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장 千年運命, 三天의 詛呪
꿈은 암울한 잿빛이었다.
천지(天地)는 남청색으로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고, 깎아 지르는 듯한 고봉(高峯) 위에서 불길한 예감처럼 몰아치는 바람을 전신으로 맞으며 세 사람은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그들의 모습은 실로 기이했다.
얼굴의 반 쪽은 하얗게 회분을 바른 듯 악(惡)의 화신(化身)과 같고, 다른 반면은 지극히 자애로운 불존(佛尊)처럼 미소짓고 있는 삼인(三人) 중에 한 사람은 야차와 같은 음습한 웃음을 터뜨리며 스스로를 정사제일령(正邪第一靈)이라 소개했다.
정사제일령(正邪第一靈)----!
암울한 꿈 속에서 그는 심령(心靈)을 통해 외쳤다.
-끝없는 공간(空間)의 저쪽에서 악령(惡靈)의 마기(魔 氣)와 성령(聖靈)의 정기(精氣)가 합해져 나를 이루었으니, 내 육 신 속에는 악마(惡魔)의 잔인함과 군자(君子)의 관대함이 함께 숨쉬고 있도다.
-단천양! 늙은 친구여. 내 전신 속에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뜨거운 우정은 얼마든지 자네를 용서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내 피(血) 속을 흐르는 하나의 잔인함은 자네의 야망을 소멸시키기 위해 죽음의 충동으로 불타오르고 있으니 나를 부디 원망하지 말거라.
삼인(三人) 중에 두 번째 인물.
허공에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그의 웃음은 영혼을 발기발기 찢어내는 것처럼 요악(妖惡) 했다.
꿈 속에서도 그 자의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니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위치를 우주(宇宙)의 중심에 곤두세운 채 어둠인 듯, 밝음인 듯 서 있는 그......
그 자의 손은 일천 개인지 두 개인지 알 수 없고, 그 자의 눈(目) 또한 일천 개인지 알 수 없으며, 존재 또한 일천(一千)으로 존재하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요악한 웃음 속에 자신을 천인혼(千人魂)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천인혼(千人魂)----!
그 자는 끝없는 어둠의 공간을 통해 묻고 있었다.
-나의 오랜 친구여 !
자네는 어찌하여 그처럼 천인공노할 짓을 했는가?
그 자는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아니 무수한 말을 지껄였지만 그 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단지 희미한 의식 속으로 그 자의 마지막 음성만이 아직 감돌고 있을 뿐......
-일천수(一千手), 일천목(一千目), 일천인(一千人)은 천(千)이나 하나(一)이고, 무(無)에서 유(有)가 파생되었으나, 유(有)에서 무(無)로 돌아가는 것도 하늘의 이치.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아니 그런 말조차 있었는지조차 몰랐다. 어지러웠다. 마치 아교의 늪 속에 빠진 듯 전신은 불쾌함과 끈끈함 속에 헤매었고, 의식은 아득한 혼돈 속에 빠져 있었다. 모든 것이 혼미했다. 이 지긋지긋한 꿈에서 빨리 깨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수록 아득한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래......
하지만 분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있었다. 손에 한 마리의 검은 용(黑龍)을 들고 있는 세 사람 중에 마지막 노인의 모습과 음성이었다. 그것은 마치 현실처럼 뚜렷하게 와닿고 있었다.
그 노인은 자신을 흑룡겁(黑龍劫)이라 말했다.
흑룡겁(黑龍劫)----!
그 노인은 수천 개의 종(鐘)을 치는 듯한 굉량한 음성으로 창노하게 외쳤다.
-자네가 만든 그 칼은 무서운 저주가 숨쉬고 있다. 자네가 그 칼을 완성하기 위해 죽인 일천인(一千人) 미녀(美女)의 혼(魂)이 그 칼로 하여금 천하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자네 또한 그 저주의 불길 속에서 사라질 것이니, 그 사이에 일어날 세상의 겁난이 두렵기만 하도다. 우리 삼천(三天)은 자네와 친구이나 천하를 위해 자네를 없애고 그 칼 또한 소멸시켜 버릴 것이다.
세상이 돌고 있었다. 우주가 돌고, 산(山)이 돌고, 땅이 돌고, 사람들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어지러웠다. 머리가 빠개지고 전신의 피가 터져나갈 것 겉은 고통이 느껴졌다. 그 속에서 육신은 어둠의 소용돌이 속으로 무섭게 빨려들어가고...... 이내 어느 곳으로 내던져졌다. 넓은 평원이었다. 무시로 불어오는 바람결에 갈대들이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하늘은 피처럼 붉게 물들어 있는 곳이었다.
그 속에서 한 괴인이 전신에 피를 뒤집어 쓴 채 처절한 저주를 토해내고 있었다.
-이 한 몸 죽어 먼지로 화할지언정 내 이 처절한 저주의 원한은 천 년을 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내 죽음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가나, 내가 만든 칼은 남아 이 어두운 대천산의 계곡 속에서 숨을 쉬리라. 세월이 흐르고 흘러 내 자손 중에서 나와 같은 체질을 지닌 자 태어나리니, 그의 몸에서 이 지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칠채의 서광(瑞光)이 비치고, 내가 만든 칼은 그를 주인으로 섬길 것이도다.
-일천 년의 어둠 속에 칼은 울음을 토하고, 그 속에 원한처럼 숨어 있는 지옥의 삼초도법은 그에게 이어져 삼천(三天)의 후예가 사라지고, 천하는 그를 주인으로 섬기리라!
피를 뒤집어 쓴 괴인은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음을 토했고, 푸른 번개가 대지의 심장을 꽂히면서 괴인의 육신은 폭죽처럼 터져 버렸다.
아아...... 자욱한 피안개!
피안개가 순식간에 천지간을 뒤덮으며 그때 하늘은 뒤흔들리고 드넓은 공간은 쩍쩍 균열이 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는 가슴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푸른 새벽이었다.
