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생] 강호두목 江湖頭目(1권) 6. 엇갈린 운명(運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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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6章 엇갈린 운명(運命)


"그러니까 황금제국을 찾아갈 수 있는 황금비도로 인해 촉발된 백 년
의 암흑기를 거쳐서 현재는 환우칠비황이란 인물들이 강호무림을 장
악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능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문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대비사태도 마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다면 그들 중 한 명에게 무림평정의 대임을 맡기는 것이 낫잖습
니까? 가장 정의롭고 강한 인물에게 말입니다"
능비헌은 대비사태를 직시하며 말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지만……!"
대비사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인물이 없다! 모조리 야망을 가진 인간들뿐이지."
"야망의 인간들……!"
"그렇다. 인간에게 야망이란 괴물이 씌워진다면 어떻게 변하는지 아
느냐?"
"그거야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요."
능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야망은 항상 전쟁을 일으킵니다. 지금 아무리 풍족해도 끝없이 배고
픈 아귀(餓鬼) 같은 놈이지요."
"아귀라… 적절한 표현이구나."
대비사태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평범한 인간의 야망이란 그리 별 위협이 되지 못하지만 힘이 있는 
자의 야망이란 항상 평범한 백성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지요."
"그게 문제라는게다. 환우칠비황에겐 저마다 파천황의 무공과 강력한
 추종세력이 있다. 그런 자들이 야망의 불꽃을 피워올린다면 천하무
림은 그대로 파괴되어 버리고 만다. 무엇도 남지 않는 파멸만이 올 
뿐이지!"
츠츠츠츠!
말을 하는 대비사태의 전신에선 무서운 기세가 폭출되어 오르고 있었
다.
'대체 이 비구니는 누구란 말인가? 이만한 기세로 보아 평범한 인물
은 아닐 터인데… 환우칠비황이란 자들이 얼마나 강하길래 이만한 인
물도 전면으로 나서질 못하고 있단 말인가?'
능비헌은 내심으로 뇌리를 굴리며 침음성을 삼켰다.
"빈니의 정체가 궁금하겠지?"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대비사태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
다. 
"빈니는 이십 년 전까지만 해도 천수나한(千手羅漢) 당비영(唐秘影)
이라고 불렸단다."
"천수나한 당비영?"
능비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일 뿐더러 천수나한
이란 그 별호는 의심할 나위없이 남자의 별호였다.  
하지만 능비헌은 무림인이 아니었기에 천수나한이란 그 이름이 얼마
나 가공한지 모르고 있었다.
만일 이 자리에 무림에서 단 하루라도 검을 쥐어본 삼류무인이라도 
있었다면 경악하여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천수나한 당비영은 달리 이렇게도 불리운다.

-천수지존(千手至尊)!

천(千)의 손[手]을 지닌 항마(降魔)의 선봉장!
역사상 그보다 많은 손과 빠른 손을 지녔던 인물은 없다.
그는 암기무도(暗器武道)의 극치를 이룬 인물이었다.
한꺼번에 일천 개의 암기를, 그것도 빛의 빠르기로 내칠 수 있는 인
물인 그는 돌연변이로 취급받던 존재이기도 했다.
성씨(姓氏)에서 알 수 있듯이 천수나한 당비영은 사천(四川) 당문(唐
門) 출신이었다.
사천성을 가로 지르는 가릉강(嘉凌江) 상류 오봉강(五鳳崗)에 자리한
 당씨일족은 오백 년을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정파무림
에서는 구파일방(九派一幇) 다음으로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사천당문은 잘 알려진 대로 용독(用毒)과 암기술(暗器術)의 명가로서
 자신들의 절기를 결코 외인(外人)에게 전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
다.
당연히 가통도 오직 당씨의 종손(宗孫)에게만 이어진다. 
사실 실력보다는 혈통에 의해 문파가 이어지는 것은 심각한 위험을 
내포한다. 강자존(强者存)의 율법만이 지배하고 있는 강호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오직 능력있는 자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럴진대 혈통만을 고집하는 것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
노력을 하지 않아도 가주(家主)가 될 수 있다면 누가 피땀 흘려 힘든
 무공을 연성하겠는가?
거꾸로 말해서 제 아무리 노력해도 제일인자가 될 수 없다면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능력보다는 혈통을 고집해온 사천당문은 쇠퇴일로를 걸을 수밖
에 없었다.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라고 해도 당씨성을 지니지 않았으
면 요직에 오를 수가 없고 비전(秘傳)을 접할 수가 없다.
쇠락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리하여 지금으로부터 오십여 년 
전에 이르러 사천당문은 아예 무림의 삼류문파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데, 기적(奇蹟)이 일어났다. 몰락해가던 사천당문에 신(神)의 손을
 지닌 인물이 탄생된 것이다.
이미 나이 열 살에 백 개의 손을 지니게 되었고, 열 다섯 살에 이르
러 천 개의 손을 지니게 된 이 인물은 더더구나 사천당문의 정통 후
계자의 신분이었다.
이 초기재의 등장으로 사천당문의 다시 한번 최고 극성기를 맞게 되
었으며 그 누구도 감히 사천당문을 넘보지 못했다.

