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8章 뇌화경(雷火經)의 기연(奇緣)
한 명의 여인이 단아한 대나무 정자[竹亭]의 앞에 그린 듯이 서 있었
다.
나이는 이십 삼사 세쯤 되었을까?
얼굴은 그리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었다.
통통하게 살이 붙은 양볼과 눈주위에 흩뿌려진 까만 주근깨 등은 그
녀를 미인(美人)의 범주에 넣기에 무리가 가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여인의 얼굴에 국한된 일이었을 뿐이었다.
얼굴 아래 드러나 있는 목은 백학(白鶴)의 그것인 양 희고 갸름했으
며 매끄러웠다. 사내라면 누구라도 뜨거운 입김을 붓고 싶을 정도다.
거기에 하얀 백라비단으로 걸쳐진 상의…
비단이란 얇고 부드러운 천이다. 그리고 무엇이건 감싸면 완만하게
그 내부의 돌출된 부위를 내비친다.
여인의 상체를 휘감은 백라비단은 찰싹 그녀의 몸에 붙어 그 굴곡을
여실히 내보이고 있다.
저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의 윤곽, 거기에 그 사이의 깊은 계
곡으로는 비단 옷자락이 움푹 패여 그 질감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었
다.
뿐인가? 치마 역시 비단자락이었다.
휘이이잉!
바람[風]이란 놈이 요술을 부린다.
지금은 강한 바람이 장원의 앞을 스쳐가며 여인을 휘감는다.
눈을 감아야만 했다. 치맛자락이 바람을 잔뜩 머금으며 여인의 하체
를 뒤로 잡아채니 저 미끈한 종아리와 탐스런 허벅지의 아름다움과
그 허벅지 사이의 신비의 둔덕마저 그 윤곽을 드러낸다.
벗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여인은 한 점의 군살도 없는 완벽 그
자체의 몸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살이 없어야 할 곳은 미끈하게 쫘악 빠졌고, 튀어나와야 할 부위는
우뚝 치솟아 있다.
반대로 들어가야 할 곳은 계곡과도 같이 움푹 패여 있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신(神)의 조화였으리라.
만일, 이 여인이 이 아름답고 미려한 몸에 얼굴마저 아름다웠다면 어
찌 되었겠는가?
아마도 상사병(相思病)으로 쓰러져 세상 하직하는 사내들이 속출했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평범 이하인 이 여인의 용모에서도 사람의 눈길을 확 잡아끄
는 부분이 한곳은 있다. 바로 봉목(鳳目)이라고 해야 어울릴 한쌍의
눈이 그것이다.
그 하얗고 맑은 흰자위에 새까맣게 윤기를 발하는 흑수정(黑水晶)을
박아놓은 듯한 동공이라니……!
백치의 미랄까?
이 여인은 쉽게 보이기도 했으며 반면 누구도 감히 범접 못할 기이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었다.
-천혜봉후(天慧鳳后) 백리미예(百里美藝)!
여인은 그런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비운의 여인이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삼년전(三年前), 그녀는 천유서림의 앞에 혼절한 채로
발견되었다.
유생들의 간병을 받아 깨어났을 때, 그녀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
는 백치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자신이 왜 이곳까지 왔으며 어디서 살았는
지도 몰랐다.
그러나 단 한가지만은 틀렸다.
학문(學文)!
그녀는 놀랍게도 천유서림에서 오년(五年)을 배운 유생 정도의 깊은
학문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천유대문성 백리장천은 일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몸이었으니 후사가
있을 리도 없었다. 이에 그는 이례적으로 그녀를 자신의 양녀로 맞아
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성(姓)을 물려주었고 이름도 지어주었다.
백리미예!
천유서림에서 삼 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학식은 천유서림에서 가장
문재(文才)가 뛰어난 음세흔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자고로 여인이 관직을 차지했던 적은 없었다.
천유대문성 백리장천은 또다시 탄식해야만 했다.
-통재로다. 신분과 성별(性別)의 차이만 없었다면 대명제국은 대원제
국(大元帝國)이 이룩한 대영토를 지니고 천년평화(千年平和)의 기틀
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을…
신분과 성별의 차이!
그것은 왕조가 무너져도 변치 않을 철벽으로 대륙천지를 굳게 짓누르
고 있는 불문율이었다.
