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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제
조선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이 남해 유배지에서 어머니 윤씨 부인을 위로하기 위하여 쓴 소설이다. 구운몽이란 성진과 팔 선녀 등 아홉 사람이 꾼 꿈이라는 의미이다. 이 작품은 현실 세계와 꿈 속의 세계가 교차하면서 전개되고 있으며,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인간 욕망의 무상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단원에서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작가의 의도는 어떤 방법으로 표현되는지 알아보고, 그러한 과정이 독자마다 서로 다르게 나타남을 확인해 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문학적 의사 소통 행위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학을 능동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
※ 핵심 정리
1. 갈래 : 고전 소설
2. 주제 : 인생 무상에 대한 자각과 극복, 인생 무상의 종교적 극복
3. 표현 : ① '현실-꿈-현실'로 교차되는 환몽 구조로 되어 있다.
② 꿈의 세계(양소유의 세계)가 선계(성진의 세계)보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③ 사건 전개에서 전기성(傳奇性)과 우연성이 나타난다.
④ 꿈 속의 이야기는 영웅 소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4. 구성 : 교과서 수록 부분은 작품 전체의 결말 부분에 해당함.
【15장까지의 구운몽 줄거리】
현실 세계에서의 사건 요약
중국 당나라 때 인도에서 온 육관대사가 남악 형산 연화봉에서 불법을 베푼다. 동정 용왕이 설법 자리에 늘 참석하자 대사는 제자 성진을 보내 사례하는데, 성진(性眞)은 용왕의 술대접을 받고 돌아오던 중 석교에서 남악 위부인의 시녀 여덟 명을 만나 복숭아꽃으로 구슬을 만들어 준다. 성진은 팔선녀의 아름다움과 세속의 부귀공명으로 번뇌하다가 육관대사의 명으로 팔선녀와 함께 인간 세상으로 추방된다.
양소유로 환생한 성진의 성장과 시련
성진은 회남 수주현 양 처사의 아들 양소유(楊小游)로 태어난다. 10세에 그 부친이 신선의 세계로 떠나간 뒤 어머니를 모시고 지내다가 15세에 과거를 보러 떠난다. 화주 화음현의 진채봉은 양소유의 풍채를 보고 혼약을 정하나 반란이 일어나 양소유는 남전산으로 피란을 가고 진채봉은 그 부친의 죄로 궁녀로 잡혀간다. 양소유는 남전산에서 도인에게 음악을 배우고 귀가했다가 이듬해 다시 과거 길에 오른다. 낙양에서 기생 계섬월과 인연을 맺고, 장안에서는 여자로 변장하여 거문고 연주를 하면서 당대 최고의 규수인 정경패의 미모를 몰래 살펴본다. 양소유는 장원급제한 뒤 한림학사가 되어 정경패와 정식으로 혼약을 하고, 정경패는 가춘운을 양소유의 첩으로 보내면서 함께 계교를 써서 전날 양소유에게 속은 부끄러움을 씻는다. 연나라 왕이 배반하자 양소유는 사신으로 가 항복을 받고 귀로에 자신을 따라온 적경홍과 인연을 맺는다. 예부상서가 된 양소유는 퉁소 연주가 계기로 난양공주와 혼인하라는 황제의 명을 받으나 정경패와의 혼약을 들어 거부하다가 투옥된다.
인간 세상의 모든 욕망을 이룬 양소유
토번이 침략하자 황제는 양소유로 하여금 대적케 한다. 연전연승하던 중 토번왕이 보낸 자객 심요연과 인연을 맺고, 꿈속에 백룡담에 들어가 동정 용왕의 딸 백능파와 인연을 맺고는 그녀를 위해 남해 용왕의 아들을 제압한다. 한편 난양공주는 정경패를 찾아가 그 인품에 감복하고, 태후는 정경패를 영양공주에 봉한다. 개선한 양소유는 승상이 되고, 태후는 두 공주와 진채봉을 양소유와 결혼하게 한다. 양소유는 고향의 모친을 모시고 와 잔치를 열고, 황제의 동생 월왕과 낙유원에서 사냥 시합을 하는 등 처첩들과 더불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처첩들은 관음보살 앞에서 형제의 의를 맺는다. 세월이 흐른 뒤 양소유는 은퇴를 거듭 청하고, 황제는 마지 못하여 취미궁을 하사하여 살게 한다.
