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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나요?
잊는다.. 라는 게 무엇인가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 라는 의미인가요?
이젠 기억이 나질 않아.. 라는 의미인가요?
전.. 그녈 사랑하지 않지도, 기억을 못 하지도 않아요.
첫사랑을 잊지 못 하는 건가요?
정말.. 평생 그녀를 잊지 못할까요?
전 술을 마시지 않아요. 술을 마시고 나면 그녀에게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게 될까봐, 그녀를 다시 힘들게 할까봐, 전 술을 마시지 않아요.
63번 창측 64번 통로측
3년 전
어렸을 적 이사를 많이 다니던 나였기에 친구들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았어. 하루는 책상정리를 하다가 초등학교 졸업 앨범을 발견 했어. 잊고 살 던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오르며 잠시 추억 속 에 빠져들었지. 그러다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어렸을 적 내가 좋아하던 아이의 사진 이였어. 난 그녀의 연락처를 알아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그녀의 흔적을 뒤지기 시작했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그러지 말아야만 했어. 뭐, 하지만 난 그녀에 대한 기억을 다시 찾은 기쁨 이였을까 아니면 단지 외로워서 일까? 인터넷을 통해 알아낸 그녀의 번호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버렸어.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여보세요?’
‘아 저... 경찰입니다. 혹시 XX란 사람을 아시나요?’
‘아, 예 알아요.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무슨 일 이시죠?’
‘아, 그분이 당신을 찾고 있어요’
‘예? 무슨 일로 절 찾는 건데요?’
‘그분이 당신을 좋아했었다고 전해 달라 해서요’
‘예? 아, 예…. 그런데 경찰이 그런 일도 하나요?’
그녀의 말에 당황한 나는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고, 곧이어 그녀에게 문자가 왔어.
‘장난치지 말아 주세요’
그녀가 화가 났다고 생각한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어. 그녀는 받지 않았지. 뭐라더라.. 그냥 목소리 들려주기 민망하다 그런 것 같아. 그리고 난 다시 문자를 보냈지.
‘아까는 잘만 말하더니 왜 지금은 민망해요?’
그녀가 대답했어.
‘아까는 모르는 사람이라 받은 거야’
‘그럼.. 아는 사람 전화는 안 받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뭐랄까.. 아 모르겠어’
웃기지? 말이 안 되는 저런 행동들이.. 내겐 너무 귀여워 보였어. 그땐.. 그냥 단순한 호감 이었다고나 할까? 근데 그 호감이 사랑이 되는 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어. 그녀에 빠진 나는 그녀를 점점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져 버렸어. 사랑이란 거.. 욕심이 과하면 다친다는 거 알면서도 그녀에 대한 마음은 진정이 되질 않았어. 결국 그녀에게 고백을 하였고, 그녀는 처음에 거절을 했지. 지금은 한번 거절당하면 다시 고백할 엄두가 나질 않는데.. 그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어. 두 번째 고백도 거절당하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세 번째 고백을 한 날 집에서 부모님께 심한 꾸중을 당하곤 휴대폰을 던져버렸어. 다음날 학교에 가서 휴대폰을 열어봤더니.. 그녀에게 문자가 와있었어.
‘에구구 고마워 계속해서 고백해줘서 내 마음 알게 해줘서’
‘왜 연락이 안 돼? 무슨 일 있는 거야?’
‘이렇게 연락 안 되면 나 걱정 돼.. 무슨 일이야.. 괜찮은 거지?’
