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건강은 지구의 건강을 반영한다
호르몬이 포함된 육류와 살충제가 묻은 과일, 질산염을 섭취한 채소 그리고 항생제가 들어 있는 우유-물론 법이 정한 최소 허용치이지만-를 먹고 자란 세대들의 평균수명이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우리의 후손들이 기형의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한 번 더 <잠언>의 글귀를 떠올리게 한다. “부모가 신 포도를 먹으니 자식들의 이가 시큰거렸다.”
잔류가 허용된 최소량이라 할지라도 태아의 중추신경시스템에 해가 안 된다고 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수천 명의 정신적‘육체적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된 탈리도마이드(진정제의 일종, 기형아 출산을 야기함) 이야기를 알고 있다. 탈리도마이드의 약효는 그만큼 즉각적이고 직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약물로 범벅된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30년 정도 있으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이미 시작된 소위 “문명병”이라는 병들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하자. 의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심장혈관질환, 당뇨병 그리고 다양한 암 등이 유발한 대학살은 막지 못하고 있다. 만성적인 소화기간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자. 이 문제는 너무도 일상적이고 광범위해서, 그 덕분에 치료약을 만드는 제약회사만 배를 불리고 있다.
전통적인 농사방법은 토양이 계속 비옥함을 유지하면서 인간에게 끊임없는 혜택을 베풀 수 있도록 지력의 보전과 순환 그리고 회복에 배려를 했다. 현대적인 농업에 부여된 단기적인 목표는 말 그대로 광산식 채굴 프로그램이었다. 토양의 잠재적 생산성을 광맥을 채굴하는 방식 그대로 끝을 볼 때까지 착취한 후 방치하고 다른 곳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독일 화학자 폰 리비히의 이론이 나왔을 대 농학자들 사이에 큰 논쟁이 일어났다. 이 이론에 따르면, 유기물이 식물에 흡수되기 위해서는 무기물화되어야 하며 식물을 직접 생육하기 위해서는 가용성 무기염을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발명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고, 그 즉시 수많은 신봉자들이 생겨났다.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적어도 70가지 실재 요소 중 3가지 성장 원소를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극소량의 형태로 존재하는 나머지 요소들은 당시에는 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저 토양이 품고 있는 물질에 의지했다. 이것이 바로 현대농업의 기적적인 처방이 된 NPK라는 삼인방, 즉 질산, 인, 칼륨의 승리의 이야기다.
무기질 비료 신봉자들은 성공에 사로잡힌 나머지 흙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이것이 수경 재배다), 수확량을 무한히 증가시킬 수 있다고 공언했다. 농부들의 경우 초기에는 반응이 더뎠지만-광고매체 등의 수단이 오늘날과는 비교가 안 됐다-수확량을 증가시키고 무엇보다 일손을 덜어주는 등 눈부신 결과를 즉각 제공해주는 이 길을 그다지 주저 없이 택했다. 퇴비 더미를 몇 줌의 염으로 바꾸는 이 새로운 키르케의 유혹에 어찌 굴복하지 않겠는가? 기계 농기구 사용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농가의 가축들을 없애고, 퇴비라는 마지막 미생물 발효물 조차 흙에서 빼앗아 버렸다. 이 퇴비는 농학자 장 케일리에 따르면 토양의 근원을 이루는 것이다.
토양의 활성층인 근권(식물 뿌리가 뻗는 부분의 토양층)에서도 대단히 역동적인 분해과정이 이루어져 부식토라는 보호층에 사는 무수한 미생물들이 생성한 양분을 뿌리를 통해 흡수하는 것이다. 부식토는 유기물질, 특히 퇴비가 분해되며 만들어진다.
퇴비의 본질적인 역할은 탄소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인데, 현대 농학은 토양에 탄소를 다시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 우리의 토양에는 탄소의 부족이 심각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진 가용성 무기질 비료의 살포를 위해 모든 생물학적인 발효과정이 무시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의 토양에서 이러한 것들이 사라질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숙고해 볼 수 있다. 박테리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보존해야 한다는 점을 안다면 우리는 이 복원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코 토양의 황폐화 과정을 가증하는 오늘날의 대규모 단작의 경우는 아니다. 생산 시스템도 왜곡되어버렸다. 비유하자면 이는 마치 토양의 소화기관을 없애버리고 자연 전체를 거대한 병원에 입원시켜 수혈을 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곳에서 식물들은 무기용액을 방울방울 공급받으며 살충제 기업들이 곳곳에 뿌려놓은 치료 장비 덕에 허약한 건강상태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장내 미생물을 없애면 사람을 며칠 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이런 이유로 항생제는 가끔 효소가 주성분인 보조 약제가 함께 처방되기도 한다. 식물의 경우도 동일하다. 뿌리와 바로 지척(근권)에 사는 이 소중한 협력자는 복잡한 순환 시스템 속에서 상호 공생의 관계까지 이루며 지내고 있다. 그런데 만일 이것이 제거된다면 성장 방해나 회복 불가능한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농부나 원예가의 주된 걱정과 관심은 최대한 이 고귀한 생장 활동을 유지하고 돕는 것이며, 인공비료나 화학적인 방식을 지나치게 사용할 경우 이 생장은 파괴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 인간들보다 더 능숙하게 식물들을 생육시킬 수 있는 미생물들을 배양해야만 한다.
