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꽁트는 저희 16회 카페에 조금씩 올렸던 것인데,
선후배님들도 잠시 머리 좀 식히시라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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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8
알 라 딘 램 프 3
- 신밧드와 알리바바
김 상 패
1.
미스터 신(밧드)는 길을 가다 우연히 램프 하나를 주웠다.
허어! 이게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Mr.신밧드는 고민을 했다.
혹시 빈 라덴이 보낸 탄저균이 들어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북한 보스 김**가 보낸 컴포지션4 폭탄이 아닐까?
할 일 없는 백수 밧드는 쓰잘데기 없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아, 잠이나 자야겠다 하고 램프를 뒷 통수에 베는 순간,
퍼엉!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터번을 둘러쓴 거인이 나타났다.
백수로 살면서 각종 만화를 두루 섭렵한 밧드이었다.
`` 아! 아저씨!
지금 출연하신게 어느 버전 이예요? ``
거인은 대답했다.
``저는 소원을 들어 주는 버젼의 거인입니다.``
``그으래?``
갑자기 말을 까는 신밧드,
요즘 카드 연체에 걸려 신용불량으로 미칠지경인 신밧드
오로지 돈이면 오케이 였다.
``그럼 , 단 한가지 소원을 들어 주는 버전의 거인이구만``
쥐 뿔도 모르면서 신밧드는 아는 체를 했다.
`` 아닙니다, 주인님! ``
`` 뭐가 아냐? 소원 들어 주는 건 지난번에 친구 한테 얘기 들었는데,
돈(미친)여자랑 결혼 하는거, 그거 다 알아! ``
팔짱을 끼며, 거인은 신밧드를 내려 봤다.
`` 저는 쪼잔 하게 , 한가지만 들어 주는 놈이 아닙니다.
주인님의 세가지 소원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말씀 하시지요! ``
거인은 약간 다리를 꼬며 , 조금 건방진 말투로 지꺼렸다.
`` 그래, 난 한가지만 있으면 돼, 돈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지,
고럼 , 돈만 있으면 빚 갚고 , 여자 꼬시고, 결혼도 가능하지 ,
내 소원은 돈이다, 됐냐? ``
``그래요?
그럼 두 번째 소원은 무엇입니까? ``
`` 두 번째도 돈 !!! ``
``그렇습니까?
마지막 세 번째 는요? ``
신밧드는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 아! 닝기리 , 왜 자꾸 물어?
돈! 돈! 돈! 돈이면 된다니까,
세가지 다 돈 이다 . 됐냐? ``
거인은 신밧드를 가만히 쳐다보다 호주머니로 손을 가져 갔다.
그리고 천천히 돈을 던지며 말을 했다.
`` 아 껴 써 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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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던져 준 돈은 10원짜리, 50원짜리, 100원짜리 동전 세 개 이었다.
그리고 돌아서 가다가, 다시 돌아 와
신밧드의 뒷 통수를 후려 갈겼다.
``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어린 것이 어따 대고 반말이야,
너 다음에 걸리면 죽을 줄 알아! ``
신밧드, 불쌍한 신밧드
2.
잠에서 깨어난 신밧드는 뒷 통수가 아파왔다.
`` 어 ! 이상하네, 어제는 술도 별로 안 먹었는데? ``
밧드는 백수생활 2년째로 밤에 술을 안 먹으면, 잠이 안 옵니다.
고개를 갸웃 하며, 어제 일을 기억하는 신밧드,
소주 한 병에 이렇게 뒷골이 땡기나?
나도 이제 나이 먹는 건가?
혼잣말로 궁시렁 대던 신밧드는 갑자기 이마를 쳤습니다.
``그렇지, 그 거인 시키! ``
싸가지 없다고 뒷 통수 맞은 후유증이었습니다.
`` 거인 쉐리! 그거 붙잡아서 고소해야 했는데 ... ``
쫑알 쫑알, 이런 #@%%^$^^(편집자주 : 교육상 이부분은 상상하시길)
담배 한 개피를 물고, 주위를 둘러 보며 물주전자를 찾는 신밧드,
``으잉 ? 저게 어떻게 된 거지? ``
신밧드 방에 앉은뱅이 책상에 놓여 있는 램프,
그렇습니다. 그 것은 어제 바로 그 램프 였습니다.
