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은 난리가 났다. "곤륜이 벌써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다니. 허, 그 곤륜 이......" "그것만이 아니지요. 처음의 작은 전투를 이긴 것을 제외 하면 모든 전투에서 패배했습니다. 특별히 병력 수가 부족한 적도 없었는데 그런 전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역시 마교입니다. 마뇌가 없는 상황에서도 압도적인 전투 력을 기반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그것도 본대는 구경도 못해본 상태에서요. 그자들은 작전이고 뭐고 필요가 없을 정 도로 강합니다." "그런 자들을 상대로 어찌해야 할지......" 장로들은 싸우기도 전에 기세에서 지고 있었다. 그들은 마 교가 쳐들어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가 잔뜩 죽은 상태였 다. "그것만이 아니지요. 남궁세가가 이번에 크게 당했다고 합 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사황성의 정예에게 당한 것도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사파들에게 당했더군요." "사파에서 워낙 많은 놈들이 동원되어 출동한 남궁세가의 무사들로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지금 남궁세가는 본진을 지키는 데 집중하느라 안휘의 사정에 함부로 개입하 고 있지 못합니다." "그것 때문에 안휘의 정파들이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큰일입니다. 사황성의 사파 놈들, 수가 너무 많아요. 얼마 나 많은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들 죽어가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를 참관하 고 있던 북해빙궁주는 오히려 신이 났다. "하하, 그것 보라고. 내가 약해서 진 게 아니야. 마교 그놈 들이 워낙 강해야 말이지. 더구나 천마 그놈의 무공도 나보다 반의반 수 정도 높더라고. 내가 마교가 아니라 숫자만 내세우 는 사황성을 먼저 쳤으면 지금쯤 매일 승전보를 날리고 있었 을 텐데. 아쉽군, 아쉬워." 남만독곡 곡주가 즉시 반발했다. "허어. 북해에서 사황성을 우습게보시는군. 내 겨뤄보니 혈마도 천마 못지않더란 말이오. 더구나 그놈들은 워낙 개 떼 처럼 밀려드니 아무리 죽여도 끝이 없더라고. 나는 그놈들을 죽이다가 지쳐서 잠시 후퇴했지만 북해라면 그럴 수 있었을 까?" 북해빙궁주가 인상을 썼다. "더운 곳에서 오래 살더니 더위를 먹었나? 지금 나 들으라 고 하는 소리요?" 남만독곡 곡주도 딱히 꿀릴 것은 없다. "추운 곳에서 오래 살더니 뇌가 얼어버렸나? 시작을 누가 먼저 했는데?" 북해빙궁주가 벌떡 일어섰다. "이자가! 한번 해보자는 거냐!" 곡주가 눈빛에 녹색 기운을 뿌리며 일어섰다. "가뜩이나 우리 둘 중 누가 더 센지에 대해서 말이 많다는 소리가 들리더군. 이 기회에 내가 더 강함을 공식적으로 증명 하는 것도 좋겠지." 그 둘이 으르렁거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말릴 수가 없었 다. 둘 다 무림맹을 도와주러 온 신분이다. 그들이 거느린 병력 은 한바탕 깨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막강하다. 잘못 말렸다 가 그들이 자기네 고향으로 돌아가 버리면 뒷감당을 할 수 없 다. 그래서 다들 말도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주유성이 소리를 빽 질렀다. "시끄러워요!" 두 사람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북해빙궁주가 변명했다. "주, 주공자,주 공자도 들었겠지만 저자는 감히 우리가 사 황성에게 질 거라는 망발을 먼저......" 독곡 곡주가 얼른 그 말을 끊었다. "왕이시여! 싸움은 저 얼음 덩어리가 먼저 걸었습니다!" 주유성이 짜증을 냈다. "둘 다 그만두지 못해요? 지금 사람들이 마교나 사황성한 테 겁먹은 거 안 보여요? 이런 사람들 앞에서 그놈들 세다는 소리나 열심해 해대고, 아군끼리 싸우려고나 하고. 둘 다 적 의 첩자예요?" "어, 허허. 주 공자, 서운하이. 첩자라니. 설마 내가 그럴 리가 있는가?" "왕이시여, 억울합니다!" "그럼 두 분 다 닥치고 앉아요!" 북해빙궁주와 남만독곡주가 입을 닥치고 조용히 자리에 앉 았다. 계속해서 마교의 무서움을 이야기하던 장로들도 입을 닫 았다. 모두 무림 초유명 무인이다. 누구에게 겁먹었다는 소리 를 들으면 자존심이 상한다. 그리고 주유성의 말을 듣자, 자 기들이 겁먹은 듯이 행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유성의 말 몇 마디에 분위기가 적극적으로 바뀐 것을 눈 치 챈 취걸개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커험. 지금 중요한 것은 일단 마교부터 어떻게 막아야 할 지가 아니겠수? 사황성은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마교 놈들은 바로 여기를 향해서 똑바로 진격하고 있단 말이오. 다들 좋은 의견이나 내라고 했더니 우는 소리들이나 하기는. 무림명들 이 아깝군. 쯧쯧쯧." 푸념을 하던 몇몇 장로들의 얼굴이 빨개졌다. 