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7章 새로운 대륙금왕의 탄생(誕生)
"뭣이… 라고!"
부르르!
능비헌은 악귀같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살기를 발했다.
그의 앞엔 대륙천금부의 총관인 신산수재 하영빈이 당혹한 표정으로
능비헌의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하영빈의 뒤엔 일곱 명의 각양각색의 금포인들이 도열해 있다.
그들은 금부칠왕(金府七王)이라 불리는데 대륙천하를 칠등분하여 지
부에 파견되어 있는 지부장들이다.
지금 백사염희, 아니 대륙천금부의 안주인인 장미부인 화요월은 힘없
이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그저 방바닥만을 바라볼 뿐 일언반
구 말이 없었다.
그녀는 이 모든 비극이 자신으로 인해 야기된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죄책감에 말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화요월을 대신해서 지금 능비헌이 분기탱천하여 폭갈을 터뜨리
고 있었다.
"정녕 취취가 부주를 유혹하여 관계를 맺다가 복상사를 시키고 도망
갔단 말이냐?"
능비헌은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이를 갈았다.
한낱 노비에 불과한 능비헌의 믿어지지 않는 방자한 태도에 신산수재
하영빈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게 되었다.
"능비헌! 너 이 새끼! 죽으려고 환장했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커헉!"
하지만 그자는 눈알을 부라리다가 돌연 캑캑거리면서 허공에서 대롱
거린다. 능비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벼락같이 손을 뻗어 하영빈
의 목줄기를 움켜쥐고는 번쩍 들어올린 것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공깃돌처럼 집어던져버린다.
와장창!
"크흑……!"
서탁을 부수면서 나뒹군 신산수재 하영빈의 얼굴엔 공포의 기색이 흐
른다. 능비헌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거력(巨力)을 느꼈기 때문이다.
'장사가 되었어……!'
그런 능비헌을 바라보는 화요월의 눈엔 따사로움이 흐른다.
그렇지만 그녀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었다. 취취로 하여금 천금노야
금만천을 정혈을 쥐어짜게 만들어 마침내 죽음에 이르도록 사주한
것이 바로 그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화요월은 가늘게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비헌……! 총관을 용서해주거라."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자리인지라 화요월은 전처럼 능비헌에게 하대(下
待)를 했다. 그래야만 이미 사실상 남편과 아내가 되어버린 둘 사이
를 들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요월의 말에 매서운 눈으로 하영빈을 쏘아보던 능비헌은 더 이상
손을 쓰진 않았다.
화요월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간신히 일어서는 하영빈을 보며 물었다.
"부주가 무리하게 취취를 건드리다 죽었단 말이지?"
"예, 부인!"
"그럼 누가 대륙천금부의 새로운 부주냐?"
"당연히 부인이십니다."
하영빈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세상의 어느 조직이든지 간에 한시라도 우두머리가 없어서는 안되는
법이다.
특히 대륙천금부처럼 수많은 산하조직을 거느린 경우일수록 더욱 그
렇다.
우두머리가 없으면 구심점이 없게 되고 자연히 결속력이 느슨해져 모
래알처럼 흩어지거나 다른 경쟁 조직에 잡아먹힐 수 밖에 없게 된다
.
그것은 조직에 속해있는 조직원들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
다. 조직이라는 보호막이 없어지는 순간 굶주린 짐승들이 사방에서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최선의 방법은 한시라도 빨리 후계자를 내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고
외부의 적들에게 감히 망상을 품지 못하도록 경고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금노야 금만천에게는 피붙이가 없다.
결국 대륙천금부의 상하는 전 부주의 미망인인 장미부인 화요월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그녀를 대륙천금부의
새로운 주인으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젊은 데다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여자를 주인으로 내세
우면 아랫것들은 처신하기가 훨씬 수월해지니 손해볼 것이 전혀 없게
된다.
그래서 하영빈 이하 대륙천금부의 요인들은 화요월을 천금노야 금만
천의 후계자로 옹립하기로 만장일치의 의견을 본 상태인데……!