`` 야! 신기하네? 저게 어떻게 여기 있지? ``
신밧드는 램프를 집어 들고 이리저리 둘러 보았습니다.
`` 맞네, 그 램프잖아, ``
램프 앞 부분을 응시하며, 누르려다가 잠시 생각하는 신밧드,
``그 거인이 다음에 보면 죽이다 했는데, 어떡하지? ``
``뭘 어떡해, 불러서 뒷 통수 때린 거 고소 한다고
협박 해서 돈 좀 뜯어내야지,
이 판에 나를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
신밧드는 입술을 깨물며, 램프 앞을 눌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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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 엉~~~~
``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
거인이 나타났습니다.
`` 엥 ? 또 너야? 야 싸가지 니가 불렀냐? ``
신밧드는 뒤로 물러나며, 좀 전의 호기는 사라지고,
기어드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 아, 책상에 램프가 있길래, 그냥 한 번 보고 싶어서(요)... ``
``그으래, 잘했다. 너 오늘 ... , 어쭈?! ``
거인은 신밧드를 보고 음흉한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야! 싸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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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너, 담뱃불 안 끌래? ``
불쌍한 신밧드는 급히 재떨이에 담배를 끄며, 말했습니다.
`` 제 이름은 요, 싸가지가 아니고 밧드 에요, 밧드 ..., ``
비굴한 웃음을 지며, 신밧드는 말했습니다.
거인이 말했습니다.
`` 뭐라구 싸가지야? 너 뭐라구 했어? 엉! ``
신밧드는 거인이 못 알아 듣는 줄 알고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 ﺱﮕﭻﭽﮋﮏﻡﻖﺊﻱﻼﺹﷲﺱﮕﭻﭽﮋﮏﻡﻖﺱ
ﭻﭽﮋﮏﻡﻖﺊﻱﻼﺹﷲ ﺱﮕﭻﭽﮋﮏﻡﻖﺊﻱﻼﺹﷲﺱﮕﭻﭽﮋ ``
거인이 대답했습니다.
ﮏﻡﻖﺱﮕﭻﭽﮋﮏﻡﻖﺊﻱﻼﺹﷲﺱﮕﭻﺱﮕﭻ
ﭽﮋﮏﻡﻖﺊﻱﻼﺹﷲﺱﮕﭻﭽﮋﮏﻡﻖﺱﮕﭻﭽﮋﮏﻡ ﻖﺊ. ﭻ
신밧드는 거의 울상이 되어 소리 쳤습니다.
ﭽﮋﮏﺹﷲﺱﮕﭻﭽﮋﮏﻡﻖﺱﮕﭻﭽﮋﮏﻡﻖﺊﻱ
ﻼﺹﷲﺱﮕﭻﺱﮕﭻﭽﮋﮏﻡﻖﺊﻱﻼﺹ
ﷲﺱﮕﭻﭽﮋﮏﻡﻖﺱﮕﭻﭽﮋﮏﻡﻖﺊﻱﻼﺹﷲ ﺱﮕ !
ﭻﭽﮋﮏﻡﻖﺊﻱﻼﺹﷲﺱﮕﭻﭽﮋ
ﮏﻡﻖﺱﮕﭻﭽﮋﮏﻡﻖﺊﻱﻼﺹﷲﺱﮕﭻﺱﮕﭻﭽ
ﮋﮏﻡﻖﺊﻱﻼﺹﷲﺱﮕﭻﭽﮋﮏﻡﻖﺱﮕﭻﭽﮋﮏﻡ ﻖﺊ. ...
이 소리를 듣고 거인이 말했습니다.
`` 야! 이눔아, 지금 니가 하는 소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알겠냐?
그리고, 니 이름이 밧드 ( but ; 그러나) 면 내 이름은 엔드 (and ; 그리고)다.``
`` 아뇨, 그게 아니고요 이름은 밧드, 성은 신 , 신 . 밧 . 드 라고요! ``
``그러냐? 알겠다, 근데 왜 날 또 불렀냐? ``
신밧드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제 맞은 뒷 통수가 엄청 아프네요.