행복한 원예가나 경작자란 땅 밑에 사는 이 수많은 제2의 가축들(3m2당 수억 마리의 생명체)을 보존하는 사람이다-이들의 종류만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고 크기와 활동 양상도 다양한데, 그 중요성과 풍부함을 보다 잘 헤아려보기 위해 신속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설치류, 곤충, 다족류, 갑각류, 거미류: 이들은 자신들이 먹는 조직들을 일차 소화시키고 분해한다.
--수백만에 이르는 지렁이들(헥타르당 수톤): 농학연구의 추산에 의하면, 이 어둠의 농부들은 연간 헥타르당 5백 톤에서 2천 톤 가량의 흙을 뒤섞고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흙을 갈고 산소를 공급해주는 등 엄청난 기계적인 활동을 한다. 지렁이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미리 분해하고 이로부터 소화 효소의 작용을 통해 식물의 자양분을 내놓는다.
--균류(효모균, 곰팡이): 균류는 흙 그램당 1백만 정도, 즉 헥타르당 1,500kg에 이를 수 있다. 이들은 다공질체 형성을 용이하게 하면서 토양의 조직에 작용한다. 균류는 부식토 성분인 유기물질을 생성하고 이를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미량원소를 소화 흡수 가능한 형태로 재생하며, 일반적으로 토양의 식물병충해 방제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
--박테리아: 가장 중요한 생물로 토양 그램당 1억 마리, 헥타르당 500kg이다. 이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죽은 식물의 잔사를 분해하여 새롭게 자라는 식물에 필요한 양분을 제공한다. 박테리아는 토양의 무기물뿐만 아니라 유기물의 분해에서 나오는 물질까지 소화 흡수가 가능하도록 만든다. 파스퇴르는 이 무한히 작은 미생물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활동이 없으면 죽음이 완성될 수 없기에 생명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콩과 식물의 근류 바이러스와 질소균이 세계에서 천연 질소비료를 ‘무료로’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생산자라는 점이다.
--방선균: 방선균은 균류와 박테리아의 중간 단계를 담당한다. 이들은 토양 그램당 4천만 정도 존재할 수 있는데 이는 헥타르당 7~8kg에 해당한다. 방선균은 유기물을 식물의 고자양분 유기무기 복합물로 변화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충류: 헥타르당 수십억 마리, 즉 대량 600kg 정도인데, 분해 중인 유기물과 식물에 기생하는 일부 미생물들을 먹이로 삼으므로 청소부 역할을 해준다고 할 수 있다.
--원생동물: 헥타르당 300kg으로 식물병원체를 먹고 살아감으로써 이들 또한 다양한 계열의 박테리아군의 번식을 조절하는 데 기여한다.
마지막으로 조류는 미세하고 보이지 않는 미생물로 토양 그램당 수만 마리가 존재할 수 있는데, 헥타르당 300kg에서 400kg의 생명체에 해당한다. 이 조류 역시 가용성 유기성분을 토양의 흡착력으로 불용성 유기복합물로 전환시킴으로써, 대기 중 질소를 정착시켜 토양 조직 내에서 보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므로 조류는 가용성 손실을 감소시킨다.
조류는 토양의 탄산가스와 산소의 농도에 대해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또한 칼슘 등의 가용화에 관여한다.
흙을 깊게 갈아엎으면 산소가 필요해 토양 표층에 사는 균들(호기성 세균)을 깊이 파묻어버리게 됨으로써 세균 군집의 안정을 파괴하게 된다. 반면에 이와는 반대로 산소와 접촉 시 죽은 환원적 생물체 혐기성 균들의 경우, 오늘날 쟁기의 대용으로 사용되는 불도저를 사용하면 깊게 자리 잡은 것들을 표층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 이는 마치 앵무새를 새장에서 끄집어내 금붕어 어항에 넣거나, 역으로 금붕어를 그 새장에 넣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25년 전부터 부식토 훼손을 고발하는 목소리들이 도처에서 흘러나왔다. 과거에는 유기물 잔해의 재순환과 재생을 중요시하는 현명한 농부의 알뜰함으로 부식토를 유지하고 계속해서 보전하는 일이 가능했었다. 화학비료가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자연적으로 비옥한 토양의 오래된 지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화학비료는 탄소를 재생하지는 못한다. 탄소는 땅 위 생명의 토대를 이루는 것으로, 나무에서부터 동물과 곤충 등을 거쳐 인간에 이르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우리 사회가 승마와 여가활동을 위해 그 많은 말들을 번식시키고 장려하는 반면, 과거에 농경생활을 위해 그랬던 것처럼 훌륭한 보조자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리와 쾌적함을 함께 접목시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사용하는 연료를 생각해보면, 이 질문은 주의 깊게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개량된 트랙터의 위용이나 자동 사료 공급 장치 등 현대 기술의 놀라운 성능과, 이 기계들의 활용 결과와 비교한 실제적인 비용 사이에서 모든 것을 고려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파고 들자마자 우리는 곧 이 요소들의 불균형이 사용자에게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전기 자동차’에서 빠져나오는 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며, 사회적 압력‘ 광고’ 은행의 제약 등은 결국 상상력을 포획하는 것으로 끝난다.
