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웰빙? 아니 웰엔딩!]
노년의 희망사항 ‘998834’를 아십니까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3일만 앓다 죽는 것… 부부 해로•경제적 여유•건강 등 필수
중국 고전인 서경(書經)의 홍범(洪範)편은 인생 5복을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는 장수, 부는 부유함이고, 강녕은 건강한 몸과 여유 있는 마음이다. 유호덕은 도덕 지키기를 낙으로 삼으라는 것이니, 다른 말로는 적선(積善)과 적덕(積德)을 하며 살라는 뜻이리라. 고종명은 천명을 다하는 것인데 병사나 객사, 사고사를 당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 품에서 세상을 떠나는 것을 뜻한다.
통속편이 규정한 5복은 약간 다르다. 통속편은 5복을 수, 부, 강녕, 귀(貴), 자손중다(子孫衆多)로 정의했다. 유호덕이 귀함으로 고종명이 많은 자녀로 바뀐 차이가 있는데, 곰곰이 따져보면 유호덕이 곧 귀함이요, 고종명이 많은 자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적선을 많이 해야 존경을 받아 귀한 사람이 되고, 존경해주는 자손이 많아야 쓸쓸한 노년을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5복 중에서도 첫째는 수(壽)이다. 장수하지 못하면 부도 강녕도 유호덕도 소용없다. 요절과 고종명은 함께 갈 수 없으니, 장수하지 못하면 나머지 4복은 꿈도 꿔볼 수 없다. 1971년 62.3세이던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03년 77.5세로 늘어났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254달러에서 1만2720달러로 많아졌다. 압축성장을 추구한 박정희식 개발독재 덕분에 한국 사회는 5복 중에서도 기본인 1복과 2복을 이루게 됐으니, ‘독재는 무조건 나쁘다’고 규정하는 것은 좁은 소견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부(富)는 상대적인 것이다. 재산이 늘어났더라도 사회 전체가 부유해지거나 인플레가 컸다면, 부는 부가 아니게 된다. 장수도 그렇지만 부는 끊임없는 ‘관리’를 요구한다. 나머지 3복도 마찬가지. 그러나 5복을 놓친 노인은 도처에서 발견된다.
경기도 한 지역에 있는 치매 중풍 노인요양원에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의 말이다. “여름철 해가 진 뒤 요양원 앞에 나가보면 못 보던 치매 노인 한 두 분이 어정거리는 경우가 있다. 자식이 없는 치매 노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므로 우리는 정부 지원을 받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식이 있는 치매 노인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하는데, 이러한 부모를 둔 자녀 중에는 제 밥벌이도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이들이 고민 끝에 치매에 걸린 부모를 우리 요양원 앞에 버려두고 간다. 현대판 고려장인 것이다.”
‘악처가 효자보다 낫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년에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의 사별이고, 그 다음이 형제자매가 세상을 뜨는 것이다.
2003년 한국 남성의 평균수명은 73.9세이고, 여성은 80.1세였다. 평균수명은 아이 때 병사하거나 청장년 때 사고사한 경우를 보태서 계산한 것이므로, 풍파를 헤쳐온 노인들의 실제 수명은 이보다 10살 정도 길어진다. 한국 부부의 평균 나이 차이는 3세 정도이니, 여성은 남편을 떠나보낸 뒤 홀로 10여년을 더 살아야 한다.
건강도 효자보다 낫다. 80줄에 홀로 된 여성이(또는 남성이) 병에 걸리면 그는 물론이고 역시 노년층에 들어선 자식도 큰 고통을 겪게 된다. 50대 후반의 노신사가 털어놓은 이야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고향집에서 혼자 사셨다. 그런데 깜빡깜빡 정신을 놓는 일이 있더니 급기야 옆집 사는 사람으로부터 ‘할머니가 집을 찾지 못하고 골목에서 서성였다’ ‘할머니가 솥을 태우셨다’는 등의 연락이 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해 얼른 서울로 모셔왔더니 어머니가 매우 답답해하셨다. 아내는 아내대로 힘들어했다. 그래서 다시 고향집에 모셨는데 또 솥을 태우셨다는 연락이 왔다. 좌불안석을 거듭하다 가족과 형제를 모아놓고 회의를 해 내가 아는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
이 요양원은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사설 기관. 신사는 수년 전 이 요양원 원장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의 인품이 좋았던 것이 기억나 헌금조로 1000만원을 기탁하며 어머니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원장은 “그렇게 하겠노라”고 한 뒤 어머니와 작별 인사를 하지 말고 떠나라고 말했다. 조용히 요양원을 떠난 신사는 며칠 후 어머니 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을 쥐어뜯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시는 분인데도 어떻게 아셨는지 내가 떠날 무렵엔 방바닥을 치며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대성통곡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항의는 며칠간 계속됐는데 경험 많은 요양원 직원들이라 간신히 붙들어놨다고 한다. 어머니는 요양원을 몰래 빠져나올 가능성이 있어 한동안 문밖 출입을 금지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아신 다음에는 직원들에게 ‘우리 아들은 ○○○쫛이고 전화번호는 ×××인데, 내가 여기에 있다고 알려주세요’라고 쓴 쪽지를 꼬깃꼬깃 접어서 몰래 건네주며 연락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그가 요양원을 찾아가자 원장은 “다들 그런 과정을 겪으시면서 요양원에 적응해가십니다. 기다리셔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신사는 한 직원을 붙잡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어머니의 생활모습을 찍어 보내달라”고 부탁한 뒤 돌아왔다.