뒷골이 땡기고 뇌에 손상이 온 듯 정신이 혼미해요.
횡설 수설, 어쩌구 저쩌구... ``
`` 그래서? ``
거인은 팔짱을 끼며, 신밧드를 째려 봤습니다.
`` 우리 이종 사촌 형이 성동경찰서 강력계에 있걸랑요.
누구한테 맞으면, 전화 바로 하라 했거든요. ``
`` 잠깐 ! 너 지금 나한테 협박 중이냐? ``
`` 그게 아니구요 , 정신이 혼미 해지고, 폭력에는
사촌 형이 꼭 전화 하라구, 시블 씨블.... ``
``어쭈구리, 아주 이게 쑈를 하네 ?! ``
`` 특히 우리 형이 그러는데요, 조폭 이나, 전과자들은 걸리면
무조건 청송(감호소) 으로 보내야 된다던데요. ``
쿠 궁!!!
`` 폭력전과자? 청송감호소? ``
거인은 머리가 복잡해졌습니다.
전에도 사소한 시비로 이미 전과 2범이 된 거인입니다.
`` 야! 잠깐만 기다려! ``
거인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했습니다.
갑자기 부동자세를 취하는 거인.
`` 추 웅성~~! 27호 세가지 소원 담당 거인 , 네 그렇습니다.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
거인은 신밧드의 집이 떠나갈 듯 큰소리로 대화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 거인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전화기에 대고 속삭였습니다.
`` 저기 ..., 예,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아이고! ``
핸드폰 저쪽에서 소리 지르는게 신밧드 에게도 들릴 정도 였습니다.
`` 예, 고객이 하도 싸가지가 없어서, 교육차원에서,
쓰. 다. 듬. 었. 는. 데 ...``
거인의 표정이 가관이었습니다.
``이번 한번만, 예 제가 교화담당은 아닙니다. 네, 네 ... ``
``감사합니다. 다음부턴 본연의 임무에, 네 알겠습니다.
``계~~에~~속 근무, 추웅성~~``
핸드폰을 끄고 이마의 땀을 닦으며, 거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신밧드씨! ``
거인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 네? (쌩뚜ㅡ웅)
신밧드는 고개를 갸웃, 눈이 동그래지며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하지, 오늘 다시 니 소원을 들어주마
대신 어제 있었던 불미스런 일은 없던 걸로 하자 . 됐냐?
소원을 말해라 내가 한가지 소원을 보너스로 들어 주마 ! ``
`` 한가지 소원이요? 세가지가 아니고요? ``
신밧드는 거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순간 거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옆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신밧드 에게
내려칠 듯하며 소리쳤다.
`` 이런, 싸가지 없는 놈 , 내가 세 달치 월급 반납하고 보너스 소원하나
더 얻은 거야, 이 놈아!
너 오늘 증말 죽을래? ``
신밧드는 손을 들어 가리며 다급히 외쳤다.
``알았어요! 때리지 마세요. ! ``
신밧드는 고민에 빠졌다.
돈 달라하면 또 동전이나 주며, 아껴 쓰랄까 봐 걱정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신밧드는 무릎을 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 그래요, 아저씨! 한가지 소원 말 할께요! ``
`` 그래, 소원이 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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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요! 금 , 금을 주세요,많이 주세요!``
``금? 골드 말이냐?``
``네,황금 금괴를 주세요!``
`` 알았다. ``
퍼~~~~~~엉, 쨔 잔
오우! 서프라이즈!
신밧드의 눈에 사과상자크기의 궤짝이 나타났다.
신밧드는 급히 궤짝을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손바닥크기의 순금 편이 반짝 반짝 빛나며,
가득 들어 있었다.
양손에 금괴를 들고 신밧드는 거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 아저씨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엉 엉 엉... 오 해피데이~``
거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신밧드를 바라 보았다.
`` 자! 신밧드야! 난 이제 갈란다. 잘 살아라! ``
`` 네, 아저씨 열심히 살께요 , 근데 이거 순금 맞죠? ``
`` 에이, 이걸 그냥 콱 ,``
거인은 웃으며, 때리려는 시늉을 내며 돌아섰다.
재차 돌아서 신밧드를 바라보며, 웃던 거인은 인자한 목소리로
신밧드에게 한마디를 던지고 홀연히 사라졌다.