새벽 5시까지 계속된 그녀의 문자..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이 세상에서 날 생각해주는 사람이 그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그녀에게 의지하게 되었지. 힘든 일이 있으면 그녀에게 먼저 말하고, 힘들다고 위로해달라며 때를 쓰기도 하고, 슬프다며 그녀 앞 에서 울기도 했지. 우린 쉽게 만날 수 없었어. 그녀는 지방에 살고 난 서울에 살았거든. 고등학교 3학년인데다.. 서로 만나려면 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우리는 전화통화로 만족을 해야만 했어. 매일매일 보고 싶다 말을 해도 내 마음이 표현이 되지 않는 기분 이였어.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되고 우리는 드디어 만나게 되었어. 그 당시 나는 정말 잘생기지도 공부를 잘 하지도 몸이 좋지도 않은, 그런 사람 이였지만 나에 비해 그녀는 정말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쁜 착한 아이였어. 알잖아.. 한없이 작아지는 그런 기분. 딱 그런 기분 이였지. 하지만 그녀는 날 계속 좋아해 주었어.
“내가 원하는 거? 음 ... 대학가서 너하고 CC되는 거 그러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 되 알았지?”
이런 나를 좋아해주는 그녀를 위해 난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었어. 난 2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고시원 방에서 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그녀에게 약간은 소홀해 지기 시작했지. 물론 핑계로 생각해도 괜찮아. 아니 어쩌면 핑계일거야. 그녀가 날 떠나간 이유 중 하나가 그녀를 위해 한 행동 이라는 것 만 으로 큰 위안이 되었거든. 어쨌든 차츰 모의고사 성적은 올라갔지만 그녀와의 거리가 약간 멀어진 기분 이였어. 그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 약간의 불안감 그리고 거기에 약간의 소홀함 그것들이 나로 하여금 그녀를 의심하게 만들었어. 이미 예전에 느낀 고마움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였지. 그때부터 난 그녀에게 ‘사랑해요’ 라는 표현을 듣고 싶어 했어. 하지만, 그녀는 해주지 않았어. 아니, 해주지 못했어. 그녀는 나와는 달리 ‘사랑한다.’ 라는 말을 아주 큰 의미로 생각 했던 거야. 그녀는 그 말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때당시 내게는, 쉽게 말해 내 알바 아니었어. 그런 내 우격다짐 같은 행동이 그녀를 너무 힘들게 했었던 것 같아. 결국 그녀는 나에게 이별을 말했지. 난 정말 이유를 몰랐어. 계속해서 이유를 물었지만,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어. 물론 그때는 그 이유를 모르면 미칠 것 만 같았지. 결국 그녀는 이유를 말해 주었어.
‘넌 너무 부정적이야. 그리고 날 힘들게 해. 너도 힘들다며, 그럼 우리 이제 그만 힘들자.’
내가 쉽게 내뱉었던 힘들다는 말. 그 한마디가 날 이 세상 가장 밑바닥까지 날 끌어 내렸어. 아니 그런 기분 이였어. 근데,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어. 그냥, 뭐랄까?
‘아 나도 영화처럼 저 멋진 배우처럼 이별을 한 거구나. 나도 저렇게 울어야 하는 건가? 그런데 눈물이 나질 않는데 어떻게 하지? 이별 후 에 담배 맛은 이런 거구나.’
뭐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렇게 하루 이틀 흐를수록 가슴속에 한편이 턱 막힌 기분이 들기 시작 하는 거야. 왜 이럴까.. 생각하며 담배를 딱 피려는데, 눈물이 한줄기 흐르는 거야. 왜?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 처음 시작을 할 때 끝을 생각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어. 그녀를 아프게 만든 내 스스로가 한심했어. 그녀의 입에서 그렇게 날카로운 말을 내뱉게 만든 내 자신이 싫어졌어. 내 모든 걸 다 주어 그녀가 내게 돌아온다면 그렇게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때부터 집착이 시작 되었던 것 같아.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서 울고, 그녀가 돌아오게 하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을 내뱉고, 가끔 죽어버린다고 막말도 내뱉고. 그렇게 이주정도 했을까? 그녀가 미안하다고 했어. 왜? 그녀가 왜? 잘못한건 난데, 그녀가 왜? 그때서야 제정신이 돌아왔어. 아, 내가 그녀에게 많이 못된 사람이구나. 내가 그녀에게 참 많이 못되게 굴었구나.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녀가 내게 돌아오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난 다시 그녀를 힘들게 할 텐데.’