적당한 분위기가 잡히자 무림맹주씩이나 되는 검성이 뒤 늦게 나섰다. "자자, 여하튼 마교가 쳐들어오고 있는 것은 현실. 누가 제 발 놈들을 막을 방법 좀 내놓아보시오." 무림맹의 공식 군사는 제갈고학이다. 이제는 주유성의 명성 에 눌려 유명무실해졌지만 명색이 군사인 그가 먼저 의견을 내놓았다. "사황성 놈들이 개돼지 떼처럼 뿌려놓은 무사들이 너무 많 습니다. 그놈들의 압력 때문에 현재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는 자기네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 리 쪽으로 주력 전투 부대를 보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 는 무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취걸개가 투덜댔다. "나쁜 놈들. 마교가 쳐들어오고 있는데 정사대전을 일으키 다니. 그래도 다행히 유성이가 노새성자임이 밝혀져서 여러 군소정파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잖은가. 거기에 더해서 북 해와 남만, 남해의 지원 병력이 모두 이만 사천이지. 이만하 면 작은 전력이 아니야." 주유성에 대한 칭찬이 나오자 제갈고학의 얼굴이 살짝 일 그러졌다. "군소정파가 지원을 선언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사황성에게 길목이 차단된 상황입니다. 정작 여기까지 온 무사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허, 그래도 만 명이 넘어. 그 수가 작다고는 절대로 못 하지. 만 명이면 마교 놈들과 같은 수라고. 우리가 그 전력을 적절히 사용하기만 하면 큰 도움이 될 거야." "천마가 이끄는 만 명이 마교 무사의 전부라고 볼 수는 없 습니다. 지금 데려온 자들의 수가 많이 줄어들면 신강의 마교 본거지에서 추가로 무사들이 기어나오지 모릅니다. 우리는 마교의 총 전력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제갈고학의 말에 사람들이 질린 얼굴로 변했다. 그들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직접 듣고 나자 겁이 와락 났다. 분위기를 자기 쪽으로 끌었다고 생각한 제갈고학은 기분이 좋았다. 그는 기분이 더 좋아지고 싶다. "주유성 소협이 그렇게 엄청난 적들을 우리가 다 격파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그에게 얼마나 좋은 의견이 있는지 한번 들어나 보고 싶습니다." 제갈고학의 어투에서 자신에 대한 불만을 읽은 주유성은 만족했다. 이건 그가 의도한 모습이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나오라고.' "물론 좋은 방법이 있지요. 이건 너무 당연한 방법이라 군 사질 해먹으려면 기본으로 아고 있어야 하는 건데." 주유성의 어투는 제갈고학보다 더 막 나가고 있다. 예전 같 으면 장로 몇이 불호령을 내릴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아무도 주유성이 말 좀 험하게 한다고 뭐라 하지 않는다. 간이 배 밖 으로 나오지 않은 자는 그럴 수가 없다. 다만 그 대상이 된 제갈고학이 발끈했다. "그럼 어서 말해보시오, 주 소협." 주유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벽에 걸린 무림 지도 앞에 섰 다. 지도라고 하지만 대략적인 지형 그림에, 주요 문파의 위 치를 표시한 것이다. 다만 지도의 크기가 사람 키만큼 큼지막 했다. 주유성이 막대기를 하나 들고 지도를 콕콕 찍으며 설명했 다. "다들 아시다시피 마교 놈들은 여기 서북쪽 끝 신강에 있 었어요. 그리고 지금 청해의 곤륜파를 무너뜨렸죠." 제갈고학이 이죽거렸다. "그 정도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모르는 군사가 있는 것 같아서요. 여하튼 이들의 최종 목표는 하남의 무림맹. 바로 우리가 지금 있는 여기지요. 그럼 이 잡놈들은 어떤 길을 통 해서 여기로 올까요? 당연히 감숙을 통하는 방법과 사천을 통 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거예요." "더 북쪽으로 오면 어쩌려고?" "더 북쪽에는 몽고가 있지요. 거기를 통과하면 그쪽 세외 문파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어요." "그걸 감수할지도 모르지. 마교 놈들은 워낙에 싸움을 좋 아하니까." 제갈고학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딴죽을 걸고 싶었다. 주유성의 입꼬기가 대놓고 올라갔다. "대가리가 없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거 기서 전력을 실컷 소진시키고 난 다음에 빠져나오는 길이 하 북. 즉, 황제가 있는 곳이지요. 천마가 미련하게 황제까지 이 싸움에 끼어들게 할 리는 없어요." 제갈고학은 본전도 못 찾고 입을 다물었다. 주유성은 제갈 고학을 힐끗 보며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무림맹이 아니라 작은 문파 군사쯤 돼도 그 정도는 알 텐 데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지 원. 여하튼 감숙과 사천, 둘 중 어느 쪽으로 올지 알아야 요격을 하겠지요?" 감숙에는 구파일방 중 하나인 공동파가 있다. 