"이것은 금왕전(金王錢)입니다. 전부주님의 유체를 수습하는 도중에
찾아낸 우리 대륙천금부의 지존신물(至尊信物)입니다."
신산수재 하영빈은 화요월에게 금빛이 나는 하나의 금화(金貨)를 공
손히 내밀었다. 어린 아이 손바닥만한 크기인 그 금전의 중심부에는
코끼리 한마리가 새겨져 있다.
이 금화의 이름이 금왕전으로서 이것이 있어야만 대륙천금부의 보고
인 금왕동(金王洞)을 열 수 있다. 실로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엄청난
보물인 것이다.
금왕전을 받아든 화요월은 그것을 높이 치켜들었다.
순간 좌중은 숙연해지면서 금부칠왕과 신산수재 하영빈은 무릎을 꿇
었다.
"금왕후(金王后)님을 뵙습니다!"
"금부칠왕! 금왕전의 정당한 주인이신 장미부인님께 변함없는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대륙상계에 새로운 여왕이 탄생한 것이다.
화요월은 금왕전을 치켜든 채 준엄한 어조로 명을 내렸다.
"금왕전의 새로운 주인으로써 첫 번째 명을 내린다! 지금 이 순간부
터 능비헌은 노비의 신분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이후로 그가 본녀의
모든 권리를 전적으로 대리한다!"
"예에……?"
순간 좌중의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같은 화요월의 명령은
실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화요월의 말인즉 능비헌을 사실상 금왕전의 주인으로 삼겠다는 얘긴
데… 어제까지만 해도 일개 노비였던 자가 어떻게 천하제일 거부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실로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하영빈 등의 귓전으로 화요월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 고인께서도 능비헌의 영특함을 눈여겨보고 당신의 양자(養子)
로 삼으려고 하셨다. 비록 불의에 가시긴 했지만 그분의 이같은 생전
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것이 남은 자들의 도리가 아니겠느냐?"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다. 금만천이 일개 노비인 능비헌을 자신의 양
자로 삼을 생각 따위는 한 적이 없다.
그렇긴 하지만 하영빈 등에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부부간의 은밀한 일을 제삼자가 어찌 알겠는가? 미망인인 장미부인
화요월이 그렇다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금왕전의 권위를 거스를 용기 따위는 눈꼽만큼도
없다. 이의를 달았다가는 대륙천금부의 죄인이 되는 것이고, 그 즉시
머나먼 관외로 추방되기 때문이다.
"속하들은 오직 금왕후님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결국 인정 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능비헌은 졸지에 노비의 신분에서 천하제일 거부였던 천금노
야 금만천의 양자가 되고 말았다.
"상(喪)을 치른 후에 비헌이 정식으로 본녀와 고인의 양자 신분으로
써 대륙천금부를 이어받을 것이니 그리 알고 준비를 해두도록 하라!"
화요월의 이어진 준엄한 명령에 중인들은 할 말을 잃었다.
이런 벼락 출세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이것은 실로 고금에 다시 없는
기문(奇聞)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개백정에서 대륙천금부의 노비가 된 것만으로도 신분상승을 이룬 것
인데, 새로운 대륙천금부의 주인이 되는 기막힌 인생유전은 동서고금
을 통틀어도 없는 일이다.
-대륙금왕(大陸金王)!
새로운 대륙 최고의 거부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
능비헌도 예상치 못한 화요월의 선언에 멍해져서 서있었다. 설마 그
녀가 자신을 공식적으로 대륙천금부의 후계자로 내세워줄 줄은 몰랐
기 때문이다.
"받아두거라! 이제 이것의 주인은 바로 너란다, 비헌아!"
그런 능비헌에게 화요월이 다가와 금왕전을 내밀었다.
움찔하는 능비헌을 화요월의 촉촉히 젖은 눈이 간절한 빛을 담은 채
올려다 본다.
'이걸 받으면 금만천이 날 양자로 삼으려고 했다는 그녀의 말을 인정
하게 되는 것인데……!'
능비헌으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금만천의 양자가 된다는
것은 곧 화요월이 자신의 양모가 된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
지만 이미 자신과 화요월은 살을 섞고 백년해로를 약속한 사이가 아
닌가?