비천한 신분이거나 여인의 몸으로선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관직에 등
용될 수 없었다.
능비헌과 백리미예!
그들을 일컬으며 토로한 국사(國師)의 탄식이었다.
"아아! 비헌! 그 아이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대륙천금부에선 아
무리 연락을 보내도 그저 심부름을 보내 아직 안 돌아왔다고만 하니
도대체……!"
백리미예는 우울한 신색으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능비헌과 백리미예가 만난 것은 일 년 전이었다.
서로가 하늘이 내린 천재(天才)들이었지만 신분과 여인이라는 것 때
문에 능력을 펼 수 없는 잠룡(潛龍)과 날개없는 봉황(鳳凰)의 신세였
다.
그들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며 진정한 흉금을 털어 놓은 상태였다.
백리미예는 능비헌보다 서너 살이 많았고 이에 그들은 의남매의 관계
로 정(情)을 쌓아오던 중이었다.
그런 그들이 지난 반 년 간 서로를 보질 못했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백사염희 화요월이 중간에서 훼방을 놓은 결과였다.
화요월은 천유서림에서 능비헌을 찾는 사람이 찾아올 때마다 이런 저
런 핑계로 만나게 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대강 천금노야의 장의(葬儀)준비를 끝낸 능비헌이 천유
서림에서의 전갈을 떠올리고 찾아온 것인데……!
문득 백리미예는 소매 속에서 한 권의 책자를 꺼내들었다.
양피(羊皮)를 짓이겨 종이만큼 얇게 눌러 만든 양피책자였는데 얼마
나 오랜 세월이 지났는지 이 양피책자는 조금만 힘을 가해도 부숴져
버릴 지경이었다.
"이것을 해독해보기 위해 천유서림으로 왔건만 별무소득이었다. 남은
건 오직 비헌, 그 아이의 능력에 맡겨보는 수밖엔 없는데 그는 어디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으니……!"
뜻 모를 탄식이 흐른다.
한데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 언뜻 비춰지는 냄새,
무언가 뜻이 있어서 천유서림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녀가 과거를 잃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인데…
모를 일이었다.
헌데 그녀가 막 양피책자를 들고 소매 속으로 집어넣고 있을 때였다.
"아가씨!"
조금은 탁한 중년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모모(母母)?"
백리미예는 흠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에 엄청나게 살이 찐 중년여인이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이 들어왔다.
사십대 중반 가량인 이 여인은 너무 살이 쪄서 마치 사람 모습을 하
고 있는 하마를 연상케 한다.
특히 가슴에 매달린 거대한 함지박만한 한 쌍의 유방이 보는 이의 시
선을 잡아끈다. 가슴에 매달린 그 한 쌍의 함지박 같은 살덩이는 뚱
보 여인이 허겁지겁 뛰어옴에 따라 물결치듯 세차게 아래 위로 출렁
거린다.
모모!
백리미예에게 그렇게 불리는 이 뚱보 여인은 백리미예가 백치 상태로
천유서림에 들어왔을 때 그녀를 보살피도록 고용된 침모(針母)였다.
"아가씨! 그 아이가 왔어요!"
모모는 호들갑스레 백리미예의 앞으로 뛰어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가쁘게 숨을 몰아쉼에 따라 가슴의 거대한 융기가 육감적으로 벌렁
거린다.
"그 아이라니… 설마?"
파르르!
백리미예의 속눈썹이 가늘게 떨렸다.
"미예 누님!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직후 듣기만 해도 시원하여 폐부가 청량해질 음성이 백리미예의 귓전
으로 들어왔다.
"비헌?"
백리미예는 급히 시선을 돌렸다. 좌측 소나무 아래 한 명 상복을 걸
친 미청년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서있었다.
물론 그 상복청년은 능비헌이었다.
"비헌!
"미예 누님!"
둘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오누이의 재회랄
까?
하지만 백리미예의 봉목엔 또다른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직 아이인줄만 알고 있었는데… 불과 반 년만에 이렇게 헌헌장부
가 되어 있다니……!'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웬일인지…
하지만 그녀가 어찌 알겠는가? 한창 자라는 나이의 소년은 반 년 정
도의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을!