※ 양소유와 인연을 맺은 인물
진채봉 |
어사의 딸. 양소유가 과거를 보러 가다가 시를 지어 서로 화답한 것이 인연이 됨. |
계섬월 |
낙양 기녀. 천진교 주루에서 처음 만나고 그 후 양소유가 연왕을 항복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만남. |
정경패 |
정 사도의 딸. 거문고가 인연이 되어 만남. 후에 황태후의 양녀로 들어가 영양 공주로 불림. |
가춘운 |
정경패의 시비. |
적경홍 |
북방의 가난한 시골의 천한 집 딸. 양소유가 벼슬길에 오른 후 연왕을 항복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만남. |
이소화 |
난양 공주. 천자의 친동생. 퉁소 소리로 인하여 인연을 맺음. |
심요연 |
변방에서 검술과 칼춤을 배우며 자람. 양소유가 토번과의 전쟁에 참가했을 때 적진에서 만남. |
백능파 |
용와의 딸. 토번을 물리치고 돌아오는 길에 꿈 속에서 처음 만남. |
[제16장] 양승상등고망원(楊丞相登高望遠)
진상인반본환원(眞上人返本還元)
※ 양승상등고망원(楊丞相登高望遠) : 양 승상이 등고(9월 9일 산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는 풍속)하여 먼 곳을 바라보니,
※ 진상인반본환원(眞上人返本還元) : 진리를 깨달은 자가 본디로 되돌아감이라.
1. 취미궁의 아름다운 경개
승상(丞相)이 성은(聖恩)을 감격하여 고두사은(叩頭謝恩)하고 거가(擧家)하여 취미궁(翠媚宮)으로 옮아가니, 이 집이 종남산 가운데 있으되, 누대의 장려(壯麗)함과 경개(景槪)의 기절(奇絶)함이 완연(宛然)히 봉래(蓬萊) 선경(仙境)이니, 왕 학사(王學士)의 시에 가로되,
“신선의 집이 별로 이에서(이보다) 낫지 못할 것이니, 무슨 일 퉁소를 불고 푸른 하늘로 향하리오? ”
하니, 이 한 글귀로 가히 경개를 알리러라.(p.204:10)
※ 고두사은 : 머리를 조아리며 은혜에 대하여 감사하다고 사례함.
※ 거사 : 가족을 인솔함.
※ 취미궁 : 화에가 준 궁의 이름.
※ 누대(樓臺) : 둘레를 내려보기 위하여 세운 누각이나 장각.
※ 장려 : 웅장(雄壯)하고 화려함.
※ 경개 : 경치(景致).
※ 기절 : 썩 신기함. 기막히게 기이함. 매우 뛰어남.
※ 완연히 : 분명히.
※ 봉래 선경 : 봉래산과 같은 신선이 살 만한 곳. 봉래산은 중국에서 방장(方丈), 영주(瀛州)와 함께 삼신산(三神山)으로 일컬어짐.
※ 왕 학사 :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왕유(王維)를 말함.
2. 양 승상의 청한한 생활
승상이 정전(正殿)을 비워 조서(詔書)와 어제(御製) 시문(詩文)을 봉안(奉安)하고 그 남은 누각대사(樓閣臺榭)에는 제 낭자(팔 선녀)가 나눠 들고, 『날마다 승상을 모셔 물을 임(臨)하며(물놀이를 하며) 매화(梅花)를 찾고 시를 지어 구름 끼인 바위에 쓰며 거문고를 타 솔바람을 화답(和答)하니,』(치사 후 음풍농월의 생활) 청한(淸閑)한 복(福)이 더욱 사람을 부뤄할 배러라.(p.204:17)
※ 정전 : 왕이 조회를 받고, 정령을 반포하고 사신을 맞이하던 궁전.
※ 조서 : 왕의 명을 적은 문서.
※ 어제 시문 : 왕이 지은 시문.
※ 봉안 : 신주(神主)나 화상(畵像)을 받들어 모심.
※ 누각대사 : 누각과 정자.
※ 치사(致仕) : 벼슬 자리에서 물러남.
※ 음풍농월(吟風弄月) :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대하여 시를 지어 읊으며 즐김.
※ 청한 : 청아하고 한가로움.
3. 승상의 생일 잔치
승상이 한가한 곳에 나아간 지 또한 여러 해 지났더니, 팔월(八月) 염간(念間)은 승상 생일이라. 모든 자녀 다 모다 십 일을 연(連)하여 설연(設宴)하니 번화성만(繁華盛滿)함이 예도 듣지 못할러라. 잔치를 파(破)하고 제자(諸子)가 각각 흩어진 후 문득 구추가절(九秋佳節)이 다다르니, 국화(菊花) 봉오리 누르고 수유 열매가 붉었으니 정히 등고(登高)할 때라. 취미궁 서녘에 높은 대(臺) 있으니, 그 위에 오르면 팔백 리(里) 진천(秦川)을 손바닥 금 보듯이(매우 가까이 들여다보듯이) 하여 가린 것이 없으니, 승상이 가장 사랑하는 땅이러라.(p.205:1)
※ 염간 : 스무날께. 스무날 전후.