유럽은 잉여 농산물로 넘쳐나고 있다. 그 보관비용은 생산비용을 넘어선다. 공동 냉동실에 가득한 우유와 포도주 그리고 고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책이 없다. 10년이나 묵은 고깃덩어리들은 그저 소비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고기엔 얼마의 비용이 들었을까? 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고기의 영양적인 가치가 어떤 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엄밀히 위생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고기들은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곧 밀, 사탕무, 기타 생산물의 쿼터 문제 역시 제기될 것이다. 모든 것이 넘쳐흐른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욱 생산에 매진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미친 짓이다. 그러나 감히 그 누구도 미쳤다고 소리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물 및 사탕무 생산업자의 압력단체들은 생산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 기발한 생각을 찾아냈다. 이들은 밀이나 사탕무에서 발동기용 연료를 얻으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석유를 사서 살충제 비료로 전환하고, 이 비료를 이용해 집약적으로 밀을 생산한 후 다시 이를 연료로 바꾸는 것이다. 이는 이미 잉여 생산된 버터와 분유를 해소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과 동일한, 탁월한 아이디어다. 브뤼셀의 일부 전문가들은 이 잉여분을 가축용 사료로 전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서구 농업은 생산하는 양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음을 명확히 밝혔다. 오늘날 일부 농식품 분야의 경우 특정 완제품의 에너지 소비량은 그 에너지 가치보다 2~3배 더 많은 사례도 있다. 대략적으로 비유하자면 이는 마치 하나의 채굴 구멍에서 석유를 뽑아내기 위해 3리터의 석유를 땅에 투입하여 겨우 1리터의 석유만 얻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를 들어 샐러드용 채소를 보자. 샐러드용 채소는 난방이 된 온실에서 생산되는데, 일정 시기까지 채소당 1리터의 중유가 필요하다. 이는 난방비만 따진 것이고 관개용수, 비료, 살충제, 습도 조정, 운반, 종자, 설비, 인건비 그리고 손실 처리 등에 들어가는 에너지 비용을 고려해야만 한다. 종종 이 샐러드용 채소들은 시장에서 낱 개당 2프랑에 판매된다. 다시 말해서 이는 난방비 비용조차 보전하지 못하는 가격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단지 에너지 효율뿐만 아니라 또한 경제적인 수익도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기는 마찬가지다.
30년 전부터 우리의 농업이 기록한 생산이익이 얼마인지 따지자면 ‘비용 전가’에 대해서 언급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다음과 같은 예로 한번 설명해 보자. 30년 전에는 곡물 수확을 하려면 20~30명의 노동력이 필요했을 경작지라면, 이제는 콤바인 덕분에 2~3명의 인력이면 충분하게 되었다. 하지만 기계의 설계, 제작, 판매 그리고 보수에 참여한 인력들은 어떤 식으로 고려할 것인가? 발동기용 연료, 윤활유, 그리스, 유체 연료, 도료 등 부가적인 요소들이 생산에 활용된 노동력과 이를 운용하기 위해 쓰인 인력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기계 생산에 필요한 공장을 짓거나 그 수리 혹은 보관을 위한 작업장을 설비한 사람들도 고려해야만 한다.
수확을 기다리는 들판에 보이는 두세 사람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이 수확에 기여했던 다른 존재들은 드러내주지는 않는다.
트랙터, 경운기, 파종기, 콤바인 등 각 농기계 한 대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밀이 필요할까? 이런 부조화가 계속되면서 생산성의 감소에 따른 불균형이 심화되었음을 알아야만 한다. 수치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1950년엔 30마력짜리 트랙터를 구입하기 위해서 약 150 퀸탈의 밀이 필요했다.
--오늘날 동일한 마력의 트랙터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6배나 더 많은 밀이 필요하다.
이렇듯 농업의 수지타산은 훼손됐다. 우리는 농기계의 성능에 대해 경탄해마지 않으면서도, 1960년 이후 농민들의 부채가 5년마다 배가되었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는다. 오늘날 농지 면적과 설비의 3/4이 주요 채권자인 농협은행에 속해 있다고 말한다 해도 과장된 게 아니다.
