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어1 : play-shift (자리재배치 => 수시로 상대 전술에 대응하는 선수들의 움직임 => 전술)
핵심어2 : raumdeuter (라움도이터 => 공간을 이해하는 선수)
핵심어3 : 셔플링 플레이와 라움도이터
1. 동선을 정의하는 축구의 전술 (play-shift)
한 두시즌전인가 손흥민을 데려와야 한다고 했고, 한시즌전부터 손흥민이 우리팀에 아주 적합한 유형의 선수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결국 제 생각대로 되긴 하네요.
오프 더 볼의 정점을 찍고 있고... 제가 보기에 이 선수는 전술적 움직임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과거부터 많이 참고하는 전술 사이트 중에 독일 사이트가 있습니다.
https://spielverlagerung.de/ 이란 사이트인데...
여기서 spielverlagerung의 뜻은 Play Shift 입니다. 여기서 시프트라는 말의 뜻은.. 야구 용어를 차용해서 쓰면 이렇습니다. 타자의 특성에 따른 야수의 수비위치 이동... 그 자체를 시프트라 합니다.
시프트 플레이는 결국 포지셔닝과 연관되는데 단순히 포지셔닝만 뜻하면 독일어에서 포지셔닝에 해당하는 다른 용어를 썻을 겁니다.
시프트라는 외래어는 결국 존 디펜스를 기본으로 깔고 있죠. 포지셔닝의 목적이 방어와 상대 볼의 루트를 방해하고 탈취하는데 있습니다.
자리이동하며 플레이하다... => 전술의 본래적 의미입니다.
spielverlagerung 이란 독일 전술 사이트에 들어가면 보게 되는 전형적인 경기 리뷰에 대한 선수들의 전술 배치를 보게 됩니다. 포메이션 정의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실상 포메이션의 구성보다 선수들이 주로 어떤 방향으로 플레이를 지연시켰는고, 이동 루트와 커버범위에 대한 정의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그리고 경기에 주요한 영향력을 미친 선수에 대해서만 이동 경로와 이동경로의 목적을 맵을 통해 보여줍니다.
반면 전술적 분석에 참고하는 이 맵은 패스맵과 선수들의 볼관여도에 대한 원형의 크기, 그리고 키 플레이어에 대한 별표시로 경기에 관여한 선수들의 영향력을 표현합니다. 위의 맵과 가장 큰 차이는 누가 누구에게 주로 패스를 자주 하였는가에 대한 관점입니다.
각각의 맵에서는 설명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생각해 보면 패스를 위주로한 위의 맵이 독자들에게 많은 부분을 설명해 줄 것 같지만 spielverlagerung 에서 쓰는 맵은 의외로 다양하게 선수들의 전술 목적을 정의 할 수 있습니다.
위에 보여준 아약스 전 유벤투스의 맵과 다른 맵을 예시해 봅니다.
이전 예시와 달리 이 맵에서는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상대를 맨마킹하면서 방어하는 것이 컨셉임을 알 수 있습니다. 리버풀을 생각보다 전방의 고립된 움직임이 많았고 보리니는 5명의 미드필더가 플랫한 상황을 유지함으로 4-5-1 전술을 씀에도 클롭의 4-5-1과 달리 로저스의 4-5-1은 레알을 상대로 1대 0의 패배를 하게 됩니다.
전술적 대응을 함에 있어 5명의 미드필더는 경기 중에 4-3-3으로 변형이 자유롭습니다. 선수 구성에서 5명의 미드필더의 지향점은 상대의 침투를 막기 위한 배치고, 역삼각 미들은 기본적으로 중앙을 파괴하며 들어가는 포메이션 구성인데, 로저스가 클롭이 아닌 이상 역삼각 미들로 전환이 용이하려면 측면에 배치된 선수가 1선의 윙포워드로 상대를 압박해서 내려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맵 기준으로 볼 때, 루카스는 로날드를 상대하기 위해 전방보다는 후방으로 내려갔고, 그 위치가 호날두를 맨마킹하기에는 많이 쳐져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것은 로날도를 마킹하는데 투레와 스크르텔로 커버했다는 점을 명시합니다.