하지만 결국 능비헌은 화요월로부터 금왕전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
다. 그녀의 간절한 표정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화요월으로서는 사랑하는 능비헌을 천하제일거부로 만들어주기 위해
서는 그를 죽은 남편의 양자로 내세우는 길 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능비헌은 명목상 천금노야 금만천의 양자가 되었다.
"금왕전의 새로운 주인으로서 명한다!"
금왕전을 받아든 능비헌은 이내 엄숙한 표정으로 금왕전을 쳐들며 말
했다.
"하명하시옵소서."
신산수재 하영빈과 금부칠왕은 황급히 머리를 숙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설마 일개 노비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
들이다.
"대륙천금부의 모든 지부에 명령을 내려서 취취를 찾아라!"
그것이 대륙금왕이 된 능비헌의 첫 번째 명령이었다.
"존명!"
여덟 사람은 그렇게 합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만은 달랐다.
'빌어먹을… 저 노비 놈이 대륙금왕이 되다니……! 취취란 계집은 절
대 찾지 못하게 해야 한다! 만일 내가 그년을 빼돌렸다는걸 알게 되
면 내 신세는 끝장이다!'
지은 죄가 있는 인물 하나가 그렇게 다짐하고 있었다.
* * *
-천금노야 금만천!
대륙제일의 거부(巨富)인 그의 죽음은 분명 큰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그의 죽음을 의문시하진 않았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젊고 요염한 마누라에게 정혈이 고갈될만도 했기
에…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해 특별히 애통하는 사람도 없었다.
수전노(守錢奴)!
만금천이란 인간은 도대체가 벌어들일 줄만 알았지 쓸 줄은 몰랐던
황금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륙천금부의 가솔들은 아예 고소해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기뻐하며 고성방가를 하진 않았지만……!
* * *
둥근 만월(滿月)이 중천(中天)에 뜬 채 휘황한 월광(月光)을 온누리
에 비추고 있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밤이다.
하지만 밤이 깊었음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달아오른 가마솥에 빠
진 개미처럼 실내를 맴돌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물론 그는 능비헌이다.
능비헌이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장미화원 내의 거실이다.
오직 천금노야 금만천만이 출입할 수 있던 이 금남(禁男)의 성역에
능비헌이 머물고 있지만 그것을 두고 무어라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그가 대륙천금부의 새로운 주인이며 금만천의 양자로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륙천금부 사람들은 이 파격적인 능비헌의 신분상승에 당
혹해했다.
하지만 능비헌의 영특함을 익히 알고 있던 금만천의 측근들은 그럴
수도 있다고 수긍했다. 금만천이 자신의 막대한 부를 유지시켜줄 기
재를 은밀히 물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음! 믿을 수가 없다! 취취가 그 냄새나는 늙은이를 유혹하여 관계
를 갖다가 복상사 시켰다니……!"
능비헌은 앓는 듯한 신음을 토했다.
지난 이틀간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도무지 현실의 일로 여겨지지가
않는 능비헌이었다.
일개 노비였던 자신이 십갑자에 이르는 막강한 내공을 지닌 내가고수
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천하제일의 거부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믿어지지 않는 복연 따위는 지금 능비헌의 뇌리에 들어
오지도 않고 있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실종된 모용취취의 종적뿐이었다.
그토록 청초하고 순결한 모용취취가 부귀영화를 탐해 천금노야 금만
천을 유혹하여 관계를 맺었다는 하영빈의 진술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금만천의 사인이 복상사임은 능비헌도 직접 시신을 보고 확인
한 바였다.
의술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인지라 금만천이 과도한 성행위로 인해 정
혈이 고갈되고 심장에 무리가 가서 죽은 사실을 알아본 것이다.
청초하기 이를 데 없는 모용취취라면 말라비틀어가는 금만천이라도
충분히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다. 능비헌은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모용취취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절대 몸을 팔아 그 대가로
부귀영화를 탐할 여인이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전후의 사정은 이같은 능비헌의 믿음을 뒤흔들어놓기
에 충분했다.
