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장문화
1. 신라와 가야에만 존재했던
어떤 죽음을 뒤따라 다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강제로 죽여서 주된 시체와 함께 묻는 장례습속으로 정의되는 순장. 현대사회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과거 사회의 한 단면이다. 순장은 중국 신석기시대 후기에 해당하는 제가문화에서 남녀를 함께 묻는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고대 이집트의 아비도스 왕조 장례단지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명의 인골들이 왕의 묘역에서 함께 확인된다. 이처럼 순장은 약 5,000년 전부터 세계 여러 지역의 인간사회에서 행해지기 시작했던 장례문화의 한 방식으로 발생(수용) ․ 확산 ․ 소멸에 당시의 정치 ․ 종교 ․ 사회 ․ 경제적 이데올로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사회적 현상이었다. 특히, 사람의 생명을 대상으로 사후세계를 기원하는 내세 이데올로기적 풍습 또는 문화의 한 형태였기 때문에, 사회구조 ․ 규범 ․ 관계 ․ 관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무덤의 주인을 위한 ‘지배-피지배 관계를 넘어 초월적 절대권력자의 존재를 뒷받침하며, 절대권력이 이데올로기에 의해 정당화되고 잇었던 당시의 사회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되기도 한다.
2. 순장과 순장사회
인류사에서 자발적이던 강제적이던 사람의 목숨을 대상으로 ‘사람의 희생’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당화된 가장 큰 이유는 희생자의 죽음으로 영적 혜택이 창출되고, 이것이 사회의 안녕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결국 상당 부분 종교적 측면과도 결부되어 있는데, 큰 범주에서 순장 역시 ‘사람의 희생’의 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혼돈하지 말아야할 것은 ‘사람의 희생’의 목적이 무엇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사람의 희생’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목적과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사람을 제사의 소요품인 제물로서 인식하는 인신공희가 있다. 중요 건축물의 안정 ․ 전쟁에서의 승리 ․ 미래에 대한 예언 ․ 신과 죽은 자에 대한 위로 등을 위해 산 사람을 제물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이 바로 심청전에 나오는 임당수에 제물공양이며, 2006년 개봉하여 큰 주목을 받았던 멜 깁슨 감독의 영화 ‘아포칼립토’도 마야문명의 인신공희를 잘 보여준다. 반면에 순장은 사람을 소유와 사역의 대상으로 인식한 결과인 동시에 내세적 이데올로기가 바탕이 되어 나타나는 ‘사람의 희생’이다. 즉, 지위가 높은 무덤 주인의 영원한 삶을 기원한는 위해 사후에도 그를 위해 계속 봉사할 사람들을 함께 매장하는 장례제도인 것이다. 다라서 순장자는 생전에 무덤의 주인이 소유하고 사역을 시켰던 사람들이였고, 많은 사람들이 같은 무덤에서 다양한 형태로 순장되어 나타나는 것은 무덤의 주인을 위한 봉사의 역할분담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전국시대 중기 이후 순장이 급격히 소멸하고, 주나라의 제후국 중 하나였던 진나라의 진헌공이 기원전 384년에 법률로 순장제도를 폐지한다. 그리고 기원전 97년에 로마의 원로원은 인신공희를 법률로서 금지하였다. 이처럼 ‘사람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인신공희와 순장제도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사회적인 안녕을 기원하고, 죽은 사람의 사후세계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사회 각 방면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공자가 예가에서 ‘죽은 자가 산 자의 기물을 사용하는 것은 순장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인형을 사용하는 것은 사람을 순장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라고 비판한 것은 당시 유교적 사상에서 무덤에 부장품을 사용하거나 인형을 이용하는 것조차 사람을 직접 매장하는 순장처럼 올바르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국 법으로서 권력의 권위가 보장되고, 관료조직을 통해 권력의 이념과 사상이 실천되며, 조세를 통해 권력의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고, 종교와 윤리로 권력의 정당성이 이념적으로 보장되는 사회가 되면서 인신공희나 순장제도와 같은 ‘사람의 희생’이 권력의 권위를 인식시키고 유지하는데 더 이상 중요한 수단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공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올바르지 못한 것으로 규정하여 인류사에서 복합사회 혹은 고대국가 형성 이후 점차 사라지는 사회적 현상의 하나였던 것이다.