공동파 출신 장로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당연히 감숙을 통과할 겁니다. 감숙에는 우리 공동파밖에 없습니다. 우리 공동파가 강하다 하나 사천에는 청성, 점창, 아미파와 사천당문이 포진해 있습니다. 천마가 바보가 아닌 이상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로 올 리가 없습니다." 그의 주장은 공동파의 생존을 위한 것이다. 만약 무림맹의 주력이 사천으로 출동했는데 마교가 감숙으로 쳐들어온다면 공동파 혼자 그들을 막으며 시간을 끌어야 한다. 그러면 공동 파도 곤륜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은 그 의견에 뭐라 항의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하긴, 마교가 사천으로 쳐들어오면 구파일방 중에서 삼파 를 먼저 상대해야지." "사천에는 오대세가 중 가장 상대하기 껄끄럽다는 사천당 문까지 있으니까." "역시 감숙으로 온다고 보는 게 맞겠지?" 물론 사천 지방의 문파들 입장은 다르다. 그들은 무림맹 주 력이 감숙으로 몰려간 사이에 마교가 사천으로 쳐들어오는 상 황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삼파일세가가 있는 사천이라면 곤륜처럼 손 털고 도망칠 수가 없지.' '체면 때문에 후퇴도 못하고 죽도록 싸워야 할 거야.' '이건 손해가 너무 커.' 삼파일세가에서 즉시 반발했다. "그들은 가장 강력한 적인 우리 점창을 먼저 없애고 싶어 할 거요." "우리 아미가 먼저 패한다면 천마는 한시름 덜겠지요." "유성아, 우리 당문은 네 외갓집이 아니더냐?" 그 네 문파 중에서 청성의 적명자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어차피 적명자는 청성이 잘되고 못 되는 것에 더 이상 관심이 없었다. 그는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지금 주유성의 명성은 엄청나게 커졌다. 그를 대놓고 미워 하던 적명자는 머지않아 모든 권력을 잃을 거라고 믿고 하루 하루를 술로 보내고 있었다. 해법은 주유성이 망하는 방법뿐 이다. 그는 주유성을 처리할 방법만 있으면 누구와도 손을 잡 을 생각이 있었다. 주유성이 손을 들어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다. "제가 요새 무림 정세에 대해서 공부를 좀 했거든요. 알고 보니까 마교 수뇌부 중에는 마뇌를 빼면 머리 쓰는 놈이 별로 없더라고요. 만약 마뇌가 남아 있었다면 무슨 희한한 방법으 로 이상한 길을 타고 쳐들어왔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머릿속이 텅 비고 무공만 높은 놈들이 마교를 움직이고 있어 요. 정말 고마운 일이죠." 주유성이 배운 무림 정세는 대부분 개방의 취걸개를 통해 전해진 것이다. 취걸개가 동의했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그들의 무공이 지나치게 높 은 것이 문제지. 그들에게는 작전이 따로 필요없어." "맞아요. 무공이 높아서 자신만만한 그놈들은 복잡한 계략 을 꾸미지 않아요. 그저 단순한 길을 생각할 거라고요. 감숙 과 섬서를 거쳐 하남으로 들어오는 길이 사천과 호북을 거치 는 길보다 훨씬 쉬워요. 사천을 겨우 통과하고 나도 호북에는 무당파와 제갈세가가 버티고 있으니까요." 사천으로 안 온다는 말에 사천 문파 출신의 장로들 얼굴이 핼쑥해졌다. '우리 병력을 빼내겠다는 건가?' '그러다가 사천으로 오면 우리는 어쩌라고?' 주유성이 손가락을 뻗어 지도에 대고 쭉 그었다. 손끝에서 뜨거운 열양지력이 일어나 지도 위를 살짝 태우며 지나갔다. 지도 위에 거무스름한 선이 쭉 그려졌다. 그 모습에 북해빙궁주가 박수를 치며 환성을 질렀다. "멋진 열양지력. 대단한 실력이야. 내가 주 공자 나이 때는 그런 거 흉내도 못 냈어." 남만독곡주가 질세라 같이 소리쳤다. "우리 땅의 왕이시니까!" "어허, 우리 북해의 별이야!" 두 사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무공이 많이 떨어지는 남해검 문의 문주가 살짝 반발했다. "이 사람들이 가만 있으니까 자꾸... 저분은 해신님이신 데......" 따로 숯이나 붓을 들기 귀찮아 손가락질을 한 주유성은 열 화와 같은 반응에 다시 인상을 썼다. 그 표정을 본 세 사람이 즉시 입을 다물었다. "보시다시피 감숙 쪽 길이 훨씬 짧아요. 사천으로 오려면 한 배 반의 거리를 빙 돌아와야 해요. 감숙 쪽이 버티고 있는 문 파가 훨씬 적어요. 천마가 바보가 아니라면 이 길로 올 수밖에 없어요. 따라서 우리는 감숙에 가서 그들을 요격해야 해요." 확실히 감숙을 통하는 길이 훨씬 더 유리하다. 설명까지 실 컷 했으니 사람들은 반박할 수 없었다. 다만 사천 출신 문파들만이 궁시렁댔다. "점창이 잠룡대협에게 밉보인 거야." "우리 아미가 여자들만 있다고 우습게보는 거야." "유성이 녀석. 자기 외갓집을......." 주유성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당장 동원 가능한 병력은 세외 문파 세 곳에서 모 인 무사 이만 사천. 거기에 여러 군소정파에서 찾아온 무사가 일만. 총 삼만 사천이에요." 청허자가 이해를 못하고 질문했다. "우리 무림맹에 무사가 고작 그것밖에 없지는 않네." "물론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의 무사들이 많이 있지만 우 리의 적은 마교만이 아니지요. 여기 무림맹을 비워놨다가는 놈들에게 본진털이를 당할 수 있어요. 그러니 더 이상의 병력 동원은 어려워요. 