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연간집 <수수깡 안경>이 나왔습니다.
마산과 가까운 곳에 사시는 분은 도서 출판 경남에 가시어 5권씩 가지고 가면 서로가 좋습니다.
이한영선생님의 어린이 극본집<꼬마 마녀 단불이>는 늦게 나와 독후감을 싣지 못했습니다.
올해 책 나온 분
할머님 댁에는 아버지의 비밀이 숨어 있다.
<할머니 집에서>
*임신행(아동문학가)
저는 마음이 어지러우면 제일먼저 가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어디냐고요? 바로 마산 양덕동에 있는 양덕 성당입니다. 그곳에는 다른 성당들처럼 마리아 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양덕성당의 마리아 상은 하얀 천의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비녀를 꽂은 이 땅의 어머니가 여자아이를 보듬고 있는 상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양덕 성당은 빨간 벽돌집인데 세계적으로 이름난 아름다운 건물입니다. 어른과 아이가 어울려 숨바꼭질하기에 더 없이 좋은 곳입니다. 양덕성당에 계시는 동상을 바라보면 이상하게 동화작가요, 풀꽃지기인 이영득 선생이 쓴 동화 <할머니 집에서>가 떠오릅니다. 어머니 뒤에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계시고, 아버지 뒤에는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동화 <할머니 집에서>는 바로 아버지의 어린 시절이 수채화로 남아 있을 뿐 아니라 그 수채 속에는 아버지의 비밀이 은밀하게 숨어 있습니다. <할머니 집에서>에는 두더지, 호박꽃, 꼬꼬닭, 감자, 망개(청미래), 메뚜기, 콩, 옥수수, 솔이, 솔이 할머니, 상구(망개 목걸이) 등등이 어울려 알콩달콩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솔이 할머니가 호박꽃이 흐드러지게 핀 호박구덩이 앞에서 새끼줄을 가지고 호박덩굴 앞에 가 “이놈! 개똥도 묻어 주었구만, 호박 하나 못 맺고 여태 뭐 하누?” 솔이 할머니는 사람에게 말하듯 호박덩굴에게 말하며 새끼줄로 호박덩굴을 때리는 시늉을 합니다. 이는 자연과 말하기지요. 나중에 거짓말같이 호박덩굴은 호박을 주렁주렁 내 놓습니다. 세상의 많고 많은 사물에게 다정한 손길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하면 말 못하는 강아지풀도, 작은 돌멩이도 한 잔의 물도 따뜻하게 대답을 해주고 보답을 한답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흙 속에는 많은 신비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고향 그곳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요, 아버지요, 할머니며, 할아버지입니다. 여러분은 공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공부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더 어려워집니다. 이 말 한번 기억 해두시면 어떨까요? “언제해도 할 공부 지금하자. 지금 하는 공부 더 잘 하자. 누가 해도 할 일 내가하자” 세상에 일들 중 공부처럼 쉬운 일이 없습니다. 공부는 한만큼 해답으로 보답을 해주니까요. 공부를하다가 지치면 틈을 내어 할머니 댁, 외할머니 댁으로가 풀과 나무와 이야기를 나무면서 어머니 아버지의 어린 시절 비밀을 아는 것도 소중한 공부입니다. 자연의 숲에는 여러분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가득 가득 채워 줄 놀라운 곤충과 크고 작은 짐승들이 산답니다. 외할머님(외할아버지), 할머님(할아버지)을 자주 자주 찾아뵙는 일도 소중한 공부입니다. 그때 동화책이나 동시집 한 권 끼고 가서 낭랑한 목소리로 어른들께 읽어 드리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공부의 하나입니다. 여러분도 얼마 안 있어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할아버지가 됩니다. 사람 사는 일은 별것 아닙니다. 꼬물꼬물 꾸준히 책 읽는 일은 훌륭한 어른이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천사는
여자일까요? 남일까요?