※ 설연 : 잔치를 베풂.
※ 번화성만 : 번성하고 화려하며 빈 데 없이 풍성하고 가득함.
※ 구추가절 : 가을이란 뜻으로 음력 구월을 이르는 말. '가절'은 좋은 계절이란 뜻.
4. 양 승상의 등고와 가을 경치
이 날, 양 부인과 육 낭자를 데리고 대에 올라 머리에 국화를 꽂고 추경(秋景)을 희롱할새 입에 팔진(八珍)이 염어(厭飫)하고 귀에 관현(管絃)이 슬민지라(싫고 미운지라). 다만 춘운으로 하여금 과합(果盒)을 붙들고 섬월로 옥호(玉壺)를 이끌며 국화주를 가득 부어 처첩(妻妾)이 차례로 헌수(獻壽)하더니, <이윽고 비낀 날이 곤명지(昆明池)에 돌아지고 구름 그림자 진천(秦川)에 떨어지니, 눈을 들어 한 번 보니 가을빛이 창망(滄茫)하더라.>(p.205:8)
※ 이윽고 ~ 창망(滄茫)하더라. : 시간적·계절적 배경을 통하여 양 승상의 세속적인 부귀영화가 막바지에 이르렀음과 동시에 양 승상의 심리를 암시하고 있다.
※ 양 부인(兩夫人) : 영양 공주와 난양 공주.
※ 육 장자 : 진채봉, 계삼월, 가춘운, 적경홍, 심요연, 백능파.
※ 희롱 : 완상(玩賞)의 의미. 즐겨 구경함.
※ 팔진(八珍) : 중국에서 성대한 음식상에 갖춘다고 하는 진귀한 여덟 가지 음식의 아주 좋은 맛.
※ 염어 : 실컷 먹어 싫증이 남.
※ 관현 : 관악기와 현악기.
※ 과합 : 과일을 담은 함.
※ 옥호 : 옥으로 만든 술병.
※ 헌수 : 하례(하례)하는 잔치 날에 술잔을 바쳐서 오래 살기를 축원함.
※ 비끼다 : 비스듬히 비치다.
※ 곤명지(昆明池) : 중국 당나라 때 장안(장안)에 있던 못. '장안'은 '시안(西安)의 옛 이름.
※ 창망(滄茫)하다 : 넓고 멀어서 아득하다.
5. 양 승상의 슬프고 처연한 퉁소 소리
승상이 스스로 옥소(玉簫)를 잡아 두어 소리를 부니 오오열열(嗚嗚咽咽)하여 원(怨)하는 듯하고, 우는 듯하고, 고할 듯하고, 형경(荊卿)이 역수(易水)를 건널 적 점리(漸離)를 이별하는 듯, 패왕(覇王)이 장중(帳中)에 우희(虞姬)를 돌아보는 듯하니,(팔 낭자와의 이별을 염두에 둔 양소유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표출) 모든 미인이 처연(凄然)하여 슬픈 빛이 많더라. 양 부인이 옷깃을 여미고 물어 가로되,
“승상이 공을 이미 이루고 부귀 극(極)하여 만인(萬人)이 부뤄하고 천고(千古)에 듣지 못한 배라. 가신(佳辰)을 당하여 풍경을 희롱(戱弄)하며 꽃다운 술은 잔에 가득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이 또한 인생(人生)의 즐거운 일이어늘, 퉁소 소리 이러하니 오늘 퉁소는 옛날 퉁소가 아니로소이다.” (p.206:3)
※ 옥소 : 옥으로 만든 퉁소.
※ 오오열열 : 몹시 목메어 옮
※ 형경 : 중구구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형가(荊軻). 진 시황을 죽이려다 미수에 그침.
※ 역수 : 중국 허베이 성(河北省) 즈리(直隸)에 있는 강.
※ 점리 : 형가(荊軻)의 벗으로 축(筑)을 잘 하였음.
※ 패왕 : 중국 초(楚)의 항우(項羽)를 가리킴.
※ 장중 : 장막의 안
※ 우희 : '우미인(虞美人)'이라고도 함. 항우의 부인으로, 항우와 유방과의 싸움에서 항우의 패색이 짙어지자 자결함.
※ 처연 : 쓸쓸하고 구슬픔.