냉검상은 침상에서 벌떡 상체를 일으킨 채 전신에 흥건하게 젖어 있는 식은 땀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이상한 꿈이다...... 이상한 꿈이야......)
왜 그런 괴이한 꿈이 꾸어지는 것일까?
묵지근한 머리를 흔들며 냉검상은 침상머리에 얌전하게 놓여져 있는 미인혈을 바라보았다. 조금 열린 창틈으로 새벽의 선뜻한 바람이 그의 이마를 스쳐가고 있었다.
* * *
발목을 적시는 이슬이 싱그럽다.
동천(東天)에서 번져오기 시작하는 여명은 위대한 정복자처럼 어둠을 몰아내고 있었다.
냉검상은 침상에 앉아 한동안 꿈에 대해 생각하다가 복잡한 상념들을 떨칠 길이 없어 새벽 산책을 나온 것이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깊은 잠과 꿈에 취해 있을 시간, 대자연은 조용히 살아나고 있었다. 새벽의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면서 냉검상의 머리 속은 내내 복잡하기만 했다.
결코 꿈은 우연하게 꾸어진 것은 아니었다. 필연이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자신이 그런 꿈을 꾸어야 한단 말인가? 꿈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냉검상은 손에 들고 나온 미인혈을 내려다 보았다.
(삼천(三天)이란 어떤 인물들인가? 분명 삼천이 죽이려 했던 인물은 미인혈을 만든 인물일 것이다. 그리고 그와 나는 깊은 관계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맺어져 있을 것이다.)
대충 짐작되는 점이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냉검상에게 인식되는 것은 없었다.
(이 칼에 일천 미녀의 영혼이 저주를 품고 잠들어 있단 말인가?)
이 말을 떠올리자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냉검상은 잠시 미인혈을 바라보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천천히 칼을 뽑았다.
투명한 칼날이 요요한 빛을 뿌리며 드러나고, 칼면에 새겨진 미인의 미소가 냉검상의 눈에 꽉 차 들어왔다. 칼면의 미인을 보면서 냉검상은 한 여인을 떠올렸다.
(호사연......)
혈문의 적통을 이어받은 호사연은 어째서 미인혈에 새겨진 여인과 똑같은 모습일까?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 냉검상의 뇌리를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켜놓기만 했다. 냉검상은 길게 심호흡을 하면서 상념들을 털어 버렸다.
하늘을 올려 보았다.
여명의 빛은 세상을 깨우며 하늘을 덮어가고 있었다.
하늘을 보면서 냉검상은 불현듯 가슴을 차고 오르는 한 가닥 호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내 무공은 근간에 놀랍도록 증진되었다. 항상 충만하게 느껴지는 내공이면 미완성이었던 나머지 이초식의 도법을 펼치는 것도 능히 가능할 것이다.)
냉검상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대자연을 향해 느릿하게 미인혈을 들어올렸다.
이제까지 눈 앞에서 수평으로 펼치던 자세가 아니었다. 양미간을 중심으로 칼 끝을 맞춘 수직의 자세였다.
(내공은 마치 끊임없이 도도하게 흐르는 대하(大河)의 줄기와 같고 내 정신은 은하처럼 빛난다.)
냉검상은 서서히 미인혈에 내공을 주입시켰다. 냉검상의 영혼이 스며든 미인혈은 여명보다 밝은 광채를 사위에 흩뿌리고......
실로 느린 듯하면서도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미인혈은 앞으로 뻗어지고 있었다.
슈우우!
순간,
착각이었을까? 칼이 내뻗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물들이 엄청난 흡력에 빠진 듯 미인혈로 빨려드는 듯한 느낌은......
아아! 주위의 경물들 뿐만 아니었다.
슈우우우!
내뻗어지는 칼날에 거대한 산(山)이 그대로 딸려와 그대로 쪼개지고, 하늘이...... 아니 거대한 우주 전체가 그대로 속절없이 딸려와 파멸되고 부서지고 있었다.
번쩍! 버- 언- 쩍!
빛(光). 한 순간 극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지상의 모든 것은 빛의 세계 속에서 녹아 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온 천지간을 빛으로 물들였던 광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자 냉검상이 고요한 자세로 미인혈을 수직으로 세우고 서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변한 것은 없었다. 애초에 검법을 펼친 것은 무한한 공간이었으니까.
하나 무변(無變)은 만변(萬變)이고, 만변(萬變)은 또한 무변(無變)이라. 한 순간 미인혈이 연출해 낸 그 무서운 파괴성과 초자연적인 장엄성은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대지가 숨을 죽인 듯한 정적이 찾아왔다.
한동안 고요한 자세를 유지하던 냉검상의 얼굴에는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고, 그는 조용히 미인혈을 거두어 칼집에 넣었다.
그때였다.
"무서운 도법이군요."
새벽의 찬공기를 흔들며 냉정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냉검상은 검미를 살짝 찌푸리며 돌아보았다. 혁련월의 모습이 보였다. 헐렁한 마의에 자신을 극도로 절제한 고행자와 같은 모습으로......
냉검상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나는 남이 숨어서 보는 것 따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혁련월은 차갑게 내뱉았다.
"오해하지 말아요. 새벽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치 않게 구경하게 된 것 뿐이니까."
"그럼 그냥 지나치면 될 것이지 무슨 이유로 내 앞에 나타난 것이냐?"
혁련월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리고는 일말의 승부욕으로 타오르는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혁련검호각의 명예를 걸고 당신의 그 도법에 도전하겠어요."
냉검상은 피식 웃었다.
"난 쓸데없이 무공을 겨루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더욱이 계집들 하고는."
순간적으로 혁련월의 짙은 눈썹이 곤두섰다. 그녀는 검을 뽑으면서 외쳤다.
"저번에는 내가 당신을 얕보아 패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 당신의 그 오만함을 내 검으로 꺾을 수 있어!"
냉검상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난 너와 싸운 기억이 없다."
"각오!"