금만천은 어떤 여인, 그것도 처녀와 관계를 갖다가 복상사를 한 게
틀림없다.
그와 함께 모용취취가 대륙천금부에서 사라져버렸다.
모든 정황은 금만천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범인이 모용취취임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능비헌은 번뇌로 터질 것만 같은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했다.
바로 그때였다.
"비… 비헌아! 네게 할 말이 있단다."
여인의 떨리는 음성이 능비헌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흠칫하며 돌아보는 능비헌의 시야로 한 명의 여인이 문간에 기대 서
있는 게 들어왔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아주 헬쑥하여 보기에도 안쓰러운 그 여인의 몸
에는 하얀 소복(素服)이 걸쳐져 있었다.
비록 비탄에 잠긴 미망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소복에 감싸인 터질
듯한 육체는 너무도 관능적이다.
"마님!"
능비헌은 흠칫했다. 소복여인은 바로 장미부인 화요월이었다.
소복을 걸치고 비탄에 잠겨있는 그녀의 모습은 전과는 또 다른 매력
을 물씬 풍긴다. 여전히 요염한 위에 비극의 주인공같은 처연함이 더
해진 때문이다.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습니까, 마님?"
능비헌은 어색한 표정으로 화요월에게 다가갔다. 비록 살을 섞은 사
이지만 소복을 입어 미망인의 모습을 한 화요월이 낮설게 느껴진 때
문이다.
"네… 네게 고백할 일이 있단다! 더 이상 가슴에 묻어두었다가는 내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구나!"
거실로 들어선 화요월은 무너지듯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인데 그러십니까? 어떤 말씀을 하더라도 놀라지 않을 테니
어서 말씀해보십시오!"
능비헌은 화요월과 마주 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능비헌이 자신의 손을 꼬옥 잡아주자 화요월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
었다.
"취…취취에 관한 일이다!"
순간 화요월은 자신의 섬섬옥수를 쥔 능비헌의 손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취취라는 이름 하나에도 그토록 긴장하고 흥분하는 능비헌의 반응이
두려웠지만 화요월은 가슴 속의 모든 용기를 다 쥐어짜내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어갔다.
"취취가… 그 늙은이와 동침을 하게 된 것은 모두 내 농간 때문이다!
난 고의적으로 그 늙은이를 복상사시키려고 취취에게 환희극락향(歡
喜極樂香)을……!"
"……!"
화요월의 고백을 들으며 능비헌은 석상같이 굳어졌다. 그는 비로소
이 비극의 원흉이 누구였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실로 상상도 못했던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은밀히 백년해
로를 약속한 화요월이 모용취취를 수렁으로 몰아넣은 원흉이라니……
!
"다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하구나!"
전후 사정을 모두 실토한 화요월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눈을 내리
감았다. 그녀는 당연히 분노한 능비헌이 자신을 쳐죽일 것이라 생각
한 것이다.
"……!"
어느덧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있는 능비헌의 얼굴은 마치 지옥에서 뛰
쳐나온 악귀같이 변해 있었다. 안색은 연신 붉으락 푸르락 변하고 있
었고 악다문 이빨 사이로는 이가 갈리는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모용취취가……! 그토록 순결하고 아름다운 그녀가 이 요부의 간악한
술수에 빠져 정조를 잃은 것이다.
믿고 싶지자 않다. 그저 한바탕의 악몽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었다. 자신이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한 이 여자
가 그 순결한 모용취취를 망친 것이다.
더구나 기가 막힌 것은 화요월도 모용취취가 그 후 어찌 되었는지 모
른다는 사실이다.
모용취취는 정조를 잃은 충격으로 백치가 되어 대륙천금부를 뛰쳐나
가 버린 것일까?
능비헌의 몸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살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 간악하고 뻔뻔한 요부를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다.
으스러져라 움켜쥐킨 두 주먹에 핏줄이 툭툭 불거진다.
그 쇠망치 같은 주먹이 내리쳐지기만 하면 화요월의 교구는 그대로
으깨져버릴 것이다.
그러나 능비헌은 끝내 화요월을 처단하지 못했다.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화요월의 체념한 모습이
그의 주먹에서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화요월은 능비헌의 손에 죽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것은 결코 가식이 아니었다.