그 후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어머니를 찍은 사진을 보내줄 때마다 그는 한없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 연말 요양원을 찾아간 그는 주방 문틈으로 요양원 생활에 적응해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처음 훔쳐볼 수 있었다.
“그전에는 휠체어에서 금방 일어나셨는데 그날은 아주 천천히 일어나셨다. 힘도 훨씬 없어 보였고, 얼굴도 수척해 보이셨다. 자식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고통이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았다. 그러나 어머니를 고향집이나 우리 집으로 모셔온다고 해도 묘책이 없어 울면서 돌아왔다.”
노년의 병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병든 노년 문제로 고통받기는 악처도 마찬가지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과 50대 후반부터 소원하게 지내온 60대 후반의 할머니는 최근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시집을 와서 몇 해를 지내니까 시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15년을 자리보전하다 돌아가셨다. 마지막 5년간은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는데, 결혼을 안 한 시동생들은 어머니인데도 무섭다며 도망을 쳤다. 젊어서는 시어머니 때문에 고생했는데 늙어가면서는 남편 술주정으로, 다 늙은 지금은 중풍 수발을 하게 되었다. 하도 부아가 치밀어 며칠 전 시누이한테 ‘젊어서도 고생하고 늙어서도 고생하고, 내가 이러려고 시집왔냐’라며 마구 화풀이를 해댔다. 시누이도 내 마음을 아는지라 눈물을 흘리면서 미안해 했다.”
많은 노인들은 젊었을 때도 힘들게 살았지만 늙어서도 살얼음판을 걷듯이 살고 있다. 70대의 한 할머니는 남편 사후 자식 집에 살았을 때의 고통을 이렇게 설명했다.
“늙으면 초저녁잠만 있고 새벽잠이 없어진다. 깜빡 잠이 들었다가도 밤 12시가 넘으면 깨어나는데 그때쯤 재수하는 손자가 학원에서 돌아와 씻고 잠들려 한다. 며느리는 손자를 챙기느라 부산한데 나는 방해가 될까봐 나가보지 않는다. 그러다 소변을 참기 어려워 나가면 예민한 성격의 손자가 문 여는 소리에 잠에 들지 못한다.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예민해지고….
낮에 며느리가 나간 텅 빈 집에서 덜 치운 집안일이 보이면 며느리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을 대게 된다. 어떤 때는 며느리가 있는데도 손을 대다가 며느리한테 ‘아이고, 어머니 가만 두세요’ 하고 제지를 당한다. 그 행동이 때로는 나를 밀치거나 때리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건강하게 늙는 것도 고통이다.”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를 넘어 무사히 직장생활을 끝냈건만, 이후의 삶도 결코 간단치 않은 것이다. 90세를 넘어 100세를 바라보는 지금 노년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늙으면 병원 출입이 늘어나고 밥 먹는 횟수보다 약 먹는 일이 많아진다. 괄시받지 않고 약값 덜 쓰는 노년을 맞이하려면 무조건 건강해야 한다. 그리하여 생겨난 신조어가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3일만 앓다 죽는(死) 것’이 가장 행복한 노년이라는 뜻의 ‘998834’이다.
998834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한국에서 고종명까지의 5복을 모두 누린 노인에게만 부여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그렇다면 998834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관계자들은 부부 해로(偕老)를 첫째 조건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해로는 간단히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동이 자유로운 60, 70대 노인 부부 중 상당수가 별거 생활을 한다. 별거는 40, 50대에 시작된다. 20, 30대 같았으면 이혼할 수 있는데, 장성한 자녀와 체면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는 40, 50대 부부는 각방 살림을 선택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부부는 늘어난다.