능비헌은 사실 육체적인 면보다도 정신적인 면에서 더 성숙해져 있었
다. 이미 여자의 몸을 알고 난 사내가 더 이상 순진한 소년이 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통의 여자가 아닌 천하제일의 요부(妖婦)를 굴복시켜 그 육
체와 영혼을 완벽하게 소유한 사내의 자신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여간 백리미예는 깨닫고 있었다. 능비헌이 더 이상은 어린 소년이
아님을!
* * *
"이게 뭡니까?"
백리미예의 서재로 끌려들어가 차 한잔을 얻어 마신 능비헌은 마주
앉은 백리미예를 보며 의혹의 표정을 지었다.
그의 앞엔 한 권의 작은 양피책자가 놓여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천유서림에 보내준 고서(古書) 중에 섞여 있던 것이
야. 한데… 그것이 어떤 문자(文字)로 씌여 있는지조차 알 수 없기에
……!"
부끄러웠을까? 백리미예는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혔다.
그런 그녀의 태도는 뜻밖의 일이었다.
소위 식자(識者)라고 하는 위인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것이 있더라도
죽어도 그것을 내색하지 않는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동년배일수록엔
거의 병적으로 그런 현상은 심해진다.
한데 이 여인, 천유대문성 백리장천의 양녀이며 천유서림을 통틀어도
그 실력이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이 재녀(才女)가 다른 사람도 아
닌 비천한 노비 출신인 능비헌에게 모르는 바를 물어보고 있는 것이
다.
"……!"
능비헌은 일순 멍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내심으로는 형언
할 수 없는 열류가 흐르고 있었다.
'이로써 날 노비로 취급하지 않는 여인이 셋으로 늘었구나!'
감격은 뿌듯한 열기로 바뀌어 온몸을 훈훈하게 덥혀준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은 이제까지 모두 셋
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여인들이었다.
"천유대문성 노사(老師)님께 여쭤보시지 않구요?"
능비헌은 백리미예를 보며 반문했다.
그렇다. 천유대문성 백리장천은 이름 그대로 대륙최고의 현자가 아니
던가?
한데 이어지는 백리미예의 설명은 기가 막힌다.
"물론 아버님께도 여쭤보았어. 하지만 이 책에 씌여진 글이 고대(古
代)의 과두문( 文)의 일종이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고 내면에
또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만 알아내셨을 뿐 해독불가의 판정을 내리
셨단다."
기가 막힐 일이다.
대륙제일의 현자도 해독지 못한 것을 알아보라고 하는 백리미예가 바
라보는 대상자가 다름아닌 최하층의 인간 능비헌인 것이다.
"누나는 갑골문(甲骨文)까진 어느 정도 알지만 과두문은 읽지도 못해
. 하지만 비헌이라면…, 아버님께서 일전에 말씀하시길 과두문을 해
독한 적이 있다고 해서 혹시하고 부른 거야."
"예! 일전 노사께서 과두문 책자를 한 권 주셔서 꼬박 일주야만에 해
독한 일은 있습니다만……!"
능비헌은 자신없는 투로 말하며 양피책자를 들어보았다.
겉장엔 흐릿하게 무엇인가 그려져 있었다. 흡사, 올챙이가 흐느적거
리고 있는 듯한 괴이한 문양이었다.
이것은 바로 과두문자로서 갑골문 이전에 사용되었다는 최고(最古)의
문자였다.
그것은 거의 남아 있지도 않았으며 그것을 해독할 수 있는 인물 역시
전국시대의 기인(奇人) 귀곡자(鬼谷子)가 효시였고, 그 이후로 제갈
공명이 있었을 뿐이었다라고 전해지고 있다.
물론 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천유대문성 백리장천 이외엔 없을
것이다.
그것을 능비헌이 알게 된 것은 백리장천의 배려에서였다.
귀곡천서(鬼谷天書)!
귀곡자가 지었다는 천의기서(天意奇書)가 그것이다.
백리장천은 소년시절 우연히 그것을 습득하였고, 귀곡자는 귀곡천서
를 과두문으로 써 놓았기에 백리장천이 그것을 해독한 것은 십 년 후
의 일이었다.
능비헌은 그것을 단지 칠주야만에 독해해낸 것이다.
"아버님께서 이 책의 제목은 뇌화경(雷火經)이라고 하셨단다."