만일 그녀가 숨기려고 작정했다면 능비헌을 찾아와 실토하지도 않았
을 것이다.
결국 능비헌은 긴 한숨에 들끓던 살기도 토해 내버릴 수밖에 없었다.
"잊어버리십시오, 마님!"
능비헌은 탄식하며 화요월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
능비헌의 손이 닿는 순간 화요월의 교구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이 경
련을 일으켰다.
능비헌은 그녀를 쳐죽이는 대신 따뜻하게 끌어안은 것이다.
"비… 비헌! 내 죄는 용서받을 수가 없어!"
눈을 뜨며 능비헌을 올려다보는 는 화요월의 창백한 두 뺨으로 뜨거
운 물줄기가 쏟아졌다.
"아닙니다! 마님은 아무 죄도 없습니다! 마님은 어젯밤 새롭게 태어
나지 않았습니까?"
화요월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가녀린 양 어깨를 보듬어 쥔 능비헌
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취취를 해친 것은 간악한 요부 백사염희의 짓이지 현숙하고 착한 장
미부인의 짓이 아닙니다! 백사염희는 어젯밤에 죽었고 지금은 오직
저의 아내인 장미부인만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아아! 비헌!"
순간 화요월은 환희에 찬 오열을 터트리며 와락 능비헌의 품에 안겼
다.
능비헌도 그런 그녀의 풍만한 교구를 힘주어 끌어안았다.
"마님은 제 아내입니다. 부도(婦道)를 저버리지 않는 이상 당신을 책
망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래! 난 네 아내야! 오직 너만의 여자야!"
화요월은 오열하며 필사적으로 능비헌의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그런 그녀를 굳게 끌어안으며 능비헌은 실종된 모용취취를 떠올렸다.
'이 여자를 용서했듯이 네가 무슨 일을 겪었든 난 널 버리지 않을 것
이다, 취취!'
능비헌은 다시 한번 무슨 일이 있어도 모용취취를 찾아내겠다고 맹세
했다. 이 세상 끝까지 뒤져서라도……!
그렇게 밤은 깊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화요월의 오열은 숨죽인 신음으로 바뀌어갔다. 소
복을 걸친 채 오열하는 화요월의 야릇한 자태는 어쩔 수 없이 젊은
청년의 본능에 불을 질렀던 것이다.
당혹하고 수줍어하는 화요월의 소복을 벗겨내리면서 능비헌은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올랐다. 상중의 여인을 범한다는 사실이 각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 때문이다.
능비헌은 화요월의 몸에서 상복을 벗기며 숨이 넘어갈 듯 헐떡였다.
흩어진 상복 저고리 사이로 드러난 수박 같은 젖무덤이 부끄럽게 출
렁인다.
그리고 상복 치마가 허리 위로 걷혀올라가 부끄러운 곳이 드러나는
순간 화요월은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
이곳에는 더 이상 천하의 요부 백사염희는 없었다. 어린 정인에게 여
자의 비밀을 내보이며 어쩔줄 몰라하는 미망인이 있을 뿐이다.
어린 정인이 자신의 가랑이를 벌리고 그 안을 들여다 보며 애무하자
화요월은 거의 숨이 넘어갈 정도로 흥분했다.
죽을 것 같은 부끄러움과 뜨거워진 몸을 감당하지 못한 그녀가 능비
헌에게 매달려 흐느끼며 애원했다.
그러자 그제야 능비헌이 그녀의 몸 위로 올라왔다.
뜨겁고 단단한 어린 정인의 창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중년여인의
난숙한 성문을 일거에 뚫고 들어왔다.
어린 정인의 장대한 살덩이를 아랫배 깊은 곳에 받아들이는 순간 여
인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까무라쳤다.
상중인 몸으로 외간 사내와 교합을 한다는 극도의 심리적인 흥분이
단순히 핏줄이 툭툭 불거진 어린 정인의 살덩이가 삽입되는 것만으로
도 그녀를 까무라치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이제껏 천 수백 명의 사내와 교합을 한 화요월이건만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쾌감의 해일이었다.
