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이번 32회 노무사 2차시험에 합격한 아성이라고 합니다(이번에 16분이 합격한 40대 수험생 중 한 명입니다).
사실상 마지막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치렀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안도하고 있고, 사실 아직도 조금은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이하의 제 합격수기는, 저처럼 직장 및/또는 육아 부담이 있는 수험생 분들 위하여 작성된 것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 분들께 조금이나마 희망을 드림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젊은 전업수험생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네 수험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전략적으로 준비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1. 준비배경
전 오래 전 지방사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기업법무팀에서 약 12년째 근무 중인 직장인입니다.
취업 전에는 사법시험을 준비하여 1차에 두 차례 합격해 2차시험 경험이 4차례 있고, 재직 중에도 꾸준히 관련 공부를 하여 공인중개사, 가맹거래사, 행정사시험에 합격한 사실이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처음에는 노무사시험을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습니다. 물론 1, 2차시험 공히 법과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무가 아닌 인사업무와 관련한 자격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친한 친구가 노무법인 대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실무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나서 '나와는 맞지 않겠다'고 생각한 영향도 컸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 업무차 민법을 차근차근 다시 공부해 볼 필요가 생겼고, 동기부여를 위해 2020년, 공인노무사 1차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하게 됩니다. 이것이 2차 공부의 시작이었습니다.
2. 수험기간
(1) 2020년 - 생동차 시절(54점대 - 캡처본 없음)
2차 시험을 위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부끄럽지만 심지어는 시험과목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2차 시험까지 남은 기간은 약 2개월 반. 여전히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했기 때문에 각 과목당 가장 분량이 적은 책을 선택하였습니다. 최소한 시험 전 각 과목당 1독 이상은 하고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별 의미 없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어떤 책인지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해당 강사님들께 누가 될 것 같아서요). 물론 강의도 듣지 않았습니다. 이토록 매우 처참한 준비상태였기 때문에 당연히 큰 점수 차로 낙방하였습니다. 다만, 민사소송법은 사법시험때의 구력이 남아있었는지 생각보다 꽤 괜찮은 점수를 득하였습니다.
(2) 2021년 - 생유예 시절(58.47)
2차시험 결과 발표일까지 공부는 전연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일로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2020년 말에 아내의 출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2021년 초에는 좋은 이직 기회가 찾아와서 새 회사의 법무담당으로 적응하는 기간도 꽤 길게 있었습니다(직종이 완전 다른 분야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까지만 해도 노무사시험 공부에 큰 뜻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소위 얘기하는 '부진정수험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2021년 4월 이후, 이직한 회사에 다소 급작스럽게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저의 노무사수험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회사 임직원 분들이 저에게 노동조합 창설 및 활동, 단체교섭, 쟁의행위 등 노조법 전반에 관한 내용을 물어보셨고, 그 때마다 검토보고를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입니다. 마침 GS2기가 시작할 때 즈음이어서, 학원 스케쥴에 맞추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학원을 등록한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학원 스케쥴에 맞추어 '진도만'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즉, 강의는 물론 학원 모의고사나 자료 등을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강사 요약서만 반복했습니다.
집에 신생아가 있었지만, 코로나가 한창 유행할 때라 재택근무 정책이 활성화 되어있어 그나마 진도를 따라가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다만 짧았던 '진정수험기간' 탓인지 점수를 상승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실상 전무했던 실전 모의고사 응시경험도 부족한 점수에 한 몫 했습니다.
(3) 2022년 - 헌동차 시절(58.78)
가장 부끄러운 시절입니다. 작년의 실패를 겪었으면서도 조금만 더 하면 합격선인 60점을 넘길 수 있겠다는 안이함에 모든 것을 그르치고 말았습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었기 때문에 육아를 하고 일을 하는 중간중간 책을 보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원강의를 수강하지 않았고, 끝까지 독학으로 합격해 보겠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독선과 아집, 오만함으로 가득했습니다(다만 인사노무관리는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신현표 노무사님 특강을 찾아들었습니다. 점수를 떠나 강의력에 만족하였는데, 이후에 보시는 것처럼 이를 계기로 헌유예 시절부터는 GS1기부터 GS3기까지 차근차근 따라가게 됩니다).
결국 아래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생유예 때와 비슷한 점수를 득하였습니다. 자신있었던 행정쟁송법의 점수가 처참했고, 민사소송법 외에는 전반적으로 많이 부족하였습니다.
