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맨 처음 관객에게 녹음된 상담 내용을 들려준다. 여기엔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고 할 만한 시가 등장한다. 전문은 기억나지 않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을 보았고, 그가 그곳에 없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곧 이 영화의 내용이 해리 장애에 관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영화의 시작은 폭우가 쏟아지는 어느 밤이다. 11명의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하지만 연속적으로 이어지는데, 메멘토에서와 비슷한 방법이랄까.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어느 모텔에서 만나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진다.
아이덴티티 속 폭우의 기능에 관해 잠깐 언급하자면, 통신 두절과 길을 막음으로써 외부로부터 모텔을 고립시키는 역할과 함께 주인공의 내면과 외부세계를 단절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폭우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보는 듯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티브로 한 영화라고 한다.) 고립된 모텔과 고립된 섬, 하나씩 사라져 가는 인디언 인형과 숫자가 줄어드는 모텔 방 열쇠. 차이점이라면, 열 명과 열 한 명의 차이랄까.
물론, 이 숫자의 차이는 결말의 차이로 이어지기도 한다. 열 한 명의 사람과 열 개의 열쇠는 짝이 맞지 않으니 말이다. 아이덴티티에서는 결국 의외의 한 사람이 살아남는다. 바로 이 의외의 한 사람이 아이덴티티의 멋진 반전이다.
죽은 뒤 깨끗이 사라져 버린 시체들을 보면, 아이덴티티에서의 죽음은 해리 장애로 인해 형성된 새로운 자아의 소멸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실에서 이미 죽은 자아의 모습을 가지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뒤에 주인공이 자신이 해리 장애였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살인과 공포는 장화 홍련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인 평이지만, 아이덴티티 쪽이 훨씬 좋았던 것 같다.
첫댓글흐음... 아이덴티티는 좋았으나, 어린아이가 살아 남는다는 결과가 별로라고 봅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가 그런다면, 애 낳기 싫을겝니다. 어린아이치곤 너무 똑똑하고, 살인적충동과 쾌감을 느끼는 듯한...그런 설정이...; 범인의 생각속에서 일어나는 반전은 대략 신선했지만요.)
장화홍련은 반전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죠. 물론 어느 정도 암시를 주었으나 관객들이 이야기를 아예 자신의 상상 속에서 끼워맞춰야 얘기가 연결될 정도로 연출 자체가 빈약합니다. 관객이 그 정도까지 생각해 볼 이유는 없는 이상, 불친절한 영화라는 게 딱 맞는 평일 겁니다.
첫댓글 흐음... 아이덴티티는 좋았으나, 어린아이가 살아 남는다는 결과가 별로라고 봅니다.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가 그런다면, 애 낳기 싫을겝니다. 어린아이치곤 너무 똑똑하고, 살인적충동과 쾌감을 느끼는 듯한...그런 설정이...; 범인의 생각속에서 일어나는 반전은 대략 신선했지만요.)
이런 스타일을 자주 접하다 보면, 어린아이가 살아남겠지... 라는 예측을 하게 되긴 합니다. 그보다는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니라는 게 더 엄청난 반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모든게 현실이 아니라는건 처음부터 밝힌 거나 다름 없는 것 같아요. 눈치좀 채라 제발. 하는 식으로 녹음 테이프를 보여주고, 그 시를 읽어주고...
장화홍련은 반전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두서가 없죠. 물론 어느 정도 암시를 주었으나 관객들이 이야기를 아예 자신의 상상 속에서 끼워맞춰야 얘기가 연결될 정도로 연출 자체가 빈약합니다. 관객이 그 정도까지 생각해 볼 이유는 없는 이상, 불친절한 영화라는 게 딱 맞는 평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