단순히 결합하는 것만으로도 화요월을 까무라치게 만든 능비헌은 축
늘어진 그녀의 몸에서 부드럽게 파도를 타기 시작했다.
그의 굳강한 실체가 늪지를 그득 메운 채 뻐근하게 출입할 때마다 화
요월의 육체는 물결치듯 출렁인다.
비록 혼절했지만 꽉꽉 조여대고 물어대는 화요월의 육체는 변함이 없
는 천하명기였다.
능비헌은 급격히 달아올라 마침내 화요월의 깊은 곳에 대량의 용암을
쏟아내었다.
깊은 곳의 내벽을 강타하는 그 뜨거운 용암의 분류 때문인지 까무라
쳤던 화요월은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순간 그녀는 어린 정인의 욕정이 자신의 깊은 곳
에 토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그대로 절정에 치밀어 올려졌다.
결국 그녀는 어린 정인의 파정(破精)과 함께 다시 한번 절정을 맛본
것이다.
하지만 능비헌은 한차례 파정하고도 죽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용틀임하며 화요월의 육체를 출입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어린 정인의 재공세에 화요월은 숨이 넘어가는 듯한
신음을 토하며 그에게 매달렸다. 능비헌의 몸 아래 깔린 그녀의 풍
만한 교구가 어느덧 능란하게 요분질을 보이고 있었다.
실내에는 다시 한번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두 남녀의 뜨거운 성애는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 * *
-천유서림(天儒書林)!
자금성(紫禁城)의 북쪽에 위치한 방원 십리(十里)에 달하는 울창한
송림(松林)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서원을 일컫는다.
이곳 천유서원엔 유생(儒生) 일천(一千)이 늘 기거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평범한 유생들이 결코 아니다. 그들은 모두가 십 세 이
전에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독파한 수재(秀才)들이다.
천유서림은 천하의 유생들에겐 꿈의 등용문(登龍門)이기도 했다. 바
로 대명제국의 기틀을 다진 철혈황제 영락제(永樂帝)가 천유서림을
세웠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과거에 급제한 인물들과 달리 일단 천유서림에 입림하여 삼
년만 공부하면 언제라도 진사(進士)가 될 수 있다.
오년(五年)이면 당하(堂下)의 종삼품(宗三品)까지이고, 칠년(七年)을
공부한 유생이라면 당상(堂上) 정이품(正二品)이 보장된다.
십년(十年)을 채울 수 있는 인물이라면 그 자리에서 삼부의 승상(丞
相) 중 한 자리가 주어진다.
하지만 있고 싶다고 해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천유대문성(天儒大文聖) 백리장천(百里長天)!
국사(國師)!
그는 대명제국의 스승의 자리에 있는 인물이었다.
고금제일문성(古今第一文聖)으로까지 추앙받는 그는 천문지리(天文地
理)는 물론이고, 병법(兵法)과 기문진술(奇門陣術)에 서도 타의 추종
을 불허하는 현자다.
홍무제(洪武帝) 주원장의 사자(四子)인 영락제가 대명최고의 무인(武
人)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대륙의 십분지일(十分之一)에도 미치지 못하는 북방
의 소국 연(燕)의 왕(王)이었을 뿐이다.
그의 수하장졸들이 하나같이 범 같고 사자 같은 강병(强兵)들이라고
는 하지만 다 끌어모아 봐도 겨우 삼십만(三十萬)에 불과했다.
반면 대명제국의 황제였던 혜제(惠帝)는 어리고 유약했어도 팔십만
명을 헤아리는 금군(禁軍)과 귀족군단(貴族軍團)인 금의위(錦衣衛)가
십만이 있었다.
애초에 상대가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안되는 전투에서 영락제는 승리를 거두고 대명천자
(大明天子)의 보위에 올랐다.
그 불가능에의 도전을 감행하여 기적을 이루어낸 배후가 바로 천유대
문성 백리장천이었다.
백리장천은 영락제가 어렸을 때 이미 그가 제왕지재(帝王之材)임을
알아본 현자 중의 현자였고, 일찍이 영락제의 사부가 되어 오늘날까
지 이르렀던 것이다.
