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끝난 의대…도미노 '의사공백' 시작되나
입력2024.04.09. 오전 8:10
대규모 유급 사태 초읽기…4학년은 의사 국가고시 자격 박탈 우려도
의대협 "수업 재개해도 수업 거부 입장 변함없어"
지역의료 책임지는 공보의 수급 차질 가능성도 나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휴강 중인 의대들이 속속 수업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4월8일 오전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생 집단 휴학으로 개강을 한 달째 미룬 대학이 수업을 재개했다. 수업일수 부족으로 인한 의대생의
'대규모 유급 사태'만은 막겠다는 취지다.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학생들이 속속 돌아올 것이라는
대학의 기대와 달리 의대생은 유급도 불사하겠다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만약 의대생이 이대로 유급
되면 연쇄적으로 의사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북대는 전날부터 의대 수업을 재개한다는 공지를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내렸다.
경북대 본과 1~4학년의 경우 2월13일에 개강을 했지만 전국 40개 의대가 동맹휴학에 들어가면서 휴강
을 5차례 이어왔다.
전국 곳곳 의대가 강의실 문을 열었지만 정작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가천대 의대는 지난 1일부터 온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했지만 재학생 250명 중 아무도 대면 수업에 참여
하지 않았다. 충남대 역시 지난달 24일부터 수업에 들어갔지만 대부분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다수 의대는 정해진 수업 일수를 충족하지 못하면 해당 과목은 F학점을 받게 된다. 의학과는 타 전공과
달리 매 학기 성적 중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된다.
의대생이 유급 처분을 받으면 학교를 1년 더 다녀야 한다. 1000만원 안팎의 1년 등록금도 환불받을 수 없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유급 처분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업 거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의대협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서면 인터뷰에서 "대학에서 수업을 재개하는 것이 의대생의 수업
거부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며 "기존 수업 거부에 대한 의대생의 (의지는) 여전히 굳건하다"고 밝혔다.
앞서 의대협은 3월24일 대회원 서신을 통해 8가지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정책 전면 백지화
▲ 의정‧ 동수의 합의체를 구성해 법제화된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 현 사안에 대한 정부의 책임 시인 후 투명한 조사와 대국민 사과 추진
▲ 의료행위 특수성·전문성 인정과 환자 안전 관리 위한 제도 도입
▲ 필수의료 명확한 정의 논의와 국제 비교를 통한 합리적 수가 체계 마련
▲ 건강보험 보장성의 바람직한 분배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대안 제시
▲ 인턴·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재논의
▲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와 휴학 사유와 관련한 법적 근거 마련 등을 요구했다.
경상권 한 의대를 다니다 휴학계를 낸 임진우(가명)씨는 "의학 교육을 받는 당사자로서, 증원 시
교육의 질 저하 가장 걱정된다. 물리적인 공간 확보는 당연하고, 실습 기자재 확보도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부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강행된 증원 정책이라고 판단해 정책에 반대하고자 휴학계를
제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이어지고 수업 거부 움직임도 계속되는 가운데 3월6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 복도에 의학서적과 의사가운이 널려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의대생의 집단 수업 거부로 대규모 유급 사태가 벌어지면 당장 의료진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올해 본과 4학년의 경우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면 의사 국가고시 자격 자체를 받지 못한다.
국시 합격자는 수련 병원의 인턴으로 일할 재원이다. 당장 인턴 수급부터 힘들어지면 레지던트, 전문의,
교수까지 줄줄이 타격을 입는다.
인턴들이 수련하는 병원은 주로 필수의료의 핵심인 상급종합병원이다. 이들 병원의 의료진 부족은
곧 환자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인턴 재원의 감소는 공중보건의(공보의) 수급과도 이어져 지역 의료가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
공보의는 병역 의무 대신 3년 동안 의사가 없는 외딴섬 등에 들어가 진료활동을 하는 의사다.
공보의는 대개 인턴을 이수한 뒤 자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공보의도
구인난에 부딪힐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대학별 수업 재개 현황을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전날 교육부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구연희 대변인은 "교육부가 대학에 공문을 보내서
(수업 재개 여부를) 물어보지 않은 이유는 각 대학에 실·국장이 다니면서 의사를 물어봤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 한 대학도 있는 데다 공문을 보내면 다른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대생과 만남에 대해서는 "의대생들을 만나려고 시도 중이지만 성사된 건 아직 없다"
라고 답했다.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