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 14. 토요일.
음력 섣달 스무사흘이니 내 생일이다.
4남매 자식이 모여서 생일잔치를 벌렸다.
친손녀 친손자와 외손자는 신이 났고...
밤중에 고교 여자 친구의 카페에 들러서 내 글을 확인하니 아래 글이 있다.
퍼서 여기에 올린다.
지나간 시간들이 이제는 모두 꿈만 같다.
게으른 농사꾼의 먹을거리
1.
어제는 충남 보령시 웅천읍 장날(매2, 7일장).
깔끔히 잘 씻어놓은 씀바귀가 눈에 띄었다.
'그거 지금 심어도 살아요?'
'씻은 거라도 지금 심으면 살아유.'
'먹을 거는 아니고, 씀바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려고요.'
3,000원을 건네니 좌판 벌린 할머니는 덤으로 더 주셨다.
벌전에서 화목 2종류, 초코베리 묘목 2개(접목, 추가), 씀바귀 소쿠리 하나, 둥근마 종자(씨알) 조금, 앵초(?), 말발도리(추가 구입)를 더 샀다.
귀가한 뒤에 씀바귀를 텃밭에다가 총총 심었다.
뿌리가 크고 굵은 거야 드문드문 심어도 되었지만 잔챙이가 많았다. 잔챙이는 정말로 정성들여서 조심스럽게 이식했다. 이들이 살아 남아서 꽃을 피운 뒤 홀씨를 바람에 많이 날렸으면 싶다. 밭 여기저기에 솜털 달린 씨앗이 퍼지기를 희망했다. 씀바귀가 많이 번지면, 봄나물로 활용하고 싶었다. 심기는 심었어도 뒤가 켕긴다. 꽃대를 올린 뒤 씨앗이 익으면 줄기와 뿌리가 목질화되어서 뿌리가 죽는지, 살아 남는지의 여부를 모르겠다.
식물도감에는 다년생이라고 적술되었으나 꽃대를 올리면 대체로 죽는 게 식물의 일반적인 생태다. 씀바귀의 생태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의혹으로 재배하면서 세밀히 관찰해야겠다. 뿌리 본체가 살아 있으면 번식/증식이 더 잘 될 게다. 씨앗을 채종하고자 지난해에 발아했을 씀바귀를 샀으니 원뿌리 일부가 죽어도 덜 서운할 게다. 씨앗을 넉넉히 받거나, 홀씨되어 바람을 타고 밭 여기저기에 자연스럽게 번졌으면 하는 작은 희망이다.
올해에는 씨앗받는 것만을 욕심내야겠다.
늙은 줄기가 살아 남는 지를 관찰하는 것으로도 큰 공부가 될 게다. 씀바귀의 뿌리가 멧꽃 뿌리마냥 조금 굵으면서도 길이가 길었다. 잘 씻어 놓은 노란빛깔의 뿌리만을 파는 좌판할머니도 보았다. 뿌리를 삶으면 차가 될 듯 싶다. 도감책에는 씀바귀의 종류가 여럿이다. 내가 산 씀바귀 모종이 어떤 이름의 씀바귀인 지는 나중에 확인할 예정이다.
대천해수욕장 뒷편 군부대 아래 둘레길에는 씀바귀가 자생한다.
언제 해수욕장 둘레길을 돌다가 몇 뿌리 캐서 내 텃밭에 이식해야겠다. 눈에 띄이는 대로 몇 포기씩 옮겨 심으면 내 텃밭에도 씀바귀가 번식될 게다. 그들 잡초가 증식되면 나도 그만큼 마음부자가 될 터이다. 소박한 부자를 꿈꾼다.
나는 정말로 게으른 농사꾼이며, 엉터리 농사꾼이다.
텃밭에다가 잡초의 뿌리를 캐다가 심고, 잡초의 씨앗을 받아서 뿌리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농사꾼이라면 밭에 풀이 나지 않도록 할 게다. 하지만 나는 게으른 농사꾼이기에 소리쟁이, 쇠무릎과 같은, 이용가능한 잡초가 보이면 뿌리 캐다가 밭에 심었다. 활용이 가능한 풀을 캐다가 한군데로 집중화해서 재배(?)하고 싶었다.