냉검상이 어찌해 볼 사이도 없이 혁련월은 검을 땅으로 늘어뜨렸다가 느릿하게 들어올리는 자세를 취했는데, 그녀의 검에서는 마치 아지랭이와 같은 무형의 기류가 스멀스멀 피어나면서 삼엄한 검광이 서리서리 뻗치기 시작했다.
"!"
검광은 강렬했고, 피어나는 기세는 더욱 더 가중되어 순식간에 혁련월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검 한 자루만이 공간에 우뚝 서 있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검신합일!)
냉검상의 표정이 흔들렸다. 과거 단독과의 대결에서도 검신합일의 경지를 보았지만 지금의 혁련월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극히 초보적인 경지였다. 그러나 혁련월은 여자의 몸으로 완벽한 검신합일의 경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실상 혁련월의 검신합일 경지는 단독보다 약간 우위에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냉검상과 한산의 동굴 속에서 정사(情事)를 하면서 냉검상의 원양진기가 그녀의 체내로 스며들어 그녀의 공력을 가일층 높여 준 것이다. 해서 지금 펼치는 검신합일 지경은 혁련월로서도 의아할 정도였다.
(단독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냉검상은 은근히 긴장했다. 순간, 혁련월이 허공으로 도약했다. 아니 거대한 한 자루의 검이 도약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 혁련월의 당찬 외침이 터져나왔다.
"비천어검!"
슈와왓!
검의 환상이 무섭게 냉검상을 덮쳐왔다. 도저히 피할 방위조차 없는 엄청난 기세였다. 냉검상은 급히 미인혈을 들어 수평으로 칼을 뽑았다.
파앗!
카카캉!
귀청을 찢는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고, 냉검상은 어깨가 불로 지지는 듯이 화끈함을 느끼며 뒤로 물러나야 했다.
피(血)!
혁련월의 비천어검에 의해 수평도법이 깨지면서 그 흔적처럼 어깨에서 피분수가 뿜어져 올랐다. 이때 혁련월은 냉검상의 뒤쪽으로 사뿐히 내려서며 다시 검(劒)의 자세를 잡는 것이었다.
"한낱 계집의 검이......"
냉검상의 두 눈이 이글거렸다. 그 눈빛을 보며 혁련월은 왠지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검에 베어진 어깨의 상처는 믿어지지 않게 아물어 버리고, 냉검상은 이제까지와 달리 도법의 자세를 수직으로 변환시키고 있었다.
"!"
혁련월은 신경세포가 일제히 곤두서는 긴장감을 느끼며 검에 공력을 주입시켰다.
쓰...... 쓰...... 쓰......!
검기가 다시 일어나면서 그녀의 모습을 찬란한 검광 속으로 감추어 버렸다.
그러나 그 순간 분노한 냉검상의 미인혈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슈우우우!
혁련월은 자신과 함께 천지의 모든 것이 미인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착각을 느꼈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인 행동으로 몸을 날리며 극성의 비천어검을 전개하면서 그대로 몸을 날렸다.
슈파팟!
마치 거대한 유성이 불의 꼬리를 달고 날아가는 것처럼 혁련월의 비천어검은 미인혈과 냉검상을 향해 무섭게 뻗어나갔다. 다음 순간,
카캉!
다시 요란한 금속성이 작렬하면서 혁련월의 검은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고, 냉검상의 미인혈은 천지와 함께 혁련월을 양단시킬 듯한 기세로 뻗어나갔다.
"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아니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혁련월은 두 눈을 찢어져라 부릅뜬 채 절망에 찬 탄성을 터뜨렸다. 그때 냉검상이 뻗어낸 미인혈이 몰고온 여세에 휘말린 혁련월은 그대로 날아가 나무등걸에 거세게 부딪쳐 허물어졌다.
왈칵!
더운 핏덩어리를 토해낸 혁련월은 놀람과 당혹, 의아함이 가득찬 눈길로 냉검상을 올려보았다. 냉검상은 극도로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혁련월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져, 졌어요......"
그녀는 휘청거리며 일어나다가 다시 몇 모금의 핏덩이를 토해내고는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냉검상을 바라보면서 더듬거렸다.
"다...... 다시는 영원히 검을 잡지 않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그대로 허물어져 버렸다. 혼절한 것이었다. 냉검상은 잠시 쓰러진 그녀를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걸음을 옮겨 그녀를 부축했다.
"계집......"
냉검상은 축 늘어진 혁련월을 안았다.
* * *
하늘은 잿빛으로 우울했다.
사흘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취옥성의 장군 장손력(張巽力)이 대공자 냉초앙의 명을 받고 이만의 기병과 삼만의 보병을 이끌고, 당산에 진을 치고 사빈성을 공격한 사흘 내내 비가 내렸다.
그러나 냉추렴의 저항은 완강했다. 사빈성의 성문을 굳게 잠그고 무리하지 않게 수비 위주로 대항하니 장손력의 병력이 수적, 질적 우세를 겸하고 있었으나 쉽게 사빈성을 공략할 수 없었다.
싸움은 장기전으로 들어갈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나흘째 밤이 왔을 때, 냉추렴 막하의 가신이며 명장인 초문열이 오천의 수하를 끌고 사빈성을 빠져나와 장손력에게 투항을 하고, 그것을 기화로 장기전의 태세를 보이던 싸움은 싱겁게 끝나게 되었다.
냉추렴은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진 것을 알고 아무도 몰래 사빈성을 빠져나와 한 필의 말에 몸을 의지한 채 도주하게 되었다.
피를 나눈 형제의 우정마저 헌신짝처럼 버리게 했던 야망의 결과였다. 그러나 도주하는 냉추렴의 가슴 속에 야망은 아직 식지 않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거칠고 험한 산길을 택해 냉추렴은 달리고 있었다. 사빈성의 지형이 금천부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터에 그는 한시라도 빨리 취옥성의 영지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채찍으로 연신 말의 엉덩이를 치며 달리는 냉추렴의 마음은 실로 참담한 것이었다.
