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편리를 위하여 지구의 공전과 자전을 측정한 상형문자다. 흘러간다고 말하지만 끊이지 않고 오는 시간은 보이지 않으나 삶의 측정치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다. 사람은 시간을 계산하면서부터 불행으로 치달았다. 모르고 살 때는 자연의 흐름에 모든 것을 맡기고 주는 만큼 받는 만큼 그렇게 살았다. 인류가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태양이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것을 알면서 불행을 자초한 사람의 심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허상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것은 햇빛에 일어나는 그림자와 반대현상으로 언제 어디서든 현실을 너머 형이상학적인 꿈을 꾸든가 아니면 비관의 세계를 그린다. 여기에서 진실한 그림자를 본 사람은 진로를 정확히 설정하여 삶을 도모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림자를 항상 느끼는 사람은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여 삶의 진로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다. 야망 뒤에 나타나는 비굴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닿지 못하는 무능의 허상에 빠져 항상 뒤쳐지는 삶의 경로를 걷는다. 이남철 시인은 분침과 시침 사이를 너머 떠 다른 세계의 시간, 즉 이루지 못한 운명의 시간의 그림자를 품었다. 현실의 삶 건너 이상 세계의 시간이 어둠을 만들어 덮어온다. 알지 못했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살았지만 삶의 곳곳에 어둠을 만드는 그림자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을 가지고 힘든 삶을 살게 한다. 그러나 포기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귀중하다. 어둠을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시계는 무시하고 현실에 충실하기 위하여 쉬지 않고 달리는 시간과 동행한다. 그림자 시계의 어둠을 걷어내고 밝은 현실을 찾지 위하여 역설적인 기법으로 시간의 한계치를 측정한 것이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