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0분에 불과한 티타임인데도 화제는 무궁무진했다. 진행 중인 사건이 주로 화제에 올랐지만 회사 높은 사람들의 기류나 길흉사, 아이들 교육문제에 총각들의 결혼 고민까지 정말 다양한 논제가 파노라마식으로 전개됐다. 담배연기는 언제나 자욱하게 피어올랐고 얘기가 재미있다 싶으면 마담과 ‘레지’ ‘카운터’까지 둘러서서 귀를 곧추세우곤 했다. 광화문 근처 다방에는 그런 기자들의 단골다방이 몇 군데 있었다.
얘기꽃을 한창 피우다가도 누군가 "부장회의 끝났겠다!"고 외치면 금세 후다닥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정해진 순번에 따라 찻값을 내게 돼 있지만 대부분 "그어 놔" 한마디만 던지기 일쑤였다. 외상으로 하자는 얘기. 마담은 대충 그냥 넘어가지만 어떤 때는 막무가내 현금결제를 요구했다. 실랑이가 벌어지고 손님은 주머니 사정이 궁한 이유를 설명하고…. 집의 부인에겐 말 않던 속사정도 다방 마담에겐 솔직히 털어놓는 일이 적잖았다.
직업 중에서도 제일 바쁘다는 기자들의 다방출입이 그 정도였으니 보통사람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번 다방에 들어가면 서너 시간 앉아 지내는 것은 예사요 마담이나 레지와 차를 더 시켜야 하네, 아니네, 싸움도 적잖게 일어났다. 변두리 다방에선 동네 어르신이 들어오면 레지들이 어깨를 풀어준다, 팔다리를 주무른다고 난리를 쳤고 소문을 듣고 뛰어온 할머니가 마담과 대판 싸우는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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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봅니다...감사합니다.^^
삼족오님 늘 수고가 많으십니다...^^
좋은 자료들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보기드문 귀한 자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