일단 이 숫자로 마교를 막아야 해요." "허어. 세외 문파들의 지원군보다 중원 정파의 무사 수가 더 적다니......" "어쩔 수 없어요. 사황성이 중원 전체에서 머릿수로 싸움 을 일으키고 있으니까요. 각 정파는 그들을 상대하기도 벅차 요. 사실 이 전쟁은 오래 끌어서는 안 돼요. 지금도 멸문당하 는 정파가 하나둘이 아니거든요." 취걸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삼만 사천으로 마교를 상대할 수 있을까? 더구나 천마도 있는데......" 주유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알려진 마교 무사의 수는 약 일만. 그러나 그들의 전투력 은 일반 무사들의 몇 배는 될 정도로 강하죠. 이걸 일반 무사 삼만 사천여 명으로는 상대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힘을 더 모 아야 해요." 공동파의 장로가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 "우리 공동이 나서겠소. 감숙 땅에서의 싸움이니 당연한 일. 우리와 깊은 관계를 가지는 정파들을 동원하면 삼천 정도 는 마련할 수 있소." "당연히 그래야지요. 하지만 그래도 모자라요. 그래서 사천 에서 나서줘야 해요." 불만에 가득 찼던 사천의 장로들이 즉시 반발했다. "우리 점창은 우리 자신을 지키기도 버겁소." "우리 아미는 여자들뿐인 문파라 내줄 무사들이 없습니다." "유성아, 네 외갓집 아니냐? 어찌 무사들을 빼라고......" 주유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마교는 틀림없이 감숙으로 와요. 그러니까 사천 의 정파들은 그들을 대비할 필요가 없어요. 병력을 좀 빼내도 괜찮아요." "유성아, 사황성은 어쩌고?" "소림은 무림맹과 지척이라 사황성의 견제를 받지 않아요. 무당은 워낙에 강한 문파라 병력을 좀 빼도 될 거예요. 그 두 곳에서 빼낸 무사들이 사천으로 옮겨가서 사황성을 견제하면 돼요. 소림사 백팔나한 같은 사람들이 사천의 사황성 지부들 을 들쑤시고 다니면 당분간은 위험이 없을 거예요." "그럼 그들이 감숙으로 가면 될 것을......" "거리 문제니까요. 사천에서 바로 옆의 감숙으로, 그리고 호북의 무당에서 바로 옆의 사천으로. 그리고 소림 나한들은 워낙 세니까 소수 정예로 사천을 돌아다니면서 예비 병력으로 운영하려고 해요." 사천의 문파 장로들은 잠시 생각을 했다. '확실히 주 공자의 말은 지금까지 틀린 적이 없지.'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무림에 우리 아미의 명성을 날 릴 수 있을 거야. 그런 전투에 한발 담그는 것도 나쁘지는 않 겠지.' '설마 제 외갓집을 위험에 빠뜨리겠어?' 세 장로들이 동의했다. 주유성의 명성이 너무 높았기 때문 에 그들은 쉽게 설득되었다. "알았소. 그렇게 추진하리다." 주유성이 한마디 더 했다. "적어도 한 문파에서 삼천은 모아와야 해요. 각자 자기네 문파 주변의 정파들을 알아서 설득하세요. 그렇게 네 문파니 까 일만 이천. 무림맹에서 보내는 무사가 삼만 사천. 공동이 모아준 무사가 삼천. 그럼 총 사만 구천이 되니 대충 오만 명 이라고 볼 수 있어요." 검성이 감탄했다. "그렇게 모으니까 무척 많구나. 거기에 공동파의 남은 무 사들 전부를 더하면 더 많아질 텐데?" "공동은 만약을 위한 예비대로 남아야 해요. 작전에 문제 가 생기면 긴급히 투입해서 틀어막아야 하니까요." "그렇군. 그것도 필요하지. 그런데 그러게 하면 사천이 텅 텅 빌 텐데?" "완전히 비지는 않아요. 거기다 무당의 지원군이 있으니 사황성으로부터 한동안 버틸 만큼은 돼요." "뭐, 네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험험." "일단 마교가 먼저예요. 오만 명의 무사가 있으면 마교와 한번 해볼 만해요. 이 병력으로 막를 단숨에 몰살시켜 버리 면 그놈들은 추가 병력이고 뭐고 없어요. 본대가 다 녹아버렸 는데 추가 병력 보내는 미친 짓은 안 할 거라고요." 무림인 오만 명이면 보통 전력은 아니다. 황제도 껄끄러워 할 만한 위력이다. 모두 세외에서 온 이만 사천 명이 더해진 덕분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 정도면 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팽배해 졌다. "확실히 오만 명의 무사라면 쉽게 지지는 않겠지." 취걸개는 개방 장로다. 따라서 정보나 보안에 대한 개념이 남들보다 더 잘 잡혀 있다. "그런데 유성아, 마교가 그 사실을 알면 방향을 틀어 사천 으로 오지 않을까?" 주유성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이 일은 특급비밀이에요. 오늘 여기서 나온 이 야기는 절대로 밖으로 새어나가면 안 돼요. 다행히 여기에 있 는 분은 모두 무림맹 수뇌 아니면 세외 문파의 수장들. 첩자 일 리가 없죠. 다들 비밀을 철저히 지키세요. 부대를 이동시 킬 때도 목적지가 어디인지 가르쳐 주지 말고요. 당연히 보안 을 위해서 여러분이 가서 직접 부대의 이동을 지휘해야지요." 장로들이 난색을 표했다. "문파에 보고하지 않고 어찌 병력 동원을 하라고......" "자기네 문파의 문주님 정도한테만 이야기하세요. 이 작전 은 비밀 유지가 성패를 가르는 거예요. 만약 오늘 이야기가 새나간다면 무림에 큰 위기가 닥쳐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중한 얼 굴로 동의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제갈고학은 속으로 웃었다. '흐흐흐. 