아내는 안방을 차지하고 남편은 대개 작은 방으로 ‘쫓겨’간다. 한 70대 남성 노인의 고백이다. “나이가 들수록 아내의 목소리가 커진다. 다행인 것은 작은 방을 쓰는 나를 자식들이나 손님들이 사랑채를 차지한 어른으로 여겨준다는 점이다. 해로하는 부부 중에서 진짜로 사이좋게 늙어가는 부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젊은 사람들도 각방 쓰는 경우가 많은데 늙은이는 두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니냐. 부부 해로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많아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은 늙어서 시작되기 힘들다. 젊었을 때의 사랑이 늙어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73세 동갑내기인 박종국•윤석순 씨 부부 이야기는 정말 새롭게 다가온다. 두 사람은 종교가 같고 취미 생활도 비슷해 늘 붙어다닌다.
“50대 때인가 남편이 보름간 일본 출장을 가게 됐는데, 남편 출장 중에 군자란이 꽃을 피울 것 같았다. 이왕이면 남편이 돌아왔을 때 꽃을 피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루에도 두세 번씩 군자란을 추운 곳으로 옮겨놓았다. 그런데 정성이 지나쳤는지 남편이 돌아왔는데도 군자란은 꽃을 피우지 않아 속이 상했다.
당시 남편은 담배를 많이 피워 집 안엔 담배 냄새가 배어 있었다. 나는 남편이 출장 갔을 때를 택해 도배를 하곤 했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환한 집을 보고 좋아하면 나 역시 기뻤기 때문이다. 40년 전 남편이 해외출장을 다녀오며 사다준 향수가 있다. 권태기가 오면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넣어뒀는데 아직 뚜껑도 열어보지 못했다. 내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모양인데 이를 절대로 벗고 싶지 않다.”(아내 윤 씨)
“1930년대 초반 생인 우리는 참 험한 시대를 겪었다.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 속에 유•소년기를 보내고 청년기 때는 6•25전쟁을 겪었다. 힘든 시대를 겪으면서 얻은 것은 지혜와 종교심이었다. 청장년 시절 나는 와일드하게 살지 않았다. 천천히 화합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는데 그러한 삶이 내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만든 것 같다.
부부가 싸우면 아이들이 불안해한다. 아이들은 속으론 불안해도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게 되니, 결국은 이중인격을 갖게 된다. 이중인격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아내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가화만사성이고 모든 일을 절로 되게 만드는 길이다.”(남편 박 씨)
아름다운 노년을 만들어가는 웰 엔딩(Well Ending)은 젊은 시절부터 추구한 웰빙(Well Being)의 연장선상에 있다. 젊은 시절 화목한 가정을 만든 이가 결국은 웰 엔딩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부 해로가 웰 엔딩의 첫째 조건이라면 두 번째는 적절한 품위 유지비를 들 수가 있다.
품위 유지비는 활동이 가능한 60, 70대 노인에게 더욱 필요로 한다. 이 나이대에는 친인척과 과거 직장의 선후배 경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노년 동아리’에 가담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에 필요한 자금이 있느냐는 점.
아파트 관리비나 세금 같은 생활비는 자식들이 마련해준다지만, 청구서가 없는 품위 유지비까지 챙겨주는 자식은 드물다. 이 돈은 본인, 특히 남편이 만들어야 하는데, 품위 유지비 지출이 많아지면 남편과 아내는 갈등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정답은 ‘젊었을 때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다’이다. 각종 연금이나 펀드 등에 가입해 노년의 품위 유지비를 만들어야 한다
80대로 넘어가면 활동력은 급격히 줄어들고 병원 출입이 잦아진다. 이런 점에서 74세인 조해진 할머니의 준비는 남달라 보였다. 그는 2년 전 남편과 사별했지만 외롭지 않다. 젊은 시절 교사를 했던 그는 50대부터 한방 공부를 하고 붓글씨를 배웠다. 자신에게 음악적 재질이 있는 듯싶어 하모니카도 배웠다. 그리고 10여년 전부터는 단전호흡이 좋을 듯해 국선도를 열심히 익혔다.
“암으로 누운 남편을 혼신의 정성을 기울여 일어나게 했다. 그러나 몇 해 뒤 남편에게 중풍이 밀려왔을 땐 정말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 풍을 낫게 해보려고 갖은 노력을 하다 보니 나도 수술을 받을 정도로 심신이 지쳐갔다. 그때 우울증이 어떻다는 것을 경험했다. 겉모습은 멀쩡한데 온몸이 아픈 우울증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우울증에 걸리면 잘 낫지도 않는데 병원비로 매달 큰돈이 들어간다. 노인에겐 치매 다음으로 무서운 병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때부터 단전호흡을 비롯한 운동을 열심히 했다.”