김문주 지음《천사를 주셔서 감사해요》를 읽고
임신행(아동문학가)
거칠게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저는 남해 물건방조어부림을 생각합니다. 물건방조어부림은 사실 <바닷물고기를 불러들이는 숲> 라는 뜻을 가진 숲인데 여기는 이팝나무 느티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팽나무가 어깨동무를 하고 서 있습니다. 옛 선조님들이 바닷물고기를 불러들이려고 짠 계획이기도 하지만 마을로 드센 바람이나 파도가 오지 못하게 둑 숲을 만든 방풍림이기도 합니다. 말 못하는 나무들도 슬기롭게 서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거친 바닷바람과 파도를 막아내는 슬기를 지녔듯이 누나와 동생의 정을 오순도순 펼쳐 보이는《천사를 주셔서 감사해요》는 언제 읽어도 가슴 뭉클한 감동이 책갈피 갈피마다에 숨어 있습니다. 미남이는 아주 어렸을 적에 뇌성마비를 앓고 걸음걸이가 시원치 않는 장애우입니다. 미남이의 누나 미소는 걸음걸이가 남들처럼 반듯하지 않고 거기다가 웃을 때나, 말을 할 때 동생 미남이가 침도 흘리고 하는 것이 못마땅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놀지도 못하고, 가능하면 친구들과 어울려도 동생이야기를 입 밖에 내지 않습니다. 그런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알고 흉을 볼까봐 은근히 겁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맞벌이를 하시느라 일 하러 나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학교 공부를 마치면 미소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해야 하는 일은 ‘어린이 집’에서 공부하고 있는 동생 미남이를 데리고 오는 일입니다. 언제나 미남이랑 같이 집으로 돌아 올 때는 같은 반 친구들을 만날까봐 조바심을 냅니다. 그런 동생을 돌보며 미소는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때로는 짜증을 내면서도 동생 미남이를 보살펴 주는 속정은 깊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대신 집안일을 척척 하는 것 하며, 아무도 좋아 하질 않을 동생 미남이를 데리러 시간 맞춰 가는 일하며 미소는 누나 구실을 알콩 달콩 잘합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형제간의 돈독한 우애를 말하기도 하지요. 생각해 보십시오. 지구촌 인구 60억중에 형제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소중하고 귀한 인연의 축복입니다.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한 식구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예사로운 경사가 아닙니다. 《천사를 주셔서 감사해요》에 나오는 미소와 미남이가 사는 가족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정경입니다. 더군다나 바람처럼 나타난 오토바이에 누나가 다 칠 것을 보고 불편한 몸으로 미남이는 맞서다 다치는 정경은 오래, 오래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남해 물건방조어부림의 나무들처럼 다가서는 드센 바람과 파도와 비를 서로 어깨를 결고 막아 내는 그 자연스러운 슬기가 《천사를 주셔서 감사해요》에 흥건히 들어 있습니다. 천사는 어려운 친구를 도와주는 그 사람이 바로 천사입니다. 천사는 여자도 될 수 있고, 남자도 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이 천사입니다. 누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착한 마음을 책을 통해 여러분의 가슴에 흠씬 담았으면 합니다.
김문주 글 배숙희 그림
지리산 갈참나무숲에는
류경일의 동시집 <바퀴달린 집>을 읽고
임신행(아동문학가)
류경일 시인의 동시에서는 품이 넉넉하고 옷의 맵시가 자유로움으로 한껏 재단 되어있는 한복처럼 동시 한 편 한편이 흥미와 호기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류경일 시인이 지닌 자연과의 교감이 어느 시인 보다 감성과 이성으로 채굴 해내는 시적 감흥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한편 류경일 시인은 시적 대상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정감에 차있고 자연과의 자연스런 말 주고받기가 능수능란하여 더 없이 친근감이 간다는 것이다. 이는 시 읽기에 재미
와 흥미를 동반 하면서 상상력을 충족 시켜 준다는데 있다. 이 말을 다시 바꾸면 한편의 손바닥 동화를 읽듯이 쉽고 신선하게 시의 행간과 연을 넘길 수 있다는 특장을 지녔다.