-천수나한 당비영!

바로 그였다.
불세출의 기재인 그는 암기술 하나로 당당히 강호두목의 자리에 올랐
다. 십여 년에 걸친 강호행도를 통해서 그 누구도 그의 천 개의 손이
 뿌려내는 암기 앞에서 무사하지 못한 것이다.
한데 이십 년 전, 그는 돌연 실종되고 말았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누구에게 예고도 하지 않은 채로.
사천당문에선 물론 필사적으로 그를 찾았다. 
하지만 오리무중이었다. 한번 실종된 천수나한 당비영의 종적은 어디
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급전직하!
단 한 명 초인의 탄생으로 지난 날의 영광을 회복했던 사천당문은 또
 다시 추락하여 삼류문파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아직까진 그 어느 누구도 사천당문을 함부로 취급하지 못했다. 
만에 하나 실종되었던 천수나한 당비영이 돌아오는 날엔 처참한 보복
을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죽은 공명(孔明)이 산 중달(仲達)을 희롱하는 꼴이랄까?
여하튼 그렇게 이십여 년의 세월은 흘러갔다. 그렇지만 천수나한이란
 이름만은 아직도 창창하게 살아 있었다.
헌데 그런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 낡은 대비암에 홀로 거
주하는 비구니로 화해서 말이다.
실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는데…
그리고 여기엔 한가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있었다.
무림에 알려지기로 천수나한 당비영은 남자였다. 
헌데 지금 능비헌 앞에 앉아 스스로를 천수나한 당비영이라고 밝히는
 인물은 분명 여자가 아닌가?
사실 천수나한 당비영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림인들이 천수나한 당비영을 남자로 알고 있었
던 데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사천당문은 절기의 외부 유출을 병적으로 꺼려한다. 
얼마나 그 통제가 심한지 며느리에게는 절기를 전수해도 시집을 가서
 출가외인이 될 딸에게는 일체 비전(秘傳)을 가르치지 않을 정도였다
.
문제는 오백 년 만에 태어난 사천당문 사상 최고의 기재 당비영이 딸
이었다는 점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사천당문의 원로들은 결국 편법을 동원하게 
된다. 당비영을 딸이 아닌 아들로 기른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당비영은 여자의 몸이면서도 남자로 살아야만 했다.
그녀는 강호를 행도할 때도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나한(羅漢)의 탈을 쓰고 여덟 개의 의수(義手)가 달린 특이한 복장을
 했다.
그녀의 팔비(八臂)가 흔들리면 그야말로 아무도 그 손에서 어떤 암기
가 어떤 조화를 부리면서 튀어나올지 몰랐고, 적은 고슴도치가 되어 
죽어야만 했다.
덕분에 그녀의 부모와 사천당문의 원로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녀가 여
자라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     *     *
"제게 천하를 구할 힘을 주시겠다고 했는데… 그만한 힘이 계시면 사
태께서 직접 하시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능비헌은 가슴 속에 맴돌고 있던 의혹을 던졌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하지만 나는 마음의 병이 깊
어 더 이상 무공이 발전할 수 없는 몸이란다." 
