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인, 2005 서울 연세대
소속과 프로에 대하여- 삼미슈퍼스타스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그랬다.불과 4개월 만에, 세상은 프로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나도 프로 중학생이 되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아버지의 귀가 시간도 눈에 띄게 늦어져만 갔다.
나도 이제 프로란다.
지친 표정으로, 그러나 세상의 흐름을 받아들여 안심이란 눈빛으로.
어느 날 아버지는 그런 말씀을 내뱉으셨다. 79p
나는 다시 슈퍼스타즈를 생각했다.
그리고 삼미의 팬이었던 나의 유년과, 현재를 생각했다.
OB와 삼성,혹은 MBC나 해태의 팬이었던 또래의 소년들에 비해 확실히 나는 염세적인 소년이었고, 자신감이 없었으며,세상을 어둡게 바라보고 있었다.
OB의 팬이 아니라면,삼성의 회원이 아니라면,아니 프로야구가 없었다면-그 소년들과 나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결국 문제는 내가 삼미 슈퍼스타즈 소속이었던 데서 출발한 것이라고 ,16살의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랬다. 소속이 문제였다.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130p
기억을 따라 기억을 따라 나는 글러브를 치켜올렸고,
공을 따라 공을 따라 시선은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때였다.
매미들의 울음이 갑자기 멈춘 것은, 그리고 공이 시야에서 사라진 것은. 그 대신 나는 무언가 거대하고 광활한 것이 내 머리 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하늘이었다. 239p
재수 할 때 일이다.
한번은 정말 아파서 학원 조퇴를 했다...
그날 따라 상담 실장은 순순히 조퇴증을 끊어주었고 답답한 학원을 벗어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오다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가을이라서 그랬던가 하늘이 너무 푸르렀다.
간간이 떠가는 구름,그리고 맑은 태양...
그냥 무작정 걷고 싶었다.
그래서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걸었다.
그러나 항상 대비되는것은 나 자신이었다. 모든 것을 잊고 무작정 걸었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푸르름은 자유일거라고...
서른 즈음.
치열하게 인생을 고민하고,
가끔은 하늘을 보고
자유를 생각할 수 있었던
그 때가 그리워진다.
첫댓글 박민규 씨 소설이 참으로 행복을 줍니다. 특히 삼미 선수들의 이름부분이 나올때 압권이었죠. 금강석.. 장명부.. 아직도 기억이 생생 합니다. 믿음과 믿음의 고리는 하나의 소속감으로 표현 됐다는게 더 좋았습니다. 일방적인 믿음에대한 글이어서 더 좋았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