해마다 조금씩 개체수를 늘려다 보니 수 년이 지난 지금에는 상당수의 잡초를 모았다.
돌미나리는 지난해 내자가 여러 차례 뜯어서 반찬했는데 지난 겨울철에 대부분 동사했다. 혹시라도 내가 이들을 더 잘 보살피려고 지나치게 물을 많이, 자주 부어 주어서, 수분과다로 뿌리가 숨 막혀 고사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한다. 이들이 고사한 이유와 원인이 무엇인지가 늘 궁금하였다. 돌미나리는 아직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기에 이들을 캐다가 분주하여 증식시키면 수년 내에 또다시 대량증식할 수도 있다.
아래에는 내가 먹을거리로 키우는 풀과 잡목 비슷한 나무들이 조금 있다. 이들로도 봄나물로 훌륭히 활용 가능하다.
어린 풀잎과 연약한 새순 나무잎으로도 훌륭한 반찬거리와 국거리를 만들 수 있다.
또 이들의 열매, 뿌리껍질, 잎으로도 음료수(주전자에 물 끓임)으로 활용 가능하며, 또 남한테 이들의 모종을 나눠주기에도 적합한 것 같다.
나는 한약초에는 배움이 없으니 약용으로는 활용하고 싶지 않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물, 물 끓여서 슝늉(꽃차)으로 대용, 효소로 활용하고자 한다.
내 시골 텃밭에는 잡초와 잡목이 많다.
풀과 나무 이름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했다. 더 많이 있을 게다. 텃밭에 나는 잡목은 대략 다 제거했으니 이제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잡초는 아직도 잔뜩 그 종류가 있을 게다. 내가 이름도 모르는 것들이... 농약 안 치고, 비료 안 주기에 잡초가 무성하다.
봄철에는 들나물, 산나물에는 독성이 없거나 있어도 적다. 독성이 있어도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식용과 음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원추리 새순이다.
원추리 잎을 덜 데쳐서 국 끓여먹었다가 30분 쯤 구토를 한 경험이 두 번 있다. 아내도 구토한 뒤로는 원추리를 경원시했다가 올 봄에는 원추리를 데쳐서 찬물에 오랫동안 우려낸 뒤에 다시 국 끊였더니 먹을 만했다. 데친 원추리 잎을 냉동고에도 넣어 두었다. 전문인이라면 독성이 있는 약초를 가미해서 약용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므로 일반적인 상식적인 수준에서 먹거나 마시기를 즐겨한다. 소박한 먹을거리 수준으로 산야초를 대한다.
일전, 내 소유의 윗밭과 담부리밭에서는 동네 할머니들이 쑥 뜯고, 내자는 앞밭에서 뜯었다.
금요일(4. 12)에 서울로 가져 온 쑥으로 떡 한다고 방앗간으로 가져간 내자....
2.
지난해 3월에는 예산군 소재 기술원에 처음으로 방문했으며, 산채 재배이론 교육을 이틀간 집중으로 받았다.
5월 말경에도 위 기술원에서 실시하는 야생화/허브 교육을 신청했다. 이틀간 숙식제공한다.
올해에서야 보령시농업기술센터와 충남농업기술원에서 산채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산채나물/야생화 재배 원리를 익힌 뒤 재배에 조금이라도 성공한다면 이들을 활용한 잡초 요리, 발효 효소를 만들어야겠다. 텃밭에서는 들나물, 산나물이지만 나는 이들을 재미로, 취미로 다품종 소량으로 재배하려고 한다.
내 소유의 텃밭은 재배면적이 작으므로 소량만 산출해야 한다. 대량생산을 하려면 마을 뒤산, 야산을 벌목 개간해야 되는데 그렇게까지 농사일을 확장하고 싶지는 않다. 늙어서 귀향한 나로서는 건달농사꾼답게, 게으름을 피우면서 짓는 농사가 적격이다. 산야초 재배도 '마음건강을 증진하는 수준으로 목적을 둔다. 이들로부터 경제적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먹다 남으면 남한테 나눠 주는 재미도 솔솔하기 때문이다.