내가 잘해주어야 되겠다는 생각보다 저 생각을 먼저 하게 된 거야.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보기 시작 한 거야. 참 바보 같지? 가끔.. 그녀가 바보란 얘기를 할 때 그 말에 설래 기도 했었는데.. 어쨌든 그녀는 그렇게 떠났고, 난 그녀에게 최악의 짓을 해버렸어.
마치 내가 영화배우인 것처럼. 그녀가 끝까지 날 기억해 주길 바라면서 겉으론 아닌 것처럼. 난 그녀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부었어. 그녀가 나에게 돌아오지 않길 바라면서. 근데 웃기 는 게 뭔지 알아? 난 그렇게 하면서도 그녀가 제발 돌아와 주었으면 생각했다는 거야. 하지만 그녀는 내 생각처럼 해주지 않았어. 아니 어쩌면 내 생각처럼 된 거겠지? 그녀는 나에게 남아있던 모든 정이 떨어져 버렸고 난, 결국 혼자가 되어 버렸어.
11월 수능을 치게 되었고, 난 그때까지도 그녀에 대한 생각에서 헤어 나오질 못 하고 있었어. 그녀의 친구에게 그녀의 안부를 물으며 어느 대학을 갔는지 궁금해 하고 마치 예전처럼 그녀의 소식을 찾으려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 했지. 난 지방에 있는 대학을 가기로 결정을 내렸어. 그녀가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갈 테니까. 그녀가 날 보면 미안해 할 테니까. 아니, 내가 그녀를 보면 눈물을 보일 테니까. 같은 서울하늘 아래에 있다는 것만으로 그녀를 보고 싶어 할 테니까. 부모님의 반대가 이어졌지만 난 내 결정을 따라 지방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되었어. 자취를 하게 되었어. 근데, 학교에 안 나가기 시작 한 거야. 가고 싶지도, 또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아니 누군가를 알아 간다는 것 에 대하여 너무 힘들었으니까.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6개월 이상을 혼자 집에서 보내면서 그녀를 추억하며 또 때로는 그녀를 잊으려 발악해 봤지만 그녀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더 커져만 갔어. 그리고 사랑.. 이란 게 뭐 길래, 날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 몇 가지 결론을 지었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는 게 진정 사랑인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아니다.’ 이었어. 왜냐고? 난 그녀에게 내 모든 걸 내 주고 나면 더 이상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슬플 것 같았거든. 그럼 사랑이 뭘까?
혹자는 말해
‘사랑은 헤픈 것이다’
‘사랑은 아픔이지만 곧 행복이다’
‘사랑은 추악한 것이다’
‘사랑은..’
사랑에 대한 무한한 의견들이 있어. 그중에 이런 말도 있었어.
‘사랑은 사랑이기에 사랑이다.’
사랑은 사랑이기에 사랑이다.. 멋진 말이지 사랑은 사랑이기에 내게 다가 와 사랑이 되었던 거잖아? 근데, 큰 모순이 있어.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 아름다운 것일까? 아니면 아픈 것일까? 내게는 아프기도, 행복하기도 했었어. 그럼, 사랑과 집착의 차이는 뭘까? 사랑은 상대방이 힘들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인가? 그럼 집착은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행동? 하지만 내가 하는 것이 집착이라도 상대방이 힘들지 않을 수 있고, 내가 하는 것이 사랑이라도 상대방이 힘들 수 있는 거 아닌가? 결국 사랑이던 집착이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대방에 의해 결정이 되는 건가봐. 난, 그녀를 힘들게 했고 결국 내가 한 것은 사랑이 아닌 집착 이였던 거지. 그녀가 했던 건, 사랑.. 일거야. 아니 어쩌면….