관련 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혹독하게 변한 것은 악천후가 아니라 바로 토양이라는 희생물이 예전보다 더 약해진 것이다. 20년간 관례대로 해온 농경방식에 갑작스레 일어난 이 혼란을 분석해보면 토양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산 능력을 저하시키는 인자를 파악할 수 있다. 무거운 농기계, 그리고 일모작 관행과 결부되어 있는 빈번한 밭갈이(적어도 일 년에 한 번)로 인해 농민들이 ‘경반층’이라 부르는 토층을 만들어 낸다. 이 토층은 경운 기구의 사용이 반복될 때 항상 같은 깊이로 토양이 파이고 다져져 생기는 층이다. 이는 마치 벽돌공이 흙손을 사용하여 거죽을 반반하게 파는 것과 흡사하다. 토양에 일어나는 결과도 이 흙손 일과 비견할 수 있는데, 점점 더 무거워지는 농기계의 무게(7톤~12톤)에 의해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몇 년간 순환적으로 농사를 짓다가 휴경을 하여 풀이 자라도록 하는 윤작을 한 덕분에 작물의 뿌리가 깊게 내려 경반층을 파고 들어갈 수 있었다. 또 수확 이후에도 모세관 현상이 가능해져 표층과 심층 간의 순환이 순조로웠다. 지금은 빗물이 몇 센티미터의 표층에 가득 고일 경우 그대로 흩어져버려 토양의 깊은 곳으로 물의 침투가 불가능하고 따라서 하층토에 물이 저장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빗물은 막대한 양의 비옥한 토양입자들을 쓸어가고 있다. 빗물에 의한 훼손 강도는 지역 그리고 토양이나 경작지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가느다란 유근(어린뿌리)조직을 지닌 식물이 자라는 경작지의 경우 표층 토양에 잘 고정되기에 강수의 충격이 포도밭이나 옥수수밭 보다는 덜할 것이다. 이 경작지는 또한 겨울을 견뎌야만 하지만, 목초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문 경우이다.
경지 구획 정리는 불규칙한 농지를 정리하여 기계화 농업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경사지 정리의 경우 경사면 방향으로 경작을 하기 위해 방풍림과 완사면을 없애게 되는데, 이때 토양 침식작용의 위험을 언제나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다. 도미니크 솔트네르가 자신의 저서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나무 한 점 없이 혹독한 바람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이라면 그곳의 국지(局地)기후는 영향을 받게 되며, 방풍림과 나무 울타리의 부재는 토양의 질적 저하와 건조화, 그리고 수확량의 막대한 감소를 불러온다. 기업형 경작 방식은 지력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토양을 척박하게 하여 토질을 결정하는 두 핵심요소인 탄산칼슘과 유기물 같은 중요한 성분들을 빼앗아 간다.
칼슘은 토양의 이온 균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점토 및 부식토 입자들이 솜털 모양으 로 침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시 말해서 세균 활동에 유리한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게 해주는 다공질 집적체 형성을 돕는 것이다. 유기물은 보다 빨리 분해되어 식물의 영양 공급에 이상적인 생물학적 특성의 흡착성 복합체를 형성한다. 유기물 비율의 지속적인 감소는 훨씬 더 걱정스런 일이며 수많은 지역의 농업 잠재력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기질은 과거 이 지역들에서 경토질을 연화시키는 완충 역할을 해주었고, 연토질은 보강해주는 데 기여했었다. 유기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데 필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이며 토양의 생명에 필수적인 뼈대(탄소)를 이룬다.
국립농학연구소의 일부 분소들은 외국으로 짚을 수출하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헥타르당 30톤의 퇴비를 뿌리는 고정적인 비료 살포 방식으로 120단위의 질소, 75단위의 인산 그리고 160단위의 가성칼륨이 제공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가용성 무기질 비료의 방출보다 훨씬 더 경제적이다. 사실 가용성 무기질 비료의 3/4은 지하수층에서 다시 발견되는데, 이는 바로 이들이 가용성이어서 토양의 부식질 복합체에 동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기질 비료의 이점은 이것이 미량원소, 아미노산, 효소 등 수많은 미세 성장요소들이 뒤섞인 복합체이며, 식물이 점진적으로 성장하면서 필요로 하는 요소들을 그때그때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식물의 성장을 도우면서 이 식물들이 고품질의 풍부한 영양가를 갖도록 해준다.
이제 우리 농업은 거의 수경 재배에 의지할 지경에 이르렀다. 단작, 경반층, 인공비료, 그리고 집약적 관개 등은 과거 혹독한 기후의 폐해를 조절해주었던 토양의 완충작용 능력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비가 오면 상층토는 이내 차고 넘쳐버린다. 해가 내리 쬐고 바람이 불면 곧 흙은 건조해져 땅이 갈라지고, 중간 함수층의 지하수는 더 이상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배수장치라는 존재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되어버리지만, 이를 이용하면서 땅 밑의 환경은 또 다른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관개 기능과 결합된 배수장치의 효과는 해로운 부산물들을 지하수층으로 끌고 가는 –비료 성분은 위로, 독성은 아래로 가게 된다- 세정작용을 가속화한다.