백리미예의 말을 흘려들으며 능비헌은 양피책자를 계속 뒤적거렸다.
백리미예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뚱보여인 모모는 그런 능비헌을 긴
장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반 각 가량 흘렀을까? 대충 책자를 다 읽어본 능비헌은 탁자 위에 양
피책자를 내려 놓았다.
"어때?"
"능소협! 풀 수 있겠는가?"
백리미예와 모모는 기대감 서린 눈길로 능비헌을 보며 황급히 물었다
.
"글쎄요.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완전하게 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능비헌은 빙긋 웃으며 자신있게 말했다.
"얼, 얼마나 걸리겠어? 해독하는 시간이……?"
백리미예는 곧바로 반문했다.
"늦어도 오늘 저녁 때까지면 그럭저럭 해독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
"아……!"
"오오!"
두 여인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경악성은 당연한 것이었다.
천유대문성 백리장천이라는 대륙최고의 현자조차 풀지 못한 것을 능
비헌은 단 한나절만에 해독해낼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뉘라서 경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역시 잠룡(潛龍)이었어! 만일 저 아이가 제대로 날개만 달 수 있다
면 천지를 지배하는 천룡(天龍)이 될 수 있을 거야!'
백리미예라는 여인의 내심으로 찬탄의 마음이 어우러지고 있었다.
물론 단순히 감탄만은 아니었다.
'출신이 비천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일반인들 사이에나 통용되는 것일
뿐! 무림(武林)에서라면 그런 것 따윈 필요없다! 저 사람이 무인이
된다면…….'
왜 이리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지…
백리미예에 대한 한 가지만은 거짓임이 드러나고 있었다.
과거를 잃어 버렸다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한데, 그녀가 채 알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하나의 인영(人影)이 처
마의 그늘 밑에 숨어 안을 엿보고 있음을 말이다.
'흐흐흐! 여우 같은 계집들이 뭣 때문에 이런 냄새나는 유생들의 소
굴에 숨어있나 해서 따라들어왔더니 뜻밖의 수확을 얻었군! 저 계집
들이 삼 년의 공을 들인 걸로 보아 저 책자가 엄청난 비급인가본데…
그나저나 오늘 저녁이라 했겠다?'
그자의 입가로 음흉한 미소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스스스스…
그 인영은 아지랑이와도 같이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리오. 이 뜻밖의 미풍이 훗날 엄청난 크기로 증폭
되어 대륙천하를 휩쓸 무서운 대폭풍이 될 것임을……!
풍운(風雲)의 서막(序幕)은 그렇게 올랐다. 무림과는 전혀 상관없는
천유서림에서…
* * *
석양(夕陽)의 핏빛 노을이 누리를 진홍빛 혈하(血霞)로 물들이고 있
었다.
송림에 뒤덮여 사철 푸른 천유서원도 이때만은 예외일 수밖에 없었다
.
-청심헌(淸心軒)!
이곳은 천유서림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 별각(別閣)
인데 백리미예의 침실이 그곳에 있는 터라 금남(禁男)의 성역이 되어
있었다.
한데 그곳에 사내 하나가 대낮부터 들어가더니 아예 석양이 지는 이
무렵까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청심헌의 내실(內室)은 주인의 취향답게 단아하게 치장되어 있는데
지금 그곳에는 두 명의 대조적인 여인이 마주 앉아 있었다. 늘씬한
미녀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엄청나게 살이 찐 뚱보 중년여
인이 그들이다.
두 여인은 물론 백리미예와 모모라는 그녀의 침모였다.
"그 아이가 과연 완벽하게 해독해 낼 수 있을까요, 모모?"
백미리예는 초조한 신색으로 물었다.
"현재론 제국(帝國)의 힘이 나머지 육대초인(六大超人)보다 약한 건
사실이에요. 특히 대국후(大國后)님의 무공도 그러하고……!"
모모라는 뚱보여인은 약간 카랑카랑한 쉰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제국의 개국(開國)과 함께 전해내려온 그 비경(秘經)만 해독
할 수 있다면 나머지 육대초인과 격돌해도 최소한 밀리지 않을 힘을
갖게 되는 겁니다, 소국후(少國后)님!"
소국후(少國后)-!