(냉곡...... 그놈의 계략에 역으로 당하다니.)
생각만 해도 이가 갈리고, 자신의 붕괴가 너무도 허무하게 느껴졌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두고 봐라. 금천부의 우람부 추장에게 몸을 의탁하고, 그와 협상을 맺어 그의 용맹한 군사들을 빌어 이 복수를 하고야 말겠다. 이제 한 가닥 양심으로 지탱해 왔던 형제간의 정(情) 따위는 연연하지 않겠다. 어차피 먹느냐 먹히느냐 하는 것만이 남았을 뿐이다!)
말은 무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냉추렴의 생각으로는 너무도 느리기만 했다.
(취옥성 영지의 삼할을 떼어 준다면...... 우람부 추장도 나의 협상에 거절하지 못하리라. 일단은 취옥성을 정복하고 대권을 잡은 다음 우람부를 적당히 구슬른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냉추렴은 협곡을 빠르게 빠져 나가면서 평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오십 리 정도만 가면 취옥성의 영지를 벗어나 금천부의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단 금천부의 영지로 들어선다면 어느 정도 위험은 없어지는 것이었다.
"이랴!"
채찍을 치며 말의 배를 차서 가일층 냉추렴이 속도를 내는 순간이었다.
돌연히 흐릿한 그림자 하나가 앞을 막았다고 생각되는 순간, 자욱한 피보라와 함께 말대가리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
냉추렴은 대경실색한 표정과 함께 그대로 몸을 날려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며 지면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누가......?)
냉추렴이 고개를 돌릴 때, 흐릿한 그림자는 어느 새 코 앞에 다가와 확인할 사이도 없이 그의 몇 개 마혈을 점해 버렸다. 냉추렴은 졸지에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채 자신을 제압한 인물을 보았다.
"차...... 창곡!"
그렇다. 우뚝 선 채 쉴 새 없이 신형을 흔들어 언뜻 진면목을 알아볼 수 없게 하는 인물은 바로 무영수 창곡이었다.
"냉추렴 공자, 다시 사빈성으로 가 주어야겠소."
혈문을 끌어들인 것은 냉추렴이었다. 냉추렴은 상대가 무영수 창곡인 것을 알자 더욱 의아한 듯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인가, 창곡?"
"크크...... 어차피 우리 혈문은 당신의 세력을 이용하기 위해 당신의 부탁을 듣고 취옥성에 온 것이다. 이제 당신이 무너진 이상 당신은 우리에게 쓸모가 없어."
"이이......"
"당신이 우리에게 제시했던 그 모든 조건과 대가를...... 냉초앙 대공자는 더 이상의 조건들로 우리에게 약속했다."
"배, 배신을!"
"크크...... 형제간에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칼을 겨누는 놈들이 배신이란 말을 낯뜨겁게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때였다.
바람을 타고 황금수 두립이 창곡 앞으로 나타났다. 두립은 냉추렴의 초라한 몰골을 보며 말했다.
"됐어. 놈을 잡았으니 사빈성으로 돌아가자."
"문주는?"
"취옥성에 냉초앙 대공자와 함께 있다."
창곡은 연신 몸을 흔들면서 말했다.
"냉검상의 문제는 어떻게 한다고 하는가?"
"엽풍이 죽은 이상 문주는 더 이상 우리 일을 관여할 자격이 없다. 놈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설사 문주가 말린다 해도...... 놈을 그대로 두지는 않겠다."
두립의 눈이 건조한 빛을 뿌렸다. 그것은...... 살기였다.
"놈의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죽이지 않는다면...... 나 두립의 성을 갈겠다."
창곡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친구의 원혼을 위해 냉검상의 피를 제주로 삼아 무덤에 뿌려줘야 나 창곡의 마음도 풀어질 것이다."
이내 두 사람은 뻣뻣하게 굳어 버린 냉추렴을 어깨에 메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사흘 내내 비 속에서 야영을 하며 사빈성 공략에 힘을 기울였던 장손력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초문열의 투항으로 장기전의 양상으로 보이던 사빈성이 쉽게 공략되었고, 냉초앙이 직접 전서구를 띄워 승리를 치하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냉초앙과 새롭게 손을 잡은 무인들이 냉추렴을 취옥성과 금천부에서 잡았다는 연락을 방금 들은지라, 장손력은 오랜만에 목욕을 하며 한숨 푹 잘 생각이었다. 패배란 비참하고, 승리란 화려한 법. 장손력은 냉추렴의 측근들을 모조리 투옥하고 자신의 병사에게는 술과 고기를 내리고 한 바퀴 돌아본 후에 유쾌한 마음으로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방 안에는 철고독과 얼마나 늙었는지 도대체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노인 한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노인을 본 장손력은 너무도 놀라 표정마저 변할 정도였다.
"외숙부......"
세월의 무상함으로 허리는 굽었고, 주름으로 가득한 얼굴에 죽음처럼 검버섯이 피어난 황의노인. 눈빛만은 형형한 빛을 발하고 있는 이 노인의 이름은 역조기. 장손력의 외숙이며 취옥성의 장로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대장로였던 인물이다. 서출은 절대 취옥성의 성주로 오를 수 없다는 성의 율법을 역설하다가 대공자 냉초앙의 미움을 사서 반 강제로 은퇴를 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 역조기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장손력은 놀라왔다.
더욱이 이곳은 취옥성에서 멀리 떨어진 사빈성이고, 지금 사빈성은 수많은 군사들로 철통 같은 분위기라 역조기가 나타났다면 냉초앙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고, 아니 역조기는 이곳에 들어오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외, 외숙...... 여긴 어떻게?"
역조기는 침통한 얼굴로 노인답지 않게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극히 중대한 일이 있어 너를 찾은 것이다."
