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자유로운 영혼들의 삶, 내 삶의 반추(反芻)
2022년 3월 28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이월 스무엿샛날
허허~ 이거이거~~
날씨가 왜 이래?
며칠간 산골에도 봄이 왔다고 설래발을 쳤더니
하늘이 노했나, 가던 겨울이 듣고 뒷걸음질인가?
기온이 영하 7도까지 사정없이 곤두박질을 하고
지붕위에는 된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아 있다.
그나마 바람이 없음이라 다행이라 여긴다.
부랴부랴 난롯불부터 지폈다. 이내 따스해 좋다.
하긴 이 산골의 질긴 겨울이 물러가려면 아직은
한참 남았으니 그러려니 해야겠지 싶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남다른 삶을 사는 자유로운
영혼들을 화두로 삼아 일기에 담아볼까 싶은데...
22년전 40대 중반 도시에서의 삶터를 이곳으로
옮겨 산골살이를 시작한 그 당시는 물론이거니와
지금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조금 남다른 삶이라고
말들을 하곤 한다. 그렇다고 그리 특이한 삶이라고
하긴 좀 그렇다. 어쩌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삶을
왜 그리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하는 동정 어린
눈초리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고, 또한 혹자들은
마음은 있으되 선뜻 실행을 못해 대리만족을 하는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숙원이었기에 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전혀
후회는 하지는 않았다. 숱한 사연도 있었고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기까지 왔기에 이제는 나름
안정도 찾았고 욕심을 내려놓고 살다보니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소소한 것에서 얻는 것이
참 행복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고 할까?
하여간 자유로운 영혼들 처럼 살아가는 흉내라도
내면서 잠시 소풍을 나온 나의 인생, 그 끝자락까지
지금 이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따금씩 보는 TV 프로그램 중에서 흥미를 느끼는
프로가 몇 개 있다. 주로 다큐멘터리 프로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 챙겨보기는
쉽잖다. 몇 가지 읊어보면 예전에는 전원일기를 참
좋아했는데 요즘은 인간극장, 한국기행, 세계여행,
백반기행, 한국인의 밥상, 동네 한바퀴, 동물의 왕국,
자연인이 흥미로워 챙겨보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평일 저녁무렵에 하는 6시 내고향을 즐겨보곤 한다.
그렇다고 다른 프로를 안보는 것은 아니다. 아내가
챙겨보는 드라마도 함께 본다. 그런데 아내도 역시
TV를 시청하는 취향이 비슷하다. 그다음 챙겨보는
것이 영화채널에서 하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 중에
서부영화를 좋아하고 역사물과 같은 고전적인 것,
자연을 소재로 한 영화를 골라서 보곤 한다.
많은 다큐멘터리 프로들 중에 인간극장을 좋아한다.
본방송은 시간상 시청을 못하고 주로 아침 10시에
30여분 방영하는 재방송을 챙겨본다. 얼마전 통영
추도에 귀어한 부부의 이야기 '강숙씨 그대로 만나'
라는 프로그램을 감명깊게 보았다. 고향 남해에서
가까운 위치라서 그런지 그들 부부의 일상이 너무
마음에 와닿는 것이었다. 생선을 잡아 손질을 하여
꾸덕꾸덕 말려서 이집저집 나눠먹고 나머지는 냉동
보관을 하여 택배로 판매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생선이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라 눈길이 멈췄다.
서대, 가자미, 참돔, 갈치 등등 그야말로 고향에서
먹던 생선이고 부모님 살아 생전에는 아버님께서
구하셔서 손수 손질을 하고 굵은 소금을 살살 뿌려
냉동시켰다가 산골살이를 하는 큰아들과 며느리가
좋아한다고 보내주시곤 했다. 이젠 옛날 추억이다.
기회가 되면 추도에서 멋진 삶을 살고 계신 분들을
만나보고 싶기도 하고 마른 생선이 먹고 싶을 때는
추도의 강숙氏께 전화를 하여 주문을 해볼까 싶다.
그 분들 부부의 삶이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삶이
아닐까 싶어 눈여겨 보며 진한 감동을 받았다.
불과 얼마전엔 참으로 이색적인 삶을 살고있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들이야 말로 바로
자유로운 영혼들만이 실행할 수가 있는 그런 삶이라
여겨졌다. '우리는 집 대신 캠핑카를 샀다.' 촬영당시
33세의 아내 이연주氏, 37세의 남편 조현진氏 부부
이야기였다. 캠핑카로 전국을 돌면서 여행을 하다가
거제 쌍근마을이 너무 좋아 임시정착을 하여 2년째
머물며 마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살고있다는 것...
그들 부부가 하는 말이 재밌다. "전국이 앞마당이고
마음이 3만2천평인데...", "행복의 크기는 어떤 집이
아니고 내 마음의 집을 어떻게 짓느냐가 더 문제다.",
"마음의 집을 매일 한 평씩 늘려가는 재미에 빠져서
산다."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는 젊은 부부의
용기가 너무나 대단하여 찬사의 박수를 보내며 봤다.
정말 멋진 인생,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바로
영혼이 자유롭고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아닐까 싶다. 나도 젊다면 한번쯤은
시도해 보고싶은 삶이라서 부러운 마음으로 보았다.
첫댓글 촌부님의 사계는 정말로 다양합니다.
저도 농촌출신이지만 감히 귀향은 엄두도 못내고
대리만족을 통해서 하루하루 삶을 영위한답니다.
오늘도 잘 살고 계시니 정말로 부러울 것이 없고
삶 자체가 행복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늘 건강을 챙기시고 오래오래 동행하도록 해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지요. 저도 어려서 시골을 떠나 오랜 도시생활 후에 시작했는걸요.ㅎㅎ
늘 격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의 로망이지만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 존경스럽지요
오늘도 평화 속에서
즐겁고 행복 하시기를 소망 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욕심없이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느리게 살자는 마음으로 가고 있습니다. 격려주심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