6개월 후 대학을 관두고 난 다시 서울로 올라왔어. 부모님께서는 대학을 다시 가길 원하셨고 나 또한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그러다 그녀가 재수를 한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어.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녀를 보고 싶다’ 라는 마음이 마치 수위를 넘어 무너져 버린 댐처럼 내 마음을 마구 뒤흔들었지. 정신을 차려보니 버스 안 이었고 내가 가고 있던 곳은 그녀가 다닌다는 재수학원 이였어. 난 어쩌면 마주칠 그녀를 볼 자신이 없었고, 그녀의 학원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가슴이 답답해져 갔어. 때마침 그 학원은 점심시간 이였고 난 버스 안에서 학원 친구들과 웃으며 밥을 먹으로 가는 그녀 얼굴을 볼 수 있었지. 그날은 정말 하루 종일 울었던 것 같아. 여름 이였는데, 비가 오기를 처음으로 바랬던 날이야. 미친 듯이 터져 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집에 도착해선 정말 엉엉 울어버렸지. 우리 부모님은 아버지 회사 때문에 지방에 살고 계셨고, 서울엔 나 혼자였어. 혼자 있다는 서러움과, 밝게 웃고 있는 그녀 얼굴과, 떳떳하게 그녀 앞 에 나서질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 그때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두 마리 있었는데, 한 마리는 뚱이고 한 마리는 쩡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어. 뚱이는 그녀가 나를 부르던 애칭 이였어. 그 애를 볼 때 마다 그녀가 생각나는 게 싫어서 부모님 댁에 보내버렸었어. 그날따라 내가 처음 강아지 이름을 지으며 그녀와 했던 대화들이 생각이 나더라.
‘얘는 뚱뚱하니까 뚱이 어때?’
‘강아지가 뚱이야? 그럼 뚱이가 두 마리네~’
‘뚱이야 불러봐 뚱이야~’
‘뚱이야~’
정말 잊고 싶은 기억 이였는데, 아직까지 기억난다는 게 신기하다. 결국 그날 밤에 술에 취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어. 아직도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듣기만 했고 난, 다시 눈물을 보이고 말았어. 그게 그녀와 나의 마지막 대화였어.
그 뒤로는 그녀를 만날 기회도, 또 그녀와 얘기할 기회도 없었으니까. 바보 같아 첫사랑.. 이란 거 아니 그 기억을 잊지 못하는 내가 참, 병신 같아. 너 너무 많이 마신 것 같다. 이만 일어나자.
그녀와 헤어지고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한명의 여자를 만났고, 그녀에 대한 내 감정도 많이 무뎌진 것 같다. 새로 만난 그 여자는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여자였다. 그녀를 잊기 위해 만났던 여자인 만큼, 나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심어주진 못했다. 그녀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결국 그녀에게 이별을 고하고 말았다.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 받고 그 아픔을 잊기 위해 만난 여자에게 이별을 고하다니, 나란 사람 참 더러운 사람이다. 이기적인 사람이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었고 난 방학을 하였다. 방학을 맞이하여 부모님 댁에 내려갔다 오는 길이다. 어젯밤 너무 늦게 자는 바람에 예약했던 기차를 놓치고 11시 42분 기차를 타고 올라가게 되었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날이다. 날씨도 습하고 장마철인 데다가 다들 휴가를 가는지 짐들이 많아 사람이 북적북적 거린다. 표를 확인해 보니 2번 플랫폼 63번 창측 자리였다. 63번, 그녀의 핸드폰 번호에 포함 되어있는 숫자. 이런 쓸대없는 생각을 하며, 난 2번 플랫폼 앞에 서서 주위를 바라보았다. 주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가만히 서있어도 땀이 나는 짜증나는 하루다. 이곳은 내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면서 그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왠지 모르는 답답함이 몸을 감쌌다. 아침에 일어났으면 이곳에서 타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얼마 전 그녀의 소식이 궁금했던 찰나 그녀가 서울에 있는 OO여대를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와 사귀고 있었을 때도 부모님이 여대를 보낸다고 하시더니 결국 여대를 갔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침에 일어났다면 이런 생각 따위 하지 않았을 텐데, 저 멀리서 기차가 들어온다. 예정 시간보다 5분이나 늦게 도착한 기차에게 속으로 짜증을 내며 줄을 섰다. 기차에 타자마자 난 내 좌석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 앉아 바로 눈을 감아 잠을 잘 준비를 했다. 누군가 옆에 타는 느낌이 나서 자세를 추스르곤 다시 잠이 들었다. 2시간쯤 지났을까 허리가 아파서 깼다. ‘역시 무궁화호는 의자가 불편 하구나’ 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옆을 보았다.