장손력은 흘깃 역조기의 옆에 있는 철고독을 보았다. 화강암처럼 단단하고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철고독의 존재가 무척이나 의아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역조기는 창노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장군, 이 늙은이는 오늘 생명을 걸고 이곳에 온 것이네."
"!"
평소에 사용하지 않은 장군이란 칭호와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외숙,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역조기는 대뜸 품에서 서슬이 시퍼런 비수를 꺼내었다.
"오늘 일이 잘못 된다면 장군과 나는 이 자리에서 함께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네."
이렇듯 비장하게 말을 하는 역조기의 태도에 장손력의 표정은 싹 굳어 버렸다.
(심상치 않다. 더욱이 외숙께서 노구를 이끌고 이곳까지 몰래 잠입할 정도라면!)
장손력은 일단 의자에 앉으면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역조기는 칼을 든 채 비장한 어조로 외쳤다.
"냉초앙에게서 손을 떼게."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장손력은 크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난데없이 주군으로 모시는 냉초앙을 버리다니......
"냉초앙은 돌아가신 서평왕 전하의 서출이네. 절대 취옥성주에 오를 자격이 없어. 또한 편법을 써서 성주의 직위를 차지한다 해도 성상으로부터 왕위의 인가를 받을 수 없네."
"그럼 누가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까? 어차피 취옥성의 성주 자리를 비워둘 수만은 없는 일이 아닙니까, 외숙?"
장손력의 표정이 약간 풀어졌다. 역조기의 말은 예전에 대장로에서 은퇴하기 전에 했던 주장이 되풀이 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조기는 흰서리가 내린 듯한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을 받았다.
"서평왕 전하의 적출인 냉검상 공자께서 살아계시다면 자격이 충분하지 않나?"
"!"
장손력은 역조기가 칼을 빼들 때보다 더욱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내...... 냉검상 공자께서 생존해 계시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네."
장손력은 벌떡 일어났다.
"음모입니다! 외숙께서는 지금 누군가에게 속고 계시는 것이 아닙니까? 어떻게 냉검상 공자가......"
"살아계시냐는 말이겠지? 그 분은 분명 살아계시네."
"마...... 말도 안되는 소리!"
이때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철고독이 장손력의 앞으로 다가오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장손형! 대장로님의 말씀은 진실이네. 하나의 거짓도 없는 진실......"
"다, 당신은?"
철고독은 희미하게 웃었다.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나? 십 오 년 전...... 취옥성의 군사훈련을 잠시 맡았던 무군교위 철고독을!"
장손력은 눈을 껌벅거렸다.
"다, 당신이 바로 그 엄했던 철교위......"
역조기가 말했다.
"장군, 이 늙은이는 평생 정도를 벗어난 일을 행한 적이 없고, 거짓을 말한 적이 없네. 분명히 냉검상 공자께서는 살아계시네."
장손력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머리가 혼란스럽고 뭔가 복잡하게 잘못 뒤엉켜 있는 기분이었다.
"즈, 증거가 있습니까?"
"장군, 이 늙은이가 어릴 적부터 키우다시피한 분이네. 서출보다 적출이 늦게 태어나 이 늙은이가 냉검상 공자를 얼마나 애지중지했는지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외숙의 기억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역조기의 눈이 빛났다.
"그럼...... 성주께서 적출이신 두 분 공자께 하사하신 취옥쌍패를 기억하나? 그 분은 그 두 개를 모두 지니고 계시네."
"!"
그 말을 듣는 순간 장손력의 얼굴은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게 창백하게 변하고 있었다.
* * *
냉검상은 며칠째 침묵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창가에 앉아 밖의 풍경을 보며 견고한 고독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
애소군은 냉곡과의 사건 이후 줄곧 냉검상의 거처에서 머물렀다. 지금 그는 며칠 전 갑자기 냉검상이 안고 들어온 혁련월의 상처를 돌봐 주고 있었다.
혁련월의 상처는 심한 편이었으나,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
애소군은 여자의 본능으로 혁련월과 냉검상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욱이 냉검상이 본능을 잃고 있을 때 혁련월을 안고 사라지는 것을 똑바로 목격까지 했지 않은가? 그러나 냉검상의 성격을 알기에 혁련월에 대해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함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냉검상은 철저하게 침묵했고, 간간이 고요한 두 눈 깊은 곳에서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불꽃만이 일어날 뿐이었다. 애소군과 가끔 눈이 마주치지만 그때마다 찬바람이 쌩쌩 날 정도로 외면하고 하는 것이었다.
내 탓이야!
모두 내 탓이야!
그럴 때마다 애소군은 심한 자책감이 휘몰아쳤다.
냉검상이 그렇다면 혁련월이라도 말이 있어야 할 텐데 이건 막상막하였다.
혁련월은 과거 고행자와 같은 극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정신과 육체의 모든 것을 탕진해 버린 모습으로 공허하게 빈 공간만 응시할 뿐이었다.
혁련월에게 탕약을 먹여 주고, 애소군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서책을 잡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돌연히 문이 부서질 듯 거칠게 열리면서 준수한 청년 하나가 모습을 나타냈다. 천탁의 마왕 사루후의 아들 사라한이었다.
사라한은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는 침상에 앉아 있는 혁련월을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냉검상을 지나치면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장 혁련월에게 가는 것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사라한은 줄곧 혁련월을 찾아 선유원을 뒤졌고, 우연치 않게 혁련월이 냉검상의 거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곧장 뛰어 온 것이었다.
혁련월의 앞에 우뚝 선 사라한은 그녀의 안색이 창백한 것을 보고 심한 내상을 입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사라한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누가 소저를......"
혁련월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예요."
"!"
혁련월은 당혹해 하는 사라한을 가만히 응시했다. 어쩌면 자신의 남편이 됐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쩔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고, 아껴 주는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든 것이 불가능해졌고, 타인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는 사라한이었다.
사라한은 불현듯 고개를 돌려 자신을 의아스럽게 바라보는 냉검상에게 물었다.
"자네가 그 유명한 천산마도(天山魔刀)인가?"
