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수가 있어도 괜찮아: 그림그리기 → 버킷리스트
D-day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생각만큼 준비를 하지 못했다. 처음 계획서 작성할 때의 계획이랑은 180도 다른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그림그리기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도서관에 가고, 팔찌를 만드는 등하현이의 버킷리스트를 함께하는 것으로 변했다.
계획과 전혀 다른 활동을 다시 구상하고 계획해야해서 많이 아쉽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 하지만 오늘 어머니께서 ‘하현이가 원래는 정말 조용한데 선생님 앞에서는 수다쟁이네요. 선생님이 엄청 편해졌나봐요’라고 말해주셨다. 나는 하현이가 조용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현이는 질문이 많은 아이였고, 하고 싶은 말도, 알려주고 싶은 말도 참 많은 아이였다.
2주간 3번의 만남이었지만 아이가 나를 편하게 생각하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시 볼 수 없어서 아쉬워했다.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한 건 열심히 들으려 노력했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현이에게 물었다. 이게 전부인 것 같다.
2. 변수는 기회다.: 버킷리스트
하현이와 전주시립꽃심 도서관을 방문하고 왔다.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싶다는 하현이의 바램이였다. 전주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타면서 음악 듣는게 로망인 하현이는 음악을 들으며 가려고 블루투스 이어폰도 챙겼는데, 어머니가 데려다 주시기로 했다. 하현이가 많이 실망을 했다. 하현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을 잘 인식하여 상황에 더 적절한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전주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하현이가 많이 신이 났었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어디를 먼저 가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안내 책자를 하나 챙겨들어 1층부터 순서대로 둘러보았다. 신난 하현이의 모습을 보았다. 나도 오랜만에 도서관에 오니 설렜다.
많은 도서관 중에 전주시립꽃심도서관에 온 이유는 ‘우주로1216’이라는 공간 때문이다. 책도 읽고, 뛰어 놀 수도 있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상상력과 창의력이 키워질 것 같아서 하현이와 꼭 함께 가고 싶었다. 하지만 우주로1216은 12살에서 16살의 청소년만 가능했다. 22살인 나는 출입금지였다. 너무나 아쉬워 하현이만이라도 둘러보고 오라고 권했지만 거절했다.
‘우주로1216’에서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하현이와 함께 책 읽을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남은 시간동안 책읽기에 몰두했고, 하현이는 책 한권을 다 읽어냈다.
책만 보고, 책만 읽다 끝났는데 지루하진 않았을까 걱정되어 하현이에게 오늘 어땠는지 물었다. 너무 재밌어서 또 오고 싶다는 예상 밖의 대답을 들었다. 또 계획대로 해내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D-day는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