀는 유심히 바라봤다.
'사저(師姐), 그대는 과거 소총사의 첫 여인이었지요. 소총사는 연공에 들기 직전 사저를 안았지요.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이제 소총사는 내 것입니다. 사저는 늙었습니다.'
그녀는 잔혹하게 웃다가 입술을 떼었다.
"소총사, 벌을 내리셔야 합니다!"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옷을 걸친 여인, 그녀는 혈발미랑(血髮美娘)이라 불리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는 그녀보다 무공이 강한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혈발미랑은 마화삼을 등에 업고 있다.
그녀의 말은 천녀(天女)의 말과 같다.
"사지(四肢) 중 하나를 자르라고 하십시오. 그래야 체통이 서십니다. 이 일은 정녕 묵과할 일이 아닙니다!"
혈발미랑이 사납게 말하자, 마화삼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훗훗… 네 말이 맞다!"
사지 중 하나를 자르라는 명이 떨어질 것인가?
중인은 전율했고, 특히 제이외단주는 사색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젖가슴을 덜렁거리며 몸을 뒤틀었다. 육감적인 둔부는 물독에 빠진 듯 축축해졌고, 특히 젖가슴 사이의 골짜기는 비지땀으로 폭포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유난히 파랗다.
'빌어먹을 년! 네년은 나를 노리고 있다. 나의 미색(美色)을 훼손하고 싶어 지랄이구나.'
그녀는 울상이 되고 만다.
"오오, 제발……!"
그녀는 마화삼을 향해 애처로운 눈빛을 던졌다.
마화삼은 한쪽 어깨를 위쪽으로 기우뚱히 쳐든 자세로 앉아 있었다.
"기실 여러분은 모두 나의 충복들이고, 그 동안 물심양면으로 나를 도왔다. 나는 여러분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충혼(忠魂)도 인정한다!"
한결 부드러워진 그의 어조에 중인들은 살 희망을 품은 채 가슴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나 벌을 내리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너무도 엄청난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 일을 묵과한다면 나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 물론 사지 중 하나를 자른다는 것은 너무 심한 벌이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중형(重刑)이겠지!"
마화삼이 조금 부드럽게 말하자, 중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눈빛이 파란 제이외단주는 눈에서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그녀의 입에서 고맙다는 말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대신, 다른 벌을 내린다. 그것은 너희들의 신체 중에서… 알아서 한 근(一斤)씩 베어 내라는 것이다!"
"……!"
전율(戰慄), 남은 것은 그뿐이었다.
마화삼의 말은 바로 마법(魔法)이다. 누구든 마화삼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그의 말이 다름아닌 천명(天命)이기 때문이다.
"흐으으, 살을 한 근이나?"
"어이쿠우!"
"으으, 역시 마화삼이시다!"
중인은 사색이 되었고, 특히 칠십여 명의 여고수들은 얼굴이 똥색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실행하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반박한다든가, 거부하려다가는 그 순간 척살(擲殺)되고 만다.
정적, 그리고 소리 없는 한숨이 대전을 휘몰아쳤다.
돌연, 맨 뒤쪽에서 창!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화삼께 충성을……."
산동타주(山東陀主), 그는 검을 뽑아 들고 그것으로 자신의 왼쪽 팔뚝을 찍어 내리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스윽-!
검의 예기(銳氣)는 그의 팔뚝을 서늘하게 했다.
강인하던 팔뚝은 뚝 잘려 융단 위에 떨어졌고, 그런 후에도 생명력이 남았는지 칠팔 번을 펄떡펄떡 뛰어다녔다.
푸득- 푸득-!
피(血)의 내음, 그것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했다.
"충혼(忠魂)을 보이겠소, 마화삼!"
"마가의 단결을 위해, 나의 발목 하나를 바치겠소!"
"으으……!"
곳곳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났다.
생살에서 한 근의 근육을 베어 낸다는 것은 몹시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 살이 한 근 베어지는 것이 척살되는 것보다 나은 일이니까!
팔을 자르는 자, 제 발목을 자르는 자.
"하- 앗!"
"예잇-!"
투실투실한 가슴 근육을 자르는 자들!
피보라가 곳곳에서 튀어올랐다.
중인들 중 그래도 나은 쪽은 나이 지긋한 여인들 쪽이었다.
'떼어 낼 것이 많다는 것도 이럴 때는 쓸모가 있군.'
몸매가 풍만한 여인들은 삼삼오오 짝을 짓는다.
회양(淮陽)을 책임지고 있는 옥지선자(玉指仙子), 그녀는 세 명을 향해 둔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아주 화려한 궁장치마가 쳐들리며 희멀건 둔부가 드러난다.
"어서……."
옥지선자는 이미 체념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녀와 안면이 있는 비파마녀(琵琶魔女)가 손을 쳐든다. 손에는 비수 하나가 들려 있었다.
"잠시면 될 것이오, 옥지선자!"
비파마녀는 옥지선자의 둔부를 향해 비수를 슬쩍 내저었다.
펑퍼짐한 둔부, 가히 암반만한 크기를 가진 둔부의 한쪽이 일순 잘려져 나갔다.
