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하고 있다. 각 교단이 내놓는 각종 통계들을 토대로 한국교회가 정체 내지는 쇠퇴기에 있다는 분석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그런 수적인 변화가 아닌 것 같다. 21세기를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부분은 교회가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한미준이 내놓은 “한국개신교인의 교회활동 및 신앙의식 조사 보고서”(두란노)는 갤럽에 의뢰한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비종교인 및 타종교인이 보는 한국교회는 긍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최근 뉴스에 오르내리는 기독교인들의 부끄러운 이야기는 그러한 결론을 지지해준다.
분명 한국교회는 위기상황 가운데 놓여있다. 그러나, 위기는 언제나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저 하기 쉬운 말이 아니라 역사를 보더라도 위기는 한 사람을 성장시키고 한 공동체를 강하게 하는 좋은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심장부의 문제 해결에 전념해야 할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대안을 가지고 변화를 위해 집중적인 노력과 투자를 기울일 때 위기는 기회가 된다. 그때에만이 위기는 변장된 축복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심장부인가?
고무적인 사실은 이 시대가 “교회의 성장” 뿐 아니라 “교회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1세기 교회의 핵심 이슈는 교회의 성장이 아닌 교회의 건강이다. 새들백 교회를 담임하는 릭 워렌(Rick Warren)의 말처럼 건강한 교회들은 잔재주를 피울 필요가 없이 하나님의 의도하신 바 대로 자연스럽게 성장하며, 건강한 교회는 이웃과 사회에 건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의 건강도는 모이는 숫자를 가지고 판단할 수 없다. 빌 헐(Bill Hull)은 그의 책 “목회자가 제자삼아야 교회가 산다”(요단)에서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인 교회의 모습을 평가 할 때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성도가 몇 명이나 되는가?”라고 잘못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질문속에는 교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가치관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물론 그것은 중요한 질문들이다. 그러나, 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진다면 그것은 “이 교회의 성도는 어떤 사람들인가? 목회자와 함께 사역하고 있는 평신도 지도자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최근 독일의 교회 성장 연구소에서 32개국의 1,000여 교회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하여 420만개의 응답을 분석하고 종합해서 내 놓은 보고서가 나왔다. “자연스러운 교회성장(Natural Church Development)”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보고서에서 슈바르츠 박사(Christian A. Schwarz)는 성장하고 있는 건강한 교회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 8가지를 권한을 위임하는 리더십, 영감있는 예배, 열정적인 영성, 전인적인 소그룹(holistic small group), 기능적인 조직, 은사중심의 사역, 필요지향적인 전도, 사랑의관계로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제자훈련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으며 제자훈련을 통해서만 기대될 수 있는 열매라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유행과도 같은 것이 아니라 성경이 말하는 본질적인 사역이요 예수님의 목회 방법이다. 하나님의 교회가 건강하게 되어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성경을 통해 증명되며, 역사가 입증하며, 수많은 목회자들과 학자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다.
교회가 교회다우려면 건강한 평신도들이 있어야한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세상은 건물을 보고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을 보며 교회와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말씀으로 변화받아 건강하게 성장한 평신도들이 있을 때 교회는 힘있게 사역할 수 있다. 목사 한 사람이 뛰는 교회와 수많은 평신도들이 함께 동역하는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평신도 동역자, 평신도 지도자들을 세울 수 있겠는가? 그것은 제자훈련 밖에 없다. 예수께서는 무리를 대상으로도 사역하셨지만 12명이라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하여 제자들을 길러내셨듯이 사람에게 투자하는 제자훈련 사역이외에는 다른 길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 헐의 말처럼 오늘날 교회에서 주님의 제자삼으라는 명령처럼 무시되고 있는 사역은 없을 것이다. 또 많은 교회가 이 사역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사역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 그만큼 이 사역은 만만한 사역이 아니며 많은 준비가 필요한 사역이라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교회안에서 제자훈련은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가? 과연 무엇이 준비되어야하는가?
첫째로, 목회자의 분명한 목회철학이 필요하다.
교회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목회자의 목회철학이다. 왜 제자훈련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인식, 훈련을 통해 기대하는 제자의 모습에 대한 분명한 그림이 없다면 제자훈련에 대한 작은 장애물이 나타나도 그 배는 좌초할 수 밖에 없고 건강한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로, 교회안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왜 훈련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와 이 훈련을 통해 어떤 유익이 있으며 훈련 이후에 어떤 모습으로 무엇을 하게 될지에 대한 그림이 성도들의 마음속에 그려져있지 않으면 교회안에서 제자훈련을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목회자의 비전은 설교나 교회의 문서들을 통해 나누어져야한다.