동심은 엉뚱하고 엇나가는 구석이 있어 동심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의 생각으로 어린이를 이끌고 가려면 그것은 어린이를 고문하고 확대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아이 동 “童” 자를 살피면 립 설립立+마을리里 보탠 아이동이다. 어린이 돌보는 일은 한 마을 아니 한 나라와 같다는 뜻을 시사하고 있다 하겠다. 류경일의 시인의 <산은> 한 편을 집어 들어 보면
성묘 가서/할아버지 산소 앞에 엎드려 절하고/사과 한입 얻어먹었다. //
산을 내려오다 목말라/조그만 샘물에 노루처럼 엎드려/물 한 모금 얻어마셨다.//
산은 자꾸 엎드려야/먹을 걸 준다/ 자꾸자꾸 껴안아줘야/사랑을 베푼다.
디지털시대 정보는 끓고 넘친다며 사람의 본성을 가슴에 속에 찔러 주는 사람은 드물다. 이 <산은> 그 어느 쪽에 놓아도 읽는 이로 하여금 흐뭇하게 해준다.
지리산 갈참나무숲은 크고 작은 산짐승들의 먹이를 챙겨 줄 뿐 아니라 놀이터 집 가지 마련해준다. 류경일 시인은 지리산 갈참나무 숲처럼 늘 새롭고 싱싱한 바람이 일고 있다. 지리산 갈참나무들은 언제나 기발한 생각으로 미래를 꿈꾸고 있다.
<바퀴 달린 집>
산언덕 이모 집 지붕
사촌형 썩은 이도 받아주고
민들레 씨앗도 받아 키우는
꿈 많은 그 지붕은
힘센 바람만 불면
휙 날아가
돌배나무 옆에 눕기도 하고
이웃집 담벼락에 기대기도 한다.
며칠 전 이모부는
지붕 위에
차바퀴를 빙 둘러 얹었다
꿈 많은 지붕을 위해
바퀴를 달아주었다
책 표제작품인 <바퀴달린 집>은 작은 것들이 재잘재잘 거리고 있다.
동시집 <바퀴 달린 집>에 실린 55편의 작품을 읽고 더 없이 행복했었다.
위대한 것은 위대하다 말하지 않는다
노길자 유아시집<엄마는 알지>를 읽고
임신행(아동문학가)
'늙지 마시라. 더 늙지 마시라. 어머니여/ 세월아, 가지 말라/ 세월아, 서라/ 너 기어이 가야만 한다면 어머니 앞으로 흐르는 세월을 나에게 다오. 내 어머니 몫까지 한 해에 두 살씩 먹으리. 검은 빛 한 오리 없이 내 백발 서둘러 온대도 어린 날의 그 때처럼 어머니 품에 얼굴을 묻을 수 있다면/ 그 다음에 그 다음엔 내 죽어도 여한이 없으리.
(북한시인 오영재의 시 '늙지 마시라'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필자는 이 땅의 어머니는 신神이라고 주장한다. 살아 숨 쉬는 신神! 필자가 어머니를 두고 신이라고 과감히 말하는 것은 어머니는 생명의 창조자이다. 물론 생명의 씨앗을 아버지로부터 마련하여 고귀한 생명을 탄생시키지만 어머니는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좌절하지도 않으며 한 가정을 이 끌어간다. 어기찬 생명력과 부활의 정신을 필자는 숭고하게 여겨서다. 디지털시대니 다문화 시대니 하지만 어머니는 역시 어머니다. 누구나 어머니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노길자盧吉子 시인은 이 땅의 어머니요, 시인이다. 시인은 젊은 어머니들에게 속삭이듯 유아시를 들려준다.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 땅에는 유아시를 생산하는 시인이 드물다. 필자가 중언부언하는 것 보다. 문학세계 자매회사인 ⟪아이들판⟫ 신간 소개한 글 일부를 퍼다 가 놓는다.
