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는 배 네 척이 남았소이다.”로 시작된 자전거 여행이었다.
오신다는 님 들이 하나 둘 모습을 감추고 잠실 선착장에서 덩배 님과
단 둘이서의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탄천을 따라 중앙공원까지 달렸다.
미리 도착한 도리배 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지산한 님이 잠시 후에 오셨다.
사나이 네 명의 본격적인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백운호수를 지나 도시를 가로질렀다. 임영대군 묘를 지나 오매기 마을을 따라 삼남길에 들어선다.
한가히 계신 어르신께 물었다.
‘여기가 삼남길이 맞느냐?’
이야기 중에 17대째 이곳에 사신다고 했다. 삼남길에 대해서 장황히 설명하시는 토박이셨다.
조선시대 10대 대로 중 하나였다고 한다. 남도 해남 땅끝 마을에서 시작되어 전남 강진과 나주,
전북 완주와 익산 논산을 충남 논산 천안 등을 거쳐 서울 숭례문에 이르기까지
무려 1,000리(390km)에 달한다.
그 중 일부 남아있는 모락산 길이었다. 옛길 향수가 서린 길이었다. 임도였다.
그 누군가가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으로 짚신을 신고 걸었던 길이었다.
그 길을 자전거로 넘은 것이다. 고개를 넘자 가게가 보인다. 넷이서 막걸리 한잔을 걸쳤다.
덩배 번짱 님이 한턱을 내신 것이다.
열무김치에 시원한 막걸리에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파전이 나오고 막걸리만큼 껄쭉한 인생이 나누어진다.
다시 시작된 라이딩은 도로를 타고 질주하였다. 시속 30km는 기본이다.
아직은 다리에 힘이 있어서 따라갈 만 했다.
약수터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돌솥밥이 시켜지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나이들의 수다는 끝이 없다. 67세 청년, 지산한 님의 인생을 듣는다.
호남정유 재직 시절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졌다.
또 다른 인생을 듣는 재미는 단지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제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다.
처음 경험이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 백운호수를 지났다.
도로를 타다가 다시 서호호수가 보였다. 들녘은 황금물결로 가득했다.
누군가의 수고가, 땀이 그곳에서 넘실거렸다. 의왕을 지나 수원역을 지났다.
정조의 꿈이 서린 화성을 본다. 어미를 잊지 못해 만든 성이었다.
사진을 찍는다. 추억을 담는 것이다.
경기대학교를 지났다. 도서관을 가로질러 달리다보니 또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몇 번의 업힐이 계속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내려 갈 때의 시원함과 속도에 반한다.
오를 때의 고통을 잊게 하는 통쾌함이다.
앞 뒤 가릴 여가가 없었다. 오로지 뒤를 쫓는 라이딩이 계속 되었다.
딸리는 실력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달릴 뿐 다른 요량이 없었다.
업힐이 계속된다. 도리바 님은 먼저 정상에 올라가 기다린다. 이런 것을 배려라고 하지!
그래 있는 자, 없는 자가 하나 되는 세상을 꿈꿔본다.
잘난 놈, 못난 놈 할 것 없이 자전거의 두 바퀴는 정직하다.
두 발로 달리는 세상은 그래서 평등하다. 조금 늦은 들 무엇이 대수겠는가?
천천히 가면 주위를 조금 더 살필 수 있기에 미안해하지 말자.
달리는 만큼 세상은 앞만 보이지 않는가?
이웃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느릴 때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특권이라는 것을 배운다.
그것이 세상사는 맛일 것이다.
돌아오는 길, 예고한대로 성남탄천운동장 인근에 있는 느릅나무 족발 집으로 향했다.
고수는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한 잔 술에 자신의 라이딩 보따리가 열렸다.
캐나다에서의 록키 마운틴을 두 번이나 다녀오셨단다.
거기다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코스를 라이딩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도리바 님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인생을 도전이라고 했는데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난 것이다.
나와는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이래서 유쾌하다.
자전거와 연애하는 덩배 님의 고백 속에는 고단한 삶을 쉬는 비결이 들어있었다.
돌아오는 길 자유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학여울역 못미처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에
자전거에서 내렸다. 가을의 강변은 음악에 물들고 있었다.
탄천 야외 음악당에서 색소폰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흐르는 선율에 지친 다리를 맡겨본다. 가을밤은 그렇게 행복을 연주하고 있었다.
유행가 가사에 인생들의 눈물과 사랑을 자막과 함께 노래하고 있었다.
한강의 야경에 취해 느린 페달링에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히 노여운 목소리였다. 이유 있는 걱정이었다.
오히려 귀여움으로 들리는 것은 나를 잊지 않고 사랑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거울처럼 마주보고 서른세 해를 살아오면서, 아직도 식지 않은 관심이었다.
행복이었다.
아침 9시에 시작한 자전거 여행이 밤 9시에 끝났다.
오늘 라이딩의 총평은 도시와 자연을 넘다드는 색다른 경험, 새로운 세계를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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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착한 라이딩 코스 였습니다.
도시 속에 숨겨진 옛길을
달리노라면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잊혀진 세월을 역사라는
이야기 속에서
풀어가다보면 선조의
숨결을 만나게 되기도합니다.
바쁘게 살다보면
잊고 살던 이웃을
자전거여행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기도 하지요.
처음 만나 밥 사주는
덩배 님을 보면서
넉넉한 마음에
감사하고
너털 웃음에 반하고
착한 라이딩 코스에
감사하고
그러고보니
어제는 많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제가
밥 한끼 꼭 대접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무거운 DSLR에 교환렌즈까지 더무겁게 짊어지고 틈틈히 앞뒤로 사진 담아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실력도 대단하지만 감칠맛나게 현장을 살려내는 생생한 글솜씨가 압권입니다.
사모님 염려 전화도 받으실정도니 행복촌장님 맞으시네요 반가웠구요 또뵙자구요
처음 뵙는데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세월의 경륜이 묻어나는
말씀 속에서 배움도 있었습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청년처럼 아름다운
삶을 사시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다음에 뵐 때는
더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소망해봅니다.
고맙습니다.
@덩배 그날은 제가 가장
바쁜 날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참석이 어렵겠습니다.
늘 행복한 라이딩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