대비사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현재 빈니가 지닌 무공은 어떤 무인이라도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릴 
순 있지만 환우칠비황 정도의 초인(超人)들과의 대전이라면 겨우 패
해 죽지 않을 정도지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란다."
대비사태의 말에 능비헌은 검미를 모았다.
"그럼 사태께 배우는 저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아니다. 넌 모르고 있겠지만 네가 지닌 능력은 무궁무진하단다. 어
떤 것이라도 소화해 네 본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이다."
"……?"
"빈니가 이곳에서 이십여 년을 칩거하고 있었던 것도 모두가 널 만나
기 위한 하늘의 뜻이었나 보구나."
말하는 천수나한 당비영의 눈엔 확신의 기색이 서려있었다.
그녀는 힐끗 늘어져 있는 백사염희 화요월을 보며 말했다.
"저 여자는 요물스런 계집이지만 그래도 인생이 가엾구나. 본래 천성
이 음탕해서라기보다는 타고난 음기(陰氣)가 강하고 자라온 환경이 
나빠서 그런 요녀가 된 것일 텐데……."
능비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야 어쨌던 간에 전 마님에게 목숨을 구함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여자의 운명이 마님의 손에 달려 있지요."
"하긴 이젠 네게 음기와 공력을 몽땅 뺏겼으니 더 이상 나쁜 짓을 하
진 못하겠지. 게다가 네겐 저 여자가 동정을 바친 첫 여자이기도 하
구나."
대비사태는 미묘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아름다운 분이다……!'
능비헌은 온화하고 잔잔한 그녀의 웃음에 가슴이 진탕되는 것을 느꼈
다.
이제까진 나이도 많이 들었고 불문의 비구니라는 생각에 대비사태를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가 갑자기 너무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치 관음보살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대비사태의 아름다움은 잔잔한 바람없는 호수와도 같았다. 뒤늦게 피
어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백국화(白菊花)의 우아한 아름다움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능비헌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미 제게 모든 힘을 뺏긴 이상 반항능력도 없는데 굳이 마님을 해(
害)할 필요까진 없겠지요?"
대비사태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긴… 저 여자처럼 뜨거운 몸을 가진 여자도 드물지. 성질만 자제
시킬 수 있다면 최고의 여자니까 잘 다루도록 하거라. 하지만……."
문득 그녀의 표정이 엄해졌다.
"강자에겐 자신의 마음대로 할 특권이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넌 이
제 겨우 걸음마를 뗀 단계에 불과해. 진정한 강자가 되고 싶다면 잔
정은 끊어버려야만 한다. 물론 그거야 네 마음이지만 말이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천한 신분의 구속을 떨쳐버리고 세상을 구해볼 마음이 생긴다면 열
흘 이내에 다시 여기로 찾아오거라. 물론 지금처럼 그냥 되는 대로 
살겠다면 오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대비사태는 문을 열고 나갔다. 
그러면서 그녀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능비헌을 돌아보았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좀더 자거라."