물속에 들어 있는 질산염은 주로 농사에서 나오는 것으로 국가적인 재앙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과 영양학자들은 ‘니트로사민’처럼 높은 발암물질이 소화기관 차원에서 합성되는 과정 중 질산염의 영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영국에서는 1962년부터 1977년까지 이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시행되었다. 이들이 마시는 식수 중 질산염의 농도가 한 도시는 리터당 20mg, 다른 도시는 리터당 40mg이었다. 조사결과 전문가들의 결론은 고농도의 식수(질산염 리터당 40mg) 를 음용하는 주민들의 경우 소화기관의 암 발생률이 5배나 더 높다며 질산염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식수뿐만 아니라 채소류에 들어 있는 질산염의 폐해를 피해야 한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시금치 통조림 공장들은 예기치 않은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동일한 양의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10년 전보다 2배나 많은 원료를 가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 차이는 시금치를 삶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이야기가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된 건 통조림 제조업자들이 이제 어쩔 수 없이 질산 함유량이 높은 시금치들을 철저히 막고 선별해 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조심하게 된 연유는 –공장 시설물을 폭발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황당한 사고가 일어난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생산업자들이 토양에 질소비료를 ‘가득 채운’이후 식물들은 엄청난 농도의 질소를 함유하게 된다. 그런데 이 질산염이 또한 폭발물이라는 것이다. 그 함유량이 엄청날 경우 보관된 장소에서 일련의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시금치 통조림이 수류탄처럼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제조업자들은 최대 한계량을 정하고 NO3 가 3,000ppm이 넘어가는 것들은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기업형 식량 산업, 이 얼마나 멋진 것인가!
여러분은 석유 단백질 비프스테이크를 먹기 전에 중합된 분자 스프를 원하시는가? 무엇보다, 글루타민산염이 가미된 햄을 드시는 것도 잊지 마시라. 이제부터 조미료와 첨가물들이 식품을 장식하게 되지만, 제조업자들조차 이것들이 식용으로 부적합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 이의는 없다.
최근에 열린 ‘미래의 식품업’에 대한 학회에서 우리는 이 모든 익명의 물질들이 현재 공장식 식품회사들이 내놓은 익숙한 먹을거리들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들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인공향료를 가득 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선한 생선’향이라는 것이 막 나왔다. 이미 식물성 토끼고기, 식물성 우유 아이스크림, 장협 강낭콩, 튜브에 든 오믈렛과 계란 등이 새로 나왔다. 식욕촉진제도 문제없다. 아무리 맛없는 요리라도 미각 응축액들을 넣으면 최고의 요리가 된다고 한다! 이 응축액들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
호수와 하천에서 점점 확대되고 있는 질산염의 비율은 물의 점진적인 질식-즉, 부영양화-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다. 질산염의 함유량이 늘어나면 기생성 수상 식물들의 발달을 조장하게 되는데, 이들은 다른 생물체에 필요한 산소를 소비하고 종국에는 그 환경까지 점령하여 각종 식물과 동물 종을 희생시켜 사라지게 한다.
미량원소는 흔적성 원소로 토양에 존재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자연 속에서 효소활동과 생체의 화학반응 촉진에 필수적인 것들이다. 재배농업이 지금까지 이 미량원소들을 무시하며 회복을 꾀하지 않으면서도 유지할 수 있었다면, 이는 수천 년 동안 토양에 저장되어온 이 원소들 덕분이었다. 또한 아마도 식물들은 일정한 조건 속에서 토양의 부족한 측면을 보완하는 능력이 있는 듯이 보인다. 이는 30년 전부터 은폐의 대상이 된 보다 신비스런 현상이다.
현재 비옥한 토양은 집중적인 인공비료의 사용으로 인해 심각할 정도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과 결부된 불안정한 징후들이 식물들에 나타나고 있으며 계절에 따라 증가 추세에 있다. 또한 이는 동물에서 인간으로 이르는 먹이사슬을 따라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화된 마그네슘의 부족도 마찬가지이다.
콩과 식물은 공기 중에 있는 자연 질소를 정착시켜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소중한 식물들이다. 이 식물들은 화학비료 산업의 주요한 경쟁자들이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 식물 뿌리의 근립(根粒)이, 예를 들어 그 본질적인 기능에 꼭 필요한 1000분의 2밀리그램의 몰리브덴을 갖지 못한다면 질소 합성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양뿐만 아니라, 자연이라는 그 섬세한 유기 조직 속에서 회복의 균형과 질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나침’은 ‘너무 모자람’만큼이나 해로운 것이다. 과도한 질소가 구리의 기능을 방해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이 비금속은 효소를 통제하고, 효소는 직간접으로 비타민 C의 물질대사를 조절한다. 여기에다 또 토양의 동화성 구리 결핍은 생명의 근본 메커니즘을 교란시킨다.