내가 너를 죽이려고 사황성에 정보를 판 것이 밝 혀진다면 나는 죽은 목숨. 무림맹이 사황성을 이기면 그 일은 반드시 밝혀질 일. 어떻게든 내 살길을 마련하기 위해서 훼방 을 놓으려고 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겼군. 바보 같은 놈. 네가 알아서 네 무덤을 파는구나.' 적명자도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 '지금의 청성을 부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 그렇 다면 내 권력을 찾을 기회도 있겠지.' 주유성이 그들 둘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다른 쪽으 로 돌리고는 히죽 웃었다. 주유성이 독원동을 찾았다. "원동아, 이리 좀 와봐라." 남만 출신 독원동이 즉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형님?" "야, 마차 제일 좋은 놈으로 준비해 둬라. 아주 안락한 놈 으로 골라야 한다." 독원동이 가슴을 탁탁 쳤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께서 타시는 마차잖습니까? 무림맹에 돌아다니는 것들 중에 가장 좋은 놈으로 빼앗아두겠습니다." "머지않아 장거리 가야 할 거니까 마차 정비 철저하게 해 두고. 가다가 고장나지 않게 조심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디까지 가시는지......." 주유성이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음, 이거 뭐 별로 큰 비밀은 아닌데, 그래도 비밀은 비밀이 니까 남들한테 이야기하지 마라." "말씀하십시오, 형님." "우리는 감숙으로 간다." "감숙요? 거기는 왜......" "마교 놈들을 감숙에서 요격할 거다." 독원동이 무릎을 탁 쳤다. "아, 요새 슬슬 진격한다는 소문이 돌더니, 그곳이 감숙이 었습니까, 형님?" "그래. 감숙에서 천마 그 새끼를 없애 버릴 거다." 독원동은 바보가 아니다.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형님, 그런데 이거 혹시 아주 중요한 기밀 아닙니까? 저에 게 함부로 말씀해 주셔도 됩니까?" 주유성이 독원동의 어깨를 탁탁 쳤다. "뭐, 비밀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이에도 말 못할 큰 비밀은 아니야. 어차피 마교 놈들도 거기서 한바탕해야 한다는 건 대 충 예상할 거야. 그놈들 올 길이 너무 뻔하거든. 그래도 명목 상으로 비밀을 비밀이야. 한 삼급기밀 정도라고나 할까? 그 러니까 소문내지는 말고 너 혼자만 알고 있어라." 독원동은 그 말에 감격해서 눈물을 다 글썽거렸다. 그는 근 육질의 자기 가슴을 탕탕 쳤다. "걱정 마십시오, 형님. 이 마부 원동이가 확실히 준비하겠 습니다. 편안한 여행을 즐기십시오." 신녀문의 천영영은 애가 탔다. '무림맹 놈들이 공격 준비를 하는 건 알겠는데 목표를 도 저히 모르겠네. 아이참. 도대체 어디지? 어서 밝혀내라고 독 촉이 심한데 난리났네. 이런 데서 공을 세워야 그 무공의 다 음 초식을 전수받을 텐데. 그래야 문주 자리에 한 걸음 더 다 가가는데. 아는 놈이 없으니 이 일을 어쩌지?' 초조하게 돌아다니던 천영영의 눈에 독원동의 모습이 보 였다. 독원동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마차를 정비하고 있었다. 초고급의 마차에 근육이 우람한 말들까지 네 마리를 갖추고 혹시 금 간 곳은 없는지 유심히 살폈다. 천영영이 독원동을 보다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저런 마부질이나 하는 놈이 그런 초특급기밀을 알 리 는 없겠지... 가만가만. 아니지, 저놈은 주유성 그 재수없는 인간의 마부잖아?' 천영영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즉시 독원동에게 다가가며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 독 공자님?" 누구 목소리인지 깨달은 독원동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아, 천 소저." 독원동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의 눈길이 재빨리 천영영의 육감적인 몸매를 훑었다. 무림맹의 젊은 무사들 중 상당수가 보이는 반응이다. 천영영은 그 눈빛을 은근히 즐겼다. '무식한 놈이 이쁜 건 알아가지고.' "독 공자님, 바쁘신가 봐요?" "하하하, 바쁘기는요. 막 끝났습니다." 천영영이 마차를 보는 척하면서 독원동에게 몸을 슬쩍 기 댔다. "마차가 참 좋네요." 독원동은 정신이 없었다. 무림에서 손꼽히는 미녀가 몸을 비벼대니 온몸이 짜릿했다. "그, 그렇지요. 하하하, 아주 좋은 마차지요." 천영영은 예전에 독원동에게서 주유성에 관한 정보를 뽑아 보려다가 실패했다. 그때는 독원동을 워낙에 만만하게 보고 대충 접근했었다. 독원동이 알아서 정보를 바칠 거로만 생각 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 적극적으로, 덜 중요해 보이는 정보를 노렸다. 그녀가 독원동의 팔을 살짝 껴안으며 말했다. "이 마차, 멀리 가나 봐요?" 그녀의 봉긋한 가슴이 독원동의 팔을 눌렀다. 그 부드러운 감촉을 느낀 독원동은 혼백이 여러 조각으로 분열돼서 춤을 추는 기분이었다. "하하, 멀리 가지요, 멀리." 