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에서 "쇠고기 정국"이 돌아가는 걸 보니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머리에 듭니다. 제가 애당초에 삼성과 현대, LG의 대주주나 조중동과 같은 한국 보수 지배층의 표현 기관들의 주역들이 상당히 똑똑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똑똑하지 않았다면 일부 사익 집단의 대변자이면서도 어떻게 해서 이렇게 오랫동안 "민족지" 탈을 써올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저들이 교활하긴 해도 생각보다 똑똑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정말 똑똑했다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그렇게 올인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올인을 해서 결국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버렸는데, 그게 자충수이었습니다. 소탐대실의 태세입니다.
왜 그러는가요? 보수 지배 집단에는, 민중에 불리한 신자유주의적 사회 재편을 진행시키면서도 민중의 저항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한 것입니다. 재벌가나 조중동 분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끄는 정치적 집단과 관계가 안좋기에 제 말을 믿으려 하지 않겠지만, 사실 준주변부 국가의 지배층에 이상적인 대통령은 브라질의 룰라나 한국의 김대중 정도입니다. 오랜 투쟁 생활 동안에 쌓인 "경력"을 무기로 삼아 지식인층을 잘 포섭하고, 민중 지도자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권위를 확보해 민중 진영을 잘 분열시키고, "민주, 인권" 노래를 부르면서 민중에게 실제로 꽤나 아픈 신자유주의적 사회 개악을 강요하고... 그래야 민중을 분열시키고 분리, 통치하고 좌절시키는 데에 성공합니다.
만약에 1997년에 이회창이 대통령이 됐다면 IMF사태로 인해서 혁명은 일어나지 않아도 적어도 몇 군데의 상당한 민중적 저항이 일어났을 것이고 지속적 총파업 정도는 현실화됐을 것입니다. 그러나 노동 지도자의 상당부분마저도 "비판적으로 지지한" DJ가 되니 민주노총의 일부 보수파가 정리해고 등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비정규직의 대규모 양산과 신용불량자 대량 속출 사태의 문이 열렸습니다. DJ의 포섭력, DJ의 "민주, 인권적" 수사학, DJ의 평양 방문과 김정일과의 뜨거운 포옹, DJ의 노벨 평화상이 아니었다면 가능했겠습니까? 민중과 지식층에 대한 교묘한 의식 조절이란, 아무나 할 줄 아나요? 지금 한국이 노동자를 쮜어짜는 데에 세상에 가장 편리한 사회가 된 데에 대해서 조중동의 주인님 분들께서 DJ에게 "감사합니다"하고 큰 절을 올려야지요.
그런데 이런저런 이해 관계로 DJ쪽과 불편한 그들은 결국 그들 자신과 "한 몸"이라고 볼 수 있는 이명박을 권좌에 앉히고 말았지요. 그게 꼼수 중의 꼼수이었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시지요. 만약 새 대통령이 김정일과 한 번 더 뜨겁게 포옹하고, "자주 국방"과 "동북아 균형추"를 몇 번 더 언급하고 그리고 농가에 대한 지원책 등에 돈을 약간 더 쓴 뒤에 쇠고기 수입 규제를 차차 풀었다면 지금처럼 민란이 일어났겠습니까? 좌파야 당연히 반대하고 나섰겠지만 대중들이 아마도 크게 동요되지 않았을 걸요.
대한민국처럼 나름대로 복합화되고 여론 형성 과정이 시민 사회 등에 의해 주도되는 사회에서는 자유주의 좌파 (통합민주당)처럼 개혁 사기를 주도면밀하게, 온갖 좋은 말, 민주적인 말, 민족적인 말을 해가면서 해야지요, "전봇대 뽑기" 식으로 하면 되겠습니까? 여기가 1970년대 사우디에서의 공사 현장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회의 실질적인 지배자들은 개혁 사기꾼들을 대통령직에서 해고시키고 이명박을 고용한 것이 꼼수입니다, 꼼수! 시민 단체 출신들에게 장관, 차관 등에 해당되는 벼슬과 운전수가 달린 자동차를 주면서 잘 달래고, '네덜란드 모델"이나 들먹이고 그리고 뒤에서 전력 사업 민영화 등 "필요한 일"을 다 하고... 이게 "한국형 신자유주의"의 이상적인 모델일 것입니다.
이 사회의 지배자들이 실수했습니다. 그런데 저들이 아주 똑똑하지 않다 하더라도 끝내 자기 실수를 고치려 하지 않는 하우 (下愚)는 아닐 수도 있어요. 즉, 불도저 식의 신자유주의적 사회 개악이 지금처럼 계속 결사 저항에 부딪치고 이명박의 지지율이 계속 바닥을 친다면, 새 마름을 쫓아내고 옛 마름들을 복귀시키려 할 수도 있지요. 즉, "공사판 감독" 식의, 군대 식의 신자유주의자를 용도폐기하고 지난 10년 간에 나름대로 검증된 개혁 사기꿈 무리이거나, 아니면 그들과 구조적으로 닮은 또 다른 정객 (문국현도 있지 않습니까?)을 등용시키려 할 수도 있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박근혜 쪽으로 기울 수도 있구요.
어쨌든 우리 민중이 다시 한 번 속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0년 동안의 유사 개혁, 모조품 개혁으로 지금 이 지경에 왔는데, 또 그 무리에 속는다면 이는 정말 하우 (下愚)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충분히 읽어 볼만한 글입니다.
아침이네요 으.....저 먼저 자러갑니다.
무슨 견해와 의견이든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겠지만, 이 글을 차분히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네요.
좌파거리는게 좀 거슬리네요 현 대통령이 ㅂㅅ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쩝..
어느 분이 쓴 글인지 모르겠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거의 정확한 분석같습니다. 안목에 경의를 표합니다.
똑똑하지 못한건 다행인데... 무대뽀인건 정말 걱정임
이글은 조중동을 비판한다는 명목하에 김대중을 까는, 왠지 다른의도가 있는듯한 글입니다. 김대중에 대한 평가 일정부분 틀리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분이 기여한 민주화의 과정은 지금 우리가 이명박 정부하에서 겪고 있는 반민주화를 보면 여실히 알수있는 일입니다. 그분이 어떤의도를 가지고 정체성이 어떠하다해도 이명박과 수구세력과 다를게 없이 무늬만 개혁사기꾼이라는 한마디로 정의한 윗글쓴분의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진중권필이 느껴진다는분들,,,진중권교수한테 윗글 보여주십쇼..진중권교수든 누구든 확실하게 반론해주셔야 할것 같네요. 옹호댓글에 많은것에 심히 걱정스럽군요
박노자 진중권님이 작년 무렵에 쓰신 글을 보면 이 애기랑 마찬가지 입니다. 오히려 더 많은 부분을 까고 있죠. 지금은 FTA문제도 국민들이 잘 인식 못하는데 이런 것을 설득할려고 해봐야 상처만 남을겁니다. 제대로 된 지식인이라면 다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정치민주화란건 상당 부문 이루어 냈지만 그들도 결국 기득권에 이익을 대변했다는건 분명한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