영락제는 제위에 오르자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인 승상의 자리에 그를 앉히려 했다.
하지만 백리장천은 조용히 웃으며 거절했다.
-사냥개[走狗]란 사냥할 때나 필요한 법! 이제 천자(天子) 사냥은 끝
났으니 폐하껜 집을 지킬 번견(番犬)이 필요하실 뿐이외다. 미력하나
마 폐하를 위해 최고의 집지키는 개를 조련하는 것으로써 이 늙은 사
냥개는 소일할까 하옵니다.
물러날 때를 아는 자가 진정한 현인(賢人)이라 했던가?
그랬다. 사실 그는 영락제로서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거인이었던 것이
다.
그런데 그런 그가 스스로 물러난 것이었으니 영락제로서도 마음 속에
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일이다.
역대로 창업의 제왕에게 가장 큰 마음의 짐은 개국공신이다.
칼을 잘 휘두르는 무장(武將)도 그렇지만 병법을 직접 짜고 지휘하는
현인일수록에 숙청(肅淸)의 칼날로 공(功)을 갚았음은 역대의 창업
제왕들에게 있어서는 역사의 순리와도 같은 수레바퀴였다.
그 대표적인 제왕이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다.
그가 천하를 향해 웅지를 펴고자 할 때 옆엔 개백정 번쾌(樊 )가 있
었다. 번쾌의 무장으로서의 능력은 자신의 동서(同棲)라는 인연을 빼
고도 훌륭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유방이 웅지의 나래를 편 것은 명장 한신(韓信)을 만나면서부
터였다.
그랬건만 번쾌와 한신의 인생 종착은 형장의 이슬로 결말지어진다.
대명제국을 창업한 홍무제 주원장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역대 신왕조의 창업공신 중 살아남은 사람은 거의 장자방(張子方) 한
명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장자방이 살아남은 이유는 단 한가지다.
모든 권력과 영광이 창업제왕에게 집중되었을 때, 그는 미련없이 권
력을 던지고 세상을 등졌기에 천수를 누렸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장자방의 전례를 따랐는지 일선에서 물러난 백리장천는 영락
제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천유서림을 세웠다.
천하에서 기재(奇材) 소리를 듣는 유생들이 모여들었고, 그 그릇의
판단은 천유대문성 백리장천이 내렸다.
진사에 속한 그릇에게는 삼 년 간 기거시키고 내보냈으며, 그보다 더
한 재기를 지닌 인물이라면 더 기거하게 했다.
그의 눈은 정확했으며, 천유서림에서 나온 유생들은 맡은 자리에서
훌륭하게 일을 해내었다.
성조 영락제의 재위 기간 중 대명제국이 최고의 성세(盛世)를 이룩한
것은 다분히 천유대문성 백리장천의 공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 * *
정오 무렵이다.
천유서원을 에워싸고 있는 울울창창한 송림이 끝간 데 없이 펼쳐져
있다.
그 송림 중간중간에는 하얀 대리석으로 지은 정갈한 전각(殿閣)들이
들어서 있었다.
가끔 바람부는 소리나 새[鳥]들의 지저귐만이 들려올 뿐, 한 줄기 소
음도 없는 고적함만이 천유서원을 감싸고 있었다.
바로 이곳에 한 마리 잠룡(潛龍)이 나타남으로써 무림을 뒤흔들 풍운
(風雲)의 막은 오른다.
"미예(美藝) 누님이 무엇 때문에 날 급히 보자고 했을까?"
갸웃거리며 송림 사이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소복(素服) 청년의 모습
이 보인다.
바로 능비헌이었다.
천금노야 금만천의 양자로 선포된 그인지라 상이 끝날 때까지는 상복
을 걸쳐야만 하는 것이다.
그가 상중(喪中)임에도 외출하여 천유서림에 찾아온 것은 이곳에 있
는 한 여인의 급한 전갈 때문이었다.
열흘 전에도 한 번 전갈이 왔었으나 그날은 화요월이 그를 대비암으
로 데려가는 바람에 올 수가 없었다.