"......"
"혁련소저가 상처를 입은 것을 자네와 관련시켜 생각해도 무방한가?"
"무방하다."
사라한의 관자놀이가 실룩했다.
"자네가 상처를 입게 했는가?"
"부정하지 않겠다."
"놈, 용서치 않겠다!"
누가 말릴 사이도 없었다. 사라한은 성난 범이 덮치듯이 냉검상을 향해 벼락같이 일장을 후려갈기는 것이었다.
"!"
냉검상은 피하지 않고 사라한의 공격을 그대로 맨 몸으로 받아 내었다. 당연히 사라한의 장력은 퍽! 하는 둔탁한 음향과 함께 가슴에서 작렬했다.
냉검상은 허리를 크게 휘청였지만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단지 안색만이 약간 창백하게 변했을 뿐이었다.
그러한 모습에 사라한은 크게 놀란 기색이었다. 만 근의 경력이 실린 자신의 장력을 맨 몸으로 받아내리라곤 상상하지 못했고, 더욱이 장력에 맞고도 끄덕하지 않는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은 오히려 사라한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놈! 알량한 재주로 나를 놀리는 거냐?"
고함을 지르며 사라한은 재차 냉검상에게 덮쳐갔다. 그때였다. 창문을 통해 한 인물이 유령처럼 날아오면서 덮쳐오는 사라한을 향해 그대로 손을 뻗는 것이었다.
한데,
들이닥친 인영의 손이 마치 고무줄 늘어지듯이 쑤욱 늘어나면서 그대로 사라한의 손바닥을 쳐내는 것이 아닌가?
퍼펑!
술취한 듯 비틀거리며 세 걸음이나 밀려난 사라한은 경악성을 터뜨렸다.
"토, 통비신수!"
사라한을 막고 나타난 인물은 바로 담사우였다. 담사우는 매서운 눈길을 빛내며 소리쳤다.
"네가 천탁의 마왕 사루후의 아들이냐?"
"넌 누구냐?"
사라한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담사우는 싸늘하게 다그쳤다.
"건방진 놈! 배분으로 치면 넌 나의 조카뻘이다. 이것을 보면 내가 누군지 알 것이다."
담사우는 소매 속에서 자색이 은은하게 감도는 침 하나를 꺼내 보였다.
"단봉침! 다, 당신은...... 담사우."
"그렇다. 널 해칠 수도 있다.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사루후라면 몰라도 넌 내 적수가 아니다."
사라한의 표정이 휴지처럼 일그러졌다. 그는 몹시 떨떠름한 얼굴로 담사우와 냉검상을 보더니 혁련월에게 말했다.
"혁련소저 갑시다. 이곳은 더 이상 소저께서 머물 곳이 아니오."
혁련월은 공허한 눈길로 사라한을 응시하다가 허허로운 웃음을 흘렸다.
"난 갈 수 없어요. 사공자, 우리의 일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해 주세요."
"혁련소...... 저!"
혁련월은 사라한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사라한은 당혹한 표정으로 어쩔 줄을 모르더니 냉검상과 담사우를 보며 이빨을 바드득 갈아붙였다.
"언제고 간에 오늘의 일을 잊지 않고 갚아줄 것이다!"
말과 함께 사라한은 몸을 돌려 쫓기듯 방을 빠져 나갔다. 담사우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어리석은 놈!"
이때 애소군은 어느 새 냉검상의 앞을 서성이며 사라한에게 맞은 장력이 걱정되는 기색이었다. 담사우는 고개를 돌려 냉검상을 보며 담담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본인이 이렇게 불시에 나타난 것은 사과드리겠소. 실은 냉형에게 진실로 사죄할 일이 있어 찾아온 것이오."
"......"
냉검상은 무심한 표정으로 담사우를 응시했다. 담사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나는 냉형이 철포단비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천사굴의 인물로 착각했소. 과거 천사굴과 우리 가문과는 풀지 않은 은원관계가 있어 냉형에게 나쁜 마음을 먹은 것이오. 하지만 요즘들어 냉형이 천사굴의 인물이 아니란 것을 알고...... 내 마음이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인가를 깨닫고 있소이다."
"......"
"그 동안 냉형에게 몇 가지 실수했던 점을 진실로 사죄하는 바이오."
담사우는 사과의 말과 함께 정중하게 포권지례를 취했다. 그러나 냉검상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담사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오해가 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가볍게 한숨을 흘려내었다.
"그럼 이만 돌아가겠소이다."
담사우가 몸을 돌리려는 순간 냉검상이 입을 열었다.
"이봐, 담사우."
"......?"
"혹시...... 삼천(三天)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순간적으로 담사우의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흠칫 몸을 떨었다.
"사, 삼천이라니......"
냉검상은 차갑고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
"삼천은 삼인(三人)의 한 인간을 가리킨다. 한 사람은 정사제일령...... 또 한 사람은 천수(千手), 천목(千目), 천인(千人)이라는 천인혼, 다른 한 명은 손에 검은 용을 들고 있는 흑룡겁이라고 한다."
"!"
말을 듣는 담사우의 표정은 더욱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문득 담사우의 뇌리 속에 냉검상의 몸에서 뻗어지던 칠채의 서광이 떠올랐다. 그리고 죽은 조부의 마지막 예언도 함께 떠올랐다.
-죽음과 파멸의 시간이 올 것이다.
칠채서광을 발하는 인간이 등장하면, 삼천(三天)의 후예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때 천하는 피의 풍운이 몰아칠 것이니, 천탁(天卓)의 맥은 그때 끊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담사우는 가늘게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는 신음처럼 외쳤다.
"드, 들은 바 없소."
* * *
밤이 깊어지면서 냉검상은 옆방으로 건너왔다.
혁련월이 상처를 입고 냉검상의 거처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임시로 침실로 쓰는 곳이었다.