엄마가 들려주는, 아기를 위한 따스한 사랑의 시집<엄마는 알지>
심술이 잔뜩 그려진
너의 얼굴도
크렁크렁한
너의 눈물도
만두처럼 오므린
화가 난 너의 입도
엄마 눈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란다.
―― 「콩깍지」
시낭송 CD와 함께 출간된 노길자 (盧吉子) 시인의 <엄마는 알지>는 갓 태어난 아기에서부터 만 2세까지의 영아기(0∼2세) 유아들을 위한 국내 최초의 창작 유아 낭송 시집입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낭송해줄 수 있는 유아들을 위한 31편의 시가 화사한 화풍의 삽화와 함께 시집으로 엮어져 있고, 시와 음악은 유아기의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입니다. 감각기관들이 빠르게 발달하고 인간의 소리, 특히 리듬 있는 말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하는 영아기(0?2세)에는 출생하자마자 옹알이를 할 수 있고 또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엄마의 자장가 소리에 행복해 하며 잠이 들거나 갑작스럽게 나는 큰 소리에는 울음으로 반응하기도 하며 친근한 성인이 부드럽게 말하는 소리가 들리면 웃음을 짓고 시끄러운 소리에는 얼굴을 찡그리기도 합니다. 여기에 실린 서른한 편의 유아시는 자장가라고 해도 좋고, 시라고 해도 좋고, 노래라고 해도 좋습니다. 노길자 시인의 노래시 한 편 한 편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온 가족이 아기를 향한 사랑의 눈길과 손길이 벚꽃이 피듯 훤하게 피어 어우러져 있습니다.
아기 입에서
목욕하고 나온
과자와 사탕을
누가 먹을까,
누가 먹을까?
아빠도
언니도
오빠도
나도 손사래 치면
우리 아기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석이라 생각하는
우리
우리 엄마는
빨간 장미 같은 입술을 내밀고
함박 웃지요.
―― 「누가 먹을까?」
유아 시집『엄마는 알지』에는 아기가 먹다 남긴 사탕을 선뜻 엄마가 받아먹는 아기와 엄마의 정겨운 모습이 엿보이는 「누가 먹을까?」와 같은 작품처럼 엄마의 마음으로 한 편 한 편 써내려간 노길자 시인의 따스한 시편들로 가득합니다. 아기가 태어나 성장하면서 유아의 일상생활은 점차적으로 음악적 자극과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유아들이 잠을 청할 때 보호자가 '자장자장' 과 같이 리듬감 있게 얼러주거나 자장가 들려주기, 등 토닥거리기, '잼잼잼잼' 이나 '도리도리' 등과 같이 리듬이 있는 신체 놀이를 하는 것은 아기를 편안하게 하거나 즐겁게 하는 음악적, 언어적 자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극은 보다 성숙한 유아의 감정 표현 및 통제 방법을 발달시키도록 돕습니다. 엄마가 아기를 위해 사랑을 담아 읽어 주는 시낭송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입니다.
