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라라
성 삼문 어른이 형장으로 끌려가시며 남긴 글입니다
죽어서 무엇이 될까?
죽는 건 어떻게 죽어야 멋질까?
언제 쯤 죽을까?
죽겠지
언젠가는........
그건 그렇고 사후 세계에서 무엇이 될까?
꿈을 꿨다
내가 죽었다
소원대로 화장이 되었으니 묘비 없는 거야 당연했다
풀밭에 뿌려진 육신의 찌꺼기가 거름이 되어 나의 영혼이 풀이 되었고
목동이 소를 몰고 풀이 된 나를 삼켜 안창살이 되었다가
어느 날 강남 땅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서 어여쁜 처자의 입에서 살살 녹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얼떨결에 정착 한곳이 그녀의 입술이 되었는데
살아생전에도 술에 절어 살았는데 죽어서도 늘 술잔에 입을 맞춰야 했다
어찌나 생전의 나와 취향이 같은지 매운 음식이 닿을 적마다 쓰라림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여자의 입술도 입술 나름 이였다
잠을 깨어 사후 소원을 바꾸기로 하였다
외롭고 쓸쓸하고 찬바람에 시달려도 나도 낙락장송이 되기로 하였다
입술은 마냥 달콤하리라 했던 꿈이 깨진 이상 미련 버리기로 했다
형장으로 가시면서 남긴 저 글이 이제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풀이 나지 않고 소가 없는 곳 여자의 입술도 지겹다
지금부터라도 낙락장송이 되고 싶은데 솔잎이 되어야 할 머리가
자꾸 희여 지니 틀려먹을 것 같다
살아생전 인간 됨됨이하고 분수라도 알고 살아야 하는데
요즘 이도 저도 아니니.........
봉래산 찾아가 낙락장송 뵈옵고 절이라도 해야 하는데
길조차 모르니 다 틀렸다치고 이 몸을 천년 쯤 살게 해주면 안되나
남들이 그러드만
개똥밭에 굴러 댕겨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고
오늘부터 염라국에가서 대왕님 뵙고 아양 부려 보렵니다
생명 연장을 위하여
댕겨 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