백사염희 화요월.
능비헌에게 내공과 음기를 모조리 빼앗긴 그녀는 이제 닭모가지도 비
틀 힘도 없는 평범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사실 그녀는 오래 전에 정신을 차려서 대비사태와 능비헌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마음은 괴롭기 그지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늘 그녀의 몸을 뜨겁게 만들던 욕정의 불길을 느
끼기 힘들었다. 일백 명의 여자가 지닌 그것에 필적하던 음기의 태반
을 능비헌에게 빼앗긴 결과였다. 
이제 그녀는 보통 여자 정도의 욕정만을 지닌 평범한 여자가 되어 있
었다.
덕분에 잔잔하게 가라앉은 그녀의 마음은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처음
으로 안정을 찾은 상태였다.
그 모든 것은 능비헌의 특이한 신체로부터 비롯된 변화였다. 능비헌
에게 내공뿐만 아니라 그 막대한 음기의 대부분을 흡취당해 버린 것
이다.
'저 아이는 대륙천금부에 돌아가는 순간 날 쳐죽일 것이다. 내가 취
취에게 그런 몹쓸 짓을 해놓은 것을 알면……! 그 늙은이야 복상사(
腹上死)를 했을 테니 극락구경을 하다가 저세상으로 갔을 터! 취취…
 죽지만 말아라. 제발…….'
죄책감에 그녀는 소리없이 흐느낀다.
'후우… 내가 동정을 잃었단 말이지? 내 첫여인이란 말이지? 이 음탕
한 여자가…….'
그런 화요월을 능비헌은 한숨을 내쉬면서 내려다 보았다.
"……!"
"……!"
눈과 눈이 마주쳐졌다.
문득 화요월은 교수를 들어 능비헌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봉
목은 꿈결인 듯 몽롱하게 젖어 있었고, 옥용엔 채 가시지 않은 열락
의 뜨거움이 붉게 홍조를 띠고 있었다.
"비헌!"
그녀의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이 천한 계집이 가지고 있던 모든 힘과 저주가 네게 옮겨갔구나. 이
젠 그렇게 증오하던 내 목을 가볍게 비틀어 버리기만 해도 난 죽을 
거야."
"……!"
능비헌은 흠칫했다. 
화요월은 자신의 본신공력이 사라진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분해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거추장스런 짐을 덜었다는 표정이 아닌가?
"비헌… 미안해. 우리가 여기 온 사실은 아무도 모르니 날 없애버리
고 그냥 도망가거라."
능비헌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기만 했다.
"그 황금충(黃金蟲) 같은 늙은이는 사실 얼마 살지 못해. 내가 그자
의 더러운 손길을 피하고자 일 년 전 그 늙은이에게 있던 최후의 정
력을 빼앗아 버렸거든. 앞으로 한 달 정도만 있으면 그 늙은이는 죽
을 거야. 지금은 천금을 주고 갖은 보약을 처먹고 있지만 그 약효도 
그자의 꺼지는 생명의 불길을 피워주진 못할 거야."
말을 하는 그녀의 시선은 천정을 올려보고 있었다.
"나 같은 계집은 죽어도 좋지만 내 말은 들어줘."
백사염희 화요월은 천천히 비참한 한 여인의 과거를 이야기했다.
*     *     *
달[月]의 정기가 가장 충만한 저주(詛呪)의 날, 백 년에 한 번씩 찾
아오는 월식(月食) 자시(子時)에 탄생된 여아(女兒)가 있었다.
그 여아가 월영극음지신(月影極陰之身)을 타고난 것은 예정된 운명이
었다.
그녀의 나이 열 다섯 살, 겨우 갓 피어오르기 시작한 소녀(少女)였으
나 그 타고난 염태와 요기(妖氣)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런 그녀의 집은 너무도 가난했다. 하루 세끼 밥은 고사하고, 죽만 
먹어도 다행일 지경이었다.
그녀에게 욕정에 찬 마수가 뻗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고, 소
녀의 보호자인 아버지란 자는 은전 다섯 푼을 받고 그녀를 하룻밤 빌
려주고 말았다.
무참히 유린당한 소녀…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무려 이 년여의 세월 동안 가족의 호의호식을 위한 악몽의 밤은 그렇
게 지나갔다.
헌데 그 저주의 밤은 그녀의 잠재된 본능을 일깨워 놓았다. 눈짓 한 
번으로 어떤 불심 깊은 고승일지라도 파계(破戒)시켜 버릴 수 있을 
우물(尤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하루라도 사내가 없이는 밤을 지새울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
렸다.
그리고 그것은 우연이었다. 그녀를 지나가다가 본 무림인 하나가 있
었음은…