`` 야! 밧드야! ``
금괴를 들고 정신이 없는 신밧드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 그 금들 잘 보관해라, 알았지! ``
퍼 엉,
거인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3.
신밧드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아! 고난의 백수생활, 그 서러움, 아무도 모르리라.
이건 신께서 내게 준 축복이다.
그 동안 그 어려움 속에서도 동네 어른 들 한테 인사 잘하고
엄마 잔심부름 하며, 절대로 3000원 이상은 삥땅 않 치고
살아 온 자신의 생활 신조에 하늘도 감복한 것이었다.
``신이시여 ~~ ! 정녕 저를 버리지 않으셨나이다. 홍 알 홍 알 ``
흥분과 감격의 도가니 속에 밧드는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더구나 밧드는 오랜 백수생활에 낮과 밤이 뒤 바뀐 생활을 하며,
밤에 소주 한잔 안 하면,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전형적인
청년 실업가, 아니 실업자 이다.
어디 소주나 한 잔하며 이 밤을 보내 볼까 하며, 그는 냉장고를
뒤지고 ,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어라, 어제 틀림없이 멸치조림이 있었는데? 다 먹었나? ``
그래, 안주 없으면 어떠랴, 그냥 금 핥아먹고 한잔 하는거지.
밧드는 깡소주를 먹으며, 반짝이는 금을 보고 ,
또 마시고 즐거운 밤을 보냈다.
늦은 시간 티비 에선 차승원, 김승우 주연의 ``라이터를 켜라 ! ``가
방영되고 있었다.
라이터 하나를 찾기 위해 눈물겨운 추격전을 펼치는 저 백수 김승우의
처절함, 아 ! 실감난다. 왜 내가 승우 니 마음을 모르리?
개구리복을 입고, 분전하는 김승우, 딱 나다, 나라도 절대 라이터
양보 못한다. 잘 한다, 그래, 백수일수록 꿀리지 말아야지.
심각하게 티비를 보며, 소주를 마시던 밧드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어, 혹시 나 잠든 사이에 이 금을 누가 훔쳐가면 어쩌지? ``
불안감이 밧드의 뇌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 그래, 우리집 캡스에 가입도 안했고,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한데… ``
한번 불안해진 밧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 않되지, 절대 이걸 …, 그럼 어쩌나? ``
자리에서 일어나 그는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입술로 손톱을 물어 뜯었다.
어린 시절부터 정서불안에 시달린 밧드는 초조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다.
갑자기 밧드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야 이 걸 단단히 숨겨 놔야지,
아무도 모르게 숨기는 거야.
밧드는 옷을 입고 황금궤짝을 어깨에 메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집 뒷 편에 있는 산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새벽공기를 가르고 올라 가는 신밧드,
금궤가 무거웠지만, 그런 건 안중에도 없었다.
이정도 무게야, 아무 것도 아니지.
내 군대 있을 때 완전군장하고 100키로 구보하면 날랐었지.
밧드는 한달음에 산으로 날쌘 제비처럼 올라 갔다.
그가 오르는 산은 그 유명한 금호동의 해병대 산이었다.
4.
어두운 새벽 녘 ,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하고 있다.
신밧드였다.
새벽 세시가 넘어가고, 신밧드는 열심히 구덩이를 파고 있다.
이마엔 땀이 흐르고 왜소한 체구의 밧드는 힘이 든지
연신 땀을 흘리며, 땅을 팠다.
`` 이정도 깊이면 돼겠지. ``
옷소매로 담을 훔치고 밧드는 바위에 걸터 앉아 담배를 문다.
집에서 마신 술이 깨는 기분이었다.
상쾌한 새벽공기와 횡재를 한 이 기분 아무도 모르리라.
지난 일들이 필름 처럼 빠르게 밧드의 뇌 속에 스크린화 된다.
왜소한 체구와 어눌한 말투로 어린 시절부터 또래 친구들에게
놀림 받던 일, 선생님에게 야단맞고 풀이 죽어 방구석에 누워 울던 일,
여자 친구에게 채여서 밤새 술 먹고 기억 없던 그 다음 날,
파출소 유치장에서 깨어 났을 때 째려 보던 엄마의 그 푸른 눈 등 등 등…
`` 야, 이제 내 인생 꽃 피는 시절 이다.
