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일러준 대로 신청평대교를 지나 좌회전한 다음 2~3km 달렸더니 마을로 들어가는 오르막길이 나온다. 청평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오롯이 자리한 전원주택. 아무 생각 없이 나른한 표정으로 앉아 있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은 공간이다. 키 작은 꽃들과 나무들로 소담스럽게 꾸민 정원에는 파라솔과 선탠 베드, 나무 벤치가 놓여 있고 바비큐그릴과 캠프파이어를 즐길 채비도 갖추어있다. 정문에서 마당으로 올라가는 오솔길도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어디를 둘러봐도 정겹고 소박한 풍경. 청바지에 화이트 셔츠를 받쳐 입은 경쾌한 차림의 집주인이 기자 일행을 맞았다. 탤런트 박원숙이다. 그곳까지 오는 길이 막히지는 않았는지, 점심은 먹었는지 자상하게 묻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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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에 이 집을 지었어요.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완성하는 동안 참 사연도 많았는데, 막상 집의 꼴을 갖추고 나니까 오기가 힘들더라구요. 일에 치여서. 나보다 오히려 주위 사람들이 많이 애용했죠. 특히 우리 어머니는 친구분들이랑 한번 오면 사나흘씩 묵다 가시곤 했어요. 집을 처음 짓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가까운 사람들이 편하게 쓰게끔 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아예 일반인들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빌려주기로 한 거예요. 펜션으로 바꾼 거죠.”
대지 300평에 건평 80평. 애초에 1층은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2층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설계된 집이다. 1층은 침실과 주방, 거실로 나뉘어졌고 2층은 서재와 침실, 드레스룸, 발코니로 구성됐다. 가구와 소품은 그동안 틈틈이 모아온 것으로 주로 클래식한 스타일. 요란하지 않은 적절한 배치 감각이 그녀의 수준 높은 안목을 대신 말해준다. 워낙에 튼튼하게 지었고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인 집이라 펜션으로 용도를 변경한다고 특별한 보수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침실의 침대와 침구를 로맨틱한 분위기로 바꾸는 정도로만 손을 봤다고. 그리고, '박원숙 펜션'(www.wonsook.com 031-584-0073, 016-313-8235)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푸릇푸릇한 기운이 완연해질 즈음에 오픈을 하고 싶었어요. 이른봄에 하려다가 4월 초로 날짜를 미뤘죠. 인터넷 홈페이지에 펜션을 개장한다는 소식을 올리자마자 그날 바로 예약이 들어오더라구요. 펜션 업무 도와주는 분들이랑 ‘참 신기하다’ 그랬어요(웃음). 그뒤로도 주말에는 예약률이 100%예요. 지금도 다음달까지는 주말 예약이 끝난 상태구요. 빛도 못 보고 망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많이들 찾아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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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두 팀, 세 팀씩 받지 않고 딱 한 팀만 받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다른 데보다 가격이 비싼 만큼 만족도가 크다는 것. 두세 가족이 함께 간다면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펜션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가족이나 연인들이다. 손님을 두 팀, 세 팀씩 받지 않고 딱 한 팀만 받기 때문에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다른 데보다 가격이 비싼 만큼 만족도가 크다는 것. 위아래층 전체를 사용하므로 두세 가족이 함께 간다면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 환갑 등의 가족행사를 치르려고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시끌벅적한 뷔페에서 판에 박힌 잔치를 치르는 것을 싫어하고 뭔가 뜻깊은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훌륭한 장소인 셈이다.
“2층 발코니에서 밖을 바라보면 수묵화 한 점이 딱 걸려 있는 것 같아요. 전망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손님들이 여기 오시면 저녁때쯤 직접 전화를 드려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지, 와서 둘러본 느낌은 어떤지 여쭤보죠. ‘안녕하세요, 박원숙이에요’ 인사를 하면 깜짝 놀라더라구요. 형편상 가서 보지는 못하지만 전화로라도 감사의 뜻은 전해야 하잖아요. 혹시 불만이 있으면 해결도 해야 하구요.”