백리미예는 아가씨가 아니라 그런 별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다행이에요. 백리노사(百里老師)를 믿고 그에게 해독을 부탁하려 백
치가 된 듯이 연기를 했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해결이 되었으니까!"
백리미예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흠! 생각한 대로 이건 팔괘과두문(八卦 文)이었다! 뇌화경(雷火
經)이란 글자는 그냥 과두문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지."
능비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천황씨(天皇氏)인 복희(伏羲)! 달리 뇌신(雷神)이라고도 불리웠던
그가 팔괘(八卦)의 창시자임은 알고 있는 사실이고… 뇌화경은 그가
남긴 저술이라고 전해졌는데……."
능비헌은 책장을 넘기며 중얼거렸다.
"해독을 하긴 했는데 어째 과장된 장난 같은걸?"
능비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뇌화경의 내용은 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기
괴함이 가득한 것이다.
"어떻게 인간이 영기를 뿜어 천하의 마기를 제압하고 방원 십 리 이
내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실소를 머금으며 신형을 일으켰다.
그가 어찌 알겠는가?
-제마천선공(制魔天仙功)!
하나의 기공(氣功)이었다.
완벽히 체득하여 그 정기(精氣)를 내친다면 방원 일천 장 이내에 있
는 모든 마기를 으스러뜨려 박살내버린다.
그 안에 있는 마인(魔人)들은 자연스레 모든 마정(魔精)을 잃어버린
다는 말이었고, 그 후에는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인간이 되어 버
린다.
-뇌화신강(雷火神 )!
우주최강의 힘인 뇌(雷)!
그 뇌기(雷氣)의 바탕은 가공할 화기(火氣)다.
그것은 가히 지옥겁화(地獄劫火)였다.
극성으로 펼쳐진다면 방원 십 리 이내를 열화지옥(烈火地獄)으로 만
들어 버리는 가공무비한 대화공(大火功)이 뇌화신공인 것이다.
만일 이것을 무림인들이 알았다면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을 정도로
기뻐했으리라.
하지만 능비헌은 무공이 뭔지도 모르는 인물이었니 그저 말도 안되는
과장된 옛날이야기 쯤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똑! 똑!
문득 방문이 두드려졌다.
"들어오십시오! 누님."
능비헌은 책자를 쥐어 들며 답했다.
문이 열리고 들어선 것은 백리미예와 그녀의 침모인 뚱보 중년부인
모모였다.
"어떻게 해독이 됐어?"
백리미예는 긴장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쯧! 순 허풍만 늘어놓은 거짓말 책이요! 어떻게 인간이 마기를 쫓고
불바다를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건지 원."
능비헌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였다.
"그, 그럼 해독해내긴 했구나!"
백리미예는 커다란 눈망울에 기쁜 빛을 띄우며 다가섰다.
"주해(註解)를 달아놓으면서 간신히 풀어보긴 했는……!"
말을 하던 능비헌은 갑자기 흠칫했다.
분명 실내엔 그와 백리미예와 모모라는 침모밖엔 없었다.
그녀들은 모두 자신의 손 밖 일 장여나 떨어진 곳에 있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 어!"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누군가가 그의 손에서 책을 빼앗아 가는 듯
잡아당기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닌가?
"……?"
돌연한 그의 행동에 백리미예는 의아한 빛을 발했다.
"책… 책이……!"
휘익!
급기야 능비헌의 손에 들려 있던 뇌화경이 그대로 허공을 가로질러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퍼엉!
뇌화경은 그대로 창문의 창호지를 뚫은 채 사라졌다
"격공섭물(隔空攝物)!"
모모의 입에서 벼락같은 노성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이 그대로 튕기듯 날아올랐다.
와장창!
그녀의 뚱뚱한 몸이 그대로 창문을 부수며 날아나갔다.
그녀의 이같은 재주는 극고한 수준의 강호무인이 보여줄 수 있는 극
쾌(極快)의 경신술이었다. 최소한 내공이 사갑자 이상은 되어야만 보
일 수 있는 초절정의 신법이다.
피잉!
그와 동시에 백리미예도 급히 교구를 날려 부숴진 창문 밖으로 사라
지는 것이 아닌가?
"비헌! 잠깐 실례해!"
스팟!
그녀의 경신술은 오히려 모모보다 더 빨랐다.
