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에 갔었지요.
5호선 아차산역에서 걸어 공원 입구를 지나는데 은행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노란색 물결이 나의 눈과 발길을 머무르게 했지요.
한참 여러 은행나무를 보다 신비스런 모습을 봤습니다.
한 은행나무 줄기에서 측백나무가, 또 다른 그 줄기에서 벚나무가 자라고 있지 않겠어요.
자세히 보니 한 해만 산 게 아니라 족히 몇 년은 자라온 듯했습니다.
그 두 나무는 은행나무의 양분을 흡수하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요.
은행나무는 이 두 나무에서 얻는 게 없지만 거부하지 않고 더불어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측백나무ㆍ벚나무에게서 얻는 이익이 없고 후자는 전자에게서 일방적으로 양분을 빼앗아 생명을 유지하니, 이 둘의 관계는 공생 아닌 기생이겠지요.
그럼에도 아낌없이 자신의 양분을 내어주는 은행나무에게서 관용ㆍ배려ㆍ상호인정의 덕성의 소중함을 알았습니다.
지금 정치권과 일반인 모두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란색을 볼 때 무엇이 머릿속에 떠오르나요?
아마도 노란 병아리가 아닐까 싶네요.
흔히 유치원생 같은 어린아이를 햇병아리라고 부르는데, 부모의 보호를 필요로하며 귀여워서 그렇게 부르지 않았나 싶다.
노란색은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검은색과 함께 교통표지판과 도로, 어린이 통학 버스 등 주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이용됩니다.
동양에서는 행운ㆍ부를 상징하고, 행복ㆍ기쁨ㆍ활력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잎이 노란색으로 물든 거리의 은행나무를 보니 병아리와 유치원생 그리고 어린이 통학버스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은행나무의 꽃말은 장수ㆍ장엄ㆍ정숙입니다.
은행나무는 생명력이 강하니 장수하지요.
게다가 노랗게 물든 잎은 차분한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걸으니 살짝 이상야릇한 냄새가 콧속을 자극하지만, 황금색 물결 잎은 눈을 즐겁게 합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은행나무 잎은 더 노랗게 물들고, 나중에는 낙엽이 되지요.
소리 없이 낙하하는 노란잎에서도 정숙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은행나무의 꽃말인 정숙은 한자를 병기한 곳이 없어 ' 고요하고 엄숙함' 또는 '여자로서 행실이 곧고 마음씨 고움' 이 둘 중하일 게다.
가을과 낙엽 그리고 가을과 밤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쓸쓸함?
외로움?
적막감? 등등 여러 감정을 느낄 것이다.
케이시의 <가을 밤 떠난 너> 노래 일부를 음미해보자.
가을밤 떠난 너, 그런 너를 기다리는 나
그 계절은 다시 돌아 너를 생각나게 해
사랑한다고
기다린다고
전해달라고
이런 내 맘 차가운 밤 향기에
쓸쓸해지는 이 밤 잘 지내고 있니
넌 바쁜 거 같더라
가끔 니 소식을 들어 이젠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다 해도
사실 혼자 많이 울었어
음 니가 보고 싶은 밤
울컥해지는 밤
잠 못 이루는 밤
시간만 더디게 가
가을밤 떠난 너
그런 너를 기다리는 나
(중략)
너에게 줄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고
여전히 나 기다린다고
한 번만 돌아오라고
지나간 시간 속에 아직 멈춰있다고
가을밤 떠난 너
이제 홀로 서 있네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어요.
이른 새벽 달 환하게 웃네요
ㅡ참고ㅡ
■ 인터넷 다음 ' 케이시의 가을 밤 떠난 너 가사'참고.
은행나무와 측백나무
은행나무와 벚나무
10월 30일 새벽 5시 둥근달 ㅎ
첫댓글 은행나무에
기생해서 사는 쟤는
뭔 나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