천영영이 독원동의 팔을 껴안은 것으로는 부족해서 머리까 지 기대었다. 그녀의 머리에서 상큼한 향기가 풍겼다. 그 향 기가 독원동의 코를 관통해서 뇌를 장악했다.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독원동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감숙까지 갑니다." 천영영이 고개를 숙이고 싱긋 웃었다. '이놈이 모는 마차는 주유성 그놈이 타겠지. 그놈이 가는 곳이 바로 전쟁터렷다?' "잠룡대대협께서 타시나 봐요?" "당연히 형님께서 타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마차를 준비할 리가... 헙!" 독원동이 급히 입을 다물었다. 천영영은 독원동의 반응에서 이제 더 이상 정보를 뽑아낼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원하던 정보를 충분히 얻 었다. 이제 독원동은 필요없었다. 그녀가 급히 몸을 떼며 말했다. "이런, 제가 실례되는 행동을 했나 보네요. 그럼 이만..." 그녀가 총총걸음으로 마구간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엉덩이 를 보며 독원동이 침을 흘렸다. "흐으, 정말 죽이는구나." 독원동은 자신이 한 말이 주유성이 비밀로 하라던 것임이 생각났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뭐, 형님께서 비밀이기는 하지만 마교 놈들도 예상할 거 라고 하셨으니까. 그리고 천 소저는 신녀문의 후기지수이니 까 괜찮겠지. 어쨌든 난 이제 왼팔 안 씻을 테다." 독원동은 일을 쉽게 생각했다. * * * 사황성은 난리가 났다. 혈마가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총관, 병력의 움직임이 총 오만여 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고?" 총관의 얼굴도 어두웠다. "그렇습니다. 무림맹 내에서 삼만 사천, 그 외에 사천의 청 성, 점창, 아미, 당문이 각 삼천, 감숙의 공동이 삼천을 따로 모으고 있습니다. 그 외에 무당과 소림에서도 무사들의 움직 임이 감지됐습니다. 무당과 소림의 경우는 벌써 무사 모집을 끝내고 곧바로 사천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혈마는 천마와 달리 머리가 좋다. "무당과 소림의 병력이 사천으로 갈 필요가 있다는 소리군. 그럼 사천에 원래 있는 그 많은 무사들은? 그리고 무림맹의 나머지 무사들은? 결국 그들이 어딘가를 노린다는 소리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무림맹이 운명을 걸고 벌이는 작전이다. 한판 제대 로 하겠다는 뜻이야. 그런데 도대체 어디를 치려는 거지? 우 리일까? 아니면 마교일까? 오만이나 나타나서 우리를 친다면 조심해야겠는걸? 나가 있는 병력을 불러들여야 할까? 정보가 모자라. 총관, 정보가 더 없나?" "최대한 수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것은 워낙 기밀 이 유지되는 것이라 가치있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그래. 큰 건수라면 당연히 비밀이 철저히 지켜지겠지. 이 정도로 크게 하는 작전을 비밀 누설로 말아먹었으면 무림맹 은 끝장이니까." 사황성에서 중요한 안건에 대한 회의는 보통 혈마와 총관 둘이서 토의하고 끝낸다. 나머지도 회의실의 자리는 차지하 고 있지만 보통 회의 내내 꿔다 놓은 보릿자루다. 기껏해야 감탄사 정도나 내뱉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오늘은 그들의 대화에 비각주가 끼어들었다. 비각 은 사황성의 정보를 총괄하는 곳이다. 그런데 워낙에 유능한 총관은 비각의 대원들을 직접 각출 해서 써먹었다. 결국 비각 각주는 행정 처리나 하는 유명무실 한 자리로 전락했다. 그런 그가 의기양양하게 나섰다. "제가 정보를 좀 모아온 것이 있습니다." 혈마가 기뻐했다. 지금은 아무리 사소한 것도 필요하다. "오, 비각주. 너 정말 오랜만에 밥값을 했구나. 그래, 무슨 정보를 모았지?" 비각 각주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총관을 힐끗 보았다. '흐흐. 이 시점에서 이 정보 한 방이면 내 지위는 급상승, 대신에 총관은 엿 먹겠지.' '무림맹의 군사 제갈고학에게서 나온 정보입니다." 혈마가 기분 좋게 웃었다. "하하하, 그 배신자 놈은 저번에 주유성 그 개자식을 잡을 때도 정보를 줬던 자이지. 으윽. 그 개자식 이야기를 하니 또 혈압이... 그래서? 어떤 정보인데?" "무림맹은 감숙에서 마교와 끝장을 볼 생각입니다." "뭐? 그런 큰 정보를 니가 물어왔다고? 자세히 좀 이야기해 봐라." "소림과 무당의 무사들이 사천으로 움직이는 것은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신에 사천의 무사들은 바로 옆 감 숙으로 가서 마교 공격을 지원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최종적 으로 감숙에서 마교를 타격하는 총 병력은 약 오만입니다. 그 것도 공동파 자체는 예비로 빼놓은 상태의 숫자입니다. 이것 이 제갈고학이 우리에게 넘겨준 정보입니다." 혈마의 얼굴이 환해졌다. "크하하하. 그거 정말 좋은 소리군. 결국 목표는 우리가 아 니라 마교라는 거지? 좋았어. 정말 좋았어. 둘이 그렇게 싸우 다가 죽으라고 해. 그러면 우리는 구경만 하다가 망가진 놈들 을 하나씩 부수면 되겠군.