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싸이가 대전에서 공연을 했었지
그때 우리 애들 둘다 고등학생이라 한번
보여주고싶어서 꽤 비싸게 티켓값을 지불하고
나와 내 여동생 우리애들 이렇게 넷이 보러갔지
광고에 공연장비 무게만 200톤이란 소리에
제법 기대를 많이 하고 들뜬 마음에 제일 좋은
무대 바로앞에서 스탠딩으로 구경을 했었어
싸이정도되니 콘서트장이 대전월드컵 경기장
이었어 내가 알기로 5만명 가까이 수용할수
있는 구장이었는데 무대뒤쪽은 빼더라도
어마어마하게 왔더군
첫곡부터 관중들은 모두 일어서서 풍선이나
막대봉등을 흔들며 열광을하고 같이 떼창을
하고 신나게 같이 춤을 추어댔지
가끔 내가 아는 노래도 나올땐 나도 신이나더군
그런데 몇곡빼곤 다 낯설고 200톤의 공연장비
중 90%는 물인거같았어
얼마나 물을 뿌려대던지 무대 바로앞에
자리잡은 우리들은 얼마안가 물에 흠뻑
젖은채로 관람을 했었지
난 그때 대전에서 먼곳에서 근무를 했기에
우리애들에게 재밌게 즐기라고 말하고 공연
중간에 빠져나왔지
비싸게 주고 들어간 콘서트였는데 끝까지
못봐도 전혀 서운하거나 아쉽지 않았지
그 일이 있고 한달정도후
해마다 애들과 방문하는 무주 반딧불이
축제를 갔는데 버드리가 품바공연을 한다는거야
몇번 이름은 들어봐서 알고는 있었지
마침 웬만큼 둘러보았고 시간이 되길래 얼마나
잘하나하는 호기심에 품바 공연장에 들어갔지
임시천막으로 만든 공연장안엔 200명정도가
입장했는데도 꽉 차 보였어
무대 중앙엔 북인지 드럼인지 탬버린이 하나
걸린채 버드리인듯한 여자가 북을 치며 뽕짝
비슷한 노래에 추임새를 넣어가며 한곡
부르고있었지
관객석은 대부분 연세 많으신분들을 위해
간이 의자가 놓여있었고 미쳐 자리를 못잡은
사람들은 뒤쪽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구경을 하고있었지
노래 두어곡을 신나는 장구 장단에 맞춰
불러제끼는데 여기까진 다른 축제 품바
공연이랑 별 다를바 없었지
노래가 끝난후 마이크를 잡은 버드리가 입담을
펼치는데 장난이 아니었어
나도 유튜브로 두어번 보았기에 버드리가
어느정돈 한다는걸 알고있었어
그런데 라이브로 보니 장난이 아니었어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때마다 앞쪽에 앉아있는
노인네들은 배꼽을 잡았고 여기저기서
만원짜리들을 어깨위로 치켜 흔들며 어서
가져가라고 팔랑거렸어
그러고보니 버드리 허리춤에 새끼줄을 엮어
만원짜리 지폐를 걸어놨는데 한눈에봐도
몇십만원은 되어보였어
노래와 입담 한번 끝나면 여기저기서 흔들어
대는 지폐를 버드리 혼자 감당을 못해 조수인듯한
각설이 분장의 다른 사람들이 꽃을 따듯
돈을 줍고다녔어
내가 지금까지 다른 지역축제에서 본 각설이들은
노래하고 주로 엿을 팔던데 버드리는 가끔
뭘 파는것같아도 그와 별개로 아무것도
안팔아도 객석에서 돈꽃이 피는걸보고 내심
놀랬어
노래 몇곡 만담 몇마디에 빠져 나도 모르게
버드리 공연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맨
뒷쪽에 서서 구경하던중 어느순간 오만원짜리를
꺼내 머리 위로 흔들고있는 나를 보았어
버드리가 오랫만에 나온 오만원짜리를 받아들고
어르신 만수무강하세요 하더군 젠장맞을
아뭇튼 버드리공연을 한시간넘게 넋을 놓고
봤던것같아
집에오며 생각해봤는데 싸이공연은 십만원이
훨씬 넘게 주고 다 보지도 못했는데 아쉬움이
없었는데 오늘 버드리 공연엔 비록 어르신이란
소릴 들었어도 단돈 오만원에 진짜 오랫만에
시간가는줄 모르고 구경했던거같아
내 맘속에선 버드리가 싸이에게 판정승을 거두었지
다음에 어디선가 버드리가 품바공연을 한다면
우리 부모님 주머니에 만원짜리 가득 채워서
맨 앞쪽 제일 좋은곳에 앉혀드릴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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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제 싸이보단 품바공연 볼 연세죠~~ㅋㅋ
썪을놈~~
난 아직 싸이 ㅋㅋ
ㅎㅎ 나도~
ㅋㅋ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오호 진동아 이런 댓글이 글쓴이에겐 힘이된다는~~
버드리 다음공연 어디서해요?ㅎ
버드리 보다 병욱형 글이 더잼나는데요
sm쉪님 버드리 뜨면 단체관람 함 갈까요 주머니에 만원짜리 꽉 채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