-음혈서생(淫血書生)!

이것이 그자의 이름이었다.
준미하기 이를 데 없는 겉보기엔 약관 정도의 미청년으로 보이는 희
대의 음마(淫魔)!
하지만 실상 그 자는 백 세가 넘은 노인이었다. 단지 수많은 여인의 
정기를 채음보양하며 젊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운명의 만남이었다.
동전 한 푼도 안주고 소녀를 어찌해 보려는 음혈서생의 잔인한 손속
에 소녀의 부친은 이승을 하직해 버렸다. 
하지만 소녀는 부친의 죽음에 아무런 감정도 일으키지 않고 있었다. 
어찌 아버지란 작자가 그럴 수가 있겠는가?
그건 이미 딸을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에 자행한 잠승 같은 
짓이었고, 소녀도 그런 자를 이미 부친으로 여기지도 않고 있었다.
새로운 사내와의 정사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럴수록 타오르는 목마름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다.

-밀교환락비경(密敎歡樂秘經)!

음혈서생이 지니고 있던 음서였다.
그 안에는 존재하는 모든 쾌락을 위한 수천 가지의 방중비술(房中秘
術)이 담겨 있었다.
여인을 대상으로 한 채음보양술(採陰保陽術), 남자를 대상으로 한 채
양보음술(採陽保陰術)로 내공을 증진시키고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이 
적혀 있는 밀교의 비밀경전이 그것이다.
그것을 소녀는 모조리 터득해 버렸다.
그 첫 번째 희생물은 음혈서생이었다. 그는 지닌 바 모든 정혈과 내
공을 빼앗기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음혈서생의 마수에서 벗어난 소녀는 천하의 사내들에 대한 복수를 감
행하리라 마음먹었다. 자신을 욕망의 노리개로만 여겼던 천하의 남자
들을 자신의 애욕의 노리개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에 그녀는 자신이 비참해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
었다. 
결국 그녀는 오직 한 명의 남자를 원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녀를 원하는 사내는 많았다. 
하지만 그녀의 저주받은 몸뚱이는 그녀가 일부종사(一夫終事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월영극음지체!
일백 명의 여인이 지녀야할 음기를 한몸에 지닌 그녀를 만족시켜줄 
사내는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것도 사랑이 뭔지 알아야 주고 받는 것이다.
열 다섯 어린 나이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결을 시궁창에 던
져버린 여자다. 당연히 애틋하고 감질나는 정신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알 리 없다.
남녀간의 사랑이란 먼저 정신의 교감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몸과 몸
이 부딪히는 육체적인 사랑이 뒤따라야 정상이다.
그걸 이 여자가 알지 못한 것이 강호의 불행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다.
오로지 몸으로 부딪히는 애욕을 갈구하는 이 여자의 갈증을 누가 식
혀줄 수 있겠는가?
사랑하는 한 사람을 찾고 싶기는 하다. 쉽게 말해 자신에게 맞는 천
생배필을 찾자고 한 짓이다.
그게 정상적인 사람처럼 우선 상대의 인간성이나 성격이나 능력을 알
아보고 사귀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윈하는 사내를 만나자마자 옷을 홀
랑 벗고 몸으로 부딪혀보고 나서 애욕을 식혀줄 수 있을 만큼 절륜한
 정력의 소유자를 찾는 일이다보니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그렇게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무수한 무림영재들이 그녀의 사랑
을 갈구했고, 그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순수한 마음이라 해도 피끓는 젊은 청춘들은 
자신의 모든 정력을 쏟아 부으며 그녀를 만족시키려 애쓰다가 마침내
 모든 양기를 소진시켜 버리는 끔찍한 비극이 잉태된 것이다.
그런 인물들의 사문과 가문에선 그녀를 천하의 음녀로 낙인찍어 버렸
고, 거기에 더하여 무림공적으로 몰아 그녀를 추살시키려 했다.
쫓기고 쫓긴 그녀가 부상을 입고 혼절해 있는 것을 우연히 지나가던 
대륙천금부의 부주인 천금노야 금만천이 구한 것은 또다른 시련의 시
작이었다.
이미 환갑을 넘긴 노인이었으나 천금노야는 그녀를 보자 음심이 발동
했고, 대명제국 최대의 부호이자 대상인인 그자가 특유의 정보망을 
이용하여 그녀의 정체를 알아낸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림인들에게 정체를 폭로해 버리겠다는 협
박과 황금의 회유로써 그녀를 자신의 정실로 들어앉힌 것이다.
오갈 데 없이 쫓겨다니던 그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이후부터 
그자의 철저한 감시 속에 어떤 남자들에 대한 접근도 허락되지 않은 
채로 감옥 같은 생활을 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일 년 전이다.
참다 못한 여인이 천금노야의 정혈을 갈취해 버려 더 이상 남자구실
을 못하게 해버린 것이다.
그자가 아무리 양기를 회복하려 해도 그것은 불가능에의 도전이었다.
결국 남자구실을 못하게 된 천금노야 금만천은 더 이상 여인을 찾지 
않게 되었다.
이것이 한 여인의 비참하다 못해 가련한 인생역정의 전모였다. 그것
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온 인생이 결코 아니었다.