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구나. 그 두 놈이 먼저 싸우다 죽는 꼴을 보게 되겠어. 으하하하!" 혈마는 신이 나서 웃고 있었지만 총관은 그렇지 않았다. 자 기가 거의 장악한 비각이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마음 에 들지 않았다. 그 덕에 냉정하게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제삼 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으니 의심이 들었다. "그자의 말만 믿고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주유성 그놈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것부터가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그자는 명색이 무림맹의 군사입니다." 혈마가 웃음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덜컥 믿기에는 너무 덩치가 큰 정보야. 이 정보의 진위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해야겠지." 비각주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에 대한 정보가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혈마가 기대에 찬 얼굴로 말했다. "그래? 오늘 비각주가 공을 많이 세우는군. 그래, 어떤 정 보인가? 쓸 만한 거니까 보고하겠지?" 비각주가 총관을 보고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총관이 속으 로 이를 갈았다. '건방진 놈.' 비각주는 총관의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무시하고 말했다. "정보 상인에게서 산 정보입니다." "그래? 그년들이 값은 비싸지만 정보 하나는 확실하지. 뭔 가? 빨리 말해보라고." "무림맹의 타격 목표는 마교. 결전 장소는 감숙. 짧지만 이 정보를 사는 데 황금을 정말 많이 투입했습니다." 혈마가 유쾌하게 웃었다. "으하하하. 그년들, 제때 한몫해 주는구나. 좋아, 좋아. 양 쪽의 믿을 만한 정보통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군. 그 런데도 믿지 않으면 도대체 뭘 믿겠나? 우리는 이제 무림맹 놈들을 너무 자극하지 말아야겠군." 총관이 반항했다. "이중으로 수작을 부린 걸지도 모릅니다." 혈마가 단호하게 말했다. "총관, 그게 총관의 한계야. 이런 거대 조직을 거느리려면 말이야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원래 세상은 위험투 성이야. 이런 상황에서까지 결단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면 되는 일이 없어. 결정했다. 이제 우리는 당분간 무림맹을 자 극하지 않는다." "놈들이 그런 병력 집중을 하고 있으면 우리도 철저히 대 비를 해야 합니다." 혈마는 총관을 가르치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어차피 중원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만약 오만 명 이 여기로 쳐들어오려면 중간에 우리 눈을 피할 수 없다. 그 때 병력을 소집시켜도 늦지는 않아. 그러게 모은 병력만 있어 도 당분간 버티기에는 충분해." "하지만 그러면 피해가..." "피해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 시간만 있다면 지원군이 사방에서 밀려올 텐데 뭐가 걱정인가? 머릿수 하면 우리 아닌 가? 그러니 쓸데없는 의심으로 이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리지는 마. 이건 정말 놓치기에는 너무 아깝잖아." 총관은 더 이상 따질 수가 없었다. 사황성의 지배자는 혈마 다. 총관이 비록 사황성의 이인자라고 하지만 혈마 앞에서는 파리 목숨이다. 혈마의 마음먹기에 따라서 내일 당장 목이 성 문 밖에 걸릴 수도 있는 신세였다. '확실히 잘못된 점은 없다. 하지만 뭔지 모르게 불안한 데...' 주유성에게 죽은 거도음마 기현음만이 애첩을 거느린 것은 아니다. 사황성의 다른 장로들도 애첩 한둘쯤은 끼고 살았다. 그 장로들 중 하나가 밤에 애첩과 뒹굴었다. 밤일이 끝난 후 그의 애첩이 장로의 품에 속 파고들어 말했다. "어르신, 이러다가 멀리 출정 나가시면 저는 외로워서 긴긴 밤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장로가 애첩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걱정 마라. 당분간은 나갈 일은 없을 테니까." 애첩이 반색을 했다. "어머,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요?" "흐흐흐. 무림맹 놈들이 감숙에서 마교와 한바탕 붙기로 했다. 그 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휴가나 마찬가지지." "아, 그놈들이 결국 싸우는군요. 정말 믿어도 좋은 건가요? 어르신이 계속 제 곁에 계신다고 하시니 잘 믿어지지가 않아 서요." "걱정 마라. 무림맹의 군사라는 놈이 빼돌린 정보다. 정보 상인에게서 산 것도 같은 내용이지. 틀림없다." 애첩의 눈이 반짝였다. * * * 천마는 당황했다. "무림맹이 감숙에서 우리를 요격한다는 정보가 들어와? 