길 비켜라, 이 몸, 신밧드가 나가신다! 야호 호 ! ``
밧드는 궤짝을 들어서 조심스레 구덩이에 옮겨 놓았다.
``이렇게 숨겨 놓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흐흐흐 ``
생각만 해도 날아갈 것 만 같았다.
흙을 덮으며, 밧드는 주위를 흘깃 살폈다.
새벽의 산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가는 사람도 없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흙을 덮던 밧드는 다시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자를 열어 조심스레 금괴 두개를 꺼내들었다.
``그래, 오늘 당장 이놈 들은 가지고 가서 돈으로 바꿔야지,
급한 불은 꺼야지,
근데 , 이게 하나에 무게가 얼마나 나가지?
요새 금 한 돈에 얼마더라?
에이, 집에 가서 생각하자. 사람들 올라오기 전에 서둘러 야지. ``
빠르게 밧드는 다시 흙을 덮었다.
그리고, 거기에 팻말을 꽂아 표시를 하였다.
`` 이제 됐지. 아무도 모를거야. 야하 , ``
팻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밧드는 주머니에서
사인펜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팻말을 뽑아서 정성스레 글씨를 써 내려갔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 꽃을 엄청나게 사랑하자. – 신밧드 >
아! 우리의 신밧드는 오늘부터 무지무지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론자가 돼버렸다.
팻말을 보고 밧드는 멋지게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섰다.
주머니엔 좀 전에 꺼낸 금궤 두 개가 따뜻하게 보관되어 있고 … ,
몇 걸음 내려 오던 신밧드는 뒤를 돌아보고 다시 돌아왔다.
고개를 갸우뚱 하는 밧드,
`` 얘네들이 잘 있을까?
혹시 춥다고 지네가 나와서 딴 데로 가버리면 어쩌지? ``
머리가 돌 지경이었다. 아 정말 돌아 버릴듯한 신밧드 !
무슨 결심을 한 듯 밧드는 다시 팻말을 뽑고 땅을 파헤쳤다.
그리고 아주 신중하게 궤짝을 열었다.
아 ! 저 어둠에서도 빛나는 나의 금이여, 황금이여, 우 헤 헤,
`` 언 놈이 황금보기를 돌 같이 하라 그랬어?
최영장군인가? 그럼 놈은 아니구요,
님은, 아니 최장군님은 황금을 짱돌로 보세요.
저요? 저는 그러지 못하죠?
저는 순순하게(?) 그냥 금은 금, 골드 이즈 골드, 이렇게 살래요.
우히히 , 으헤헤 , 희죽 희죽, ``
밧드는 약간 맛이 간 상태로 헬레레 거렸다.
그리고 잠바 안주머니에서 사인펜을 다시 꺼내 들었다.
메모지를 한 장 찢더니 팻말을 받침으로 삼아 뭔가를 썼다.
정성스레 그 메모지를 궤짝에 넣고 흙을 다시 덮었다.
팻말도 단단히 그 위에 박고, 밧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며 중얼거렸다.
`` 이젠 정말 안심돼네. ``
주머니에 있는 금괴 두개를 양손으로 짚어 보며 밧드는 서둘러 하산했다.
궤짝 안에 신밧드가 써 놓은 메모지엔 뭐라 써있었을까?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 신밧드가 보면 금이고, 다른 사람이 보면 뱀이다. >>
그리고, 내려가는 밧드의 뒷 편 어둠 속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이는
그림자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5.
신밧드는 서둘러서 집으로 돌아 갔다.
흥분과 술로 인해, 그리고 금을 숨기기 위해 땅을 파서 그런지
무척이나 피곤했다.
`` 아,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 이네, 좀 자 자 . 이제 난 백수가 아니다.
어엿한 재산가지, 그럼 청년 실업가 인거야, 푹 자고 미래를 설계하자. ``
어둠이 조금씩 걷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할 때 밧드는
자신의 하루를 마감하고 서서히 그러나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오늘도 알리바바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땀으로 범벅이 된 이불을 걷으며, 코를 벌름 대며 냄새를 맡았다.