-백사염희 화요월!

이것이 바로 그 비운(悲運)의 여인의 이름이었다.
*     *     *
"난 늘 한 가지 생각만 해왔어."
화요월의 눈망울에서 맺힌 눈물이 방울져 흘러내렸다.
또르륵…
"날 진정 여인으로서 만족시켜줄 수 있는 사내와 정사를 나눌 수만 
있다면 그 즉시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냥 죽기엔 너무 억울하
잖아! 날 강제로 범하고 쾌락 속에 죽어간 사내 놈들한테 당한 만큼
은 보답을 받고 싶었어. 단 한 번만이라도 말이야."
그녀는 지그시 입술을 악물었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미안해."
여인은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봉목을 내리감았다.
능비헌은 그런 화요월을 지그시 내려보았다.
"마님을 죽일 순 없소. 이유야 어쨌든지 간에 마님은 내 동정을 차지
한 여인이고… 내가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님으로부터 비롯
되었으니 난 크나큰 은혜를 입은 셈이오!"
그는 화요월이 덜컥 겁이 날 정도로 진지한 표정이 되어 말을 이었다
. 
"마님이 원하기만 한다면 앞으로 마님은 오직 나만을 위해 옷을 벗는
 여인이 될 수도 있소!"
"……!"
순간 화요월의 교구에 파르르 경련이 스쳐갔다. 그녀의 봉목이 놀라
움과 회한으로 물들었다. 능비헌의 말인즉슨 자신을 아내로 맞아주겠
다는 것이 아닌가?
기뻤다.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린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을 단순히 
욕정의 대상이 아니라 평생 해로할 배우자로 보아주는 사내를 만난 
것이다.
하지만 그 가슴벅찬 기쁨은 이내 절망으로 변했다. 
"고, 고마워! 하지만 난 너의 여자가 되기에는 너무 더러운 계집이야
! 내 몸을 얼마나 많은 사내들이 거쳐갔는지 알잖아!"
커다란 눈망울이 자책과 비탄으로 물든다. 얼마나 많은 추잡하고 더
러운 사내들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였었는지 새삼 느낀 것이다.
시궁창 같은 자신의 몸으로 어찌 이 진지하고 사랑스러운 사내를 받
아들일 수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능비헌의 표정에는 추호의 동요도 없었다. 그는 오열하는 화
요월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마님은 이 세상에서 남편을 가장 잘 섬기는 여자가 어떤 여자인 줄 
아십니까?"
"무… 무슨……?"
뚱딴지 같은 능비헌의 말에 화요월은 물기 젖은 봉목을 치뜨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마님도 들어보았을 겁니다. 낮에는 숙녀! 밤에는 요부!" 
말하는 능비헌의 눈에 뜨거운 열기가 어렸다.
"낮에야 물론 조신한 요조숙녀로 연극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밤이 되
면 요부(妖婦)로 표변하여 남편을 쾌락에 몸부림치게 만들어 한눈 팔
지 않게 만드는 여자가 최고의 아내란 말이오!"
"……!"
화요월은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며 양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가 규수들은 잠자리에서도 새침하게 요조숙녀 흉
내를 낸다오. 괜히 적극적으로 나서서 요분질을 하거나 엉덩이라도 
돌리면 큰일나는 줄 알거든요! 그러나 나무토막처럼 뻣뻣이 누워서 
남편이 올라오든 내려가든 상관 않는 그런 여자를 안고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능비헌은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여 보였다.
"그래서 욕구불만에 찬 남편들이 기방출입을 하는 겁니다! 안 그렇습
니까?"
"그… 그거야 그렇지만……."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난 세상에서 가장 요염한 아내를 구했으니 비
싼 돈주고 기방출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아인 겁니다. 세상에 마
님보다 더 잠자리 기술이 뛰어나고 이토록 멋진 몸매를 지닌 기녀는 
없을 테니까요."
그의 말뜻은 이제 너무나 명백했다. 그는 화요월을 죽일 의사가 없음
은 물론이고 그녀를 자신의 아내로 삼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실로 기가 막힐 일이다. 하지만 천하제일의 요녀인 백사염희 화요월
에게 여인임을 느끼게 해줄 유일한 사내인 능비헌은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몸뚱이는 널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더러워. 게다가 나는 
취취를… 흐윽!"
자책감에 떨던 화요월은 말을 잇지 못하고 헛바람을 삼켰다. 갑자기 
능비헌의 두 손이 그녀의 탐스런 젖가슴을 와락 움켜쥐었기 때문이었
다.
자신을 아내로 삼아주겠다는 능비헌의 말에 자극을 받은 화요월의 유
방은 극한대로 충혈되어 있다. 하나가 커다란 수박만한 그 터질 듯한