80, 90대를 건강하게 맞으려면 60, 70대부터 남다른 생활을 해야 한다. 건강한 80, 90대를 위한 첫째 조건은 강한 근력이다. 근력이 있어야 병마와도 싸울 수 있는 정신력이 나온다.
모 언론사 회장을 지낸 80대 후반의 인사는 아직도 바깥출입이 잦다. 그는 현장에서 뛰는 젊은이들과 함께 시국토론 하는 걸 즐기는데, 외출을 할 때는 꼭 지하철을 탄다. 지팡이를 짚고 다님에도 지하철의 길고 긴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린다. 일 때문에 늦어지는 젊은이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신문과 잡지를 읽는다. 그리고 젊은이가 오면 호령조로 시국관을 토해낸다.
그는 “모 그룹의 회장은 안방에서 방에 딸린 화장실 정도만 겨우 걸어다닌다. 늘 차를 타고 다녀서 다리 힘이 풀려서 그렇다. 활력은 다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은 ‘족(足) 힘’이 있어야 된다”라고 말한다.
풍수연구가인 우석대 김두규 교수는 “살아서 힘 있는 사람이 죽어서도 명당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삶에서도 그와 똑같은 현상이 발견된다. 현직에 있을 때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간 사람이 행복한 노년을 맞는다.
삶이란 죽음을 향한 길고 긴 마라톤인지도 모른다. ‘죽으면 그만이지 뭐’라고 하지만, 살았을 때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은 죽은 뒤에도 쉬 잊혀지는 존재가 된다. 죽음 이후를 의식하는 사람이라면 잘 살아야만 한다.
998834는 고종명을 향한 긴 장정(長程)을 성공시키기 위한 구호다. 웰 엔딩을 원하는 자, 웰빙에 전력하라!
실버시설 어떤 것이 있나?
식사•의료서비스 제공하는 ‘노인전용 아파트’ 등장
도시생활을 해온 사람들 중에는 퇴직 후 농촌에 내려가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농촌생활 적응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부부 모두가 농촌에 적응해 농군으로 변신할 용기와 자신이 있지 않다면 그래도 시설이 갖춰져 있고 30, 40년을 살아와 익숙한 도시에서 노년을 보내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도시는 젊은이의 무대이므로 노년층에게는 소외감을 준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어느 틈엔가 실버 아파트 문화가 한국 사회에 파고들었다.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이 아파트는 단순한 아파트 관리에 노인을 위한 특별 관리가 보태진 것이 특징이다.
노인 부부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식사 준비다. 특히 여성은 식사 준비로부터의 해방을 바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노인 부부만 사는 세대에서는 콩나물 한 봉지, 두부 한 모, 시금치 한 다발도 하루 먹기엔 많은 양이다. 남은 것은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것이 빠듯한 노인 가구에서 버리는 것은 가슴을 졸이는 아까운 일이 된다.
노인전용 아파트에서는 맨 위층에 스카이라운지 형태의 식당을 만들어 식사를 제공한다. 청소도 대행해주는데 이러한 비용이 관리비에 포함된다. 이런 아파트는 공용면적이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지하에 수영장과 탁구장, 당구장, 헬스센터 등 입주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43평대라도 전용면적은 27~28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파트 관리소 측에서는 체육강사, 음악강사, 댄스강사들을 불러 입주 노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비용도 물론 관리비에 포함되는데 여기에 병원 서비스까지 추가된다.
입주한 노인이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자식들이 달려오기 전에 아파트 관리자가 응급처치를 한다. 그런 뒤 노인과 자식이 원하는 병원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을 위해서는 너싱 홈(Nursing Home) 등으로 이름 붙인 특별한 방을 제공한다. 이곳엔 주로 거동이 힘들고 의료 수요가 많은 80대 노인이 입주한다.
치질전문 병원으로 유명한 송도병원(이사장 이종균)은 노인 맞춤형 아파트 건설에 일찌감치 참여했다. 시니어스 타워로 이름 붙인 이 아파트는 대개 지하철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 입주 노인들이 밖에서 친구를 만날 경우를 대비한 배려다. 노인 맞춤형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일반 아파트와 비슷하다. 관리비는 서너 배 비싸지만, 식비와 사교비 등을 따져보면 큰 차이가 없다. 노인 맞춤형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젊은 시절 중산층 이상의 부를 이룬 사람이어야 한다.