※ 가신 : 즐거운 날.
6. 영웅에게서 느끼는 무상감
승상이 옥소를 던지고 부인 낭자를 불러 난단(欄端)을 의지하고 손을 들어 두루 가리키며 가로되,
“북(北)으로 바라보니 평(平)한 들과 무너진 언덕에 석양이 쇠한(시든) 풀에 비치었는 곳은 진 시황의 아방궁(阿房宮)이요, 서(西)로 바라보니 슬픈 바람이 찬 수풀에 불고 저문 구름이 빈 뫼에 덮은 데는 한 무제의 무릉(茂陵)이요, 동(東)으로 바라보니 분칠(粉漆)한 성(城)이 청산(靑山)을 둘렀고 붉은 박공이 반공(半空)에 숨었는데, 명월은 오락가락하되 옥난간을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이는 현종 황제가 태진비(太眞妃)로 더불어 노시던 화청궁(華淸宮)이라. 이 세 임금은 천고 영웅(英雄)이라. 사해(四海)로 집을 삼고 억조(億兆)로 신첩(臣妾)을 삼아 호화 부귀 백 년을 짧게 여기더니 이제 다 어디 있나뇨?(심리의 간접적 토로-인생무상) (p. 207:1)
※ 난단 : 난간머리.
※ 진 시황(秦始皇, B.C.259~B.C.210) : 시황제(始皇帝)라고도 함. 중국 진나라의 제 1대 황제. 중앙 집권제를 확립하고 분서 갱유(焚書坑儒)에 의한 사상 통제, 만리 장성 및 아방궁의 축조 등으로 위세를 떨침.
※ 이방궁 : 진 시황이 세운 궁궐로 규모가 크고 화려하였으며, 중국 시안에 그 유적이 있음.
※ 한 무제(漢武帝) : 전한(前漢) 제 7대 임금. 재위 54년간 유교 덕치로 성세를 누림.
※ 무릉 : 지금의 산시 성(협西省)에 있는 곳으로 한 무제가 묻힌 곳.
※ 분칠 : '얼굴에 분을 바르는 일'을 낮잡아 이르는 말. 여기에서는 '희다'의 의미.
※ 박공 : 마루머리나 합각머리에 팔(八)자 모양으로 붙인 두꺼운 널.
※ 태진비 : 당 현종의 총희 양귀비(楊貴妃)를 가리킴.
※ 화청궁 : 중국 산시 성 리산(리山)에 있는 궁궐.
7. 양 승상 본인의 무상감
소유는 본디 하남 땅 베옷 입은 선비라. 성천자(聖天子) 은혜를 입어 벼슬이 장상(將相)에 이르고, 제 낭자 서로 좇아 은정(恩情)이 백 년이 하루 같으니, 만일 전생 숙연(宿緣)으로 모두 인연(因緣)이 진(盡)하면 각각 돌아감은 천지에 떳떳한 일이라. 우리 백 년 후 높은 대 무너지고, 굽은 못이 이미 메워지고, 가무(歌舞)하던 땅이 이미 변하여 거친 뫼와 쇠(衰)한 풀이 되었는데, 초부(樵夫)와 목동(牧童)이 오르내리며 탄식하여 가로되, ‘이것이 양 승상의 제 낭자로 더불어 놀던 곳이라. 승상의 부귀 풍류와 제 낭자의 옥용 화태(玉容花態) 이제 어디 갔나뇨.’ 하리니 어이 인생이 덧없지 아니리요?(심리의 직접적 토로-인생무상) (p.207:11)
※ 성천자 : 성덕(聖德)이 높은 천자.
※ 숙연 : 숙세(宿世)의 인연. '숙세'는 불교에서 전생(前生)을 이르는 말.
※ 옥용 화태 : 옥같이 고운 얼굴과 꽃다운 태도.
8. 양 승상의 불문 귀의 의사 표명
내 생각하니 천하에 유도(儒道)와 선도(仙道)와 불도(佛道)가 유(類)에 높으니 이 이론(이른바) 삼교라. 유도는 생전(生前) 사업과 신후 유명(身後留名)할 뿐이요, 신선(神仙)은 예부터 구하여 얻은 자가 드무니 진 시황, 한 무제, 현종제를 볼 것이라. 내 치사(致仕)한 후로부터 밤에 잠 곧 들면 매양 포단(蒲團) 위에서 참선하여 뵈니 이 필연 불가로 더불어 인연이 있는지라. 내 장차 장자방(張子房)의 적송자(赤松子) 좇음을 효칙(效則)하여 집을 버리고 스승을 구하여 남해를 건너 관음(觀音)을 찾고, 오대(五臺)에 올라 문수(文殊)께 예를 하여 불생 불멸(不生不滅)할 도를 얻어 진세(塵世) 고락(苦樂)을 뛰어나려 하되, 제 낭자로 더불어 반생을 좇았다가 일조(一朝)에 이별하려 하니 슬픈 마음이 자연 곡조(曲調)에 나타남이로소이다.” (p.207:23)
※ 신후 유명 : 죽은 후에 이름을 남김.
