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학기 노랫말 짓기, 가락 짓기를 해 보았던 터라 나름 즐겁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우리 모둠은 은새와 나, 지명 선생님께 ‘갈무리’라는 주제를 받아 노래를 만들게 됐다.
우선 내가 노랫말을 지었다. 갈무리라는 주제가 어렵고 넓게 느껴져 도대체 무얼 써야 할지 고민되기도 했는데,
내 지난 3년을 떠올렸을 때 드는 생각을 정리한다고 하니 좀더 편하게 노랫말을 썼다.
떠오르는 생각을 이리저리 바꿔보며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음율을 맞춰가는 것이 새로웠다.
주로 산문 형식의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나인지라 노랫말을 쓰는 것이 어색했지만
간략하고 섬세하게 말을 바꿔가는 과정이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나 혼자 내 생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더 즐겁게 써갈 수 있었다.
그렇게 노랫말이 완성된 뒤로는 노랫말의 느낌을 살려 가락을 붙혀가는 작업을 했다.
이건 거의 은새가 다 한 것 같다. 음악적인 역량은 거의 제로인 나를 대신해 코드와 음을 붙이고, 박자를 맞추고,
악보 그리는 일까지 은새가 맡아 해 주었다.
단지 내가 한 일은 원하는 느낌을 이야기하거나 약간의 멜로디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은새는 우리의 취향이 고루 담긴 분위기의 가락을 지어냈다. 노랫말의 느낌과도 딱 맞게 말이다.
이후에 길게 편곡하는 과정을 거치는 했어도 꽤나 순조롭게 곡이 완성된 것 같다.
은새와 함께 노래 지어가는 순간 하나하나가 재미있었고, (때로는 지치기도 했지만^^) 완성된 노래도 나름 마음에 든다.
우리가 노래를 만들어 내다니 새롭고도 뿌듯한 기분이다. 함께 해 준 은새에게 정말 고맙다. 수고했어♡
/ 은솔
난 처음 노래짓기를 하라는 선생님 말씀에 가슴이 철렁했다.
저번에 노랫말 바꾸기와 가락 붙이기도 아주 어렵게 했는데 이번엔 전부 짓기라니.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 싹 잊고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 만들며 제목을 정할 때는 물론이고, 어떤 음으로 할지, 어떤 코드로 할지 다툼이 있긴 했지만 잘 풀어나가서 우리들(하나 누나, 솔, 나) 사이가 좀더 끈끈해진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은 노래를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도 했는데 잘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번엔 솔이랑 하나 누나가 많이 해줬는데 다음엔 나도 더 열심히 지어야겠다.
/ 건희
가을학기 고운 울림 음악 시간에 우리에게 특명이 주어졌다. 바로 노래짓기! 이번엔 진짜 각잡고 제대로 만들었다.
모둠을 나눠서 나는 솔, 건희와 했다.
사실 1학년들이랑 하는 게 걱정도 되었고, ‘이게 될까?...’하면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푹 나왔다.
그래도 ‘에이, 이왕하는 거 밝게 하자!’라며 내색 안 하고 그랬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내면이 드러나고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나는 신경이 곤두서서 자꾸 날카로운 말이 튀어나오고, 동생들은 동생들대로 말을 안 듣고 계속 자신감 없이 못하겠다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분위기가 아주 안 좋았다.
그러던 어느날 결국 일이 생기고 말았다. 이때도 무슨 문제로 갈등이 있었는데 먼저 건희가 솔직한 말을 해줬다.
누나가 명령조가 날카롭게 말하니까 많이 힘들었다고 말해 주었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내 자세를 돌아보게 되었고, 말을 따뜻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 철없던 날카로운 말들을 받아준 건희, 솔이에게 미안했다. 동생들에게 사과를 하고, 솔이도 자기 마음을 나눠준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따뜻해졌다. 그 뒤로는 노래짓기가 훨씬 수월해지고 밝아졌다.