"훅……!"
옥지선자는 가쁜 숨소리를 내며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살이 많은 부분이라고 아프지 않는 것도 아니군.'
그녀는 눈물을 찔끔 흘렸고, 비파마녀는 품에서 종이 봉지 하나를 꺼내며 슬프게 웃었다.
"곧 피가 멈출 것입니다!"
종이 봉지 안에는 금창약이 가득 들어 있었다.
금창약은 둔부에 살포되었고, 곧 피가 멎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파마녀의 차례였다.
"이제는… 비수를 제게 줘요."
옥지선자는 비파마녀에게서 비수를 갈취하듯 빼앗아 든다.
그녀는 융단 위를 보고 있다. 커다란 살코기, 눈대중으로 봐도 한 근은 넘어 보인다.
'평소… 너는 내게 악감이 많았다. 그래서 두 근 넘게 떼어 냈다. 우라질년.'
그녀는 비수를 바짝 쥐고 있었다.
비파마녀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치마끈을 풀었다.
툭-!
자홍색 치마가 끌러지며 풍만한 뒷모습이 나타났다.
비파마녀는 무릎을 꿇고 앉았고, 곧 왼쪽 볼을 땅에 대는 자세를 취했다. 그에 따라, 산(山)만한 둔부는 허공으로 쳐들려졌다.
잘 찧은 떡반죽같이 풍만한 둔부, 그것이 지금 근육으로 단단히 뭉쳐 있었다.
"조… 조심해서 해요!"
비파마녀는 벌써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둔부를 번쩍 쳐들고 눈믈을 질질 흘리는 비파마녀, 그리고 옥지선자의 눈에서는 광기가 돈다.
"이제… 합니다!"
그녀는 차디차게 말하며 손을 내리쳤다.
스읏-!
푸른 예광(銳光)이 흐르더니, 둔부의 양쪽 풍만한 부위가 동시에 미끈하게 깎였다.
"하… 악!"
비파마녀는 바로 그 순간, 너무나도 큰 고통을 이기지 못한 채 까무러치고 말았다.
살이 다섯 근이 떨어져 갔으니, 그럴 수밖에.
제 발을 끊고, 제 손을 자르고, 친구의 허벅지를 베고, 사형제의 가슴살을 베어 내고…….
피의 향연(饗宴), 이것은 무림사상 가장 큰 힘이 처음으로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마화삼은 큰 것을 노리고 있었다.
'이 일로 인해, 나는 거대하게 부각된다. 악마의 거인(巨人)으로!'
그는 웃고 있었다. 진짜로…….
그는 사대순찰당 정도가 무너졌다고 초조해 할 위인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제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대순찰당이 아니라, 제이외단이 통째로 무너졌다 해도 그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계획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거인이 되고 수하들은 벌레가 된다. 그리고 서로를 증오하는 가운데 내게 더욱 충성할 것이다. 그리고 실수하지 않을 것이고, 자파 사람들이라도 적으로 여기고 피나게 경쟁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악마의 용병술(用兵術)이 아니겠는가?'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다가 한 곳을 바라보았다.
벽안(碧眼)의 미인(美人), 제이외단주(第二外壇主).
그녀만은 피를 몸에 묻히지 않았다.
"저, 저만은 용서해 주시겠지요?"
그녀가 처절히 말하자, 마화삼은 지극히 비정하게 대꾸했다.
"그대는 호접세가(蝴蝶世家) 사람. 호접세가로 말하면 다른 비천한 마류(魔流)와는 품격이 다른 위대한 전통을 가진 마혼십가(魔魂十家) 중의 하나이다. 마혼십가 사람은 모든 마가에서 가장 용감해야만 한다!"
그는 웃고 있으면서도 노한 체했다.
"솔선수범해야 한다, 그대는!"
마화삼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는 손을 번쩍 쳐들었고, 그의 등 뒤에 시립해 있던 혈발미랑이 능공허보(凌空虛步)로 들이닥쳐 나가 제이외단주 앞에 섰다.
"예잇, 소총사님!"
그녀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 세상 모든 여인의 마음 중에서 가장 모질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지 못하다. 물론 정말 아름답기는 하지만, 나보다 아름다운 여인은 꽤 있다. 그렇지만…….'
그녀의 눈빛은 살모사의 눈빛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손을 쳐들었다.
좌유성검(左流星劍), 우혜성검(右彗星劍).
그녀는 그 중 혜성검 자루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나 나는 궁극적으로 천하제일미인(天下第一美人)이 된다. 나보다 아름다운 여인은 모두 내게 제거(除去)될 테니까.'
그녀는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요화(妖花) 혈발미랑!
그녀 역시 호접세가의 여인이었다. 또한 그녀는 제이외단주의 사매이자, 배다른 동생이기도 했다.
성씨도 같고 얼굴도 비슷했다.
"언니, 조금 미안하군요!"
그녀는 혜성검의 검자루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검은 까마귀 우는 소리를 내며 끄집어 내어졌다.
혜성검과 유성검!