`` 휴우, 다행이네, 꿈 이구나 ! ``
(알리)바바는 꿈을 꾸었었다.
마치 생시 인 듯한 꿈이었다.
꿈에 바바는 어린 시절 놀러 간 외할머니 댁에 있었다.
그리고, 그 곳 화장실, 뭐 화장실이라기 보다는 뒷간이 맞는 표현이다.
문이 없는 토담으로 지어진 뒷 간은 늘 어둠에 갇혀 있어
어린 그 에겐 용변 보기가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찌하랴, 생리작용은 그의 무서움에 아랑곳 없이 압박 해왔다.
괜히 무섭다고 징징 되봐야 누구 한사람 봐 줄리도 없고 바바는 용기를
내어 뒷 간으로 들어 갔다.
시골 뒷 간의 특유의 냄새와 함께 어둠이 눈에 익자, 우측에 두엄이 보이고
왼편에 나무로 만들어 놓은 발판이 보였다. 그리고 발판 속의 어둠,
바바는 조심스레 발판에 안장 용변을 봤다. 어린 바바의 양다리엔 그 발판은
무리다 싶을 정도로 넓었다. 일을 다보고 바바는 일어서려는 순간,
다리가 떨리며 휘청 , 그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버렸다.
`` 엄마! 아, 할머니, 할아버지, 아 후,… ``
`` 살려…, 살 … ``
바바는 온 몸에 황금 빛 똥으로 범벅이 되고 헤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쳤지만 , 그럴수록 점점 그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 갔다.
`` 야 아 아! … `` 헉 헉, 어디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그 소리가 알람 소리로 변하고,
꿈이다. 너무도 무섭고 생생한 꿈,
알람 소리에 바바는 자리에서 일어나 훔뻑 젖은 온 몸과 이불을 개며,
냄새를 맡으며 다시 확인을 한 것이다.
`` 도대체 그 꿈은 왜 자주 꾸는거야? ``
잠자리에서 일어나 트레이닝복을 챙겨 입으며, 바바는 인상을 썼다.
어린 시절의 외갓집의 뒷간에 대한 꿈은 심심치 않게
그를 괴롭혔다.
`` 자! 오늘 하루도 남보다 더 부지런하게 살아가야지.
건강이 우선이지, 남들은 모르리라, 새벽을 먼저 여는 나의 이 상쾌함 ``
집을 나선 그는 빠르게 산으로 올라가며 힘찬 하루를 시작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동네 뒷산은 비록 서울이지만 공기가 상쾌했다.
산 위에 정자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 비록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
예전 같진 않지만 한강이 바라보이고 강남의 빌딩들도 시야에 들어 오며,
시내 쪽으론 신라호텔과 인왕산도 보이고 웬만한 서울의 모습이 한눈에
다 들어 오는 이 산이 바바는 늘 좋았다.
강남 쪽을 바라 보며, 바바는 마음 속으로 중얼 됐다.
`` 내 언젠간 저 동네로 입성하리라, 기다려라.
악착같이 벌어서 꼭 절로 간다. ``
바바의 눈에 희뿌옅게 보이는 압구정동의 아파트들,
기지개를 힘껏 피며, 몸을 풀고 가벼운 몸동작을 하는 바바,
시계를 흘깃 보고 그는 천천히 산을 내려 왔다.
`` 어! 저게 뭐지? ``
바바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 오다 산 속에 있는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어둠 속에 잔뜩 웅크린체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 아니, 이런 야산에 저렇게 큰 산짐승이 있나? ``
바바는 겁이 나서 자신의 몸을 낯추고 숨어서 어둠 속을 가만히 응시했다.
`` 아니, 저건 사람 아냐?
그네, 이 시간에 저기서 뭐 하는 거야? ``
그 곳엔 한 사내가 옆에 커다란 궤짝을 놓고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 혹시? 토막 살인범… ? ``
바바는 온 몸의 신경이 삐쭉 서며, 공포심으로 떨었다.
도망가야 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자리에 숨은체 바바는 벌벌떨며, 숨을 죽이고 어둠 속의 사내를
계속 바라 보았다.
사내는 이윽고 구덩이에 궤짝을 넣고 사바을 두리번 거리며, 흙을 덮었다.