그러므로 비타민C가 그 보조물이 없으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듯이, 동화성 구리의 결핍이 비타민C 부족으로 초래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나친 것은 아니다. 또한 과도한 양의 질소비료는 서서히 누적된 효과와 파생된 결핍으로 골 질환과 불임, 신경증 등의 원인인 신진대사의 이상을 일으킨다. 잠복 진행되는 질환과 관련하여 또 하나 덧붙일 수 있는 사실은 임산부의 영양 상태 중 구리가 부족할 경우, 마그네슘의 부족처럼, 태어날 아이의 신경계 손상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농사를 지을 때 가용성 가성칼륨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토양뿐만 아니라 식물의 마그네슘 함유량을 차례대로 변화시키는데, 이는 이를 섭취하는 동물이나 사람에게 해로운 것이다. 마그네슘이 부족할 경우 식생계에 수많은 우발적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마그네슘은 광합성이라는 그 경이로운 연금술 속에서 태양에너지의 고정을 주재하기 때문이다. 엽록소(식물의 헤모글로빈)는 마그네슘을 함유한 화합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엽록소가 공기 중에 CO2 형태로 존재하는 탄소를 화학 에너지 없이 가연성 탄소로 변화시킬 수 있는 건 바로 철분과 결합되는 이 금속이 존재하는 덕분이다. 탄소는 지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기본 성분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도록 하자.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지구상 모든 형태의 생명체들은 서로 연결된 장엄한 공동 운명체라는 과학적이면서도 시적인 또 다른 성찰에 이르게 된다. 식물은 포유류가 내뱉는 탄산가스를 광합성으로 변환시킨다. 이를 통해 식물은 동일한 생화학 과정으로 우리가 호흡하는 소중한 산소를 만들면서 그 조직을 성장시키고, 이는 다시 흙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동물과 인간의 먹이로 쓰인다. 이 ‘기적’은 이를테면 마그네슘이 없으면 중단된다. 그렇게 되면 식물은 쇠퇴하고 사라진다.
또한 이것이 부족하면 의료서적에서 경련성 체질이라는 총칭적인 용어로 부르기 시작한 일련의 새로운 질병들이 발생한다. 신경계 저항력, 미생물 감염 방어 및 항바이러스성 활동 능력 그리고 전반적인 면역력 등이 저하되는 것이다. 몇 년 전 파리 코생 병원 생체인식센터의 한 연구원이 지난 10년 동안 인간 혈액 속 마그네슘의 비율이 25% 낮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는 엄청난 사안이다.
과학자들은 경련성 환자가 늘어가는 데 충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8~9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 경련성 질환의 일반적인 증상은 불면증, 불안, 의주감(스멀 거림), 경련, 근육 수축 등으로 몸에 마그네슘이 부족하다는 것은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마그네슘의 결핍은 점점 더 현대의 먹을거리 속에서 심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그 책임을 현대의 경작 방식과, 무엇보다 마그네슘의 길항제인 칼륨염과 염화암모니아(질소)의 사용에서 찾고 있다. 마그네슘은 경금속으로 이 또한 염(塩)의 형태로 토양 속에 존재하며 고등식물의 엽록소 합성에 관여한다.
끌로드 오베르라는 농학자가 20년 전부터, 경작된 식물들이 포식 곤충들을 유인하는 현상을 다른 이론을 약 10권의 저서를 통해 폭넓게 개진했다. 그에 따르면 포식 곤충들은 생태적으로 경작된 식물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하다. 화학비료로 키운 감자가 더 맛있기 때문이라고 빈정거리는 소리가 틀림없이 들리리라. 감자잎벌레에게야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감자잎벌레 먹이자고 감자를 심는 것은 아니며 이 현상은 완전히 객관적인 사실이다.
미국의 알브레히트를 포함한 여러 명의 연구자들은 식물에 무기질 비료를 –특히 질소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당염(糖鹽)을 위해 질소질 유기물의 물질대사 이상을 야기하며, 이로 인해 벌레들이 더 꼬이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다른 한편, 식물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외부 침입으로부터 잎의 표면을 보호하는 엷지만 단단한 광택 층을 생성할 수 없는 듯이 보인다. 관련 연구지에는 이러한 예들이 가득 소개되어 무기질 비료의 집중적인 사용이 식물의 균형과 이를 소비하는 동물과 인간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경 없는 살충제>는 선진국에서 사용이 금지되어 수입할 수 없는 살충제들이 제3세계 국가들에서는 엄청나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제3세계 국가들은 결국 살충제 생산기업의 선전활동으로 하수처리장이자 최고의 시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제한 없이 사용되기에는 너무 위험한 12개의 살충제들이 후진국들로 향하고 있다. 이 나라들에서는 법제의 미비, 문맹 그리고 열악한 노동 환경 등으로 “안전한” 살충제조차도 치명적인 무기로 변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분당 제3세계 주민 한 명이 살충제 중독으로 희생당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또한 그 희생자이다. 국가 간 수출은 독을 퍼뜨리는 일종의 순환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독극물은 제일 먼저 그것을 제조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해치고 이어서 우리가 수입하는 먹을거리를 통해 우리에게 돌아온다. 아침 커피를 마시거나 열대과일을 맛볼 때, 프랑스나 미국의 소비자는 자국에서 사용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살충제들을 먹고 있으며 또한 이 살충제들이 제3세계 국가로 공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먹을까?