2.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엄마의 속삭임!―유아시 낭송 CD
섬마섬마 우리 아기
도리도리 짝짜꿍
해님도 도리도리
도리도리 짝짜꿍
우리아기 짝짜꿍
아장아장 우리 아기
곤지곤지 잼잼
달님도 곤지곤지
곤지곤지 죔죔
우리 아기 곤지곤지
―― 「아기 따라 죔죔」 중에서
보석보다 더 귀한 아기에게 자장노래를 불러주는 엄마의 아름다운 모습을 노래한 ?아기 따라 잼잼?에는 엄마의 아기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기쁨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서, 혹은 아기가 놀고 있을 때나 잠을 잘 때에 엄마의 음성이나 심장 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평안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 실험으로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즉, 아기가 갓 태어나 울거나 보챌 때 태내에서 들었던 엄마의 심장 소리를 녹음하여 들려주었더니, 울던 아기가 점점 울음을 그치고 편안히 잘 수 있었다는 것인데 이 연구 결과는 신생아가 엄마의 심장 소리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방송인 하은진 씨에 의해 낭송된『엄마는 알지』낭송 CD는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엄마의 따스한 목소리가 담겨져 있는 낭송 CD입니다. 시 낭송뿐만 아니라, 유아의 정서를 안정시켜줄 수 있는 배경음악에 자연의 소리 등을 함께 믹스함으로써 시낭송을 듣는 유아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소리와 음악적 언어를 탐색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자녀에게 유아 노래시와 음악을 함께 들려주는 일은 세상에 숨은 자연의 신비의 소리를 들려주는 일이며 엄마, 아빠가 숨소리와 함께 속삭이듯 부드럽고 은근한 목소리로 시를 들려주는 것은 시의 들숨과 날숨을 함께 즐기며 황홀한 무지개 꿈을 꾸는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엄마가 들려주는 시낭송은 유아의 언어에 대한 감수성을 세련시키고 정서적 감수성을 발달시키며 예술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줄 것입니다.
위대한 것은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겸손하고 마음 어진 노길자 시인을 우리는 재평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이 머지않아 도래 할 것이다. 분명 그의 유아시는 귀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자란만에는 아기 게들이
최미선의 동화집 <가짜 한의사 외삼촌> 읽고
임신행(아동문학가)
세상의 게들은 어디에서나 모로 간다.
자란만 아기 게들은 뭍에서나 바닷물 속에서도 앙금앙금 모로 간다.
동화작가 최미선의 동화집<가짜 한의사 외삼촌>을 읽는 동안 내내 필자는 초록빛 바다 자란만의 아기들을 떠올렸다.
동화작가 최미선의 동화집 <가짜 한의사 외삼촌>을 언급하고 싶지만 문원에서 책 소개를 한 글을 퍼 다가 옮겨 놓는다.
점수를 잘 받는다고, 영어를 잘한다고 정말 행복할까?
『가짜 한의사 외삼촌』과 『사과 꽃보다 달콤한 향기』 는 우리의 비틀어진 교육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먼저 『가짜 한의사 외삼촌』은 학원에서 온종일 지내야만 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꿰뚫고 숨구멍을 찾아주는 외삼촌이 주인공이다. 외삼촌은 여유를 잃고 사는 아이들에게 온갖 재미있고 엉뚱한 병명을 붙여 아이들을 웃음 짓게 한다. 삼촌은 점수를 올리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게 세상에는 많다는 걸 일깨워 주려는 것이다. 외삼촌의 엉뚱한 행동을 통해 요즈음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각박한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사과 꽃보다 달콤한 향기』는 영어 교육을 위해 자식을 외국으로 입양시키려고 하는 엄마를 아들의 시선으로 관찰하여 쓴 작품이다. 영어에 목숨을 건 엄마는 어떤 방법으로든 아들을 외국으로 보내려고 하지만, 주인공인 나는 오직 골목 축구대회에만 관심이 있다. 엄마도 한때는 한글을 사랑하자는 순진한 학생이었다는 걸 일깨워 주는 외할머니의 재치로 문제는 일단락되지만, 영어에 대한 엄마의 욕망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영어 교육에 대한 병폐를 어린아이의 순진무구한 시선으로 들여다본 이 동화는 병적 교육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서로 다른 존재끼리 소통하고 이해하는 법