※ 포단 : 부들로 둥글게 틀어 만든 방석.
※ 장자방 : 한(漢)나라 제후로, 본 이름은 장량(장량). 만년에 신선술을 익혔다함.
※ 적송자 : 신선의 이름.
※ 효칙 : 본받아 법으로 삼음.
※ 관음 : 관세음보살. 보살의 하나. 괴로울 때 중생이 그의 이름을 외면 대자대비(大慈大悲)를 내리고, 해탈하게 해 준다고 함.
※ 오대 : 중국 4대 명산의 하나인 청량산.
※ 문수 : 문수보살. 여래(如來)의 왼편에 있는, 지혜를 맡은 보살.
※ 불생불멸 : 불교에서 이르는, 생겨나지도 아니하고 죽어 없어지지도 아니하는, 상주불멸(常住不滅)하는 진여(眞如)의 경지. 불생불사.
※ 진세 : 인간 세상.
※ 일조 : 하루 아침.
9. 제 낭자의 축원과 부탁
제 낭자는 다 전생에 근본이 있는 사람이라. 또한 세속 인연이 지낼(다할) 때니 이 말을 듣고 자연 감동하여 이르되,
“부귀 번화 중 이렇듯 청정(淸淨)한 마음을 내시니 장자방을 어이 족히 이르리요? 첩 등 자매 팔 인이 당당히 심규(深閨) 중에서 분향(焚香) 예불하여 상공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것이니, 상공이 이번 행하시매 벅벅이 밝은 스승과 어진 벗을 만나 큰 도를 얻으리니 득도(得道)한 후에 부디 첩 등을 먼저 제도(濟度)하소서.” (p.208:3)
※ 심규 : 깊숙히 들어앉은 방이나 집. 부녀자의 거처.
※ 예불 : 부처에게 경배함.
※ 벅벅이 : 틀림없이.
※ 제도하다 : 극락으로 인도하다.
10. 양 승상과 제 낭자의 이별주
승상이 대희(大喜) 왈,
“우리 구 인이 뜻이 같으니 쾌사(快事)라. 내 명일(明日)로 당당히 행할(출가할) 것이니 금일(今日)은 제 낭자로 더불어 진취(盡醉)하리라.”
하더라, 제 낭자 왈,
“첩 등이 각각이 일배를 받들어 상공을 전송하리이다.” (p.208:9)
11. 괴이한 호승의 등장
잔을 씻어 다시 부으려 하니 홀연(忽然) 석양(夕陽)에 막대 던지는 소리가 나거늘, 고이히(이상하게) 여겨 생각하되 어떤 사람이 올라오는고 하더니, 한 호승(胡僧)이 눈썹이 길고 눈이 맑고 얼굴이 고이하더라. 엄연(儼然)히 좌상(座上)에 이르러 승상을 보고 예하여 왈,
“산야(山野) 사람이 대승상께 뵈나이다.” (p.208:15)
※ 호승 : 서역의 승려. 선계의 육관대사임.
※ 엄연히다 : ① 누구도 감히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명백하다. ② 사람의 겉모양이나 언행이 엄숙하고 점잖다. 여기에서는 ②의 뜻.
※ 좌상 : 앉은 자리
12. 호승과의 대화로도 선계의 자신을 깨닫지 못하는 양 승상
승상이 이인(異人)인 줄 알고 황망(慌忙)히 답례 왈,
“사부(師傅)는 어디로서 오신고?”
호승이 소 왈(笑曰)
“평생 고인(故人)을 몰라 보시니 귀인(貴人)이 잊음 헐탄 말이 옳도소이다.”
승상이 다시 보니 과연 낯이 익은 듯하거늘, 홀연 깨쳐 능파 낭자를 돌아보며 왈,
“소유, 전일 토번을 정벌할 제 꿈에 동정 용궁에 가 잔치하고 돌아올 길에 남악에 가 보니, 한 화상(和尙)이 법좌(法座)에 앉아서 경(經)을 강론(講論)하더니 노부가 노화상(老和尙)이냐? ”
호승이 박장대소(拍掌大笑)하고 가로되,
“옳다, 옳다. 비록 옳으나 몽중(夢中)에 잠깐 만나 본 일은 생각하고 십 년을 동처(同處)하던 일을 알지 못하니 뉘 양 장원을 총명타 하더뇨?”