수출된 살충제 가운데 적어도 25%가 금지된 품목이거나 엄격한 관리를 요하는 대상들이다. 이 중 일부는 사람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분석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또 일부는 잘 알려진 독극물이기는 하지만 암, 선천성 기형 그리고 유전적 돌연변이 등의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연방법은 사용이 금지되거나 등록되지 않은 살충제라도 합법적으로 수출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식물 호르몬들은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으며 경작자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마음껏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물질은 곡물과 목초지뿐만 아니라 가사덤불을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그런데 세베소에서 일어났던 사고가 보여주듯이 다이옥신은 치명적인 독성물질로 식물호르몬의 부산물이다(2-4-5-T와 2-4-D), 다이옥신은 식물이나 동물을 거치면서도 없어지지 않으며 먹이사슬 속에 그대로 축적되어 종국에는 인간의 몸으로 들어오게 된다. 다이옥신은 미국 과학아카데미가 지적했던 것처럼 결국 ‘기형아’ 잉태의 원인이 된다. 명시적으로 말하자면 다이옥신은 피해자의 후손들에게까지 여러 질환과 선천적 기형을 가져다준다.
인간이나 동물의 병리학에서와 같이 의약품을 남용하거나 단지 습관적으로 사용할 경우 나타나는 의원성(醫原性) 질병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식물 병리학에서도 감자와 감자잎벌레 관계에서 본 것처럼 살충제의 ‘의원성’효과가 관찰된다. 이 의원성 효과가 신진대사 장애를 일으키고 이 여파로 해충들이 급속도로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또한 살진균제와 살충제를 과다하게 사용한 후 진드기류가 번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샤부스는 1969년에 DDT, 카르바릴 그리고 수많은 인(燐) 에스테르계 물질 같은 다양한 살충제들이 포도나무에 붉은 거미나 황색 거미의 급속한 번식을 불러 일으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과수 재배지나 대규모 경작지 혹은 호두나무 등에 창궐하고 있는 초식성 진드기류들- 진드기 자체가 살충제의 궤멸 대상이라는게 역설적이다- 의 문제는 인이나 염소를 함유한 제품을 사용한 결과로 빚어진 것인데, 이는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기에 특별히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식물용 살충제 살포에 뒤이어 발생하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번식은 단지 진드기나 진딧물만의 이야기는 아니며, 또한 DDT에 의한 진드기의 일종인 알로드, 인에스테르에 의한 연지벌레, 디엘드린(염소계 제품)이나 디메톤(인 함유 제품)에 의한 인시류(鱗翅類) 곤충(나비, 나방), 일부 살균제나 제초제, 특히 2-4-D에 의한 선충류 등도 마찬가지이다.
과수원의 농약 살포는 이제 일 년에 30~50차례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곡물 분야는 이런 식으로 살포 수가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살포 횟수가 수확할 때까지 이어지며 증가하고 있다. 1976년 이전에는 진딧물을 없애려고 이렇게까지 살충제를 뿌리지는 않았다. 현재의 이 진딧물은 재앙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예를 들어 옥수수 해충인 ‘명충나방’을 퇴치하기 위해 나방이 출현하는 즉시 맹독성 ‘합성 피레트린’을 살포하는 전쟁을 개시한다. 그 결과 피레트린은 목표로 삼은 나방만 죽이는 것이 아니고 무당벌레까지 모두 무차별적으로 죽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진딧물은 자신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없는 틈을 타 자유롭게 곡식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살충제 문제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새 이야기다. 그런데 수많은 종들이 살충제에 의해 죽거나 아니면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우리가 사는 곳에서 사라져버렸다. 새들은 바로 곤충을 먹이로 하며 곤충이 번식하는 것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살충제들은 먹이사슬 내에서 ‘농축 효과’라 불리는 가공할 과정의 대상이다. 극소량만으로도 인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맨 처음 식물이 살충제 1ppm을 함유하면, 이 식물을 먹는 곤충은 10ppm의 살충제를 갖게 된다. 이 곤충을 먹는 새는 200ppm, 이 새를 잡아먹는 맹금류는 4,000ppm, 맹금류의 알에는 30,000ppm의 살충제가 들어간다. 게다가 이 알이 부화하지 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꿀벌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꿀벌은 살충제의 표적이 된 또 다른 희생자인데, 만일 꿀벌이 대량으로 희생된다면 보다 심각하게 느껴질 사안이다. 왜냐하면 벌은 경제 분야 한 부분의 생존과 관련되기 때문이다(꿀과 그 파생상품). 사실 이 분야도 최근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개화기가 되면 수많은 꿀벌이 사는 양봉장들이 규칙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여기서도 또한 농화학자들은 가공할 모순된 언행을 일삼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바로 자신들이 경계의 대상이라는 점을 모르는 것이다.
