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하루가 바쁘게 빠르게 지내고 있다
그러다가 잠깐의 쉼이 허락 되면 우두커니 앉아 있는다
그런 시간이 주어 진다는건 참으로 행운이 아닐까?
별로 걱정 근심 없이 멍~~~하니 앉아 있을수 있다는
그 시간을 우두 커니 라고 할것 같다
시골의 툇 마루가 생각이 난다
이맘때 쯤 이면 모심기가 끝나고
옛날 우리집의 경우는 누에 치기가 시작될 무렵이다
이럴때
툇마루에 걸터 앉아 울타리에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고
울타리 한켠에 있는 개 복숭아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낱알의 복숭아 열매를 바라 보면서
한 여름에 시큼 털털한 개 복숭아 따 먹을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어제 친구와 놀이에서 잃은 딱지를
따오기 위해서는 어떻게 쳐야 하나를 생각한다
초가 지붕 처마 밑에 그늘이 시원하고
툇마루 마당 사이에 시원한 흙바닥이 있는데
우리는 그 장소를 봉당 이라고 불렀다
봉당은 맨발로 다녀도 흙이 묻지 않을 만큼
다져지고 잘 정리된 흙 바당이다
미록 크기가 작아서 댓돌 밑에 신발 하나 걸쳐 놓을수
있는 정도의 면적 이지만
그 봉당에 맨발로 서면 시원한 감촉을
발 바닥으로 부터 느낄수 있어서 좋았다
강아지 한마리
툇마루 밑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때
꼬꼬댁 거리며 지나 가는 장닭은 고개를 길게 내 밀고
꼬끼오 라고 옥타브 두개쯤 되는 소리를 지르면
암탉과 엊그제 세상을 알기 시작한 병아리떼가
꼬꼬꼬 거리며 소풍을 간다
그런 그 장면을 바라 보면서
친구를 불러 딱지치기 원상 회복을 노릴까
구슬치기를 해서 구슬을 따 먹을까를 궁리 하다
에따 모르겠다
라면서 봉당 밑을 뛰어 내려 마당을 가로 질러
친구들이 모여 있을 남의 집 앞 마당 으로 줄 행랑을 친다
이럴때
밭에 가서 상추며 얼갈이 열무를 뽑아 오라고
심부름을 시킬 맘으로 아들을 찾던 엄마는
금방 없어진 봉당과 마당을 바라보며
고놈 빠르기도 하지 하며 씁쓰레한 미소를 지으며
행주 치마에 손을 닦는다
춥지도 덥지도 않을
요즈음 이런때는 젖먹이 손주 녀석도 일손을 도와야 한다는데
분주 하게 움직이는 아낙네는
앞 밭으로 종종 걸음을 나가시는데
뒷곁의 장독대 에서는 장 익는 냄새가 자욱 하다
장독대 옆에 앵두 나무는 아직 익질 않아
푸른 빛깔 이고
장독을 바치고 있는 커다란 돌 덩이는 예나 다름이 없다
돌틈 사이로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민들레 한싹이 노란 꽃을 피워 내고 있다
그 위로 벌들이 윙윙 거리며 날고 있고
먼곳으로 부터 날아 오는
신록의 향기는 장맛에 첨가 되어
향기로운 장으로 익어 가게 돕고 있다
우두커니
잠깐의 시간을 툇마루에 앉아
맨발로 봉당을 흙냄새를 즐기던
이집의 어르신은 얼른 삽을 들고서
엊그제 심어 놓은 논으로 발길을 옮긴다
심어 놓은 벼가 물 위로 뜨는건 없는지...
여기 저기 심어 놓은 모가 성긴곳 보인곳은 어딘지를
점검 하러 논을 발걸음을 옮기며
이놈의 팔자는 우두커니 쉴 팔자가 못되는구나
라는 자조섞인 말을 중얼 거린다
팔랑이는 미류나무 잎새가
햇볓을 받아 반짝이는 나무 꼭대기 에는
꾀고리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먹일 먹이를 준비하곤
연실 들락 거린다
미류나무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하늘의 정기를 받았는지 아름다운 꾀꼬리 노래를
들으시는가 보다
우두커니
멍~~~~하니
지나가는 구름을 보면서
세월이 여기 까지 왔구나 를 생각 하면서
엊그제 하늘 여행을 떠난 친구를 생각 한다
고마워
잘 지내길 바래
나에게 따간 딱지는 되갚아 달라는 소리는 않할께
바람이 일고
푸른 하늘이 있는 그 하늘 아래
오늘을 그냥 우두커니 시간을 보낼수 있었으면 좋겠다
멍 ~~~하니
구름의 숫자를 헤아려 보고 싶다
첫댓글 봉당 이란 말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단어네요~~ㅋㅋ
우두커니 멍하니 이런 말을 요즘은
멍때리기란 말로 표현을 하더군요
그런 시간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머리를 쉬게하는
시간이 될듯~~
어릴적 이 맘때쯤의 나를 생각하게
하는 글 즐감하고 갑니다~~
사진에 참밀이 잘되었네요. 우리가 어릴때는 여름장마지기전에 봉당에다 텃밭 감자를 캐다널어 흙을털어서 둥구니에 담곤했었지요 옛날에 딱지치고 다마치기하던 그시절이 그리워지는글 잘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