능비헌이 이곳 천유서림에 드나든 것은 거의 일 년 가까이 되어가고
그 때문에 천유서림 내에는 아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물론 노비의
신분인 그를 먼저 아는 척 하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안타까운지고! 오십 년만 먼저 태어났어도 능히 일국(一國)을 세울
제왕의 재목이거늘……!
일 년 전, 천유대문성 백리장천이 천유서림으로 심부름을 온 능비헌
을 우연히 보고는 그같이 탄식을 내뱉은 일은 북경 일대에 자자하게
퍼졌었다.
어쨌든 능비헌에 대한 천유대문성의 그같은 평가는 그날 이후 능비헌
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천유서림을 드나들 수 있게 만들었다.
국사의 칭송을 한몸에 입은 기재를 누가 감히 얕볼 수가 있겠는가?
물론 그런 능비헌을 시기질투하는 자들도 있기 하지만……!
"……!"
능비헌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음세흔(陰世痕).'
능비헌의 검미가 찌푸려졌다.
그런 그의 십여 장 앞쪽에 한 명의 유생이 책을 옆구리에 낀 채 걸어
오고 있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할 만한 미남자(美男者)인데 나이는 대략 이
십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눈같이 하얀 유삼(儒衫)이 더없이 어울리
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자의 얄팍한 입술과 간혹 비쳐지는 음울한 기운은 옥(玉)의
티였다.
백의유생도 전면의 능비헌을 발견하고는 흠칫했다.
'저 비천한 자식이 또 여길 출입해?'
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하지만 그는 이내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후후! 천유서림도 다 됐군! 노비 따위가 무단히 출입을 하다니……!
"
그자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능비헌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그자의 비아냥에 능비헌의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하지만 그의 내심은 무겁게 침잠되어 있었다.
'음세흔! 두뇌는 천하제일이고 한림학사의 자제로 가문도 최상이나
마음이 좁고 그 간지(姦智)함만 내세우니 언제고 그 때문에 경을 칠
것이다!'
노비(奴婢)!
보편적인 인권이나 기본적인 자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비천한 인간이
란 그 말은 능비헌에겐 심장에 꽂히는 비수였다.
천유서원의 유생들이라면 누구라도 능비헌의 신분을 알지만 감히 그
의 면전에서 그런 말을 하진 못했다.
능비헌에 대한 천유대문성의 칭찬도 있었지만 사실 능비헌이 역모로
몰려 몰락한 천문왕(天文王) 능파군(凌巴君)의 독자임을 알 만한 사
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신분을 따지자면 천유서림의 그 누구도 능비헌보다 존귀하다고는 못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뭔가 삐뚤어진 인간 하나는 어디에나 존재하는 법이
다.
-음세흔(陰世痕)!
한림대학사 음기헌(陰奇憲)의 독자인 그는 나이 십 오 세에 대과에
장원급제한 기재였다.
지금으로부터 구 년 전에 천유서림에 입림하여 가장 오래 머물러 있
는 상태였다.
이제, 앞으로 일 년만 더 있으면 대명제국 뿐만 아니라 역사상 가장
나이 어린 승상의 자리에 앉을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선자(善者)이자 대인(大人)이
었다.
한데 유독 능비헌에게만은 온갖 수모와 모욕을 주고 있었다.
"후후! 네가 미예 누님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음을 안다!"
능비헌은 짐짓 그를 무시하고 멀어져 가는 음세흔을 보며 싸늘한 냉
소를 흘렸다.
그는 신형을 돌려 계속 앞으로 걸어 갔다.
"하긴… 얼굴이 조금 평범해서 그렇지. 미예누님의 몸매는 어떤 사내
라도 침을 흘릴 정도지! 더욱이 국사(國師)이신 천유대문성 백리노사
의 양녀이시니 미예누님의 마음만 사로잡을 수 있다면 출세는 보장된
거나 다름 없겠고……!"
그의 말엔 묘한 여운이 담겨 있었다. 어떤 비감(悲感)마저 느끼게 하
는 그런 여운이었다.
첫댓글 잼 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