그녀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깔끔하고 쾌적한 공간 만들기. 관리인에게 침구와 수건을 청결하게 하라고 각별히 당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펜션을 찾는 손님들에게 고급 호텔 못지 않은 쾌적함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인지라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의 기대치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저 어찌어찌 하룻밤 자고 가면 그만이지, 라는 안일한 발상은 경계 대상이다. 5만원짜리 방이든 50만원짜리 방이든 적어도 숙박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는 안 되니까.
“단 하루를 자더라도 기억에 남는 호텔이 있는가 하면 다시는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 호텔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만족감이죠. 자신들이 지불한 숙박 요금 이상의 만족감과 추억거리를 갖고 가야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잖아요. 밖에서 캠프파이어도 하고 바비큐 파티도 하고 거실에 있는 벽난로에서 군밤이나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고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그녀는 자신의 펜션이 연인들만의 오붓한 데이트 장소로도 이용되기를 바란다. 물론 가족 단위로 찾아오는 손님들도 대환영이지만, 한창 사랑을 꽃피울 나이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쭈뼛거리는 젊은 연인들이 마음 놓고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울타리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시절을 추억할 때 자신의 펜션이 배경으로 잔잔하게 깔린다면 그것 역시도 보람이겠다.
“정원이 좀더 푸르게 우거졌으면 좋겠어요. 마당에 느티나무 한 그루를 심어볼까 해요. 전문가가 만든 정원이긴 한데 너무 아담하기만 해서 뭔가 포인트를 줘야 할 것 같아요.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오시는 손님들한테 이왕이면 좋은 환경과 서비스로 보답해야죠. 방송 스케줄에 매여 지내다 보니 이곳에 자주 오기는 어려워도 관리인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고 수시로 돌아가는 상황을 체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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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장을 펜션으로 바꾸면서 유일하게 손을 댄 공간이 바로 침실이다.
꿈 같은 하룻밤을 위해 로맨틱한 분위기로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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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주방.
기본적으로 필요한 양념은 비치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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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층에 위치한 메인 침실.
클래식한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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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사람들이 많이 드나들 것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거실을 넓게 만들었다.
벽난로가 운치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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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드라마 ‘백수탈출’ 촬영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드라마 하나가 끝날 때마다 당분간 쉬어야지 마음을 먹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런저런 인연으로 다시 묶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에는 첫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열흘 동안 이탈리아 밀라노로 여행을 다녀와 한결 마음이 가볍다.
“여동생이 앤티크 가구점을 하는데 밀라노에서 열리는 앤티크 전시회에 간다고 하더라구요. 나도 마침 ‘올인’ 끝나고 열흘이 딱 비어 있던 참이라 휴가를 휴가답게 보내기로 했죠. 동생이랑 그렇게 여행한 게 참 오랜만이었어요. 92년에 밴쿠버랑 하와이 갔던 게 마지막이었으니까 10년도 넘었네요. 밀라노 뒷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작은 부티크들 구경도 하고 화구점에 들러 그림물감도 보러 다녔어요. 요즘 유화를 배우고 있거든요.”
취미 삼아 유화 그리기를 시작했다. 인물화를 전공한 화가로부터 그림 수업을 받는 중이라고 한다. 한번 그림에 몰두하면 네댓 시간씩 꼼짝하지 않고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날도 있었다. 이렇게 그림이 재미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시작할 것을…. 그림 공부가 단조롭게 돌아가는 일상에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새벽에 차를 함께 마실 친구가 새로 생긴 듯한 기분이다.
“원래 그런 감성을 타고났는데 예술로 승화를 시키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젊음은 혼돈이다’이러면서(웃음). 만화가였던 아버지의 핏줄을 닮긴 닮았나 봐요. 뒤늦게라도 그림에 눈을 뜬 걸 보면. 이렇게 좋은 데서 그림을 그리면 더 흥이 날 거예요. 폼도 나고.”
그녀는 요즈음 살맛이 난다. 정이 듬뿍 담긴 별장을 여행객들에게 빌려주는 재미에, 느지막이 그림을 배우는 재미에. 어느 때보다도 여유롭고 행복한 얼굴이다. |
첫댓글 요즘 펜션은 불륜과 탈선의 온상이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