`` 어, 저거 , 아니 저 놈 신밧드 아냐? ``
바바는 어둠이 익숙해져 자세히 보니 그 사내는 신밧드라는 것을 알았다.
알리바바와 신밧드는 어린 시절부터 이 동네에서 함께 자란 친구였다.
물론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함께 이 곳에서 다닌 사이였다.
`` 아휴, 저 게으름뱅이 자식이 웬 일야? 이 새벽에…
가만 근데, 저 놈 저기서 뭐 하는 거지?
밧드가 살인을? ``
다시 바바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 아냐, 저놈이 그럴리가 없지. ``
바바는 밧드를 잘 알고 있다.
맨날 애들 한테 놀림 받고, 동작이 느려서 항상 손해를 보는 밧드지만,
천성은 착한 놈이었다.
`` 저 놈이 백수생활이 오래되더니, 이젠 좀 맛이 갔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야 …! ``
밧드를 아는 체 하려던 바바는 그 자리에 멈춤 거리며, 다시 몸을 숨겼다.
이마에 땀을 닦고 앉아서 담배를 피던 밧드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고
다시 구덩이를 파헤쳤다. 그리고 반복해서 뭔가를 하는지 내려갔다 ,
다시 올라와서 구덩이를 파고 조심스레 뭔 가를 꺼내고 , 뭔 가를 집어 넣고,
그리고 구덩이를 단단히 덮은 다음, 서둘러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참 나, 저 시키 ! 희안 하네?
근데, 저기 뭘 묻은거지? ``
호기심 많은 바바는 궁굼했다.
그리고 밧드가 사라진 어둠 저편 밑을 바라 보았다.
`` 흠, 이제 안 올라오는군? 되게 궁금하네? ``
서서히 몸을 일으킨 바바는 밧드가 있던 그곳으로 걸어 갔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작은 팻말을 발견 했다.
`` 으잉 ? ! ``
팻말을 뽑아든 바바는 밧드가 사라진 아래를 쳐다보며 웃고 말았다.
`` 우 헤 헤… 아니 밧드 이놈 이게 뭐야?
뭐라구? 얘가 언제 자연보호하구 살았나?
그 것도 이 꼭두새벽에… 아! 미치겠구나 ! ``
바바는 배꼽을 잡으며, 팻말을 옆으로 던져 버렸다.
그 팻말엔 밧드의 선명한 글씨가 새겨 있었다.
< 꽃을 엄청나게 사랑하자. – 신밧드 >
바바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엉뚱한 짓을 잘 했던 밧드였다.
역시 밧드 답다는 생각을 하며, 바바는 중얼 거렸다.
`` 역시, 신밧드다, 아이고 고놈 참 … ``
바바는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리고 옆으로 던진 팻말을 들고 물끄러미 바라 보았다.
흙 옆엔 아까 밧드가 흘리고 간듯한 사인펜이 있었다.
펜을 들고 바바는 밧드가 쓴 글씨 밑에 웃으며, 글을 썼다.
< 꽃을 엄청나게 사랑하자. – 신밧드 >
당신을 이 동네 환경반장으로 임명함 – 환경부장관
바바는 팻말을 들어 다시 그 자리에 꽂아 놓았다.
그리고,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며 내려 가려다, 뒤 돌아 섰다.
`` 아, 근데 아까 그 궤짝은 뭐지?
이놈이 설마? 나쁜 짓 을 … ? 그럴리가? ``
바바는 궁굼 하기도 하고 밧드가 걱정이 되었다.
`` 그래, 한 번 파보자. 그 궤짝에 뭐가 있을까? ``
바바는 팻말을 뽑고 흙을 헤쳤다.
낡은 궤짝이었다.
아주 오래된 가죽으로 만든 요즘은 좀처럼 보기 힘든 그런 궤짝엔
희미하게 마치 요술램프와 같은 그림이 그려 있었다.
바바는 긴장했다. 뭐가 들어 있을까?
`` 혹시 폭발물? 아니면, 토막난 시체 … ``
바바는 육군 포병병장 출신이었다.
`` 그래, 열어 보자. 설마 죽기야 할라구 … ``
조심스레 바바는 낡은 궤짝을 열었다.