승상이 망연(茫然)하여 가로되,
“소유, 십오륙 세 전은 부모 좌하(座下)를 떠나지 아녔고, 십육에 급제하여 연하여 직명이 있으니, 동으로 연국(燕國)에 봉사하고 서로 토번을 정벌한 밖은(이외에) 일찍 경사를 떠나지 아녔으니, 언제 사부로 더불어 십 년을 상종(相從)하였으리요?” (p.209:13)
※ 이인 : 보통 사람과는 달리 재주가 신통하고 뛰어난 사람.
※ 황망 : 바빠서 어리둥절함.
※ 사부 : 원래는 스승을 가리키는 말이나, 여기에서는 호승을 대접하는 말임.
※ 고인 : '고우(故友)를 뜻함.
※ 잊음 헐타 : 잊기를 잘 한다.
※ 토번 : 당·송 시대에 티베트 족을 이르던 말.
※ 화상 : 수행을 많이 한 중. 중의 높임말.
※ 법좌 : 스님이 강론할 때 앉는 자리.
※ 경 : 불교의 경전.
※ 망연하다 : ① 아득하다. ② (어이가 없어서) 멍하다. 여기서는 ②의 뜻.
※ 좌하 : 슬하
13. 호승의 도술로 양 승상의 추몽을 일깨움
호승이 소 왈,
“상공이 오히려 춘몽(春夢)을 깨지 못하였도소이다.”
승상 왈,
“사부, 어쩌면 소유로 하여금 춘몽을 깨게 하리오? ”
“이는 어렵지 아니하니이다.”
하고, 손 가운데 석장을 들어 석난간을 두어 번 두드리니, 홀연 네 녘 뫼골에서 구름이 일어나 대상에 끼이어 지척(咫尺)을 분변(分辨)치 못하니, 승상이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취몽 중에 있는 듯하더니 오래게야 소리질러 가로되,
“사부가 어이 정도(正道)로 소유를 인도(引導)치 아니하고 환술(幻術)로 서로 희롱하나뇨?”(p.210:5)
※ 춘몽 : '일장춘몽(一場春夢)'의 준말. (한바탕의 봄꿈이라는 뜻으로) ‘헛된 영화(榮華)나 덧없는 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 석장(錫杖) : 지팡이.
※ 대상 : 누대 위.
※ 지척 : 아주 가까운 거리.
※ 오래게야 : 오래 지난 뒤에야.
※ 환술 : 남의 눈을 속이는 술법. 요술.
14. 양 승상에서 성진으로의 반본환원
말을 맟지(마치지) 못하여서 구름이 걷히니 호승이 간 곳이 없고, 좌우를 돌아보니 팔 낭자가 또한 간 곳이 없는지라 정히 경황(驚惶)하여 하더니, 그런 높은 대와 많은 집이 일시에 없어지고 제 몸이 한 작은 암자 중의 한 포단 위에 앉았으되, 향로(香爐)에 불이 이미 사라지고, 지는 달이 창에 이미 비치었더라.(p.210:10)
※ 경황 : 놀라고 두려워함.
15. 성진의 자기 확인과 스승의 배려에 대한 이해
스스로 제 몸을 보니 일백여덟 낱 염주(念珠)가 손목에 걸렸고, 머리를 만지니 갓 깎은 머리털이 가칠가칠하였으니 완연히 소화상의 몸이요, 다시 대승상의 위의(威儀) 아니니, 정신이 황홀하여 오랜 후에 비로소 제 몸이 연화 도량(道場) 성진(性眞) 행자인 줄 알고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수책(受責)하여 풍도(酆都)로 가고, 인세(人世)에 환도하여 양가의 아들 되어 장원 급제 한림학사하고, 출장 입상(出將入相)하여 공명 신퇴(功名身退)하고, 양 공주와 육 낭자로 더불어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라.(일장춘몽) 마음에 이 필연(必然) 사부가 나의 염려(念慮)를 그릇함을 알고, <나로 하여금 이 꿈을 꾸어 인간 부귀(富貴)와 남녀 정욕(情欲)이 다 허사(虛事)인 줄 알게 함이로다.>(p.210:21)
※ 나로 하여금 ~ 알게 함이로다. : 여기에서 '꿈'은 성진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 주는 동시에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욕망이 한낱 헛된 꿈임을 가르쳐 준다.(꿈의 기능)
※ 위의 : 위엄이 있는 몸가짐이나 차림새.