벤제마는 호날두보다 전방에 있으면서 움직임은 횡으로 움직이는데, 연계에 능숙한 벤제마의 플레이를 암시하는 맵입니다. 여기서 보면 화살표의 위치가 매스맵과 달리 선수의 전진 혹은 포지셔닝의 위치에 따라 자주 이동하는 동선을 몇가지 갈래로 나누고 있습니다. 경기 중에 이 위치는 자주 바뀌기 때문에 경기내내 주로 이동했던 루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레노는 두갈래의 화살로 나눠지지만 거의 측면으로 오버래핑한 반면에 제임스는 중앙으로 이동하는 루트가 존재하고, 이스코는 제임스보다 더 중앙에 치우는 루트를 가지고 측면과 중앙을 이동하며 크루스와 모드리치와 함께 중앙 싸움을 병행했습니다. 반면 엠레찬은 크루스와 모드리치가 선 투미들에서 크루스의 움직임과 패스, 동선을 저지하기 위해 자주 이동했고, 이 싸움에서 역삼각 미들이 아닌 프랫한 5미들이 레알을 상대로는 부족했음을 알 수 있는 맵입니다.
이런 상대적인 전술 분석이 패스맵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위의 맵은 두팀 모두 자리 배치를 했고, 주로 전진했던 위치와 방향이 화살표로 표시된 반면 패스 맵에서는 선수간 패스와 볼관여도에 대한 부분으로 알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죠.
참고로 저는 이 경기를 본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제가 분석한 내용이 경기 내용과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한 전술 분석은 경기를 보고 말해야 합니다만 이 맵 기준으로 볼 때, 이렇게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어쨋거나 패스맵을 다시 예로 들겠습니다.
이 패스맵을 예로 들겠습니다. 볼프스 부르크를 상대로 한 도르트문트는 생각보다 낮은 위치에서 3선과 4선 사이에 볼 순환과 관여가 많았습니다. 괴체와 오바메양의 볼에 대한 관여는 상대적으로 많이 저조하죠. 그런데 풀리시치는 저만치 동떨어진 위치에서 중앙 공격수보다 앞선위치에 있었습니다. 이 위치를 매스맵에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상대의 어떤 선수가 풀리시치를 막기 위해 자리를 이동하고 배치했는가에 대한 spiel-verlagerung... 즉 자리-이동에 대한 설명이 없죠.
저는 그래서 과거에 이 패스맵을 주로 쓰긴 했는데, spiel(자리)-verlagerung(이동)이란 의미의 사이트를 많이 신뢰하는 편입니다. 저 패스맵으로는 경기에 대한 상대 분석과 전술에 대한 대응 전술 유추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죠.
2. 축구와 야구에서 말하는 시프트의 차이.
포메이션은 감독의 의중에 맞춘 선수들을 자리배치고, 경기 중에는 선수들의 자리 배치가 상대의 전술에 대응하며 다시 재배치됩니다. 보통은 야구에서 포메이션을 논하지 않습니다. 야구는 베이스가 기본적으로 4개가 존재하고, 투수의 위치까지 감안하면 5명의 선수가 자신이 지킬 자리가 정해져 있습니다. 외야수는 내야를 벗어난 넓은 범위에 존재하죠.
반면 축구에서 말하는 선수들의 배치.. 즉 포메이션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의 배치는 경기내내 유동적이고, 축구의 특성상 야구와 달리 계속 움직이며 볼의 순환을 끊기 위한 대항 전술로 재편됩니다.
야구 용어에서 말하는 플레이 시프트는 투수가 일단 공을 던지고, 타자가 볼을 때려야 합니다. 축구와 달리 야구는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의 미트에 꽂혀야 실점하지 않고, 계속 던질수 있으며, 선수가 헛스윙하지 않으며 볼이 들어간다고, 모두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야구에서 말하는 시프트는 타자가 공을 치기 전의 예비로 자리이동하기 때문에 정적입니다. 투수가 던지기 전에는 볼 자체의 순환이 차단되죠. 이 정적임의 근본은 축구는 아군 선수 위주로 볼을 주고 받고 움직이지만 야구는 투수포지션에 있는 단 한 사람이 타석에 들어선 사람에 볼을 던짐으로 플레이가 시작됨에서 비롯됩니다. 그리고 타자가 때린 공은 수비수가 받아야 하죠.