아니, 이럴 수 가,
궤짝안에 들어 있던 것은 뱀….
아니, 그 궤짝엔 수많은 금괴가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바바는 궤짝 뚜껑을 몸으로 덮으며, 궤짝 위로 엎어졌다.
6.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듯 바바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궤짝 안의 금을 다시 확인 한 후,
두 팔을 벌리고 만세를 부르는 바바, 신나는 달 밤, 아니 새벽이다.
금 옆에 조그만 종이가 있었다. 바바는 그 종이를 들고 본 후,
자지러질 듯이 웃었다.
`` 어휴, 이런 엉뚱한 신밧드! ``
아까 신밧드가 써 넣은 글귀가 보였다.
<< 신밧드가 보면 금이고, 다른 사람이 보면 뱀이다. >>
바바는 푸대를 들고 그 안으로 정신 없이 금을 옮기기 시작했다.
즐거운 상상에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 로또가 따로 없구나, 내 인생 장미, 그래 장미 빛 인생이다.
라 비엥 로제 ! 아 하, 내게 이런 일이 … ``
벌써 해가 뜨려는지 동쪽 하늘이 밝아 오고 있었다.
금을 다 옮겨 담은 바바는 길게 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신밧드가 적어 놓은 종이를 미소를 지며, 다시 보았다.
`` 딴사람이 보면, 뱀이라…… 흐 흐 흐 ``
알리바바는 금이 든 푸대를 옆에 놓고 궤짝 안에 뱀들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금편 한 개를 그 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 밧드야 ! 이건 이 형아가 주는 우정의 선물이다.
아 껴 써 라! ``
바바는 푸대를 들고 팻말을 다시 꽂고 먼동이 트는 새벽거리를
한달음에 달려내려 갔다.
한편, 오후 느지막히 잠이 깬 신밧드는 피로가 덜 가신 듯
이부자리에서 빈둥대며, 누워 있다.
불현듯 뭔가 생각났는지, 이불을 걷으며 일어나는 신밧드.
`` 혹시 누가 내 금을 파 간게 아닐까?
아니지, 본 사람도 없고, 그럴리 없지?
그래도 혹시? ``
밧드는 불안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밧드는 안성탕면 하나에 계란 두 개를 넣고
맛 있게 끓였다.
라면을 먹으며, 중얼대는 밧드,
`` 역시 라면은 안성탕면이야, 아 이 담백한 맛 ! ``
밥 한 공기 까지 다 먹고, 일어나는 신밧드,
벽에 걸린 시계는 오후 다섯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조급한 마음에 신밧드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윽고 간밤에 꽂아 놓은 팻말을 발견한 신밧드,
`` 어! 이건 무슨 말이지? ``
팻말엔 자신이 써 놓은 글씨 밑에 낯선 글씨가 보였다.
< 꽃을 엄청나게 사랑하자. – 신밧드 >
당신을 이 동네 환경반장으로 임명함 – 환경부장관
`` 나를 환 경 반 장 으로 ?
환경부 장관?
장관이 간 밤에 여기 왔다 갔나? ``
갑자기 불안감이 든 밧드,
미친 듯이 흙을 파내려 갔다.
궤짝이 보였다.
안심하는 신밧드,
그리고 살며시 뚜껑을 여는 신밧드,
아 ! 그 곳엔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누런 황금이 반짝 반짝,
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밧드의 금은 온데간데 없고,
뱀들만이 고개를 들고 혓바닥을 낼름 거리며 밧드를 째려 보고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밧드,
뱀들도 갑자기 밝은 빛을 보자 우왕좌왕 대며,
궤짝 밖으로 기어 나왔다.
밧드는 울상이 되어, 도망가는 뱀들을 궤짝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뱀 한 마리의 목을 왼 손으로 붙 잡고,
자신의 얼굴 가까이 대며 애원 조로 말했다.
오른 손으로 뱀의 뒷통수를 좌우로 후려치며, 울부짖었다.
`` 야! 나야 나, 신밧드 !!! ``
벌써 해는 서산에 기울며, 붉은 노을이 비치고,
신밧드의 애끓는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산을 휘감고 있었다.
알라딘 램프 3 끝
김 상 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