이 일련의 갑작스러운 사태에 능비헌은 그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도대체 무슨 말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만 근의 무쇠로 만든 솥[鐵鼎]을 들어올리는 대역사(大力士)는 본 일
이 있었다. 열 개의 표창을 한꺼번에 날려 열 개의 솔방울을 떨어뜨
린 인물을 본일도 있었다.
하지만 창문까진 어림잡아도 오 장여에 달한다.
그 거리를 찰나지간에 몸을 튕겨 사라져나갈 수 있다니.
더욱이 숨쉬기조차 비대해 보이는 거구의 뚱보 아줌마와 호리호리하
면서 그저 머리만 좋은 유약한 여인이 그런 기적을 일으킨 것이었으
니 능비헌이 기절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 * *
"서랏!"
쐐액!
능비헌의 표현을 빌리자면 숨쉬기조차 거북살스러운 뚱보아줌마 모모
였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물찬 제비보다 빠르게 폭사되고 있었다.
쐐애애액!
그런 그녀의 삼십 장 전면으론 하나의 백영(白影)이 빛살처럼 쏘아져
나가고 있었다.
헌데 막 모모를 뒤따라잡던 백리미예의 봉목으로 경악의 빛이 떠올랐
다.
"저 자는… 음세흔?"
그랬다. 수중에 뇌화경을 움켜쥔 채 도주해가고 있는 인물은 바로 천
유서림의 제일기재라 알려져 있는 음세흔이란 자였다.
"저 자가 어떻게 무공을?"
백리미예의 옥용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빛이 스쳐갔다.
"소국후님! 저놈이 펼치는 경공은 백사환도(白邪幻島)의 백사비섬신
법(白邪飛閃身法)이 분명해요!"
모모는 음세흔의 발을 보며 해연히 놀란 부르짖음을 토했다.
"백사환도의 괴뢰였단 말인가?"
츠으으…팟!
백리미예의 봉목으로 살벌한 살기가 피어 올랐다.
-백사환도(白邪幻島)!
당금무림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일곱 명의 초인(超人) 환우칠비황(
宇七秘皇)!
그 중에서도 사도지존(邪道至尊)으로 불리우는 자가 있다.
백의사신(白衣邪神)!
바로 이 자인데 그 백의사신을 추종하는 무리들을 백사환도라고 한다
.
백사환도는 동정호(洞庭湖)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데 음세흔이란 자는 분명히 한림대학사의 독자(獨子)이거늘 어찌
백사환도의 무공을 펼치고 있단 말인가?
모를 일이다.
스팟!
백리미예는 경신술에 더욱 가속을 붙였다.
그러자 그녀가 날아가는 속도는 폭발적으로 배가되었다.
"헛!"
힐끔 뒤를 보던 음세흔은 흠칫했다. 어느새 백리미예가 그의 등 뒤를
십여 장까지 바짝 추격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도주할 것을 포기해 버렸다.
'이만하면 차선책은 된 것이니……!'
화르르르!
그는 강둑으로 날아내렸다.
상강(湘江)은 북경에서 북단으로 칠십 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강
이다.
"호호! 이제야 도주할 것을 포기했느냐? 백사환도의 졸개?"
백리미예는 음세흔의 앞으로 떨어져 내리며 싸늘한 교갈을 터뜨렸다.
"흐흐흐! 여인제국의 소국후께서 딴짓을 한다고 하기에 무언가 했더
니 역시 이것 때문이었군그래?"
그는 오른손에 있던 뇌화경을 들어 보였다.
"그걸 본녀에게 곱게 돌려주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백리미예는 그를 노려보며 냉음을 발했다.
"흐흐!"
문득 음세흔은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순간 그의 얼굴이 전혀 딴판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여전히 준미했
지만 얄팍한 입술에 얼굴에 점이 여러 개 찍혀있는 삼십대 중반의 장
년인의 얼굴이었다.
"네놈은 천면서생(千面書生)?"
모모가 그제서야 오다가 그자의 얼굴을 보며 흠칫했다.
"흐흐! 철왕모모(鐵王母母)! 네년도 껍질을 벗지! 여인제국(女人帝國
)의 호법신모(護法神母)께서 침모 노릇이라니……!"
음세흔, 아니 천면서생은 모모에게 이죽거리며 말했다.