(4) 2023년- 헌유예 시절(60.41)
2022년 합격자 발표 후, 뒤늦게 독학의 한계를 깨닫고 민사소송법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GS1기부터 따라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동시에 사실상 이번에 시험을 마지막으로 수험을 접자는 각오를 하였고, 후회없이 모든 것을 쏟자고 결심하였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수험기간을 지속하는 것은 무의미하였고,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에게 너무나도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절의 공부방법은 목차를 바꾸어 말씀드리겠습니다.
3. 헌유예 시절의 수험준비
(1) 교재 및 강사
1) 총설
교재 및 강사의 선택은 철저히 전략적이었습니다. 교재를 시험 직전 무한 반복이 가능하게 컴팩트하게 정리해 놓는 것이 수험기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교재는 잘 읽히면서도 양이 적은 것이 최우선이었고, 두번째가 강의력이었습니다(누가 일타강사냐, 이런 건 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 직장 및 육아병행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공부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로서는 일단 양이 많으면 반복이 힘듭니다. 수년간의 수험생활에서 느낀 점은 노무사시험이 전반적으로 A~B급 내에서 출제된다는 것이었고, 내가 모르는 것은 남들도 모르게 마련이라는 확신은 이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노동법 : 이지노동법 서브노트 + 이지혜 노무사
- 행정쟁송법 : 행정쟁송법 요론 + 신기훈 변호사
- 인사노무관리 : 핵심정리 인사노무관리(전수환 강사 및 이인호 강사 -> 막판에는 이인호 강사 저로 단권화/박경규, 박우성·유규창 등 다수의 교수 저 참고) + 신현표 노무사
- 민사소송법 : 민사소송법 암기장(윤동환 강사)
* 수년 간의 시험경험에서 민사소송법은 솔직히 강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사법시험 준비 시절부터 제가 좋아했던 윤동환 강사님의 얇은 교재(약 230페이지)를 무한반복하였습니다.
2) 고득점 과목 - 행정쟁송법 및 인사노무관리
- 행정쟁송법 : 사실 그 전에 보던 교재는 저와 fit이 맞지 않았습니다. 개별적인 이론과 판례는 대부분 이해하였지만, 문제를 조금만 꼬아내거나 복잡하게 만들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신기훈 변호사님 교재로 바꾸고 강의를 들은 후에 이러한 어려움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사라졌습니다. 특히 판례를 상세히 설명하시면서도 배경이론을 실무적합적으로 설명을 잘해주시었고, 실무가들이나 교수님들이 어느 부분을 중요시하고 있고 문제를 풀 때 어떤 점을 강조해야 하는지 GS 기간 내내 일관성있게 강조해 주셨습니다. 특히 올해 1문은 교재 자체에서 곳곳에 수차례 반복될 정도로 강조되는 문제였고, 3문은 '올해 행정쟁송법은 어렵게 출제될텐데, 그렇다면 당사자소송이다. 반드시 이런 형태로 출제될거다'는 확신에 가깝게 말씀하신 형태의 문제였습니다. 답안지를 받자마자 "반드시 종이 울릴 때까지 써야한다."는 변호사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미친듯이 써내려갔고, 유일하게 18페이지를 작성한 과목이 되었습니다.
- 인사노무관리 : 신현표 노무사님은 다소 특이하게 GS0기에 박경규저 및 3인공저로 강의를 하신 후에, GS1기부터는 '본인의 교재 없이' 직접 준비하신 자료로 강의를 진행하십니다(2024년 강의도 동일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자료들의 퀄리티가 매우 좋고, 강의력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고민없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수험가에서 강조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어렵고 난삽한 이론보다는 '본질'을 중시하는 강의방식 덕분에 보다 컴팩트하고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운영하는 다음카페가 있으신데, 거기에 거의 매일같이 올라오는 양질의 컨텐츠의 도움도 많이 받았습니다(저의 두서 없는 질문에도 댓글로 기초부터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는데, 이 부분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또한 상기 두 교수 저 외 일독을 권하신 교재 중 '리더를 위한 인적자원관리(박우성, 유규창 저)'라는 책이 있었는데, 난이도는 평범하지만 인사무능력자(?)에 가까운 저는 이 교재를 기본서로 삼고싶을 정도로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이 교재에서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국제인적자원관리', 특히 해외주재원 및 귀임자관리가 올해 시험문제(1문)로 그대로 출제된 것은 저에겐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2) 공부시간 및 휴식시간 확보
직장 및 육아병행이었기 때문에 공부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평일엔 퇴근 후의 공부시간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출근 전 새벽시간과 출퇴근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즉, 새벽 4시에 기상하여 2시간 반~3시간 정도 공부를 한 후, 각 과목 GS 강의를 1.5배속으로 하여 출퇴근시간에 들었습니다(왕복 2시간이기 때문에 3시간짜리 하루치 강의를 들으면 시간이 딱 맞았습니다). 또한, 회사 점심시간 1시간 중 30분을 빼서 GS 모의고사 목차를 잡아보고는 했고, 모두가 퇴근한 18시 이후에는 1시반 30분 내지 2시간 정도 회사에 남아 마무리 공부를 한 후 20시 정도에 불을 끄고 퇴근하였습니다.