애소군은 마치 정숙한 아내처럼 술상을 간단하게 차려 냉검상의 침실로 들어왔다. 그러나 냉검상은 여전히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둔 채 묵묵히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조심스럽게 과일을 깎아놓고 안주 거리를 젓가락으로 먹기 좋게 뒤척이는 애소군의 눈길은 내내 냉검상을 쫓고 있었다. 그러나 냉검상은 애소군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철저한 침묵 속에 있는 것이었다.
그 침묵은 애소군에게 고통이었다.
아니 형벌과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냉검상의 의도를 모르는 채 냉곡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 것을 무척 죄스러워 했고, 그 잘못을 냉검상에게 빌고 싶었지만 너무도 깊은 침묵 때문에 입도 열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냉검상의 침묵하는 것은 다른 이유였다.
첫째, 냉곡이 중상을 입고 취옥성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냉검상 자신에 의해 감금된 이후, 형제간의 대한 지극한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야망이라는 이름 하에 비록 어머니는 다르나 한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현제간에 칼을 겨누어야 했고, 그 결과 머나먼 북방에서 죽어간 동생 유림을 생각하면 더욱 더 큰 슬픔이 느껴졌다.
차라리 이 취옥성으로 오지 않았으면 모르겠으나, 이곳에 있는 이상 그 슬픔은 아픔의 상처로 변해 더욱 냉검상의 마음을 우울하게 했고, 이복형들에 대한 원한은 더욱 사무치기만 했다.
애소군과 몇몇 취옥성의 노가신들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암암리에 취옥성의 성주로 자신을 택하려는 움직임을 알고 있으나 그런 권력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차라리 자신과 동생 유림을 쫓아낸 이복형제들 간에 우의좋게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면 이처럼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은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괴이한 꿈을 꾸고 난 뒤부터 줄곧 냉검상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삼천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삼천은 과연 누구인가?
또한 미인혈을 만든 것으로 추측되는 단천양이란 인물과 삼천은 어떤 원한으로 맺어져 있는가? 피를 나눈 형제간의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과 악마의 화인처럼 뇌리에 남아 있는 암울한 꿈의 그림자가 내내 냉검상을 침묵하게 하는 것이었다.
형제의 일은 허무를 느끼게 했고, 꿈의 기억은 냉검상의 뇌리를 극도로 혼란하게만 했다.
냉검상은 머리 속을 복잡하게 스쳐가는 사념들을 지워 버리기라도 하려는 듯이 술잔을 들어 단숨에 목구멍으로 털어넣었다. 그러자 애소군은 불안한 눈길로 힐끗 보고는 조심스럽게 술을 따랐다.
다시 냉검상이 거푸 술잔을 들이키려는 순간 애소군이 가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아까...... 담사우에게 삼천(三天)에 대해서 물으셨지요?"
"!"
방으로 들어와 처음으로 냉검상의 시선이 애소군에게 향했다.
"삼천을 아나?"
"조, 조금......"
순간 냉검상은 쏘는 듯한 눈길로 애소군을 바라보았다.
(제, 제발......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좋아요. 아니 가식이라도 좋으니 제발...... 따스한 눈으로 나를 봐줘요.)
냉검상의 차갑고 싸늘한 눈길은 애소군의 눈에 뽀얀 물기를 어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냉검상은 그런 애소군을 의식하지 않고 물었다.
"아는대로 이야기를 해 봐."
애소군은 고개를 떨군 채 기어 들어가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삼천은...... 춘추 전국시대에 활동한 무림의 신화적인 인물들을 말해요."
(기인들?)
냉검상은 미간을 오므리며 물었다.
"그들은 각기 어떤 인물들이지?"
"그들은......"
고개를 떨군 채 애소군이 머뭇거렸다. 냉검상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봐, 무슨 죄를 졌다고 그렇게 어물해 있어? 고개를 들고 말을 해."
"예......"
애소군은 다급하게 대답을 하고 말을 잇기 시작했다.
"삼천은 그 시대에서도 마치 불가침의 성역과 같고,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신(神)과 같은 존재들이었어요."
"......"
인간이면서 신(神)이라 불릴 수 있는 인물들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란 말인가?
"그들의 이름은 아무도 알지 못해요. 세상 사람들은 단지 그들을 정사제일령(正邪第一靈), 천인혼(千人魂), 흑룡겁(黑龍劫)이라고 부를 뿐이예요."
꿈에서와 똑같이 애소군의 입에서 재현을 하는 삼천의 존재.
정사제일령!
천인혼!
흑룡겁!
애소군의 말은 차분하게 이어졌다.
"그들 삼천의 훗날 이야기는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어요. 단지 그 이후 백 년의 세월이 지나고, 천하를 뒤흔드는 여덟 명의 고수들이 스스로를 정사팔정이라 칭하면서 등장했는데, 바로 정사팔정이 삼천의 하나인 정사제일령의 무공을 이어받았다는 사실만이 유일하게 전해지고 있어요."
(정사팔정이...... 정사제일령의 후예?)
냉검상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애소군은 냉검상을 살짝 올려보고는 말했다.
"이것이 제가 아는 모든 거예요."
"누구에게 그런 말을 들었지?"
"사, 사부님......"
냉검상은 멈칫했다.
"그래...... 너의 사부가 한송이라고 했던가?"
"예......"
냉검상은 애소군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냉검상의 표정은 화강암처럼 굳어 있었다. 애소군은 갑자기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느껴야 했다.
(내가...... 말을 잘못 했나?)
애소군은 냉검상의 굳어진 얼굴을 보며 이상하게도 북경의 당소완이 떠올랐다. 그 도도한 북경제일의 미녀를 품겠다고 호언장담하며 처음 나타났던 냉검상. 당소완의 얼굴이 지워지면서 혁련월의 얼굴도 떠올랐다. 아니 많은 여인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그녀의 뇌리 속을 어지럽게 맴돌며 지나갔다.
수많은 여인들이 냉검상의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그녀들이 냉검상의 마음을 빼앗거나 냉검상을 독점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애소군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그 소외된 여인들 중에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휘몰아쳤다.