"으음! 나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니……!"
모모, 즉 철왕모모라는 여인은 침음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한바퀴 몸
을 돌렸다.
휘익! 우두두두둑!
뼛골이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변하고 있었다.
숨도 쉬기 힘들어 보일 정도로 비대하던 그녀의 몸이 무려 석 자가
넘게 쭉 늘어나며 상당히 늘씬하게 변했다.
그녀는 일종의 축골공(縮骨功)으로 몸을 줄이고 있었고 그 때문에 살
이 아래 위로 눌려져서 뚱보처럼 보였던 것이다.
철왕모모의 키는 단번에 팔척(八尺)을 상회하게 자라나 어지간한 사
내들은 모두 내려다 볼 정도의 거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키가 원래대로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히
살이 찐 체격이었다. 팔뚝 하나가 보통 사내들의 허벅지만큼 굵고 치
마가 찢어질 정도로 굵어진 허벅지는 한아름이 넘는다.
특히 하나 하나가 함지박만하던 그녀의 젖가슴은 조금도 줄어들지가
않았다. 오히려 원래의 체형으로 돌아감에 따라 팽팽한 탄력을 되찾
아 보는 이를 압도한다.
체격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색도 변했다. 검디 검던 머리카락이 물에
빠지는 듯 하얀 은색으로 탈색된 것이다.
디룩디룩 살이 늘어졌던 얼굴도 피부가 팽팽해지면서 상당히 아름답
고 또 드세보이는 여전사(女戰士)의 그것으로 변했다. 도도하면서도
어딘가 우수가 어린 중년여인의 얼굴이다.
-철왕모모(鐵王母母)!
이것이 그녀의 진짜 이름이었다.
과거엔 한때 냉혈나찰(冷血羅刹)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매서운 손
속을 지닌 여자였다. 특히 여자를 괴롭히는 색마(色魔)를 본다면 그
물건을 잘라버리는 것으로 유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녀도 녹녹한 인물은 아니었으나 그녀의 배후는 엄청났다.
<여인제국(女人帝國).>
사내들로부터 모진 수모와 학대를 받았던 한녀(恨女)들이 모여 이룩
한, 말 그대로 여인들만의 제국이다.
그리고 당금 무림을 좌지우지하는 일곱 명의 초인, 환우칠비황 중 한
명인 여황존후(女皇尊后)가 대국후로 있는 여인들만의 패세(覇勢)다
.
"천면서생! 비급을 바쳐랏!"
철왕모모는 스산한 살광을 희번뜩이며 노갈을 터뜨렸다.
"흐흐! 삼십 장 밖으로 물러나 있어라! 그렇지 않으면……!"
천면서생은 뇌화경을 양손으로 끼웠다. 그자가 손을 비비면 삼매진화
(三昧眞火)가 일어나 뇌화경은 그대로 잿가루가 되어 버릴 판이다.
"네, 네놈이 감히……!"
철왕모모의 백발이 올올이 곤두섰다.
하지만 백리미예는 냉정했다.
"모모! 시키는 대로 해요!"
그녀는 뒤로 물러섰고, 할 수 없다는 듯 철왕모모도 그녀의 뒤를 따
랐다.
삼십 장 밖에서 백리미예는 천면서생을 노려보며 냉갈을 터뜨렸다.
"네놈이 아무리 빨라도 삼십 장 정도는 일각 안에 추격할 수 있다!
허튼 짓을 한다면 가장 처참하게 죽을 줄 알아라!"
천면서생은 태연했다.
"흐흐흐! 물론이지! 주긴 주겠다! 내 목숨보다 이까짓 읽지도 못하는
냄새나는 책나부랑이가 더 소중할 수는 없으니까!"
휙!
그는 아무렇게나 뇌화경을 강쪽으로 내던졌다.
피잉!
그와 동시에 그자의 신형은 반대편으로 쏜살같이 지면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크흐흐! 이 글을 해독할 수 있는 그 비천한 하인 놈은 벌써 사부에
게 죽었을 터! 가져가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으
니 상관없지!'
삽시간에 백 장을 도주해가는 그의 입가로는 비릿한 살소가 매달려
있었다.
"안돼!"
백리미예와 철왕모모는 기겁을 하며 강물 속으로 빠져드는 뇌화경을
향해 폭사되어 가고 있었다.