주말 또한 새벽 5시 경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하여 아내와 아이가 기상하는 9시 전후까지 오전공부를 했습니다. 이후 다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아이와 놀아준 후, 13시 경 스터디카페로 이동하여 20시 전후까지 오후 공부를 하였습니다. 아내와의 육아분담으로 인해 저녁시간 이후에는 전혀 공부를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공부시간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감지덕지인 환경이었습니다(아내의 전적인 배려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금요일엔 반드시 쉬었습니다. 사실 공부시간 확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휴식시간 확보입니다. 특히 직장 및 육아병행 수험생의 경우 공부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체력이나 멘탈적으로 아주 특출난 사람이 아닌 이상 대부분 몇개월 못 버티고 고꾸라지기 일쑤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무척 애주가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금요일 저녁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기도 했고, 이와 같은 보상(?)이 저에겐 오히려 평소 공부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가 온 시험 직전 일주일, 여름휴가를 가지 않고 모아두었던 연차 중 대부분인 6일을 소진하였습니다(단 1일을 남겨두었는데, 이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3차 면접시험을 위함이었습니다). 이로써 시험 직전 약 10일간 온전히 공부만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이 기간 동안 아내에게 양해를 구한 후 아침부터 자정까지 집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거의 생활하다시피 했습니다. 식사는 스터디카페 탕비실이나 근처 분식집에서 해결했습니다. 공부하는 중간중간 바로 옆인 집에 들어가서 아내와 아이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입술을 깨물며 꾹 참았습니다. 그렇게 버텼고, 시험 전날 자정에 스터디카페를 나오면서 제 수험공부는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4. 시험장에서, 그리고 이후
첫째날 시험을 치른 후, "하루만 더 버티면 합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동법에서 실수한 것이 있었지만 아주 큰 감점요소는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평소 자신 없었던 인사노무관리에서 -상술한 바와 같이- 저에게 다소 익숙한 주제가 그대로 출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점수는 역시나 노동법의 저조한 득점을 인사노무관리가 상당부분 커버해 준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둘째날 시험을 치른 직후에는 사실상 합격에 대한 확신을 하게됩니다. 행정쟁송법에서는 신기훈 변호사님께서 내내 강조하시던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다시피 했고, 민사소송법은 물론 전부 특A급 주제만 출제되기는 했지만 복기를 해봐도 제 답안지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 시험 직후 아내에게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고, 현재 노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실무수습 절차에 대해 물어보게 됩니다(민사소송법 점수를 확인한 지금 생각하면 심하게 부끄러운 행태입니다. 다만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점수인 것도 사실입니다).
시험 이후 전 그동안 읽고 싶었지만 미루어두었던 책들을 모조리 읽었습니다. 그리고 시험후기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서로 재밌고 가벼운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합격자 발표일은 마침 회사의 건강검진일이었고, 수면위내시경 검사를 한 직후 비몽사몽한 상태로 카카오톡 합격소식을 확인하게 됩니다.
5. 하고 싶은 말
전 개인적으로 '환경'을 탓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직장인이라서, 아기를 키워서, 학교를 다녀서... 우리 수험생들 중 완벽히,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수험생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사실 우리 모두가 짐을 지고 있습니다. 직장이나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수험생은 학생 신분의 수험생을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학생 신분의 수험생은 휴학 중인 수험생을, 휴학 중인 수험생은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소위 '부모 덕'을 보는 수험생을 부러워 할 겁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우리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선택에는 예외없이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그 책임을 어떤 형태로 질 것인지 그 또한 우리 선택에 달려있지만, 모두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자신의 장단점을 잘 분석하여 '전략적 선택'을 통해 종국에는 '합격'이라는 형태의 책임을 부담하시길 간절히 바래 마지 않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4.18 16:5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5.28 07:3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5.28 09:5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6.13 08:3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6.13 08:3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6.13 09:1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6.13 09:54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6.13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