하지만 축구에서 상대가 패스한 볼을 아군이 잡으면 공격의 시작이 됩니다. 반대로 야구에선 상대가 볼을 잡으면 4개의 베이스 어딘가에 공을 던져야 합니다. 그 위치에는 항상 누군가 존재합니다. 아웃 포인트를 잡기 위해 공을 던지는 행위는 결국 공을 잡고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축구에서 볼을 잡고만 있으면 바로 상대 압박이 들어가서 볼을 뺏기게 됩니다.
서로 다른 이 두 종목의 특성 때문에 시프트라는 말을 축구에서는 잘 쓰지 않습니다. 감독의 전술 자체가 랜덤해야 오래 생명 유지를 할 수 있기도 하거니와 어떤 전형성의 본질은 다른 감독들 또한 대응하기 쉬운 전술로 굳혀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포그바가 보여주는 어떤 전형성의 제약으로 다른 미드필더의 포지션까지 제약을 받고 있어서 경기 내내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부분을 보게 됩니다. 마티치, 에레라는 수비형 미들 위치로 이동하며 교대로 공수교환이 가능합니다만 포그바는 볼란치 위치에 서거나 수비형 미들에 선 순간 능력 자체가 확 반감이 됩니다.
그렇다고 메잘러 위치에서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느냐 하면 동선이 겹치는 공미롤에서 마타처럼 온더 볼 성향의 선수와는 합이 맞지 않고, 린가드처럼 오프더 볼 움직임이 좋은 선수와 합이 어느 정도 맞습니다.
그마저도 포그바가 수비에 대한 공헌도가 에레라, 마티치처럼 큰 것도 아니고, 수비형 미들에서 빌드업에 관여해 줄 수 있는 미드필더도 아니며, 단지 프랑스 국대의 캉테가 있거나 패스 마스터 피를로가 3선에서 자유롭게 1.2선까지 이동하며 패스 루트를 뚫어주는 유형의 선수가 있을 때 자신의 역할이 발휘되기에 누군가 자신에 대한 집중마크를 깰 수 있는 파괴적인 유형의 선수가 있어야만 능력이 발휘되는 그런 성향의 선수로 보여집니다.
능력 자체는 좋으나 스스로 무언가 경기를 뒤집기에는 주변 선수의 버프를 많이 받아야 무서워지는 이 선수는 맨유에 어울리는 선수인지 맨유가 어울려져야 하는 선수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 얘기는 이전 게시글에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루카쿠 영입 소식 뜨자마자 저는 이 선수를 좋아하지 않으며, 반페르시와 유형의 상반된 선수라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시즌 지나고 나서 이 평가에 대한 중론이 주류가 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 포그바를 보면서 이와 상반된 선수로 박지성이 생각납니다. 경기 내내 공헌도가 엄청나지만 정작 저평가에서 일등을 차지하는 선수, 캐릭이 박지성의 뒤통수를 쓰담했던 장면은 결국 선수가 선수에게 고마워하는 선수의 의미가 헌신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느 자리에 배치가 되든, 그 자리에서 120%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 그리고 그 성능이 경기의 향방을 결정할 만큼 MOM을 찍을 수 있는 선수로 포그바가 가능할까요.
저는 이 모습이 포그바를 안고 가는 상황에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포그바가 있는 동안 챔스 우승은 가능할까? 이에 대한 대답에 의문이 달립니다. 당시 챔스 우승했던 이 선수들 모두 경기내내 어느 포지션에 있든 상관없이 헌신했던 선수들입니다.