※ 수책 : 꾸짖음을 받음.
※ 풍도 : 지옥.
16. 성진의 참회와 감사
급히 세수(洗手)하고 의관(衣冠)을 정제하며 방장(方丈)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였더라. 대사, 소리하여 묻되,
“성진아, 인간 부귀를 지내니 과연 어떠하더뇨?”
성진이 고두하며 눈물을 흘려 가로되,
“성진이 이미 깨달았나이다. 제자 불초(不肖)하여 염려를 그릇 먹어 죄를 지으니 마땅히 인세에 윤회(輪廻)할 것이어늘, 사부 자비하사 하룻밤 꿈으로 제자를 마음 깨닫게 하시니, 사부의 은혜를 천만 겁(劫)이라도 갚기 어렵도소이다.” (p.211:1)
※ 방장 : 고승의 처소.
※ 불초 : 못나고 어리석음, 또는 그러한 사람.
※ 염려(念慮) : 현대에서 '어떤 문제로 인한 걱정이나 근심'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 글에 쓰인 '염려를 그릇하다.'라는 문장으로 미루어 보아 과거에는 '염려'가 지금보다는 폭넓게 '생각'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 윤회 : 윤회생사(輪廻生死)의 준말. 불교에서, 수레바퀴가 끝없이 돌듯이, 중생의 영혼은 해탈을 얻을 때까지는 육체와 같이 멸하지 않고 전전(轉轉)하여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돎을 이르는 말.
※ 겁(劫) : (‘천지가 한 번 개벽한 때부터 다음 번에 개벽할 때까지의 동안’이란 뜻으로) 매우 길고 오랜 시간.
17. 성진의 미망에 대한 대사의 계도
대사 가로되,
“<네, 승흥(乘興)하여 갔다가 흥진(興盡)하여 돌아왔으니 내 무슨 간예(干預)함이 있으리요?> 네 또 이르되 인세에 윤회할 것을 꿈을 꾸다 하니, 이는 인세와 꿈을 다르다 함이니, 네 오히려 꿈을 채 깨지 못하였도다.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장주 되니’ 어니 거짓 것이요 어니 진짓 것인 줄 분변치 못하나니, 어제(깨닫지 못한 때의) 성진과 소유가 어니는 진짓 꿈이요 어니는 꿈이 아니뇨?”
성진이 가로되,
“제자, 아득하여 꿈과 진짓 것을 알지 못하니, 사부는 설법하사 제자를 위하여 자비하사 깨닫게 하소서.” (p.211:21)
※ 네, 승흥(乘興)하여 ~ 간예(干預)함이 있으리요? : 꿈을 꾸게 된 요인이나 자신을 깨닫게 된 것도 다 성진의 마음에 달린 것이라는 대사의 관점을 보여 주는 말로, 발단부의 '네 스스로 가고자 할새 가라 함이니 네 만일 있고자 하면 뉘 능히 가라 하리오?'와 의미상 일치하는 구절이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 승흥 : 흥을 띰. 흥이 남.
※ 간예 : 참견하는 것. 간여.
※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 되었다가 나비가 장주 되니 :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이야기. (→ 깨닫지 못한 성진 너나 양소유나 다 꿈이며 헛된 것이 아니겠느냐?)
18. 팔 선녀의 불문 귀의
대사 가로되,
“이제 금강경(金剛經) 큰 법을 일러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니와, 당당히 새로 오는 제자 있을 것이니 잠깐 기다릴 것이라.”
하더니 문 지킨 도인이 들어와,
“어제 왔던 위부인 좌하 선녀 팔 인이 또 와 사부께 뵈아지이다(뵙고 싶다) 하나이다.”
대사, 들어오라 하니, 팔 선녀, 대사의 앞에 나아와 합장 고두하고 가로되,
“제자 등이 비록 위부인을 모셨으나 실로 배운 일이 없어 세속 정욕을 잊지 못하더니, 대사, 자비하심을 입어 하룻밤 꿈에 크게 깨달았으니, 제자 등이 이미 위부인께 하직하고 불문(佛門)에 돌아왔으니 사부는 나종내 가르침을 바라나이다.” (p.212:8)
※ 금강경 :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반야(般若)로 본체를 삼고, 제법(諸法)의 공(空)과 무아(無我)의 이치를 금강의 견실함에 비유하여 설법한 경.
※ 위부인 : 남악 형산을 다스리던 여자 신선.
※ 나종내 : 내내, 끝끝내. 고어 표기는 '나죵내'임.