3. 우리나라의 순장
한반도의 고대사회 순장은 현재의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라와 가야에서만 확인되는 고고학적 현상이다. 고구려와 백제에서는 순장이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248년 고구려의 동천왕이 죽자 ‘많은 사람들이 왕의 죽음을 슬퍼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순사의 기록이 삼국사기에 남아있지만, 이것은 충성심 등을 표현한 행위의 한 형태일 뿐 장례제도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기원 후 3세기 말에서 6세기 초 ․ 영남지역’이라는 한반도 고대사회 순장제도의 시공적 특수성은 학문적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순장의 기원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외부유입 對 자연발생’의 시각으로 구분된다. 순장의 기원을 외래문화의 유입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시각은 3세기 후반 영남지역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문화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도질토기의 등장과 함께 대형화되는 목곽묘의 변화, 오르도스형 동복 ․ 철제갑옷 ․ 마구 등의 부장 및 부장품의 대량화, 그리고 목곽의 일부를 불에 태우는 행위 ․ 물건을 일부러 훼손하여 무덤과 그 주변에 놓아두는 행위 등을 이전 시기와는 다른 새로운 요소로 규정하고 순장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한반도에서 영남지역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고구려 ․ 백제와는 차별화된 고고학적 현상이며, 북방계의 물질문화 및 정신문화가 주민의 이주를 통해 직접 유입되었고 그 기원을 부여로 해석하고 있다. 순장을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현상으로 이해하거나, 주민의 이주라는 해석의 재검토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속적인 생산력의 발달과 인구증가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순장이 발생하게 된 배경으로 영남지역에서 대형의 고분들이 축조되는 것과 관련되는 하나의 특징으로 이해하고 있다. 물질문화와 정신문화의 기원지와 전파경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순장의 외부유입에 대해 회의적이다.
그러나 외부유입의 기원지에 대한 비교검토가 원활하지 않는다는 점과 고구려와 백제 역시 지속적인 생산력과 인구 증가를 겪으면서 고대국가를 이룩했다는 점으로 볼 대, 영남지역 순장문화의 기원을 설명하는 충분한 가설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다만 영남지역에서 순장이 새로운 문화요소로 유입되었던 혹은 새롭게 발생했던 당시 이 지역을 움직이던 힘의 원리와 지역정치집단의 역사정체성은 분명 고구려 및 백제와는 달랐을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한반도의 정치집단들은 역사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순장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겠지만, 고구려와 백제에서는 순장제도를 시행하지 않았고, 신라와 가야에서만 순장제도를 시행했다. 이것은 순장의 기원문제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권력의 정치 ․ 사회적 정당성, 죽음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자세 및 내세관 등이 결합하면서 ‘사람의 희생’을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영남지역에서는 6세기 전반가지 순장제도가 이어져 오지만, 신라에서 지증왕 3년(502) ‘왕의 무덤에 남녀 각 다섯 명씩 순장’하던 것을 법률로서 금지하면서 공식적으로 사라진다. 이것은 중국이나 로마의 사례처럼 법률을 통해 ‘사람의 희생’ 제도를 금지시킨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가 ‘사람의 희생’을 법률로서 금지시켰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사회적 안녕을 기원하고, 죽은 사람의 사후세계를 보장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붕괴되면서 더 이상 권력의 권위와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새로운 가치가 인정받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좋은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해용~ 행복한 하루 되세요,,,어제도 방가웠습니다
빵 반은 먹어 치웠습니다. 우리집 빵보 아줌마가 있거든요.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참고 하시라고 올렸는데 좋다는 샘들이 계셔 저가 더 행복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몰랐던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대단한 내공이십니다.
^^ 역시 내공 깊으신 분들이 글을 많이 올려주셔야...저처럼 생퉁이들도 내공 쌓을 기회가 넓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놈이 책 보멍 공부허단 참고될거 닮안 간추련 올려신디 내공엔 허난 바싹 미안허다.
잘보고갑니다......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