하그리브스와 박지성은 미친 압박으로, 캐릭은 2선에서 패스루트를 뚫어주는 선수로 에브라는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테베즈와 루니, 호날두는 서로의 위치를 스위칭 해가며 전방에서 공간 이동을 통해 볼과 득점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오프 더 볼 움직임에 대해 수시로 위협했습니다. 볼을 받기 만을 바라며 공격이 왜 안풀리는지 이해 못하고 있는 어떤 공격수들과 달리 경기장에서 공격수는 공격수대로 볼이 없는 상황이 경기력의 향상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최대한 발휘했습니다.
오셰이와 웨스 브라운은 경기 내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며 자리이동을 수시로 했고, 결국 측면과 중앙수비에 대한 커버는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퍼디난드는 수비에 대한 헌신으로 자신을 증명했습니다.
온더볼이 비교적 많아야 하는 포지션에 위치한 나니와 안데르손은 중앙과 측면에 대한 플레이를 만드는 선수로 공헌했습니다. 이 두 선수의 2000년대 후반의 플레이를 보면 공간을 침투하는 전략적 움직임이 상대 선수들에게 많은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침투는 간혹가다 볼을 가지지 않고 움직일 때, 자신이 가장 볼을 받기 좋은 위치에서 득점하기 쉬운 자리로 침투할 때 이러났습니다.
지금 선수들 중에서 왜 경기가 풀리지 않는지.. 그리고 그 풀리지 않는 신비의 주체가 헌신임을 깨닫는 선수는 얼마나 될까요.
오프 더 볼의 중요성과 헌신... 그리고 감독의 권위에 대한 중요성은 어디로 가고, 돈돈돈 거리고 있는 건지..
참 안타까운건, 아직도 공격수가 공격수가 헌신해야 경기력이 올라가는 사실을 왜 모르고 있는 건지 답답합니다. 마네, 살라, 피르미누 모두 기본적으로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상황에 보고도 깨닫는 바가 왜 없을까요.
당시 리버풀의 트레블을 막은 퍼거슨은
베컴, 긱스라는 10대 후반의 선수들을 1군의 레귤러로 등록하고 나서 ...
99시즌에 트레블을 이뤘는데, 이것이 이피엘 사상 최초라고 한다.
그리고 퍼거슨의 헤어드라이어 직전 빨개진 모습을 생각해 본다. 솔샤르가 이리 성내도 그 권위에 대항할 지...
은퇴를 아름답게 하지만 퍼거슨이 리빌딩을 이룬 기초는 클래스 오브 92세대 전원이다.
이쯤에서 궁금한 건
지금처럼 포그바 위주의 플레이를 퍼거슨이 클래스 오브 92세대에게 주문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당연히 퍼거슨 기준에선 나가리지.
2. 경기에서 자리이동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라움도이터
여담이 길어졌는데.. 여튼,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면 이 선수가 공간에 대한 이동을 제대로 알고 움직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상대가 빌드업 과정에 있으면 항상 측면 어딘가에서 상대의 이동에 대한 오버래핑을 자연스럽게 억제할만큼 포지셔닝 자체가 상대를 수비하기 좋은 위치의 전방 어딘가에 있고, 빌드업하다 실수하는 시점부터 역습하기 좋은 위치를 미리 선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위치에 있는 선수라 침투루트의 전형적으로 정해져 있는 케인의 그것과 달리 두 포지션에서 이동이 가능한 위치에 존재합니다. 경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중앙에서 사이드로 빠져도 완전히 사이드에 위치하지 않고, 상대가 볼을 받는 근처의 안쪽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측면은 풀백이나 델리 알리가 이미 오버래핑하러 올라가 있죠.
과거 이런 포지셔닝을 잘했던 선수로 딱히 생각이 나는 선수는 블린트 입니다. 빈공간 점유가 유효하려면 상대 오프사이드를 위협하거나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윙어나 윙포워드와의 직선 동선 거리가 짧은 위치에 있어야 공격의 밸런스가 유동적으로 강화되는데, 지금 이팀에는 그런 밸런스를 리그 탑급으로 갖춘 풀백이 아직은 없습니다. 토트넘의 로즈처럼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것만 해도 만족해야 하는 건지..