따뜻한 노년을 맞고 싶다면 젊은 시절 베짱이가 아니라 개미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다.
[커버스토리|웰빙? 아니 웰엔딩!]
노후자금 20대부터 모아라 !
일찍 시작할수록 부담 적고 효과 커… 40대 적절한 모험적 투자, 50•60대는 안정 중시
최근 지하철에 의지해 노후를 보내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한다. 전동차에 몸을 싣고 인천이나 천안 등지로 돌아다니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무임 승차권 덕택에 지하철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데다, 겨울철에는 난방도 잘돼 하루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이처럼 달리 갈 곳이 없어 이리저리 떠도는 모습이 준비 없이 노후를 맞은 노인들의 현실이다.
조기퇴직과 청년실업, 고령화 사회 등의 영향으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급기야는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를 억제하면서 사상 최장의 소비침체마저 야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불안을 느끼면서도 막상 구체적인 준비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7명은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라도 막연한 불안감을 넘어 구체적인 준비가 시급하다. 물론 멀어 보이는 노후를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노후 준비는 빨리 실행에 옮길수록 부담이 줄어든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일단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나이대별 노후 준비 원칙을 알아보자.
20, 30대 소액이라도 당장 시작하라
[올해 32세인 김모 씨는 5년 전 결혼(아내 30세)해 두 살짜리 아이가 하나 있다. 맞벌이로 월수입은 50만원 정도이며 월 생활비로 150만원 정도를 사용한다. 김 씨는 아이 교육자금과 노후 준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선 자녀 교육자금의 경우 대학 학비만 미리 마련하고 고등학교까지의 학비는 월수입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현재 자녀 한 명이 대학에 다니기 위해서는 대략 6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매년 교육비 증가율 6%를 적용하면 김 씨 자녀의 대학 생활에 필요한 학비는 1억7000만원 정도가 된다.
이 돈을 마련하려면 지금부터 18년 동안 기대수익률 연 8%를 가정해 매월 40만원을 투자해야 한다. 주식형 펀드의 연간 기대수익률이 10%, 채권형 펀드의 연간 기대수익률을 4%라고 가정하면 주식형 펀드에 28만원, 채권형 펀드에 12만원씩 투자하면 된다.
노후 준비는 일단 부부의 수입 중 남은 부분으로부터 시작한다. 남편이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부부가 같이 생존해 지내는 25년, 남편 사망 후 아내가 혼자 지내는 기간 10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은퇴 뒤 필요한 월 생활비가 200만원이라면 약 10억원의 은퇴 생활비를 준비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을 모두 고려해 넣어도 3억5000만원 정도가 부족하다. 김 씨가 60세까지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연 8% 기대수익률로 매월 28만원의 투자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씨와 같은 20, 30대들은 결혼, 자녀 출산, 내 집 마련 등 다양한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하지만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기간이 길기 때문에 적은 투자로도 효과적인 준비가 가능한 만큼, 소액이라도 당장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 30대의 노후 준비에서
첫째 원칙은 국민연금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정부 방침대로라면 2008년까지 어떤 형태로든 바뀔 가능성이 높다. 연금 지급액은 줄어들고 연금보험료는 많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개별적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올해부터 도입된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기존 퇴직금 제도를 대체할 퇴직연금은 55세가 넘어야 찾을 수 있어 노후자금 마련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개인연금 금융상품을 반드시 이용한다. 개인연금은 국민연금, 퇴직연금과 더불어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로, 각자 개별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금융상품이다. 따라서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최소한도 이상 가입하는 것이 좋다. 연금상품은 초장기 상품이므로 안정성보다는 수익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장기간 적립식으로 투자하므로 위험이 상당 부분 완화되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와 같이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20, 30대 노후 준비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자녀 교육비다. 자녀 수가 줄어 교육비 부담 또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실제 자녀 1명에 해당하는 교육비가 늘고 있어 큰 차이는 없다. 자녀 교육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부부의 노후자금이라는 사실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
40대 ‘안전제일’ 벗어나 적절한 위험 감수하라
IMF 이후 40대의 어깨가 무겁다. 조기은퇴 바람으로 미래 전망은커녕 당장의 직장 생활까지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녀 학자금 부담이 극도로 커져 자칫 노후 준비가 ‘사치스러운 남의 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노후 준비를 미루다가는 자신은 부모를 부양했음에도 자식에게서는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불행한 ‘노후’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원칙을 지키며 꿋꿋하게 노후 준비에 임해야 한다.
