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대황강길(보성강길)-2
죽곡면소재지에 가까워지자 출렁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대황강출렁다리는 2016년 11월 1일 개통된
보도용 현수교로 길이 185m, 폭 1.8~2m에 이른다. 출렁다리 건너는 곡성군 죽곡면 소재지이다.
출렁다리에 서니 주암호를 지나 흘러온 강물이 유유하고, 둥그렇게 강 건너 둔치를 돌아 압록으로
흘러가는 강줄기가 유려하다. 강줄기는 주변의 부드러운 산봉우리들과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화가 된다.
대황강출렁다리는 연륜은 짧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출렁다리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서 이제는 목사동면을 향하여 걷는다. 여전히 강변 자전거길로 분위기는 지금까지와 비슷하다.
\ 출렁다리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자 강 건너로 눈에 띄는 마을이 있다. 은퇴자를 위한 자립형 마을 강빛마을이다.
2013년 개촌 된 강빛마을은 현재 복층 건물 109채가 들어서 있으며, 그 중 50채를 펜션으로 사용하고 있다.
강빛마을은 은퇴 후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지형으로 마을 앞으로 대황강이 흐르며 뒤로는 든든한 화장산이 버티고 있다.
강빛마을에는 최대 800명을 수용하는 대강당도 겸비하고 있어 대학생 MT나 기업체 연수, 학회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건물이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강빛마을은 부지를 더 늘리려는 듯 뒤편 산을 개발하고 있다.
자전거길은 대황강을 따라 계속 이어지지만 우리는 강변길과 헤어져 용산재로 향한다.
용산재로 넘어가는 작은 고개로 올라가는데, 강 건너에서 강빛마을이 손을 흔들어준다.
뒤돌아보면 산봉우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첩첩한 모습이다.
“얼마나 산골이었으면 골짜기 곡(谷)자와 재 성(城)을 써서 곡성(谷城)이라 했는지 알 것 같네.”
일행이 첩첩한 산을 보면서 한 마디 한다.
강변에서 높지 않은 고개를 넘어서자 오지마을이 나타난다. 구룡리다.
마을 뒷산 비래산에서부터 마을 앞까지 큰 바위가 9개가 있고 마을 뒷산 능선이 용의 형극을 이루고 있는 것이
9개가 있다고 하여 구룡리라 불렀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는 구룡정(九龍亭)이라는 편액이 붙은 정자가 있다.
정자를 느티나무 거목 두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주어 여름철 시원한 쉼터역할을 한다.
정자 앞에서 마을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어디를 가려고?”
“용산재 갑니다.”
“뭘 볼 것 있다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구룡리는 고려 개국공신 신숭겸 장군이 탄생한 마을이다.
신숭겸은 후삼국시대 궁예의 부장이었으나 918년 왕건을 추대하여 고려 건국에 기여했다.
927년 공산 전투에서 왕건이 지휘하는 고려군이 후백제 견훤군에게 포위당하자 왕건의 갑옷을 바꾸어 입고 대신 전사하였다.
이때 신숭겸이 “제가 대왕과 외모가 비슷하오니 제가 대왕으로 변장하면 대왕께서는
무사히 탈출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왕건과 옷을 바꾸어 입었다.
그리고 왕건이 일반 군졸로 변장하여 포위망을 뚫고 탈출했다.
태조 왕건이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동안 신숭겸은 왕건의 행세를 하며 왕건의 백마를 타고
군대를 통솔하다가 견훤군이 쏜 화살에 맞고 전사했다. 후백제군은 그의 시신에서 머리를 베어갔다.
이후 신숭겸의 시체를 발견한 왕건은 크게 슬퍼하여 송악으로 철수할 때 참수되어 머리가 없던
신숭겸의 시신에 금으로 만든 머리 모형을 끼워 넣어 장사지내고 장절(壯節)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용산재는 1981년 10월 20일 전라남도기념물 제56호로 지정되었다.
1960년 지어진 용산재는 고려 개국공신 장절공(壯節公) 신숭겸의 탄생지를 중심으로 한 유적지이다.
1868년(고종 5)에 원림과 토지를 매입하여 지켜오다가 1897년 유허비를 세웠으며 1929년 단을 다시 수리하였다.
솟을대문을 한 구룡문을 들어서니 정면으로 용산재(龍山齎)가 활달하게 앉아 있고, 아래 마당 양옆으로
동재와 서재가 자리하고 있다. 용산재 뒤편으로 돌아가니 다시 솟을대문을 한 충절문(忠節門)이 있다.
충절문을 통과하니 자연석으로 정갈하게 쌓은 두 개의 단 위에 유허비를 보호하기 위한 비각과
신숭겸장군의 태를 묻었다는 단소(壇所)가 있다. 여기에서 후손들이 매년 음력 9월 17일 신숭겸장군의 제사를 올린다.
용산재 옆에는 신숭겸장군의 동상이 늠름한 자태로 서 있다. 천년세월이 흘렀지만 신숭겸장군의 기개가 느껴진다.
(2018. 5. 26)
<구룡리 마을>
<용암생태마을 초가집>
<용바위>
*여행쪽지
-곡성 대황강길은 보성강(대황강)변을 따라 걷는 길로 압록유원지→고치교→태안교→비봉마을→대황강출렁다리→용산재까지 잇는 길로 12km 거리에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용산재로 가지 않고 강변을 따라 목사동1교까지 갈 수도 있다.
-난이도 : 쉬움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압록유원지(전남 곡성군 죽곡면 하한리)
-압록에 승용차를 두고 가는 경우 13:00에 목사동면소재지에서 압록방향으로 출발하는 군내순환버스를 타고 압록으로 돌아오면 된다.
-대황강과 나란히 달리는 18번 국도변에는 곳곳에 식당이 있다. 그중에서 광주가든(061-363-6700)의 민물매운탕이 맛있다. 주인이 대황강에서 직접 잡은 물고기로 끊인 매운탕은 담백하면서 개운한 맛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