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저녁 공연이 끝난 이후로 지금까지 한숨도 못자고 각성된 상태로 깨어 있어서 다소 정돈되지 않은 의식의 흐름 후기글이 될 것 같지만 최대한 뻐렁치는 덕심을 자중시키고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오천년만에 연희동에 가려니 이것은 초행길이나 다름없다 싶기도 하고 퇴근시간 막히는것도 걱정이 되어서 기강을 단단히 잡고 일찍 채비를 한 뒤 길을 나섰습니다. 하지만 제 걱정에게 개소리말아라라고 하듯, 저는 공연 시간 두 시간 전인 6시에 연희동에 떨어지고야 말았고... 대체 채널 1969가 어드메여.. 하며 심봉사 심청이 찾듯 떠듬떠듬 지도를 보며 어둔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왼쪽 지하구석에서 '밀양밀양' 이 들려와서 심봉사는 그 길로 눈을 뜨고야 말았습니다. 눈은 떳는데 리허설 듣느라 다리가 꼼짝없이 붙어서 그 자리에 망부석이 될 뻔했네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짝에' 까지 리허설을 듣고 동상이 되기 전에 몸을 녹이러 커피숍으로 대피했습니다.
저와 함께 스팽글 스탠딩 공연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친구와 합류해서 관객 입장시간에 맞춰 들어가니 홍대에서 제일가는 핫플이 바로 나요. 라고 주장하는듯한 심상치않은 공간이 저희를 맞아주었고 저희는 곧 어마무시하게 뒤집어지는일이 일어나겠구만 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일어난 사건은...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역사의 한장면에 내가 있었구나 하는 심정이었어요. 별감님 공연이야 매 공연마다 그렇긴 하지만 어제의 그 온도 습도 공기의 진동... 모든것이 저에게 있어서 인생에서 정말 행복한 기억중에 하나로 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도 한참 공연중에 갑자기 저를 부여 덥썩 잡더니 세상 진지한 얼굴로 '앞으로 선생님 공연있으면 꼭 보러 다녀야할거같아.' 라고 굳건히 선언하기에... 옳거니...녀석.. 인생의 진리를 깨우쳤구먼 싶었습니다. 어디든 별감님이 소리내주실때 감사히 보러다니는것이 삶에 덕이되고 피가되고 살이되고 뼈가되고 복이되고 아무튼간에 이롭다는것을 말이지요.
사실 '무슨짝에'때 제 의지와는 별개로 머리채를 하도 흔들어제껴서 그때 아마 혼이 뽑혀 나간듯.. 공연시간 내내 인간 하회탈이 되어 엄청나게 행복했었다는 감정 빼고는 그 이후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특히나 좋았던것 몇 곡을 적어보자면 우선 '어허구자'로 공연 포문을 힘차게 여시며 새해 만복 기원하고 액막이 해주셔서 갑진년 다댐벼라 상태로 진화했구요.
긴난봉 나올때는 오장육부가 다 녹는 밴드사운드와 별감님 목소리로 진짜 내 애간장이 실제로 녹고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정도였는데, 이 곡은 음원으로 들을때도 눈이 질끈 감기고 육성으로 앓는 소리가 나오는데 라이브로 들으니 단전에서 부터 솟구치는 익룡소리를 막을수가 없었습니다. 살려주세요 아니 죽여주세요를 반복하며 그렇게 입은 웃고 눈은 울고 아주 생야단이 났습니다.
제주나돈데는 일상에 지쳐 마음에 여행이 필요할때마다 꺼내듣는데 라이브로 오랜만에 듣게 돼서 너무 행복했어요. 와 너무 행복하다. 이것이...바로.. 행...복? 제주도가면 풀타임으로 제주나돈데랑 미량미항 들으면서 여행하는것이 올해의 목표에요. 제주특별자치도는 당장 제주나돈데를 제주도 홍보곡으로 지정하고 추진하고 진행시키시길 바라겠습니다. 제주도 시장님 듣고계신가요???
너무 좋으면 오만상으로 일그러지는 안면을 가진 저로서.. 연주하시는데 몰입 깨지실까봐 제 주먹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역시 오방신 그들은 프로중의 프로... 면전에서 주접을 떨어도 꿋꿋이 멋지게 각자의 뽐을 보여주셨고 가까운 무대라 멤버분들 연주하시고 노래하시는 모습도 선명하게 보여서 더 감동이었어요. 호흡하나 땀방울 하나까지 최첨단 4DX 그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별감님 앵콜로 '허송세월말아라' 하시며 무대 내려오셔서 객석 휩쓸고 다니실때 너무나...너무나 요정같으셨어요... 어떻게 사람이 요정... 오아시스가 락스타에게 인생을 걸지 말라고 했었는데.. 조선시대에 태어났어도 저는 아마 별감님 쫒아댕겼을거 같으니까 제 팔자려니 하겠습니다. 하지만 조선시대였으면 가무별감님은 임금님이 꽁꽁 끼고 계시고 저 같이 미천한 신분은 못봤을거 같으니 2024년 대한민국이 짱이라고 외치겠습니다.
다 끝나고 넝마떼기가 되어 사족보행으로 기어나와 바깥공기 마시며 땀 좀 식히는데 귀가 먹먹하게 잘 안들리기에 친구랑 고요속의 외침마냥 큰소리로 서로의 상태를 확인하며 고깃집으로 향했습니다. 공복으로 물도 한모금 못마시고 목캔디만 빨아대며 자체 생성된 아밀라아제로 목을 축이며 뛰놀았더니 정신이 혼미하더라구요. 별감님이 간이 스테이지 올라오셔서 춤추실때부터는 실제로 산소도 좀 부족해지고 내부온도도 후끈해졌던것 같고... 방금 무슨일이 일어난거냐. 도대체 우리가 뭘 보고 나온거냐. 미쳐노느라 사진도 한장 못찍었다. 근데 내 말 잘들리냐. 계속 이상태였는데, 스팽글 공연에는 달팽이관 바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요.. 드려야죠.. 목청도 달팽이관도 간장도 모두 드리겠습니다. 결국 청력시스템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OBSG 앨범으로 회복시켜줬습니다.