[부산에 사는 최모 씨는 현재 45세로 42세인 아내, 대학생과 고등학생인 자녀 2명이 있다. 최 씨의 월수입은 600만원 정도이고, 이들 가족은 월 생활비로 390만원 정도를 쓴다. 최 씨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8000만원 정도로 대부분 안정성이 높은 저축상품에 투자돼 있다. 최 씨는 조만간 다가올 은퇴 이후 노후생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최 씨의 경우 부부가 함께 생활해야 하는 은퇴 생활비로 8억3000만원, 최 씨 사망 뒤 아내가 홀로 살 때 드는 생활비 1억8000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감안하면 마련해야 할 생활비는 총 6억원 정도로 줄어든다.
현재 보유한 8000만원을 투자해 연 8% 기대수익율에 따른 투자효과를 거두었다고 할 경우, 그래도 추가로 3억5000만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 씨가 15년 후 은퇴 시점까지 3억5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매월 100만원씩 투자해야 한다.
40대의 노후 준비에서
첫째 원칙은 교육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40대의 경우 자녀가 고등학교나 대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교육비 부담이 적지 않다. 때문에 노후생활을 위해 추가로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자녀가 일류대학에 진학해서 대기업에 취직하면 자신의 노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부양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자녀 교육비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남은 여력으로 노후자금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둘째, 대개 40대는 주식과 같은 위험한 투자자산을 가장 선호하는 세대다. 이는 40대가 소득이 높고 다급한 소비가 적어 비교적 안정된 심리상태에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우리나라 40대 역시 본격적으로 적립식 펀드, 퇴직연금 등을 통해 주식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40대는 이미 부동산이나 채권 등의 자산이 있기 때문에 노후생활용 투자자금만큼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40대라도 연금상품 투자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 개인연금과 같은 연금상품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의 투자기간이 소요된다. 40대는 연금투자에 필요한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다. 더는 미룰 수도 없는 셈이다. 개인연금 상품을 찾아보고 기대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상품에 투자해 적립식 투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50, 60대 안정형 투자자로 변신하라
50, 60대는 은퇴 시점을 눈앞에 두고 있어 노후자금을 준비할 기간이 짧다. 자산을 증식하는 일보다는 보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은퇴 이후 제2의 직업을 찾고 건강을 챙기는 등 비재무적인 준비도 신경 써야 한다.
[현재 61세인 이모 씨는 3년 전 정년퇴직해서 소일거리를 찾고 있다. 58세인 아내와 대학을 졸업한 딸 둘이 있다. 지금은 월수입이 없으며 월 생활비로 250만원 정도를 쓴다. 두 딸이 버는 수입의 일부와 3억원 정도의 예금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딸들이 출가한 이후가 걱정이다. 이 씨가 두 딸이 출가한 이후 생활비로 월 180만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이 씨의 필요 노후 생활비는 약 5억원이 된다.]
국민연금과 정기예금 3억원, 거주용 아파트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딸의 결혼비용이다. 1인당 5000만원의 결혼비용을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1억원 정도가 수년 안에 소비되고 노후자금은 부족하게 된다. 따라서 자녀들과 결혼자금의 적절한 지출에 대해 충분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두 딸이 자신의 결혼자금은 스스로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 씨의 경우처럼 50, 60대는 무엇보다 투자위험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 투자기간이 짧은 만큼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율을 줄여야 하는 것. 또 유동성이 낮은 자산도 팔아야 한다. 그렇다고 안전한 자산만 갖겠다는 생각은 옳지 못하다.