퇴직한 이래로 수 년이 경과한 지금.
나는 어느새 풀 뜯어먹는 원시인, 게으른 농사꾼으로 변신 중이다. 돈이 없어서 고기(육류, 생선 등) 대신에 풀 뜯어먹는 초식동물로 전락하는 중이다. 이들 거친 음식물을 섭취하려면 치아가 튼튼해야 되는데도 내 어금니는 나날이 부실해 가서 조금은 걱정이다. 거친 음식물을 씹으려면 치아가 튼튼해야 되는데도...
3.
내 텃밭에다가 심은 잡초류와 잡목류는 다음과 같다.
재배 성공 : 부추, 두메부추, 산파, 식방풍(갯기름나물), 민들레, 달래, 산달래, 무릇, 돌나물, 냉이, 왕고들빼기, 둥글레, 구절초, 원추리, 각시원추리, 참취, 머위, 참나리, 바위취, 땃두룹, 곰취, 돼지감자, 도라지, 더덕, 감국, 산국, 범부채, 섬초롱, 옥잠화, 배초향, 박하, 개미취, 회잎나무, 화살나무, 쥐똥나무, 오갈피나무, 두릅나무, 엄나무, 뽀루수나무, 왕뽀루수나무, 목백일홍나무 등.
재배 시작 : 쇠무릎, 산뽕나무, 골담초, 제비꽃, 고들빼기, 가시오갈피나무, 으름나무, 산수유, 헛개나무, 비비추, 흰무늬비비추, 인동꽃, 붉은 인동꽃, 작약, 흰작약, 목단, 해국(2종류), 목련, 자목련, 매실, 모과 등.
재배하지는 아니하나 보존하고 싶은 잡초 : 방가지똥풀 등
재배하다가 방치 : 달맞이꽃, 질경이, 익모초, 엉컹퀴, 치커리, 까마중, 율무 등.
재배 중단 : 쇠비듬(개비듬), 멧꽃, 명아주(개명아주) 등.
재배 실패(증식 잘 안 되거나 죽은 것) : 돌미나리, 잔대, 삽주, 일당귀, 참당귀, 분취, 서덜취, 윤판나물, 처녀치마, 동의나물, 해당화, 오미자, 보춘화, 매발톱, 청래미덩쿨, 흰민들레, 구릿대(백지), 금낭화, 신선초, 누리장나무, 개불알꽃, 개양비귀 등.
재배하지 않는데도 번성하거나 살아 남은 잡초 : 쑥, 닭의장풀, 지칭개, 뽀리뱅이, 조뱅이, 소리쟁이(개소리쟁이), 수영(애기수영), 댇댕이넝쿨, 환삼, 사위질빵끈꽃 등.
전혀 재배하고 싶지 않은, 정말로 잡초 : 도꼬마리, 개불알풀, 망초, 개망초, 꽃마리, 광대나물, 유럽점나도나물 등.
2013. 4. 18. 토요일. 글 씀.
이 글 .... 자판기를 두들기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식탁용 의자에 앉아서도 나도 모르게 단잠에 빠졌으니...
두 번이나 잠이 들었다.
ㅋㅋㅋ.
아침나절에 차 몰고 서울로 상경했더니만 그새 피곤했나?
장거리 차를 타면 금새 지치는 나...
위 글 쓴 지 1년 뒤인 2014년 2월 초.
내가 갑자기 대상포진을 앓는 바람에 밤중에 충남 보령아산병원에 들렀고, 다음날 자식이 모는 차에 어머니와 함께 서울로 급히 올라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얼마 뒤에는 이번에는 어머니가 위독해서 서울아산종합병원 응급실을 거쳐서 보령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이동해야 했다.
나는 농사를 접어둔 채 어머니의 병간호에만 급급했으며, 이듬해인 2015년 2월 말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내 시골생활은 막을 내렸다.
2023. 1. 14.
오늘에서야 옛 일기를 다시 읽으니 내 글감 소재는 늘 시골에 가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