그 정보를 누가 팔았다고?" 장로 하나가 즉시 대답했다. "청성의 적명자입니다. 청성의 장로이자 무림맹의 장로인 자입니다." "허, 참. 어이가 없구나. 아무리 우리가 청성을 망가뜨려 놨기로서니 이런 정보를 장로씩이나 되는 자가 팔아? 더구나 청성은 이미 옛날의 청성으로 돌아가고 있잖아?" "그자는 무림맹에 나가 있느라 청성의 개혁에서 빠졌습니 다. 더구나 주유성과의 갈등이 심해서 자기 위치가 위태위태 하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주유성의 이동 정보를 넘겨준 것도 그놈입니다. 물론 음마가 실패했지만..." "그때야 한 놈의 목숨이었지만 이번에는 무림맹의 운명을 거는 싸움인잖아?" "미친놈이지요." "무림맹 망해가는 꼴이 보이는구나. 그나저나 용케 우리에 게 연락하는군?" "옛날에 청성에 뇌물 먹이던 계통은 다 박살났습니다. 하 지만 그자는 그때의 끄나풀 하나를 어찌어찌 찾아냈다고 합 니다. 아주 열과 성을 다해서 정보를 팔아먹을 방법을 찾았나 봅니다. 지난번 주유성에 대한 정보를 줄 때도 그 길을 이용 했습니다. 그 길이 아직 살아 있으니 이번에는 즉시 소식을 전해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황당한 놈이군. 자기네 편 망하라고 열과 성을 다해? 그래서? 이런 것을 제시했으면 그놈이 요구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이미 황금 한 관을 넘겨줬습니다." "황금 한 관이라. 아깝기는 하지만 놈들이 요격 계획을 알 아내는 대가로는 푼돈이나 다름없지. 그리고 다른 건 요구하 는 것이 없어?" "주유성 그놈의 목을 꼭 따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놈은 반드시 쳐 죽여야지. 그런데 말 이댜, 이거 믿어도 되는 거야? 마뇌가 있었으면 대번에 알아 봤을 텐데." 마뇌 이야기가 나오자 장로들이 내심 발끈했다. "정보 상인에게서 사들인 정보도 있습니다." "그년들? 또 한 재산 들었겠군. 무림만 제패하면 그년들의 정체를 밝혀내서 그동안 준 돈을 모조리 찾아야겠어. 그런데 그년들은 뭐래?" "무림맹 군사 제갈고학에게서도 같은 정보가 나왔다고 했 습니다." "무림맹 아주 개차반이 다 됐구나. 군사까지 정보를 빼돌 려? 이거 싸움이 너무 쉬워지는데?" "그년들이 자기들의 자체 조사에서도 무림맹의 요격 장소 는 감숙이 확실하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그년들, 값이 좀 비싸서 그렇지 정보 내용은 믿을 만하지. 그럼 이제 어쩐다? 원래 우리가 감숙으로 가기로 했는데 그놈 들이 알고 기다린다고?" 장로들이 즉시 의견을 냈다. "쳐부숴 버리고 지나가는 겁니다. 어차피 부딪칠 놈들입니 다." "사천을 통과하면 길을 너무 돌아가게 됩니다." 혈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마뇌한테 쭉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가 먼저 무림맹 주력하고 부딪치면 그건 혈마 좋은 일만 하는 거 라고 했어. 더구나 놈들은 수비 태세를 잔뜩 갖추고 있을 거 거든? 우리 피해가 좀 커지잖아. 우리는 무림맹을 없애고 나 면 사황성도 쳐야 한다고. 그러니 그냥 돌아가자." 장로들은 마뇌라는 말에 즉시 반발하고 싶었다. 하지만 천 마는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했다. 그것에 반발 할 장로는 마교에 없었다. 장로 하나가 즉시 찬성했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이제 사천은 무주공산, 그곳을 통과 해서 무림맹을 친다면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며 놈들의 본거지 를 없앨 수 있습니다." 다른 장로들도 뒤처지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역시 교주님이십니다. 사천의 거대 문파 네 개를 박살 내 고, 그 후 무당을 치고, 다시 무림맹을 점령하면 정파 놈들은 지리멸렬할 것입니다." 천마가 기분 좋게 웃었다. "흐흐흐. 그렇지. 사실 내가 병법에 대한 조예가 좀 깊은데 말이야." 그가 아는 병법은 거의 없다. 모든 작전은 마뇌가 세웠다. 원래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 책임자로 있을 때가 가장 무섭 다. 되도 않을 일을 자기의 좁은 지식으로 판단하고는 된다고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지금 천마가 그 꼴이었다. "우리가 사천으로 우회하면 놈들의 본거지를 쉽게 치게 되 지. 다시 감숙에서 갈 곳 잃은 놈들을 배후에서 칠 수 있을 거 야. 그러면 그놈들은 다 죽은 목숨이지." "역시 교주님이십니다." "공명이 울고 갈 대단한 계책이십니다." "감동했습니다." 다들 옳다고 하자 천마는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무림맹에 가서 검성하고도 한번 붙어봐야지. 무림 의 잡놈들, 감히 일성이마라는 말을 하다니. 누가 봐도 내 무 공이 더 강한데. 앞으로는 일마일성일마라고 부르게 하겠어. 아니지, 일성일마는 어차피 죽은 놈들이니 무림에는 일마만 남겠군. 으하하하!" |
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즐독합니다
ㅎ늘 감사 히 잘읽고 갑니다
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