위험자산도 적절한 수준에서 보유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주식이나 채권처럼 물가상승률을 보전해주고 높은 기대수익률로 노후 준비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자산은 매우 중요하다.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길어지기 때문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역시 어느 정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부동산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연금자산을 늘려야 한다. 50, 60대의 경우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살았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높다. 그래서 노후생활도 부동산 임대수입이나 투자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가 되면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은퇴 후 필요한 노후 생활비의 80% 이상을 연금식으로 지급받을 수 있도록 연금용 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령이 돼 치매나 뇌중풍(뇌졸중)과 같은 노인성 질환에 걸리거나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연금상품에서 고정적으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생애주기별 주요 재무목표
구분 주요 주제 재무목표 재무설계 내용
사회 초년기(20)대 졸업, 취직
결혼, 능력계발 결혼자금, 전세자금
취업 후 홀로서기 재무 설계 교육
주거래 은행 정하기
부채관리 중요성 강조
예산 세우기 권고
가정 꾸미기(30)대 결혼생활
자녀출산, 육아
교육 육아비용
주택구입자금
자녀교육비
비상예비자금 주택청약 상품 가입
보험/개인연금 가입
세제 혜택상품 가입
가계예산 공동관리
장기저축 계획 시작
자녀 성장기(40)대 자녀교육 자녀 교육자금
주택 규모 확장
자녀 결혼자금
노후자금 마련 자산배분 전략 수립
세무설계 수립
보험, 연금, 은퇴 계획 수립
창업, 부채상환 계획 수립
상속, 증여 설계
가족 성숙기(50)대 자녀교육
은퇴 및 노후생활 준비 자녀 결혼자금
자녀 교육자금
은퇴 후 재무적 독립 준비
노후생활 준비
상속, 증여 준비 부채, 주택대출 상환
자산배분 점검
보험, 투자, 연금 상품 점검
장애 대비 건강보험 점검
상속자산 점검
유언장, 상속 준비 상담
제2의 인생설계와 은퇴 후 취업 계획
노후생활기
(60대 이후) 제2 인생기
노후생활 은퇴 및 노후생활
상속 설계 실행
사회봉사
노후생활 즐기기 노후자금 점검
안정적 투자자산 운용
안정성 유동성 확보
건강보험 재점검
상속자산 분배
유언서류 작성
장기 간병의료 서비스 점검
봉사활동, 레저활동 상담
노후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정부가 역모기지론 활성화 추진 계획을 밝힌 것. 대다수 사람들에겐 아직 생소한 명칭이지만 노후 문제가 부각될수록 그 필요성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바로 역모기지론이다.
역모기지론은 소유 주택을 담보로 제공한 뒤 대출을 받아 노후자금으로 사용하는 상품이다. 대출금은 목돈이 아닌, 다달이 연금처럼 소액으로 지급된다.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이 목돈을 한꺼번에 빌린 뒤 장기간에 걸쳐 원리금을 갚아가는 구조라면, 역모기지론은 반대로 대출금을 소액으로 나눠 여러 차례에 걸쳐 지급받다 만기가 되면 한꺼번에 갚는 형태다. 때문에 역모기지론은 살고 있는 집 한 채가 거의 유일한 재산인 이들의 노후 생활비 조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역모기지론은 현재 일부 은행에 이미 상품으로 출시돼 있다. 하지만 실적은 생각보다 저조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데다 주택을 노후 수단이 아닌 자녀에 대한 상속 대상으로 여기는 측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출시된 상품은 대출기간이 한정된 정기상품이라는 점에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역모기지론 상품은 대출기간이 최장 15년으로 돼 있어 이 기간까지는 대출금이 지급되지만 만기가 되면 별도 자금이나 담보 주택 매각 등을 통해 이를 상환해야 한다. 따라서 당장은 요긴하나 만기가 되면 자금지원 중단과 함께 상환의무가 발생한다.
그런 만큼 정부에서 역모기지론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바로 종신형 역모기지론 도입을 뜻하는 것이다. 2007년부터 중저가 주택(공시지가 3억원)에 대해 주택금융공사 보증을 통해 일정 기간이 아닌 종신 대출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
이렇게 되면 주택 소유자는 사망 때까지 해당 주택에 거주하면서 매월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역모기지론 주택에 대한 재산세, 상속세 등의 세제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라 한다. 물론 아직은 구상 단계이고 실제 시행까지는 여러 문제들을 풀어가야겠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후 문제를 생각하면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역모기지론’노년층만 필요한가?
젊은층도 휴직•자녀 교육비 부담 때‘요긴’
역모기지론은 노후자금 조달이 주목적이지만 현재 시판되고 있는 상품은 오히려 젊은층이 일시적으로 수입과 지출 불균형으로 곤란을 겪을 때 활용하면 적합한 측면이 있다.
대출만기 이후를 걱정해야 하는 노년층과 달리, 휴직이나 자녀 교육비 또는 분양대금 납부 등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일시적으로 많을 때 이를 역모기지론을 통해 해결한다면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부족한 자금을 보충할 수 있다. 현재의 주거생활을 유지하면서 안정적 고정 수입까지 확보할 수 있어, 주택가격 상승 차익을 추구할 수 있고 주택 처분에 의한 재투자 위험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역모기지론의 대출이자는 이미 지급한 대출금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목돈을 한꺼번에 지급하는 대출이 아니라 뒤로 갈수록 지급 금액이 쌓이면서 대출금이 늘어나는 구조라 이자도 사용 금액에 따라 갈수록 늘어나게 된다. 또 매달 따로 대출이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대출금에 이자가 자동으로 더해지는 구조여서, 이자 납부를 위한 별도 절차나 대출 연체에 대한 부담이 없다.