그런데 노래를 다 짓고 나니까 부르는 게 문제였다. 우리가 노래를 워낙 높게 만들어서 부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난 다시 한 번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이 키를 낮추면 어떠냐고 제안해주셔서 한 키 낮췄더니 훨씬 나았지만 이번엔 건희 목소리에 안 맞았다. 결국 녹음은 F키로 하고, 발표는 G키로 했는데 큰 실수 없이 잘 마쳤다.
아직 동생들과의 공연이 남았는데 어쨌든 내가 이렇게 노래를 지어서 부를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우리가 만든 노래가 불려지는 게 참 신기하다. 학교 친구들이 우리가 지은 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그때마다 괜히 뿌듯하고,
싱어송라이터들도 이런 기분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너무 보여주기 부끄러워하고 자책하던 솔, 건희도 용기를 끄집어 내어 노래 짓기를 해줘서 고맙다.
노랫말에 ‘서로 마음 나누며 나와 너를 알아가고 우린 조금씩 자라나~’라는 구절이 있는데 우리가 노래 지었던 과정이 이 노랫말에 담겼다. 걱정만 되었던 초기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겪고 나니 어떻게든 하면 된다는 걸 배웠다.
한 학기 동안 노래짓기한 우리 ‘도동실’과 ‘용자씌’, ‘곱슬머리’. 진짜 수고 많았고, 앞으로 남은 공연도 잘하면 좋겠다.
이렇게 우리 힘으로 지은 노래들을 부르니 더 뜻있고, 대중가요와 비교할 수 없게 너무 잘 지은 것 같다.
우리 노래가 길이길이 기억되길!
/ 하나
사실 나는 내가 노래를 지을 수 있을지 몰랐다. 노래란 작곡가나 가수들만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림 언니, 오빠들이 지은 노래를 들으면서도 감탄에 감탄을 했다. 지명 선생님이 “노래 지으세용~” 이라고 할 때도 당연히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노래라는 것을 만들어야 했다. 물론 좀 설레기도 했지만 그보다 걱정이 훨씬 앞섰다.
하지만 나에게는 은솔언니라는 든든한 동지가 있었다. 은솔언니는 노래짓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노랫말을 안겨 주었다. ‘도화지 위 선을 긋기 두려웠어...’라는 멋진 노랫말을.
그렇게 뚝딱 노래짓기의 반을 해결해 준 은솔언니 덕분에 나도 시작을 잘 할 수 있었다.
가사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뚝딱 가락을 붙였다. 저절로 나에게 영감이 찾아왔고,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었다.
생각나는 느낌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구 음을 던지며 갈피를 잡아 갔다.
은솔언니와 내 갬성이 비슷했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당연히 빨리 이 곡이 마무리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로 음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억지로 지어야 해!라는 마음으로 음을 붙이려니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잘 풀리지 않았다.
분명 우리가 가장 앞서 있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니 조바심이 났다. 어떤 음을 붙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나 은솔 언니나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굉장히 까다로운 기준으로 음을 정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드려야 하는 부분도 생기고, 마음에 들지만 바꿔야 하는 부분도 생겼다.
노래짓기하면서 마음을 덜어내는 연습을 많이 하게 되었고,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노래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걸 배웠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내게 좋은 가락, 노랫말이 내려오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은솔언니와 열심히 노래를 지었다.
녹음 3일전까지 노래가 미완일 때는 정말 불안했지만 가락이 반짝하고 생각날 때는 눈물나게 기쁘기도 했다.
그렇게 3개월 동안 은솔 언니와 함께 고민해서 만든 우리곡이 완성되었다. 노래짓기라는 어렵고도 재미있는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도 두 곡쯤 더 만들 텐데 더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다. 수고한 은솔언니와 나를 칭찬한다.
/ 은새
가을학기에는 나, 건희, 하나언니가 같이 노래짓기를 했다.