쐐애액!
* * *
"장집사(張執事)님?"
능비헌은 청심헌을 나서다가 멈칫 걸음을 멈췄다.
그의 앞에 황의를 걸친 자애로운 인상의 노인이 서 있었다.
장대일(張大壹)!
천유서림 유생들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삼백 명 하인들의 수좌(首座
)인 인물이다.
평소, 같은 하인의 신분으로서 뛰어난 능비헌을 아낌없이 사랑해 주
었던 그의 눈빛이 지금은 확연히 변해 있었다.
츠으으으!
스산하게 빛나고 있다.
'살… 살기(殺氣)!'
능비헌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장대일의 오른손이 칼날처럼 세워지면서 벼락처럼 내쳐
졌다.
쩌쩡!
새하얀 전광(電光)이 쏟아지며 폭사되었다.
퍼억!
"크흑!"
피하고 막고 할 사이도 없었다. 가슴이 으스러지는 듯한 충격을 느끼
며 능비헌은 허공으로 떠올랐다.
촤아아……!
뿜어지는 피는 분수처럼 그의 심장에서 흐른다.
쿵!
그의 신형은 모질게 오 장 밖으로 팽개쳐졌다.
"흐흐흣! 똑똑한 것이 죄다! 비천한 하인 놈아!"
장대일은 비릿한 흉소를 흘리며 다가왔다.
스읏!
이어 그자는 자신의 얼굴을 문질렀다.
다음 순간 그자의 얼굴은 전혀 딴판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얼굴
이 백짓장처럼 하얀, 흡사 시체를 보는 듯한 팔순 가량의 노인이었다
.
"흐흐! 여황존후! 그 계집이 비급을 익혀 강해지면 본 백사환도에 이
익될 것이 없지! 천면서생, 그 아이가 당해낼 수는 없겠지만 이놈을
죽여버렸으니 휴지조각이나 다름없을 터……!"
엎어진 채 쓰러져 있는 능비헌을 내려다보는 그자의 눈가에는 흡족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크흐흐! 본좌 천면노조(千面老祖)를 만난 것을 불운이라고 생각해라
! 비천한 노비 놈아!"
스스스!
그 말을 끝으로 그자의 신형은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천면노조(千面老祖)!
일명 천(千)의 얼굴을 지닌 환면술(幻面術)의 일인자다.
그런 그가 백사환도에 원로로 있었고, 천면서생은 바로 그자의 제자
였던 것이다.
* * *
휘이이잉!
싸늘한 삭풍이 청심헌을 휩쓸었다.
쓰러져 있는 능비헌은 미동도 없이 싸늘하게 굳어져 간다.
천면노조의 일격에는 만근거암도 박살낼 수 있는 백골쇄혼수강(白骨
碎魂手 )이라는 사도의 사악한 마공이 담겨 있었다.
초일류의 무인일지라도 이 백골쇄혼수강에 격중되면 중상을 면치 못
했다.
그것을 무공도 모르는 사람이 맞았다면 내부가 으스러져 즉사했을 것
은 당연한 일이다.
천면노조도 그렇게 생각하고 미련없이 떠난 것인데……!
꿈틀… 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당연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능비헌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지 않는가?
"크으! 천면노조라고 했던가? 제자놈은 천면서생이고?"
입가에 묻은 피를 손등으로 문지르는 능비헌의 눈가로는 스산한 살기
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는 백골쇄혼수강에 격중되고도 살아있는 것이다.
천면노조와 천면서생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능비헌의 일신에는
화요월로부터 빼앗은 십갑자 수위의 가공할 공력이 잠재되어 있음을
!
비록 무공은 모르는 능비헌이었지만 십갑자에 이르는 그 막강한 기운
이 본능적으로 능비헌의 내부 요혈을 보호한 것이다.
"크으! 역시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못된다. 새로운 세계로 가리라!"
능비헌은 신형을 비칠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강호무림(江湖武林)… 그곳에서 새롭게 태어나 보겠다! 진정한 힘을
얻어 다시는 이런 치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는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을 결심한 것이었다.
'대비암(大悲庵)! 그곳에 가리라!'
대비암!
잠룡의 운명은 그곳으로 향해지고 있었다.
첫댓글 잼 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