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이달균
그 성당 종지기 영감이 죽었다
말없이 종만 울리다 간 사람은
가슴에 무슨 말들을 여미며 살았을까
종각 옆 광목빨래처럼 펄럭이던 한 생애
당신의 이빨빠진 웃음도 내 유년도
한 장의 낡은 사진처럼 붙박혀 남았을 뿐
낙타
이달균
등짐이 없어도 낙타는 걷는다
고색한 성채의 늙은 병사처럼
지워진 길 위의 생애, 여정은 고단하다
생을 다 걸어가면 죽음이 시작될까
오래 걸은 사람들의 낯익은 몸내음
떠나온 것들은 모두 모래가 되어 스러진다
모래는 저 홀로 길을 내지 않는다
동방의 먼 별들이 서역에 와서 지면
바람의 여윈 입자들은 사막의 길을 만든다
낙타는 걸어서 죽음에 닿는다.
삐걱이는 관절들 삭아서 모래가 되는
머나먼 지평의 나날 낙타는 걷는다.
저무는 가내공업 같은 내 영혼의 한 줄 시
이달균
그래도 나는 쓰네 손가락을 구부려
떠나는 노래들을 부르고 불러 모아
저무는 가내공업 같은 내 영혼의 한 줄 시
첫댓글 그래도, 그래도 나는 부르려네
잘 들어주지 않는 내 영혼의 노래 한 줄.
예술혼이 깃든 것은 다 그렇지만, 시야말로 '가내공업' 같은 것 참말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