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전문 기업 체리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침체에도 매출이 늘어 싱글벙글이다. 판매하고 남은 상품을 재고 전문몰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재고에 대한 고민을 덜어낸 덕분이다. 체리쉬는 그동안 재고 보관, 처리 비용을 모두 상품 가격에 반영했지만, 재고에 대한 걱정이 사라져 가격도 낮출 수 있게 됐다. 600만원이었던 ‘모션 베드’ 가격이 약 50% 낮아지자 쇼핑몰 등록 후 3일 만에 완판될 정도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기업이 팔지 못한 재고를 유통하거나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재고(在庫) 비즈니스’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뜨고 있다. 재고란 기업이 수요를 예측해 제품을 생산, 판매하기 위해 보유하거나, 수요 예측에 실패해 팔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놓은 물건을 뜻한다. ‘이코노미조선’은 후자인 ‘판매 부진으로 발생한 재고’ 개념에 초점을 맞췄다. 소비자가 반품해 기업이 다시 떠안은 제품과 제조·유통 과정에서 외관상 문제가 생긴 리퍼브(refurbished·반품·전시 제품을 손질한 상품)도 재고로 포함했다.
이런 재고를 유통하는 시장은 현재 고속 성장 중이다.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재고·리퍼브 매장은 200여 개에 달하고, 재고 전문 쇼핑몰 ‘리씽크’ ‘올랜드’ 등은 두 자릿수가 넘는 연 매출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유통 업계에선 재고 비즈니스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코노미조선’은 재고 비즈니스를 재고를 판매하는 유통 시장은 물론 재고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을 만드는 기업 등을 포함한 넓은 의미로 정의하고 시장을 파헤쳐보고자 한다.
물론 이전까지 재고 시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길거리, 땡처리 매장에서 저품질·비인기 상품을 값싸게 판매하는 일이 잦았다. 기업들은 재고가 생겨도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재고 시장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재고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유통 방식과 판매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재고 비즈니스를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있었던 재고 판매 방식은 ‘싸기만 하다’ ‘한두 번 쓰고 못 쓸 물건들만 판다’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등장한 기업들은 할인 폭은 크게 유지하면서도 품질을 높여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형 비즈니스…코로나19로 성장
재고 비즈니스는 경기 불황을 먹고 성장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판매 부진에 급격히 재고가 늘자 재고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팔지 못한 재고가 많은데도 정가에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만 고집한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가 재고 증가에 더욱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장사 1136개의 재고 자산은 2015년 말 189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243조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집계되지 않은 중소기업의 재고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 집계 결과 제조업 재고율은 올해 5월 기준 128.6%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8월(133.2%) 이후 2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불황으로 저렴한 제품을 찾는 ‘알뜰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재고 비즈니스 성장의 촉매제가 됐다. 소비가 위축되고 저비용 고효율의 ‘가성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재고 상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 상품의 경우 성능에는 문제가 없는데 적게는 10%, 크게는 80%까지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먼저 발견하면 이득인 ‘득템’ 재미까지 더해지며 새로운 ‘펀 소비’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도 소비자의 양극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재고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있다. 재고를 유통한다고 하더라도 신제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심현보 커니 유통산업 리더(전무)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와 신상품 출시 때마다 선호하는 브랜드 제품을 매번 새로 사는 구매 계층 모두 두꺼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 시대 반품 급증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떠오르며 반품이 늘고 있다는 점도 재고 비즈니스를 키우는 요인이다. 소비자의 온라인 상거래 반품률은 30%로, 오프라인 매장 반품률보다 세 배가량 높다. 특히 의류는 직접 입어보지 않으면 사이즈와 색상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여러 상품을 구매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유통 전문가들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여성 의류의 절반가량이 반품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조건 없는 반품’ ‘공짜 반품’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반품 문제는 소비자 만족도와 기업 수익성에 직결되는 문제로 꼽힌다. 단순 변심, 주문 오류 등으로 발생한 반품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부담시킨다고 해도, 제품 검수, 재입고 절차에서 인건비·보관비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재판매될 때까지 재고로 떠안고 있다면 유행이 지나버리거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기도 한다.
미국의 테크 스타트업 옵토로(Optoro)는 이 틈을 파고든 테크 기업 중 하나다. 옵토로는 반품 재고를 관리하는 솔루션과 판매 플랫폼을 운영해 UPS, 이케아 등 대형 물류·제조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프랑스에서 설립된 백마켓(Back Market)은 제조사들의 반품 재고를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최근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1500억원을 투자받았다.
재고 비즈니스의 미래는
재고 비즈니스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 덕분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고를 폐기한다는 이유로 ‘환경 파괴자’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비자의 착한 소비 트렌드는 기업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기업들은 재고를 활용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재고를 기부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안을 찾아냈다. 버버리, 아마존 등 유명 기업들은 재고를 기부하고, 주류 기업들은 남은 술을 증류시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발전하는 이커머스 시장과 늘어나는 역물류(reversed logistics·상품 판매 후 회수되는 물류 프로세스) 수요도 재고 비즈니스의 성장을 도울 전망이다. 권오경 인하대 경영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그동안 재고는 판매자·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했지만, 이커머스 발달로 정보 비대칭성이 줄어들고 기업들은 효과적으로 재고를 소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견
포스트코로나 시대 기업들은 고객이 공급자에게 상품을 전달해 주는것 뿐만이 아닌 역물류 방안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수준에 까지 이르렸다. 선진국에서 출시된 전자제품을 개발도상국에 재판매하기 위해 개조하거나 재포장, 재매각 판로를 늘리는 등 앞으로의 경영의 변화는 좀 더 다이나믹 하고 역동적으로 이루 어질것으로 예상이 된다. 이에 과연 한국의 전통적 유통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할것인지 그리고 어떤 전략으로 이를 극복해 나갈것인지가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볼거리가 될것이다.
첫댓글 물류유통 분야에서 위드(With)코로나, 포스트(Post)코로나에 부합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물류에서도 customization의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으며 물류는 더이상 원가절감의 의미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현재 물류산업은 첨단기술을 응용하여 경쟁력을 더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다른 산업부문에 비해 그 도입이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고 합니다. 첨단기술을 기존의 유통구조에 유연하게 접목시켜 어떠한 시류에 맞는 전략을 세울지 기대가 됩니다.
의견 잘봤습니다. 저도 전체적으로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각 산업에서의 디지털화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급진하고 있는 와중 물류산업은 어떤식으로 응용할지 참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