 살덩이는 능비헌이 최대한으로 손을 펼쳤으나 도저히 장악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능비헌은 화요월의 몸 위로 올라오며 음험하게 웃었다.
"더 이상 아무 말 마십시오! 과거 따위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오늘 
이후로 당신의 정조가 오직 나만의 것임을 잊지 않으면 됩니다!"
능비헌은 손에 힘을 주어 한 쌍의 육봉을 터트릴 듯 주물러 대기 시
작했다.
화요월은 젖가슴이 터지는 듯한 아리한 통증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며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결코 기분 나쁜 통증이 아니었다. 억
센 손아귀에 쥐켜져 주물리키는 유방으로부터 온몸을 짜릿짜릿하게 
만드는 전율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아아! 이 죄많은 계집이 계략을 써서 취취를 망쳤다는 것을 실토해
야만 하는데……!'
화요월은 자신이 취취를 환희극락향(歡喜極樂香)으로 중독시켜 천금
노야 금만천에게 안겨준 사실을 실토해야만 한다고 몇번이고 다짐했
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기회가 없었다. 두 손으로 그녀의 유방을 터트릴 
듯 주무르던 능비헌이 허리를 야릇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의 일부가 뜨거운 쇠몽둥이로 변하여 자신의 허벅지 사이를
 자극하는 것을 느끼며 화요월은 벼락을 맞은 듯이 전율했다.
"내가 용서 못할 단 한가지는 오늘 이후로 마님의 이 보물을 다른 놈
팽이가 맛보는 것입니다!"
능비헌은 뜨거운 숨결을 화요월의 귓볼에 토하며 속삭였다.
"아아! 비헌!"
순간 화요월은 격한 감동에 떨며 와락 능비헌을 끌어안았다. 능비헌
은 그녀에게 앞으로 정조를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녀 자신의 주인으로서……!
그 사실이 화요월을 지금까지 그 어떤 사내와의 행위에서도 맛보지 
못한 쾌감과 전율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동안 얼마나 갈구해왔던가? 자신에게 정조를 지키라고 당당
히 요구할 수 있는 남자를……!
결국 화요월은 자신이 취취를 망쳤다는 사실을 고백할 수가 없었다. 
이 가슴 벅찬 행복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덧 그녀의 중심부는 뜨거운 늪으로 변해있었다. 화요월은
 심리적인 희열이 육체를 달아오르게 하는 초유의 경험을 하게 된 것
이다.
능비헌도 손으로 더듬어 그녀가 얼마나 뜨겁게 충혈되고 얼마나 흠뻑
 젖어들었는지를 직접 확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쾌락을 찾아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화요월의 귓전에 속삭였다.
"마님의 남자로서 첫 번째 하는 요구요! 어서 최고의 아내로서의 임
무를 다하도록 하시오!"
화요월은 바르르 몸을 떨었다. 능비헌이 말한 최고의 아내로서의 의
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를 리가 없다. 능비헌은 그녀에게 다시 요부가
 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기꺼이 복종했다.
화요월은 자진해서 능비헌의 바지를 벗겼고 그러자 용수철처럼 튀어
나온 능비헌의 그것을 섬섬옥수로 쓰다듬으면서 자신의 뜨거운 늪으
로 이끌었다.
다음순간 하체의 일부가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힘에 옥죄어지는 것
을 느낀 능비헌의 입에서는 절로 묵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늪은 스스로 불기둥을 빨아들여 삼켰다. 수많은 주름이 연신 훑어내
리는 그 전율스러운 기교에 능비헌은 몽환경을 헤매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의 남자로서의 정복욕은 거칠고 압도적인 힘으
로 사냥감을 유린해대기 시작했다.
화요월은 능비헌의 허리질 한번에도 숨이 넘어가는 기성을 토하며 바
들바들 떨었다.
그것은 결코 가식이 아니었다.
이십여 년의 방황 끝에 찾아낸 자신의 배필을 너무나도 강렬하게 느
낀 그녀의 육체는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고 작은 자극에도 단번에 절
정을 경험하곤 했다.
사랑하는 정인이 한번 허리질할 때마다 매번 절정에 치밀어올려진 화
요월은 필사적으로 능비헌에게 매달리며 오열했다. 
그것은 기쁨과 안도의 눈물이었다. 이 젊고 아름다운 정인은 매번 그
녀를 이토록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마님! 당신에게 저는 누굽니까?"
능비헌은 격한 몸짓을 하며 물었다.
여인은 숨이 턱턱 넘어가는 중에도 대답했다.
"비…비헌! 넌 내 남자고 유일한 주인이야!"
한 인간이 이렇게 갑작스럽고 완전하게 변할 수도 있는 것인가?
하루도 남자 없인 살 수 없었고, 한 번 정사를 할 때마다 최소한 세 
명의 남자를 품어야만 했던 희대의 탕부인 이 여자가 오직 한 사내에
게 몸과 마음을 모조리 던져 굴복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녀는 완벽한 여자가 될 수 있었다. 