『은빛 고래 마중』과 『들 고양이 도툴이』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다니던 학교가 폐교가 되는 바람에 읍내 학교에 다니게 된 창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겉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인 12킬로미터만큼 아이들과 창이의 마음의 거리는 멀다. 아이들과 자신이 사는 환경이 다르다는 걸아는 창이는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그러다가 창이와 아이들은 고래 구경을 계기로 서로 소통을 하게 된다. 『들 고양이 도툴이』는 들 고양이와 집고양이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그렸다. 서로의 정체성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이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진정한 소통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아이들
이 동화집의 미덕은 가난이 반드시 불행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데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행복감을 전달 받는다. 『하느님의 꽃다발』은 할머니의 칠순 생일을 앞두고 고민하는 손자들의 이야기가 경쾌하게 그려진다. 부모 없이, 시장
에서 장사를 하는 할머니와 사는 두 아이는 각각 할머니의 칠순 생일 선물을 마련한다. 일찍 철이 든 형 상한 이는 신문 배달을 하고 용돈을 아껴서 할머니에게 신발을 선물한다. 한편 엉뚱하기 그지없는 동생 영한 이는 할머니에게 선물을 한다며 뒷동산 배나무 밭으로 데려간다. 그곳에는 하얗게 꽃피운 아름다운 배나무가 서 있다. 상한이와 할머니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넋을 잃는다. 하느님이 보내 준 꽃다발이라면서 할머니 칠순을 축하하는 영한이의 행동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생일 선물』과 『수수꽃다리의 눈물』과 함께 물질의 풍요 속에서 오히려 빈곤을 느끼는 요즘의 우리들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다
뚝새풀은 뚝새풀끼리
이주희의 동시집 <우포에서>를 읽고
임신행(아동문학가)
이주희 시인의 작품들은 그 누구도 지니지 못한 자연을 투명하게 비저 내는 정심正心을 은닉하고 있다.
내가 왜/오돌오돌/ 소름이 잔뜩 돋았는지 알아?/1억 년 전부터/ 공룡 발에 밟힐까 봐/무서 워 무서워/ 숨죽이고 있자니/ 물 밖 소식이 궁금하지 뭐야/ 그래서/ 살. 금. 살. 금/조. 심. 조. 심/내다봤는데/ 아유, 글쎄/심심했던 흰 구름 녀석이 왁!/ 놀래 키는 바람에/공룡인 줄 알 고/깜짝 놀라서/소름이/ 쫘악. -가시연꽃
우포늪을 상징하고 있는 가시연을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 밭을 정화 시키는 시심을 지녔다. 이는 기다림을 통한 읽는 이로 하여금 갖춘탈바꿈을 꿈꾸게 하는 시인의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파에 시달린 어른들이 보기에는 심드렁해 보일지 모르나 어린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친구를 부르고 자연의 신비를 느끼고자 하는 탐구심과 호기심이 앞선다.
이주희 시인의 작품 속에는 우포늪에 사는 가시연꽃이나 부들이나, 마름이 지닌 신비한 원시성의 그윽한 향기를 지녔다하겠다. 시의 넓음과 깊음과 시가 지녀야 할 시적품성을 고루 갖춘 시의 물푸레나무숲이기도하다. 그의 시편에는 결코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자연과 함께 왜 살아야 하는지를 시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창포 숲처럼 순하면서 당찬 시의 이미지가 생태학적으로 가없이 펼쳐져 있다.
꼬물꼬물/운동장 모래밭/ 우산 쓴 꼬맹이들/ 달팽이가 되었다.// 토닥토닥/모래 만지 는 오동통한 두 손/ 촉촉한 더듬이가 되어/봄을 찾는다.
-봄 비오는 날
생명의 환희와 놀이의 즐거움을 밑그림으로 깔고 오종 오종 재미를 뽑아내게 한다. 봄비오시는 날의 정경을 향토성 짙게 이끌어 낸 작품이다. 한 폭의 유화를 보듯 시의 이미지가 도드라져 우리가 지나 온 유년으로 회유 시키는 이끌림을 지녔다. 이는 시인의 의식이 자연의 순수함과 충돌하여 얻어낸 것이라 하겠다. 이주희 시인은 시의 풍경을 보다 집중력 있게 바라보한다.