꿀벌은 수분(受粉) 매개 곤충으로 식물의 수정과 결실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이 보조 일꾼들의 개입 여부는 수확량과 경제적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갖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문가들은 꿀벌들이 한 과수원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30%나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제는 해로운 살충제 사용을 지양하고 꿀벌들을 보호하여 생산력의 향상을 꾀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생물들은 단지 이 곤충과 새뿐만이 아니다. 야생 식물군 또한 위기에 처해 있다. 농경에서 잡초로 분류된 상당수의 식물들이 둘도 없이 소중한 약제 자원이자 경작용 식물의 교배와 개량을 위한 유전자의 보고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야생 식물들이 점점 빠르게 없어져가는 현실을 고발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전 지구적으로 거세게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일 년에 2천 종에 달하는 야생 식물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실정이다.
설문조사를 한 바드로에 의하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약 30곳에 달하는 농화학 회사들 뒤엔 실상 석유 재벌회사들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며, 이제 이들은 문제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회사들은 향후 세계 종자 시장을 통제하여 독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종자 시장이라는 환상적안 식량 무기 전체를 독차지하기 위해 이 석유화학 경제세력이 보유하고 있는 수단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잡종(Hybrid)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국가 및 국제적인 차원의 법률로 보호받는 특허권으로 등록하는 것이다. 이 법률은 물론 자신들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로비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잡종이란 선별적 교잡과 유전자 조작으로 얻어진 식물을 말한다. 이 식물은 보다 많은 수확량을 어김없이 보장해준다는 이점도 있지만 중대한 문제도 함께 갖는다. 즉, 이 식물은 두 번 파종할 수 없으며 얻는 결과도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부들은 매번 공급회사에서 종자를 구입해야만 한다.
특히 유전적으로 식물을 변형하여 호르몬이나 효소 같은 보충물질을 없애버려 그 이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유전자 프로그램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 물질들이 없으면 종자는 발아할 수 없을 것이다.
<끄슈와지르>가 ‘사과에 대해 알아 봅시다’라는 특집기사를 실었는데 여기에 나온 프랑스 과수원의 예는 유전형질에 대한 독점적 지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재앙을 몰고 올 것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프랑스는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사과 생산을 많이 하는 국가이며, 또한 제1의 수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출하는 사과는 어떤 품종일까? 3개의 미국산 잡종 품종이 경작지의 80%를 서로 차지하고 있는데, 이 중 62%는 맛없는 골든 딜리셔스이다.
비밀 연구소에서 온갖 괴상한 것들을 창조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생명 공학 선두주자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발명품들 가운데 <르 까나르 앙셰네> 사건 기사 하나에서 인용된 신품종이 있다. 이에 대한 글 일부를 옮겨 본다.
“토마토의 경우 수확 시 흠집이 생기지 말아야 하고, 그와 동시에 숙성되어야 하며, 반드시 생산량이 높아야 최고로 치게 된다. 미국인들은 24시간 만에 숙성하도록 조작한 MH1이라는 경이로운 이 가지과 식물을 만들어냈다. 푸른 상태로 수확한 토마토는 퀵 모션 기법으로 촬영한 영화 스타처럼 빨개진다. 그저 에틸렌 산화물을 성분으로 하는 물질을 토마토에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 토마토가 으스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또 다른 화학물질을 거푸 적셔주면, 껍질이 단단해지고 토마토가 부풀게 된다. 이 기만적인 겉모양을 제외하면 소비자의 눈에는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온실 안에서 애지중지 키운 이 토마토는 흙에서 자란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연금술로 만들어진 듯한데, 우리의 시장에서 맛있는 전통 품종인 마르망드 토마토의 자리를 차고 들어앉았다. 중유로 덥혀진 공간 속에서 인공적으로 먹이를 제공받으며 환기장치의 도움으로 공기를 공급받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링거를 맞는 큰 병에 걸린 환자 같은 모습의 이 맛없는 네덜란드 열매는 ’석유 토마토‘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게 당연한 듯이 보인다. 이 토마토는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열매‘이다. 크기에 따른 선별작업이 매우 용이하고 장기 보관과 오랜 수송시간에도 잘 견뎌 안정된 유통체계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이 토마토는 완벽함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