두 자루의 보검은 검야자(劍也子)라는 마도제일의 명장(名匠)이 만든 마병천좌(魔兵天左) 중 두 가지였다.
검야자, 그는 오대 전의 절대마가주(絶代魔家主)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절대마가의 신위는 지금만 못했다. 그래서 그는 후대를 위해 천 자루 마병을 준비했다.
절대마가의 후예가 전 마가를 장악할 수 있도록 그는 마병을 만들었다.
혜성검의 검신에서 발해지는 눈이 시리도록 차가운 빛, 그 빛은 눈빛이 푸른 제이외단주를 전율케 하기에 충분했다.
'마도에 든 것이… 약간은 후회스럽군.'
그녀는 지금 자신의 손에 죽어 간 수많은 백도명숙들을 기억했다. 그녀는 이제야 그들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부위는 언니가 선택해요."
"으음……!"
"호호… 얼굴은 피해야겠지요?"
"그, 그래야겠지!"
"그럼 허벅지로 할까요?"
"아, 아니다. 그 곳은… 내 몸 중 가장 미끈한 곳이다."
"그럼?"
"왼쪽 가슴으로 하자! 그 곳에는 작은 상처가 있다!"
사륵-!
옷섶이 흐트러지며 젖가리개에도 가려지지 않고 스물 몇 해를 지냈던 풍만한 가슴이 나타났다.
도발적으로 솟아난 육봉, 그것은 지금 하나의 살집 좋은 고깃덩어리에 불과했다.
그 가슴을 마음대로 만졌던 사람은 단 하나, 삼 년 전 돌연 전 마가에 모습을 드러냈던 마화삼이었다.
마화삼, 그는 본시 외부에 소문을 내지 않던 자였다.
그는 천 일 전 돌연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절대마가는 물론이고, 다른 마도구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는지라 아무도 그를 거역할 수 없었다.
제이외단주는 그런 배경을 갖고 나타난 마화삼의 노리개로 한 밤을 지냈었다.
그 때에도 마화삼은 면사로 얼굴을 가렸었다. 그리고 제이외단주는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정사를 벌여야만 했다.
옷자락은 활짝 벌어졌다. 투실투실한 젖이 두 개 나타났고, 혈발미랑은 타인이 감상할 틈도 주지 않고 그 중 하나를 잘라 냈다.
"훅!"
제이외단주는 가쁜 숨소리를 단 한 번 냈다.
그녀는 가히 독종이라 불릴 만한 여인이었다.
"고, 고맙다! 정말!"
그녀가 이를 갈며 말할 때였다.
"호호… 아직 고마워할 것은 없어요. 왜냐하면… 언니에게 주어지는 벌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요!"
혈발미랑은 정말 아름답게 웃었다.
사악하다는 것과 아름답다는 것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은 꽤나 드물고 경이적인 일이었다.
"또 무엇이 있느냐?"
제이외단주가 울상이 된 채 되묻자, 마화삼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 네게 대한 벌은 그것이 끝이 아니다. 너는 중차대한 실수를 범해 많은 제자를 희생시켰다!"
일곱 자 다섯 치, 사내의 키치고도 꽤나 큰 키였다.
"인문(忍門)의 피라미 떼를 잡지 못하다니… 훗훗……!"
"으음……!"
"바보, 너는 병법을 모른다!"
"병법이오?"
"그렇다!"
"어인 말씀이신지요?"
"천하에 망(網)을 치면 잡기보다 놓치기 쉽다! 천하는 너무 넓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을 골라 망을 쳐야 한다!"
"……!"
"거기에는 미끼가 필요하다. 그리고 너는 미끼가 되어야 한다!"
"제, 제가요?"
"너와… 제일외단주!"
면사가 가늘게 흔들렸다.
피비린내가 가득한 석전, 마화삼의 목소리는 잔잔하나 날카롭게 중인의 고막을 때렸다.
"정법회(正法會)와 개방에 함정을 판다. 이미 내게는 완전무결한 계획이 세워져 있다. 제이외단주와 제일외단주는 현재 백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이용해 인문 무리를 부른다!"
"……!"
제이외단주는 기가 막혀 말도 하지 못했다.
"훗훗… 이긴다면 자리를 지킬 것이고, 진다면… 죽을 것이다. 인문의 자객이 죽이지 못한다면 바로 내가!"
마화삼의 손이 번쩍 쳐들렸고, 황홀한 금광(金光)이 허공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르르- 릉-!
낙뢰(落雷) 소리가 나더니… 오오, 이럴 수가?
찰나적으로 일곱 개의 기둥과 벽이 무너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가공(可恐), 마화삼의 마공은 신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놈들은 우리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놈들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놈들이 소수라는 것이다. 거점만 안다면 일망타진할 수 있다. - 내 휘하에는 추풍사호(追風四號)가 있다. 그들이 있는 한, 중요한 것은 보는 것이다! 훗훗, 제일외단주 마검환사(魔劍幻邪)와 제이외단주는 미끼가 되어 그들을 불러야 한다. 사대순찰당을 알아 낼 정도로 이목이 발달된 놈들이니, 약간만 소문을 내면 곧 알게 될 것이다! 훗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