겨울 우포는/하늘빛 꿈을 꿉니다.// 자운영 방글거리는 봄날도/ 부들잎 속삭이는 여름 도/ 해질녘 억새풀 반짝이는 가을 풍경도/잠잠한 물속에 넣어두고// 바스락거리는 마 른 풀이/자장가 부르며/청둥오리 알락오리 잠재우는/겨울 우포는/꼬리 짧은 해님이 들 려주는/따뜻한 이야기를 들으며/꿈을 꿉니다.// 그 꿈속에서 /나는 방죽길을 거니는/한 마리/ 댕기물떼새가 됩니다.
-겨울 우포에서
자연의 원시성 그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긴요한 영혼의 비타민이라면. 이주희 시인을 주목하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 우포늪 곁에서 우량도서를 출판하기위해 깃발을 드높게 올린 도서출판 <우포>에서 우포늪 향기 짙은 시집『우포에서 』를 출판한 것을 또 한 번 경하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첫댓글 선생님의 서평을 읽으니 더 재미 있네요! 사람 사는게 별거 아니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꼬물 꼬물 동화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순희 합장드림
선생님 글만 읽으면 모르는 사람들은 여자인줄 알겠어요. 부드러워서...
권순희 선생님! 좋은 지적 고맙습니다. 저는 말 하기도 글쓰기도 특히 서평은 쉽고 재미 있어야한다는 고집을 안고 살아 왔습니다. 이제 좀 힘차고 근육질 강한 글을 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종소리 선생님이 하순희 선생님이셨군요.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실은 이영득 선생님! 김문주 선생님 책 글은 부산 문화방송국에서 경영하는<어린이 문예> 에서 동화작가가 추천하는 동화집이 청탁 되어 와 쓴 독후감 입니다. 독후감 쓰기는 만만찮게 어렵습니다. 저는 청탁은 아주 잘 응하는 축에 끼어드는 디앤에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관심있게 읽어 주시어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하순희 선생님 동시집이 나오면 써고 싶습니다. 곧 하영 선생의 동시집 < 참 이상합니다>가 예쁜 모습으로 나 올 것 입니다. 한참 끝 손질에 바쁘다는 서울에서 전화로 연락이와 쪽 소식을 슬쩍 놓습니다. 가을은
선생님의 서평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참 기쁩니다. 아동문단에 이처럼 좋은 소식이 수북하게 쌓여감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늘 아동을 생각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르가 아닌가 합니다. 고맙습니다.
하영선생님, 미리 축하를 드립니다. 어서 아름답고 예쁜 동시집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김재순 선생님! 하찮은 글에 칭찬의 말씀을 남겨 주시니 사실 부끄럽습니다. 진작 본인들은 입 다물고 있는데 말입니다.김재순 선생님은 힘 빠진 사람에게 힘을 충전 시켜 주는 묘한 마력을 지녔습니다. 늘 어린이와 어른들을 위해 수고 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전들 이러고 있지만 어디 마냥 이러고 있겠습니까 준비 과정 입니다. 내부수리도 거의 끝나갑니다. 고맙고 고마운 마음 여기다가 슬쩍 열어 보입니다. 우리 어려운 일 어렵다 하지 말고 당당히 걸어 갑시다. 어린이를 위하는 일은 나라를 구원하는 일입니다.
yi 선생님, 어린이를 위하는 일이 나라를 구하는 일이라는 말씀에 저도 동감을 하며 그 말씀에 힘이 납니다.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신행 선생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모자람이 많은데 예쁘게 봐 주셔서 부끄럽습니다. 저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 그런가 언제부턴가 글 한 줄 한 줄이 더 소중하고 귀하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맘에 없는 글은 한 줄도 못 쓰는 게 글쟁이들 맘일 텐데, 이 많은 작품에 귀한 말씀은 그야말로 아동문학과 회원들을 사랑하는 맘 없이는 할 수 없었을 텐데...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