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가 좋아서
저녁의 현관문을 열면 미미가
버선발로 달려와 반겨줍니다
오래 사귄 친구와 헤어진 날에도
어쩌다 술에 취해 비틀거린 날에도
이유 같은 건 묻지 않아요
말 안 해도 안다는 표정
뚫어져라 나를 바라보는 눈망울에
엄마가 들었습니다
엄마는 왜 맨날 나만 쳐다봐
낮이고 밤이고 내 생각뿐이지
한밤중 가위에 눌려 서성이거나
늦잠을 자고 허둥댈 때에도
미미가 날 바라보면 덩달아 느긋해집니다
엄마의 기일에 우린
공원묘지를 다녀왔습니다
새 가족이 생긴 걸 자랑하고 싶었거든요
돗자리를 깔고 과일을 꺼내는데
펑펑 눈이 내렸지요
저기 봐,
엄마가 좋아하는 함박눈이야
배낭에서 목도리를 꺼내 두르고
비탈길을 내려올 때였어요
눈길에 발이 죽죽 미끄러질 때마다
어디선가 하얀 손이 나타나
걸음을 잡아주었습니다
손은 곧 털뭉치 속으로 사라지고
오늘은 몸도 마음도 귀찮은 듯
종일 코를 고는 모습이
엄마가 속을 태우는 것만 같습니다
산책을 나갈 시간인데요
이사과_2024년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첫댓글 미미와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화자의 감정도 배가 되는 것 같군요.
산책을 나갈 시간인데요.
열심히 쓰시고 발표하는 모습이 부럽고 보기 좋습니다.
미미 종족은 모든 감정을 눈으로 말하죠.
우리 집에도 새엄마가 있어서인지 확 와닿는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목련님도 반려님이 있으시군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앙징맞은 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