창가로 잔뜩 녹음이 부풀어 오른 초록색 풍경들이 지나갔지만 햇살이 뜨겁다는 생각을 하며 커튼을 쳐버렸다. 그리곤 옆에 앉은 사람이 어떻게 생겼나 고개를 돌렸는데 그곳엔 그녀가 있었다. 무언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분명 그녀였다. 어쩜 이러나, 아직 난 그녀를 볼 자신이 없는데, 이게 무슨 신의 장난인가. 다행히 그녀는 아직 날 알아보지 못 한 것 같다. 내가 창쪽 이였기 때문에 잠들어 있는 그녀를 깨우지 않고 나갈 방법은 없었다. 그때 그녀가 움찔하며 깨려고 했다. 난 다시 잠든 척 을 했고 그녀는 내 인기척을 느낀 건 지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계속 자는 척 을 하였다. 그녀는 한동안 나를 바라보더니 나가버렸다. 난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화장실로 가 앉았다. 그녀가 나를 알아봤을까? 그건 중요치 않았다. 가빠지는 숨을 몰아 내쉬며 화장실에 앉아 있는데 방송이 나온다.
‘조금 있으면 저희 용산행 1506번 기차는 천안역에 도착합니다. 천안역에서 내리시는 고객 분들은 놓고 내리는 물건이 없도록 짐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내려야 하는 역이다. 하지만 가방이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결국 난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게 되었고,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최대한 모자를 눌러쓴 채 목소리를 바꾸어 그녀에게 말했다.
“잠시만요.”
그녀는 흠칫 놀라며 날 바라보더니 옆으로 비켜 주었다. 난 최대한 빨리 가방을 챙겨 내릴 준비를 했다.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뒤로한 채 재빠르게 기차에서 내린 나는 아직도 그녀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내 자신을 질책하며 대학교 앞에 있는 내 자취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괜찮아 보이네?’
그녀의 문자였다. 그녀도 날 알아본 것 같았다. 뭐라 답장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최대한 괜찮은 척을 해야 할 텐데, 그래야 그녀도 안심할 텐데. 그래야 그녀가 미안해하지 않을 텐데.
바보 같이 내 걱정은 하지도 않고 그녀 생각만 했다. 아직 그녀를 좋아하나보다. 아니 사랑하나보다. 첫사랑이라 그런 걸 까? 아니면 그녀라서 그런 걸 까? 결국 답장은 하지 못했다.
답장을 하면 힘들어 하는 내 모습을 들킬까봐. 그녀에게 연락하지 못했던 그동안의 나날이 허무할 정도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 까지라고 생각했다. 여기까지가 그녀와 나의 인연이라 생각했다. 그녀를 사랑해서 갖게 된 아픔, 고통 또한 내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하나의 기억이기에, 증거이기에. 나 혼자 간직하기로 결심했다. 그녀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녀는 행복해질 것을 알기에.
처음으로 쓴 소설이라.. 아직 부족한 곳이 많이 있습니다. 제꿈이 소설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겪었던 일이 10프로 정도는 포함이 되어 있어서요..ㅎㅎ 누군가가 보고 공감을 해준다면 그걸로 저는 행복한 사람이 될 거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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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시간 날 때 다시 읽어 볼게요
전 초저녁 잠이 많아서요. ㅎㅎ
멋지십니다
장편을 쓰신다는 것이요~
ㅎㅎ 저도 이제 자야겠어요. 길다고 장편은 아닌것같아요.. 아직 미흡해서 말이 길어진것 뿐인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