힘을 잃음으로서 진정한 여인의 길을 깨달은 것이다.
"저 아이야말로 진정한 대인(大人)이로구나.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
대비사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혹시나 하여 엿듣던 천시지청술(天視地
聽術)을 거두었다.
능비헌은 그녀가 생각한 대로 허약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힘이 
있다고 해서 옛날의 은혜를 저버리는 소인배는 더더욱 아니었다.
"태극비고(太極秘庫)가 이제야 진정한 주인을 찾았구나."
대비사태는 자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 그녀의 눈가로 이유를 알 수 없는 물기가 어린다.
'그이가 아버지의 손에 무참히 죽은 지 이십여 년만에 그이를 빼닮은
 아이가 날 찾아왔다. 이 모두 박복한 날 위한 석가세존의 자비(慈悲
)인가?'
저절로 합장하는 대비사태의 손끝으로 끝내 뜨거운 이슬이 구른다.
오늘 그녀는 이십 년 내 가장 환한 일출을 맞고 있었다.

*     *     *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대륙천금부의 부주이자 대륙제일의 부호인 천금노야 금만천이 복상사
(腹上死)한 것이다.
칠십을 넘긴 나이에 하룻밤 내내 헤아릴 수도 없이 욕정을 불태웠으
니 그 연로한 몸이 견딜 리가 없었다.
새벽 무렵의 일이다. 
모용취취는 정신을 차린 순간 늙은이의 마른 몸이 자신을 덮어누른 
채 축 늘어져 있자 찢어질 듯 비명을 질렀다. 정조를 잃은 것도 잃은
 것이지만 자신의 정조를 유린한 장본인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
었기 때문이다.
대륙천금부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부랴부랴 최고급 관(棺)이 준비되어 천금노야 금만천의 시체를 안치
했다.
문제는 모용취취다.
대륙천금부의 총관(總官)인 신산수재(神算秀才) 하영빈(夏影彬)은 서
둘러 모용취취를 모처에 숨겼다.
그리고 금만천은 자연사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슈퍼맨]

잼 납니다

[얼음골]

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