(과거...... 서평왕 전하와 아버님께서 약속하신 것이 지금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
갑자기 알 수 없는 슬픔이 애소군의 가슴에 치밀어 올랐다. 눈물이라도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그대로 침묵하는 냉검상을 앞에 두고 초라하게 앉아 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애소군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조용히 일어섰다.
그때였다.
"애화!"
몸을 일으켜 반쯤 돌린 애소군의 뒷덜미로 냉검상의 담담한 음성이 울렸다.
(애...... 화?)
갑자기 애소군은 전신이 경직된 느낌이었다. 애화라는 이름은 북경의 도박장에서 자신을 냉검상에게 처음으로 소개한 이름이 아닌가? 슬픈 꽃이라는 이름...... 그 이름을 냉검상이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어 그녀의 귓전으로 냉검상의 담담한 음성이 파고 들었다.
"옛날 너와 난...... 어른들에 의해 약속으로 맺은 사이라고 했었나?"
애소군의 음성은 떨려서 나왔다.
"그...... 그건!"
"넌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애소군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지난 일이예요. 과거에 연연하여 매달리기는 싫어요."
"내 물음은 그런 뜻이 아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내가 너를 원하면 너 역시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
애소군은 자신의 귀가 의심스러웠다. 냉검상이 내뱉은 말을 혹시 거꾸로 듣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방금 냉검상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지, 지금...... 뭐라고 하셨지요?"
애소군의 가슴은 떨리고 있었다. 냉검상은 정확한 음성으로 대답을 했다.
"과거의 약혼이 유효하느냐고 물었다."
"!"
휘청!
애소군은 허리를 휘청이며 현기증이라도 나는 듯이 가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약혼...... 약혼이 유효하냐고요?)
분명히 확고하고도 믿어지지 않는 말이었다.
"지, 지금 또...... 저를 놀리시는 건가...... 요?"
"난 농담 따위를 즐기지 않아."
"아!"
애소군은 사지백해의 힘이 스멀스멀 빠져나가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몸은 냉검상을 향해 빙글 돌아섰고, 냉검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에서는 격렬한 감정의 광휘처럼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지, 진심이신가요?"
냉검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
다시 한 번 가슴이 크게 떨렸다. 그리고 그 순간 애소군은 이미 서 있지 않았다. 그대로 냉검상의 가슴을 향해 뛰어들고 있었다. 그리고 냉검상의 널찍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격렬한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애소군의 눈물이 가슴을 적시는 것을 느끼며 냉검상은 그녀의 등을 토닥거렸다.
한동안 울음을 터뜨리던 애소군은 기쁨에 가득찬 표정으로 냉검상을 올려보았다.
"서, 설마...... 꿈은 아니겠지요?"
"그래."
냉검상은 손으로 가파르게 각이 진 애소군의 턱을 쳐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너에게 나의 분신을 원하고 있다."
눈물이란 놈은 기뻐도 하염없이 흘러나오는 법이다. 애소군은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이 부끄럽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꺼이...... 소군은 기꺼이......"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두 사람의 입술은 바싹 밀착되고 있었으니까.
애소군은 냉검상의 목을 바싹 조이며 열정적인 입맞춤에 동조를 했다. 그리고 흐르는 눈물 속에서 맹세하듯 외쳤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방 안을 아슬하게 밝히고 있는 불 하나가 소리도 없이 꺼졌다.
그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태초의 모습처럼 가릴 것이 없이 순수한 모습으로 변했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냉검상은 작고 아담한 애소군의 몸을 품었다.
이미 냉검상이란 사내를 경험한 애소군의 여체는 조심스럽게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이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다.
뜨거운 정사(情事)였다.
아니 그것은 사랑을 확인하는 성스러운 의식이었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길고 격렬한 애정의 확인 속에 애소군의 몸은 마치 해파리처럼 늘어져 있었다.
고른 숨결과 함께 잠들어 있는 애소군의 표정은 행복함이 충만되어 있었다. 어둠 속에서 가만히 애소군의 잠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냉검상은 가만히 그녀의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넌 누구보다도 강한 여자다. 나는 너를 볼 때마다 느낄 수 있었지. 네 몸에서 태어날 아이야말로 가장 나를 닮을 것이고, 또한 너만이 그 아이를 나답게 키울 것이라는 것을......)
냉검상은 흐뜨러진 머리칼을 쓸어 주었다.
(미안하다, 애소군.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 가지 있다. 너에 대한 내 감정이 틀림없이 있다는 것이다.)
냉검상은 조심스럽게 침상을 빠져나와 의복을 걸치고 방을 빠져나왔다. 한 바탕 밤바람이라도 맞이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전각을 빠져나오던 냉검상은 문 앞에 육중한 그림자 하나가 숙명처럼 고독감에 젖은 채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철고독이었다.
철고독은 마치 냉검상이 나오기를 기다렸기라도 한 듯이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무심한 표정 위로 한 순간 떠오른 웃음은 왠지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공자...... 언제고 둘이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밤은 운이 좋은 것 같소."
"나 역시."
"공자는 이제 내가 누군지 알 것이오."
"물론. 처음 보았을 때는 조금 의아했지만 나는 알 수있었어. 철고독, 그래 내 어린 시절에 무공을 가르쳐 주고...... 고약하게도 군자패의 놀음까지 가르쳐 주었던 무군교위 철고독!"
"하핫! 십여 년이 지났지만 공자는 조금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소."
철고독은 웃음을 터뜨리며 격동으로 냉검상의 손을 힘있게 쥐었다. 냉검상 역시 마주잡은 손에 사내와 사내만이 느낄 수 있는 우정의 뜨거움을 불어넣었다.
(그래...... 사람은 이렇게 헤어지고 만나는 것이야.)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였다.
왠지 이제까지의 우울함을 한 순간에 털어 버릴 수 있는 밤이었다.
첫댓글 잼 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