일정 대출한도 내에서 입출금이 가능한 마이너스통장 대출과도 유사하지만,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역모기지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된다. 따라서 장기간 고정적으로 필요한 자금이라면 마이너스통장 대출보다 역모기지론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현재 역모기지론 상품은 본인 명의 주택에 대해 담보가액 범위 내에서 최장 15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기간과 지급 금액은 반비례하므로 대출기간이 길어질수록 지급 금액은 줄어든다. 대출금리는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가운데 선택할 수 있으며, 3개월 변동금리 조건의 경우 현재 연 5.7%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상환방법은 만기일시상환이며, 대출만기일에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할 수도 있다.
[커버스토리|웰빙? 아니 웰엔딩!]
잘 먹고 잘 살고‘잘 죽자’
죽음 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 인기… 임종체험•유언장 서비스 등에 ‘너도나도’
“사랑하는 나의 남편, 맷! 당신의 큰 사랑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미안해요. 당신은 정말 멋지고 훌륭한 남편이었어요. 고마워요!”
2005년 12월10일 밤 전북 무주의 임종체험관. 수의(壽衣)를 입은 홍양숙 씨가 오동나무 관 앞에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유언장을 읽고 있다. 건강한 모습의 홍 씨가 내일 죽거나 하는 건 아니다. 죽음의 순간에서 삶을 반추해보고자, ‘라이프 컨설팅’(www. life2die.com)의 임종체험 교육에 참가한 것이다.
유언장 낭독을 마친 홍 씨와 다른 참가자들은 자신의 관에 몸을 눕힌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다가와 관 뚜껑을 덮는다. 이승과 완전히 작별하는 순간이다. 관 위에 흙이 뿌려지고, 주변엔 무거운 적막이 감돈다. 죽음이란 근원적 공포와 마주했던 이들은 임종체험에 대해 “무섭지만 삶에 더욱 충실하게 된 계기였다”고 입을 모은다.
“죽음 준비함으로써 삶에 더욱 충실하는 계기”
최근 ‘웰엔딩’ 혹은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죽음을 대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죽음을 준비함으로써 삶을 좀더 의미 있게 만들고, 누구나 겪는 죽음을 더욱 아름답게 맞이하자는 움직임인 것이다.
국내 최초로 죽음 준비의 중요성을 설파한 곳은 1991년 발족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www.kakdang.or.kr•이사장 김옥라)다. 이 단체는 죽음 준비 교육을 통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애고, 풍요로운 삶을 모색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죽음의 철학과 죽음 준비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는 공개강연회, 슬픔 치유를 위한 소그룹 상담 등을 펼쳐왔고, 2002년부터는 죽음준비교육 지도자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모임의 대표인 김옥라 각당복지재단 이사장은 “죽음은 누구에게나 오는 현실적이고 운명적인 사건”이라며 “죽음을 사랑할 수 있어야 죽을 때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다”고 말한다.
백제 고찰인 대원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005년 1월부터 템플 스테이를 진행해왔다. 죽음을 윤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불교의 가르침은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과정’이란 깨달음을 준다. 죽음을 맞이한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바르도 체험, 티벳박물관 관람 등을 통해 참가자들은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얻는다. 대원사의 정혜월 간사는 “불교신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참여율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한다.
인터넷 유언장 서비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굿바이메일’(www. goodbyemail.com)은 미리 준비한 유언이나 메시지를 본인 사후에 e메일과 우편으로 전달해주는 인터넷 유언 서비스다. 사고로 갑자기 고인이 되더라도, 인터넷 서버 시스템이 평소에 작성해놓은 유언 메시지를 알아서 지정한 사람에게 전달해준다.
최근 유명인사 40명의 유언장을 공개해 화제가 된 인터넷 사이트 ‘마이윌’(www.mywill.co.kr)은 소비자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했던 메시지를 문자나 동영상 등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한다. 특허를 취득한 암호화 프로그램 덕분에 자신이 지정한 사람 외에는 결코 유언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서비스의 이용자가 2만명이 넘어설 만큼 인터넷 유언 문화는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한국죽음학회 회장인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한국학)는 “과거 죽음을 부정하고 무시했던 한국인이 웰엔딩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가치관의 성숙을 의미한다”며 “죽음을 준비하는 작업은 곧 삶을 숭고하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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