셋째로, 제자훈련을 위한 양육과정이 필요하다.
제자훈련은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초보적인 양육이 이루어져야하는 사람을 바로 제자훈련 과정에 편입시킨다면 제자훈련의 목적을 성취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을 받기 전에 거칠 수 있는 다양한 양육과정들이 필요하며 이런 과정들을 통해 기초적인 양육이 이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자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이 양육 과정은 개설된 강좌와 같은 프로그램일 수 도 있고, 먼저 훈련받은 평신도 지도자들을 통해 관계중심적으로 이루어지는 멘토링의 과정일 수도 있다. 건강한 교회는 이 둘이 조화를 이룬다.
넷째로, 제자훈련 지도자는 소그룹 환경에 대한 이해와 소그룹에 대한 경험을 가져야한다.
제자훈련은 소그룹을 통해 이루어지는 훈련이다. 사람이 변화되고 치유되며 헌신되는 것을 소그룹을 통해서만이 기대될 수 있는 열매이다. 지도자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예수께서 12명에게 3년을 투자하신 것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그러므로, 효과적인 제자훈련이 되려면 지도자는 소그룹이라는 독특한 환경을 이해해야하며 소그룹 인도법을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특히 질문을 통해 훈련생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인도법이 중요하다. 또한 소그룹은 하나의 유기체로써의 성장 단계를 가지므로 상황에 맞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한다. 이처럼 소그룹을 인도한다는 것은 하나의 종합 예술과도 같다. 그러므로, 소그룹 관련 서적이나 또 동료나 부교역자들과의 웍샵을 통해 소그룹을 체험하는 것은 제자훈련 지도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로, 제자훈련 지도자는 귀납적 성경연구를 익혀야한다.
제자훈련은 말씀을 통해 성령의 인도하심을 경험하고 삶의 변화를 체험하는 훈련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성경 지식을 배우는 성경공부와는 차원이 다르다. 제자훈련이 제자훈련다우려면 지도자는 귀납적 성경연구 방법을 익혀야 한다. 관찰,해석,적용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Q.T 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여섯째로, 좋은 교재를 선택하라.
시중에 여러 가지 교재가 나와있지만 그중에서 제자훈련의 목적에 합당하고 훈련받을 훈련생들에게 합당한 교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교재의 구성과 질문의 내용을 주의깊게 살펴야한다. 본문을 중심으로 관찰,해석,적용 질문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의교회의 경우를 보면 제자훈련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자격이 필요하다.
이렇게 선발의 과정을 가지는 이유는 이미 언급한 바처럼 이 훈련은 평신도 지도자 양성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랑의교회는 이 제자훈련 외에도 평신도 성경대학, 교사훈련원, 가정생활 세미나, 주제별 단기 양육과정 등 여러 가지 선택이 가능한 양육과정을 두고 있으며 다락방을 인도하는 평신도 지도자인 순장에 의해 기초적인 양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평신도 지도자를 양성하는 제자훈련과정은 선발의 과정을 거치며 소그룹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정해진 인원만이 훈련을 받을 수 있지만 제자훈련을 받기 이전에 거치게 되는 양육과정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제자훈련 신청자들은 선발 작업을 거쳐 10명 내외의 소그룹으로 구성되어 1년간 교역자의 지도아래 훈련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훈련을 마친 사람들을 대상으로 또 다시 1년간의 사역훈련을 받게 되고 이 2년간의 훈련을 마친 사람 중에 은사에 따라 말씀으로 다른 사람을 섬기는 다락방 순장과 봉사영역에서 섬기는 봉사순장, 그리고 각 영역의 평신도 지도자로써 사역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신앙생활을 오래 했고 다른 교회에서 직분을 갖고 있었다 할지라도 사랑의교회는 이 2년간의 훈련을 거치지않으면 평신도 지도자로 세우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한 교역자가 1년간 10명 내외의 사람들에게 시간과 정력을 투자한다는 것은 비효율 적인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사역이요 하나님의 방법이다. 오늘 사랑의교회가 건강한 교회로 영향력을 조금이나마 미치고 있다면 그것은 제자훈련을 통해 변화받고 헌신한 평신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한국교회에 제자훈련은 더욱 필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목회의 본질이다. 도입해야할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이유요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다. 성령의 능력안에서 말씀을 통해 성도가 온전케 되는 제자훈련, 소그룹이라는 환경안에서 지체간의 교제를 통해 성도의 하나됨을 경험할 수 있는 제자훈련, 21세기 위기의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주님께서 주시는 준엄한 명령일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찌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1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