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家事)는 대충대충이 아니라 사실 가사가 여자의 일이라는 생각부터 접어야 한다. 혼자 양말 내복을 빨면서 느끼는게 있다. 아니 빠는거야 세탁기 돌리면 그만인데 이놈의껄 건조대에 거는게 문제다. 옛날에 마누라는 곱게 도 잘펴서 걸드만 그게 당연한 줄 알았건만. 빨래바구니 냅다 엎어 놓고 내의는 그저 휘휘 집어던지듯 걸고 양말은 비슷한 놈끼리 그저 줏어서 걸쳐 놓는다. 이리만 해도 힘들다. 다만 댄스복만은 고히 옷걸이에 걸어 말린다.
설겆이는 또 어떠한가. 매일 매일하리라 마음은 먹지만 결국은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처리한다. 퐁퐁 뭍혀서 대충 닦고는 그냥 바구니에 쏟아지지 않을 정도만 엎어놓는다. 침말로 힘들다. 진공청소기는 눈에 보이는데만 몇번 문지르고 걸레질은 해본지가 1년이 넘었다. 마누라가 청소할 때도 내방은 아예 청소금지다. 청소한다고 뭐가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좌우지당간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가사노동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애새끼 낳아키우고 밥하고 빨래하고 다림질하고 설겆이에 밥상차리기 시부모 챙기기 친척챙기기 직장에서 돈 벌기. 이러한 일들은 노예를 시켜도 도망갈 일이다. 그걸 해 낸게 우리세대의 부인네들이다. 유교사상과 현대가 짬뽕된 세상에서 그야말로 아오지탄광 저리가라 고생을 한게 우리 부인네들이다.
아니 갑자기 왜 그리 마누라를 위하는척하는가. 마누라를 위하는게 아니라 가사노동의 어려움을 몸소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대충 엉터리로 하는 것과 제대로 하는건 몇배의 노력이 더 들어간다. 일만 많은게 아니라 그걸 제대로 해야 현모양처라 하니 참으로 팔짝 뛸 노릇이다.
요즘에야 부인네에게 그리 요구하는 사람들은 없을지 모르지만 여자를 혹사시키는 것도 상황따라 할 일이다. 생활이 단순하다면 제대로 하는게 좋겠으나 살림이라는게 그리 간단한게 아니다. 혼자 된장국 끓일 때는 대충 넣고 먹어치우면 그만이지만 마누라가 그리 끓였다간 아니 이게 찌개냐 소여물이냐 라는 얘기가 나온다. 같은 일을 해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각설하고 이러한 부인네들이 춤방와서 좀 논다고 뭐라하기도 참말로 어렵다. 알고도 모른척하는 경우도 무척이나 많다. 춤방 얘기를 떠나 이제 가정에서 가사노동을 추방하자. 나가서 사먹던지 그것도 귀찮으면 무료급식소를 가서 얻어먹자. 참말로 가사노동만큼 힘든게 없다. 하기야 어디 여자만 힘들었는가. 남자들도 직장에서 또는 사업하면서 도토리 키재기에 자존심 망가져 쐬주로 달랜 날이 어디 하루이틀이던가. 어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그저 한평생이 가버린거다.
이 모든게 어찌보면 못살던 나라가 하루에 밥세끼 먹어보자고 발버둥치는 과정에 생긴 일 아니겠는가. 이제 하루에 라면 3그릇 먹을 정도는 되었으니 집에서 가사노동을 완전히 추방하자. 노동은 이불속에서먼 하자. 그것도 능력이 될 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