셋 모두 경쾌하고 활기찬 노래를 좋아해서 곡 분위기는 쉽게 정했는데 지명 선생님께서 주신 노래짓기 주제는 관계와 배움이었다. 너무 심오한 주제라 노랫말, 가락 모두 갈피를 못 잡고 셋 다 방황하다가 어느날 우리에게 영감님이 찾아오셨다.
그래서 전주를 뚝딱 짓고, 코드도 뚝딱 붙이고, 노랫말도 가락도 꽤나 빠르게 지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노래 지으며 조금씩 마음 상했던 것들이 쌓여 한번에 펑하고 터진 일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서로 마음 나누고 나니 후련하고 노래 진도도, 완성도도 높아졌다.
봄학기 때보다 가사가 단조롭긴 했지만 그래도 훨씬 완성도 있게 잘 지어진 것 같아 뿌듯하다.
이 노래가 불리는 건 아직 적응이 좀 필요한 것 같지만 그래도 건희, 하나언니, 도움을 많이 주신 지명 선생님께 정말 고맙다.
재미있는 노래짓기 시간이었다.
/ 솔
가을학기 노래짓기는 노아언니와 했다. 주제는 관계와 배움이었다.
처음에는 고양이와 나의 관계, 나와 너의 관계 등으로 가사를 생각해 봤는데 어려웠다.
그러다가 떠오른 것이 바로 연필과 지우개의 관계였다. 빠르게 가사를 썼고, 나름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가락이었다. 사실 초반 부분은 잘 풀렸는데 그 다음부터는 너무 어려웠다. 어떻게 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중간에 포기하고 바꾸고 싶기도 했다. 마지막 즈음에는 너무 막막했지만 어떻게든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덜어내고, 최대한 가락을 지어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끝냈다. 그 뒤에 다듬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그러고나니 편해졌다. 이제 2절도 짓고, 노래 연습도 더 해야하지만 홀가분하다!
/ 누리
나는 이번에는 누리와 함께 노래를 짓게 되었다. 곱슬머리라는 팀명으로 뭔가 좋은 노래가 탄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사와 음을 지어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었다.
그냥 지내다가 탁! 느낌이 오면 노래를 쫙쫙 써내려 갈 것 같은데 이렇게 주어진 시간 안에 완성해야 한다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노래의 주제가 관계, 배움인데 이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만한 노래가 잘 나올지 걱정되었다.
하지만 누리의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연필과 지우개의 관계를 담은 노래를 만들게 되었다.
처음 가사를 쓰기 시작할 땐 엄청 빠르게 썼는데 막상 다 쓰고 나니 음 붙히는 게 참 어려웠다.
호로록 하다가 막히고 호로록 하다가 막히고를 반복하다 보니 결국 힘든 게 폭발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힘들어 하는 누리를 보니 나도 속상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누리보다 언니로서 노래짓기를 잘 이끌어줬는지 돌아보니 그동안 누리에게 너무 의지만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고 미안했다. 악보다 뚝딱 그리고 아이디어도 팡팡 넘치는 누리에게 고마웠다는 말도 전하고 싶다.
아무튼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가 그 힘든 고비를 넘기고, 함께 다시 무작정 지을려고 하니까 결국 완성이 되었다.
귀엽고 통통 튀는 느낌의 나름 마음에 드는 노래였다.
나는 약간 우울하고 엄청 깊고 시적인 느낌도 좋지만 이번에는 가볍고 익히기 쉬운데 중독성 있고 그 속에 깊은 뜻이 담겨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는데 딱 알맞은 노래가 나와서 행복했다. 이제 2절도 지어야겠다. 곱슬머리 수고했어!
/ 노아
첫댓글 멋진 노래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배움을 남겼는지 느껴지네요. 그 마음과 과정 알고나니 더 소중하게 들려져요~~
다들 고생했어요. 모든 노래들에 각 사람의 결이 다 느껴져요~~ 멋져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