토트넘 경기를 보면서 손흥민과 케인의 합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볼때, 과거의 경기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케인이 연계 플레이를 전혀 못하는 것도 전혀 아닙니다. 다만 전술적 효용성에서 자리 재배치를 의미하는 spielverlagerung 의 관점에서 볼 때, 케인의 침투 플레이는 상대 골리 근처 어딘가 있을 때, 발휘가 된다는 겁니다.
선수가 처음에 핫하게 올라올 때와 달리 몇시즌 지나면 진화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화는 옵션의 다양성과 결부됩니다. 자신이 해왔던 플레이를 극대화하거나 혹은 극대화를 위한 시너지에 해당하는 옵션을 경기장에서 발견하고, 플레이해야 합니다.
볼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당연히 좋은 거지만 문제는 볼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메커니즘은 다양해야 합니다. 볼이 있는 어딘가에서 플레이하는 공간은 항상 다르고, 상대 선수들의 배치는 물론 아군이 점유한 공간도 항상 다릅니다. 한마디로 셔플링하죠. 보통은 예측이 되지만 예측이 되지 않은 플레이는 셔플링할 때, 많은 공간이 나게 됩니다.
1920시즌 맨시티대 토트넘의 2차 8강 전이 그렇습니다. 요렌테에게 집중된 볼은 케인의 그것과 비슷하지만 요렌테는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 다른 옵션과 퀄리티를 제공합니다. 후반전 경기력 기준으로 토트넘이 약간의 열세임에도 경기내내 라인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 공격 옵션의 다양성입니다.
측면에서 드리블링을 잘하는 크랙이 인사이드 커터 유형과 클래식 윙어 루트 모두 소화 가능하다면 이 공격옵션은 상대에게 부담을 줍니다. 마찬가지로 양발의 득점 비율이 반반인 크랙을 상대할 경우는 더 막기 힘들죠.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보면 항상 볼 순환은 상대적으로 저점에서 출발합니다. 애 그럴까요. 그것은 공격수가 가진 옵션의 부재와 스스로 그 옵션을 만들 가치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해서라고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옵션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음에도 개선이 늦어지는 상황입니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빌드업을 하는 상대 수비수의 조직적인 압박이나 오프사이드를 수시로 침투하는 모습이 스리톱을 쓰면서도 경기내내 많이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이죠.
그러다 보니, 볼순환이 일어날 때면 데헤아와 비교적 멀지 않은 곳에서 빌드업이 시작됩니다. 라인을 끌어올리는데 전형적인 플레이가 보이지 않는 건, 결국 공격수가 상대 압박을 하는 포지셔닝을 잡지 못한 결과와 동의어입니다.
압박을 잘해주는 것.. .토트넘에서 케인의 공백이 크지 않지만 손흥민까지 빠진다면 맨시티 2차전에서 토트넘은 라인을 내리고 싸웠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치고 받는 경기가 내내 지속 되었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맨시티의 공격의 창이 토트넘보다 30% 앞서 있었고, 이 30%의 앞선 기회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이 계속 라인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손흥민과 델리알리의 위치 포지셔닝이 상대 압박의 자리에서 전방에서 측면의 패스와 루트를 경기내내 상당히 많이 커버링 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손흥민이 축구 경기장에서 인터뷰하는 에릭센에게 다가가 같이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며, 이번 경기는 셔플링하다며 혼란스러운 공수밸런스의 치열함을 표현하긴 했는데, 이 셔플링의 근원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둘다 라인을 끌어올렸는데, 예상보다 공수 간격이 넓은 반면에 상대가 공격하는 자리르 수비수가 확률적으로 포지셔닝을 잘해서 다시 재역습이 가능했고, 이 포지셔닝은 감독이 지시한 전술과 무관하게 선수들이 랜덤하게 움직인 결과물로 보입니다.
전개 방향이 랜덤(무작위)스러워서 승부의 예측과 공의 진행방향을 경기내내 예측하기 힘든.. 이것이 손흥민 말한 셔플링의 의미 같습니다. 이런 플레이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수로 저는 뮐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뒤에 설명하죠.