19. 팔 선녀의 불가 입문과 대사의 허락
대사 왈,
“여선의 뜻이 비롯 아름다우나 불법이 깊고 머니, 큰 역량과 큰 발원(發願)이 아니면 능히 이르지 못하나니, 선녀는 모로미(모름지기) 스스로 헤아려 하라.”
팔 선녀가 물러가 낯 위에 연지분(연脂粉)을 씻어 버리고 각각 소매로서(소매로부터) 금전도(金전刀)를 내어 흑운(黑雲) 같은 머리를 깎고 들어와 사뢰되,
“제자 등이 이미 얼굴을 변하였으니 맹서(盟誓)하여 사부 교령(敎令)을 태만(怠慢)치 아니하리이다.”
대사 가로되,
“선재, 선재(善哉)라. 너희 팔 인이 능히 이렇듯 하니 진실로 좋은 일이로다.” (p.213:2)
※ 발원 : 신불에게 소원을 빎.
※ 교령 : 원래는 '임금의 명령'을 뜻하나, 여기서는 '가르침과 명령'의 의미임.
※ 태만 : 게으르고 느림.
※ ‘나태’와 ‘태만’의 구별 |
20. 대사의 설법과 법통 전수
드디어 법좌에 올라 경문을 강론하니, 백호(白毫) 빛이 세계에 쏘이고 하늘 꽃이 비같이 내리더라.
설법함을 장차 마치매 네 귀 진언(眞言)을 송(誦)하여 가로되,
일체유위법(一切有爲法)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응작여시관(應作如是觀)
이라 이르니, 성진과 여덟 이고(尼姑)가 일시에 깨달아 불생 불멸(不生不滅)할 정과(正果)를 얻으니, 대사 성진의 계행(戒行)이 높고 순숙(純熟)함을 보고, 이에 대중을 모으고 가로되,
“내 본디 전도(傳道)함을 위하여 중국에 들어왔더니, 이제 정법을 전할 곳이 있으니 나는 돌아가노라.”
하고 염주와 바리와 정병(淨甁)과 석장과 금강경 일 권을 성진을 주고(불가의 관례상 법통의 전수를 의미함) 서천(西天)으로 가니라.(p.214.9)
※ 백호 : 부처의 이마에 있는 털로, 빛을 발하여 무량(無量)의 국토를 비친다 함.
※ 진언 : ① 부처의 말. ② 술법을 행하는 데 외는 주문. 여기서는 ①의 뜻임.
※ '금강경'의 한 구절. 모든 유위(有爲)의 법은 꿈(夢)과 헛것(幻), 물거품(泡), 그림자(影)와 같으며, 이슬(露)과 번개(電) 같으니, 마땅이 이와 같이 볼지니라.
※ 이고 : 여승. 비구니.
※ 계행 : 불교에서, 계율을 지켜 닦는 일.
※ 바리 : 승려의 밥그릇.
※ 정병 : 대성(大聖)이 손에 들고 세상을 정격하게 한다는 병.
※ 서천 : '서천서역국(西天西域國)'의 준말. 인도.
21. 성진과 팔 선녀의 극락행
이후에 성진이 연화 도량 대중을 거느려 크게 교화(敎化)를 베푸니, 신선과 용신과 사람과 귀신이 한 가지로 존숭(尊崇)함을 육관대사와 같이하고 여덟 이고가 인하여 성진을 스승으로 섬겨 깊이 보살 대도를 얻어 아홉 사람이 한 가지로 극락(極樂) 세계로 가니라.(p.214:마지막)
※ 교화 : 불법으로 사람을 가르치어 착한 마음을 가지게 함.
※ 용신 : 용왕.
※ 존숭 : 존경하고 숭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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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리 정말최고~
드래그 할수 있게 하심 안돼나요?
저이거프린트해서보고싶은데안되나요 ㅠㅠ
복사해서 보고싶다.
감사합니다 /ㅅ/ 인쇄해가요
정리 정말 최고네요
정말 감사해요~!! 정말 정리 잘 되있군요... 감사해요...
이거 정말 감사드려요 현대어 풀이 교과서 많이 부족한데 정말 도움 많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정리 잘되어 있네요 ^^ 잘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풀이가 잘되있네요 ^^, 그런데 13번째 제목에 추몽이 아니라 춘몽 아닌가요?
정말정리가최고에요최고멋져요이거보고기말은잘쳐볼게요
내용이 어려운데 이거 읽으니 이해 됐어요%%%
오늘배운건데 이해가잘됐어요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좋은자료 ~~~~
구운몽 책으로 읽어서 자신있었는ㄷ[ /.... 헛 읽엇네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