희탄일때 민요특유의 단음(이 명칭이 정확히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에 대해 말씀하시며 음 사이사이에 미묘한 음들이 많아서 그러한 소리가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음향시스템과 공연에 대해 말씀하셔서 이번 27일 공연도 예매하고 2월에 있을 덕수궁 공연 피켓팅도 뚫어볼 각오를 하고 있는차인데, 어제 스팽글 공연에서는 언젠가 제주도 공연도 넌즈시 예고하셔서 총알을 열심히 모아둬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도 열심히 벌어야 하는 이유 적립합니다. 제주시장님... 그때는 제주나돈데 홍보곡 지정해주셔야 합니다...암고너 와칭유.
아무래도 채널 1969에 제 너갱이와 성대. 그리고 어휘력을 모두 놓고온것 같은데요. 별감님 짱...오방신과 짱짱... 스팽글 짱짱짱....아주 와따였다 이말입니다.. B급 소리꾼이라고 스스로 칭하시지만 이희문의 B는 BEST OF THE BEST의 B. 뷰티풀의 B. 브릴리언트의 B. 본투비 섹시의 B인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말이 맞는것 같아요.
어제 혹시나 제 주변에 계셔서 저의 팔에 맞으시거나 발에 밟히신 분이 계시다면 여기서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부디 너른 용서를 구하며 이만 주절임 줄여보겠습니다. 모두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첫댓글
감사합니다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어허구자~~~!!!
우쮸쮸 최고
노래 한곡 한곡 정성들여서 쓰신 후기글 진짜 감동입니다~~ 역시 직관이 최고라지요ㅎㅎ
직관여운은 다음 공연으로만 해소된다는게 사실인가요!?ㅎㅎㅎ 감사합니다!
@희희 직관의 여운이 그때 그때 공연마다 다 다르더라구요ㅎ
@조아조아 역시그렇군요!!!
@희희 매 공연이 다 달라요~~ 그래서 같은 공연이라도 다 가고싶은 욕심이 생긴다요ㅎㅎ
@조아조아 하늘아래 같은공연은 없죠 맞습니다 옳숩미다
우쭈쭈가 걍 확 돌아부럿구만 ㅎㅎㅎㅎㅎ 겁나 긴 감동 후기 …나 거 안갔어두 간 듯 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어제 갔었으면 오늘 링거투혼 했어야 햤지 아마도
360도 돌아서 멀쩡해 보이지만 완전히 돌아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선생님 공연 있으면 꼭 보러 다녀야 할 거 같아.'라고 굳건히 선언하며 인생의 진리를 깨우친 친구입니다.
공연해 주실 때마다 감사합니다 절하며 모든 공연 참석하겠습니다… 정말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ᵒ̴̶̷̥́ ·̫ ᵒ̴̶̷̣̥̀ 🩷역사의 한순간 속에 함께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도 우리는 세트이다.. 가자.. 희문쌤 앞으로..
조아써 년년으로 거듭나보자
나두껴죠!!!세뚜쎄뚜 삼뚜
대박 년년 !!! 놈놈 !!!
@희희
이거슨 후기가 아니고 다큐?
넘 재밌고 리얼하게 다가와 마치 내가 홍대 지하에 있는 느낌으로 숨도 차고 도가니도 아프네이.
♡쿠밍+희희♡ 셋뚜?
별감님 힘이
따블로 나시겄어요.
저도 24년에는 세뚜로
다녀볼랴구요.
24년에는 저희 모두 하나의 거대한 셋뚜로 다녀요ㅎ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뒤에서 보면서
걱정했습니다~
락커처럼 흔드셔서 !
오늘 아침엔 목이가
아프실듯!
그 열정이 부러버요.
별감님도 에너지를 많이
받으셨을거예요
아닛..뒤에 계셨다니 저의 몸부림에 피해는 없으셨을지요..ㅎㅎㅎ감사합니다 저희가 받은 에너지만큼 별감님도 기운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인스타에서 스토리로만 보면서 넘나 부러웠는데, 이렇게 생생한 후기라뇨?
넘 재밌게 잘 봤습니다♡♡♡
재밌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지못한 것을 뼈에 사무치게 후회하도록 만드시는 글이네요.ㅜㅜ
다음엔 꼭 함께해요...! 😭🙏🏻
꺄아아아~~ 별감님 공연후기는 요런재미로 읽죠!! ^^
공연현장에 뒷덜미잡혀 순간이동한듯한 너낌!! 감사합니다!!
자간에서도 끓는젊음이 느껴진다 아입니까!!!
신체나이는 별감님이랑 저랑 친구랑 바뀐거 같았습미다...ㅋㅋㅋ 별감님 체력 무슨일!!! 🤸🏻 저는 분발해야겠어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희희님 반가워요^^
맛깔난 후기글에 홍대공연의 열기와 뒤쪽에서 함께 했던 즐거움이 다시 떠오르네요ㅎㅎ
덕분에 더 즐거웠답니다👍
공연장에서 자주 뵈어요~
저도 넘 반갑습니다ㅎㅎㅎ 다음번에도 즐겁게 함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