어쨋거나 이런 스타일은 과거 퍼거슨의 공격 전술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모습이고, 개인적으로 이런 다이나믹함의 유사성은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추구한 승부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점점 손흥민에 대한 제 판단이 확고해지게 되네요. 어쨋거나 이팀에 손흥민보다 잠재력이 큰 마샬과 래쉬포드가 왜 지금 준수한 스탯과 경기력을 보임에도 공격의 밸런스에서 공헌도가 과거 박지성이나 현재의 린가드보다 현저히 떨어지는지 공감하게 되는 반면선생이 되고 있다는 점도 느끼게 됩니다.
팀에 미치는 경기력은 결국 공간에 대한 전술 이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토마스 뮐러가 자신의 유형에 대해 스스로 정의한 라움도이터(Raumdeuter) 라는 용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정점에 이르렀던 인자기와 박지성, 그리고 토마스 뮐러는 공간 이동에 대한 변화를 수시로 가져갔습니다. 그 위치는 프리롤같지만 프리롤과의 차이점은 공간을 이동하며 선수들 스스로 기회를 창출했다는 점입니다.
이 세선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술이 현저히 형편없다는 것... 이 기준은 특별한 기술로 정점에 선 선수들과 비교할 때입니다.
국대 선수들내에서도 가장 기술이 형편없다고 평가받은 선수가 항상 골을 많이 넣는다는 인자기.
볼터치가 투박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활동량으로 커버하지만 루니-호날두-지성의 삼각편대를 말할 때도, 스탯은 항상 루니와 호날두보다 훨씬 뒤쳐져 있던 박지성...
반할이 오기 전까지 이 선수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딱히 쓰기 힘들었던 뮐러.
이 세 선수는 그럼에도 팀내에서 자리잡고 나서는 어떤 감독이 오거나 어떤 전술을 쓰거나 팀에서 영향력이 큰 선수가 되었습니다.무색무취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던 뮐러, 항상 스탯에 대한 저조함을 두고 경기의 공헌도를 평가하면 한경기의 MOM외에는 공격적인 스탯을 기준으로 할 때는 설명이 되지 않는 박지성의 태클링과 상대 방해 전술에 대한 공간 이해도, 반면 득점의 스탯 말고는 경기내내 뭘 한 건지 반니텔루이나 반페르시, 루니, 호나우두, 메시와 달리 어떤 기준으로 이 선수의 스킬을 설명하기에는 경기 장에서 자리 배치하는 기술의 장인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인자기...
일반적으로 평가하기 애매한 이 선수들은 결국 공간을 이해하며 들어가는 플레이로 볼이 없는 상황에 항상 골을 넣을 만한 위치나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상대를 저해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공격수과 미들의 어딘가에 선 공격수같은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에 있거나 아님 상대 골리에서 항상 볼을 쉽게 넣을 준비를 하거나 하는 공격의 예열에 해당하는 전 작업의 위대함을 드러내지 않고는 평가하기 힘든 유형의 선수입니다.
여담으로 뮐러가 스스로 정의한 라움도이터에 대해 공격적인 측면에서 좀 더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측면공격수는 보통 클래식한 윙어처럼 직선 주로를 뚫거나 인사이트 커터 유형의 포워드처럼 중앙으로 볼을 운반해서 득점에 관여하거나 득점하는 유형의 두가지로 일단 나눌 수 있는데, 이 유형은 볼을 가지고 움직이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라움도이터는 공간 연주자라는 그 의미 그대로 공간에 위치해서 인자기처럼 득점에 관여하는 미들 유형의 포쳐유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는 팀에 주목을 받지만 헌신하는 선수는 팀에 승리와 우승을 이끌어냅니다. 지금 이팀에 헌신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선수는 솔샤르에게 있어 가뭄에 단비와 같습니다. 아마도 이 철학의 연장선에서 선수 영입의 기준을 이끌어내리라 저는 믿습니다.
이상 동선의 플레이를 하는 관점에서 제가 잠시 생각하며 쓴 내용입니다. 원래 계획에 없던 칼럼이다 보니, 내용이 많이 부실하긴 하네요. 깊이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여기까지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