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테츠야 찾아가는 길의 풍경.
누구의 여행기에든지 으례히 등장하는 이런 사진들은,
무언가 전달되지 못하고 사그라드는 찍은이의 기억들 때문에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다누키코지의 2부
빗줄기가 더 거칠어졌다.
둘 다 신발이 젖어버린지는 한참.
스스키노까지 그리 먼 길은 아니었지만, 비가 내리니 상황은 조금 달랐다.
다행히 천장달린 상점가가 등장.
원래 여행계획에는 없었지만, 그렇게 마주하게 된 것이 다누키코지.
원래는 삿포로 중심가에 자리잡은 근사한 상점가일테지만,
우리가 간 시간에는 벌써 2/3 이상의 가게들이 철수한 이후였다.
여전히 화려한 가게들이라면 역시 빠친코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셔터를 내려버린 가게들 사이로는
다시 새로운 상점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거리의 악사들,
잔뜩 자신들만의 물건을 들고나오는 노점상들.
다행히 다누키 코지의 화려한 조명은
그들의 2부 공연을 위해서도,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었다.
I'm so disappointed...
스스키노까지 걸어온 가장 큰 이유는,
살사를 추러가기 위해서였다.
여행지까지 와서 꼭 살사를 춰야한다기 보다는,
낯선 나라의 살사 Bar를 구경하고 싶었던 것이다.
동경, Miami, LA, Chicago.
여행이든 출장이든, 가는 도시마다 들렀으니
당연히 삿포로의 살사 Bar를 들르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Mission.
삿포로에서 살사를 가르치는 한 여성은,
친절하게도 나의 메일에 답장을 해주었고
일요일 저녁 El Mango에는 사람이 없으니
Sapporo Havana를 찾아가라고 추천해주었다.
그곳의 음식이 무척 맛있다는 얘기까지 곁들여서.
그런데...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지도대로 길을 찾아왔는데,
아무리 뒤져도 근처에 Salsa Havana가 보이지를 않았다.
지도만 믿고 온 나는 가게의 주소도, 전화번호도 알지를 못했고,
그저 지도에 표시된 주변을 우왕좌왕 할 뿐이었다.
굵어진 빗줄기에 신발은 잠수함이 되고,
그녀도 눈에 띄게 지쳐보였다.
"우리, 그냥 갈까?" 미안함에 운을 띄운다.
"아냐. 지금까지 찾아본게 아깝잖아. 저기까지만 더 찾아보자." ^^*
결국은 그녀가 가게를 발견해낸다.
우리가 몇 번씩 지나쳐간 거리에서.
그리고 또 한가지를 발견해낸다.
굳게 내려진 가게 앞 셔터문에 적혀진
"임시휴업"
실망스러운 기분보다는,
그래도 차라리 그렇게 헤매던 곳을 발견했다는 감흥이 컸던 것 같다.
이제 그만 헤매도 된다는.
하긴 그렇게 지쳐버린 다리로, 춤이나 제대로 출 수 있었을까...
"우리 뭐라도 적어주고 가자."
그녀의 제안에 삐뚤 빼둘 영어로 몇 줄 써주기로 한다.
'여기 놀러오려고 한국에서부터 왔는데, 문 닫아버려서 무지하게 서운하다. 어쩌구 저쩌구...'
비오는 거리, 이리저리 헤매느라 고생많았지? 고마워~ ^^*
근처 셔터가 예쁜 가게에서 사진 찍어주기.
울음
스스키노로 걸어오는 길에 앞서가는 여자애가 심상찮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우산을 접어 한 손에 들고 굵은 빗방울을 다 맞으며 걷고 있었다.
게다가 꺼이꺼이 통곡을 하고 있다.
무슨 서러운 일을 당했길래...
혼자였으면 "다이죠부데스까?", 한마디 해주었겠지만,
그냥 여자친구의 손을 꼭 잡고서 앞질러 걸어간다. ^^;;
VOXRAY.
다누키코지에서 마주친 그들은 멋진 5인조 아카펠라그룹.
CD까지 제작하고, 즉석으로 콘서트와 판매를 겸하고 있었다.
새앨범이 나왔다면서...
공연은 5명, 관객은 4명.
그렇지만 그들의 멋진 화음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세워놓기 충분하였다.
관객 중 한 아가씨는, 아까부터 훌쩍거리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에 슬픈 기억이 떠오른 것일까,
아니면 슬픈 마음을 아름다운 노래에 기대려하는 것일까.
돈키호테
돈키호테는 일본에서 주목받고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점이다.
하나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하고,
다른 하나는 독특한 매장 배치로 유명하다.
마치 가게를 창고나 밀림처럼 꾸며,
어떤 물건이 어디있는지 잘 못찾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무질서 속에서 보물을 찾듯 쇼핑을 하는 것을
오히려 고객은 즐기게 되고,
그렇게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 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새벽까지 영업하는 것이
진짜 그들의 강점이 아닐까 한다.
보통 7시, 8시에 문을 닫는 일본의 일반적인 상점들에 비해,
돈키호테 삿포로 지점은 새벽 5시까지 장사를 한다.
쇼핑공간이자 놀이터인 것이다.
직접 들어가서보니, 상품구색은 정말 대단했다.
그렇지만 매장의 구조나 크기는
마치 신촌의 그랜드마트를 연상시키는 정도.
가격도 몇몇 제품은 정말 쌌지만,
나머지는 그냥 보통이었다.
일본 물가에 비해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리저리 구경다니는 것만으로,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통로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저기에는 뭐가 있을까... 그런 기분이라고나 할까?
귀가 혹은 귀환
돈키호테를 나서서 숙소로 향했다.
사람의 불빛이 꺼지고,
가로등과 신호등만 남아버린 도시의 밤거리를 걷는 경험은
언제나 각별하다.
개인적으로 광화문 거리를 제일 좋아하지만,
자연이 좀 더 무성한 삿포로도 마음에 들었다.
비가 그치고,
삿포로의 밤거리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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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1. 삿포로 팩토리
맥주공장으로 쓰이던 빨간벽돌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여 그 뒤에 커다란 유리구조물의 상점가를 만들었다. 벽돌건물에는 식당과 홋카이도 전통물건들을 판매. 유리구조물의 상점가에는 브랜드 샵들이 입주해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가구매장에 싸고 멋진 가구들이 꽤 있었다. 그렇지만... 짊어지고 귀국하기 쪼매 어렵다.
역에서 걸으면 10~15분 정도.
물론 삿포로 역 근처에 멋진 백화점들이 여러개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백화점과 별 다를 바 없어서, 차라리 이런 형태의 쇼핑몰을 추천하고 싶다. 뒤의 Toy 'R' us 쪽으로 넘어가면 100엔샵도 있다.
2. 라면 테츠야
지역정보 잡지인 Walker Plus(www.walkerplus.co.jp) 웹사이트를 보다보니, 지역별 라면 랭킹이 매겨져 있었다. 거기에서 랭킹 1위가 바로 이 집의 미소라면이었다. 그렇다고 큰 차이점은 잘 모르겠다는. ^^;; 스스키노엔가? 본점이 있을 것이다.
된장라면 730엔, 간장라면, 소금라면은 700엔이다.
3. Sapporo Havana
http://www.mi-salsa.com
다누키코지 6번에 있다. 스스키노역 방향 거의 끝, 오른쪽 2층.
들어가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 멕시코 등의 남미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갔다온 사람 말로는 춤추기보다는 술 먹는 분위기라고.
또 다른 Sapporo의 Salsa Bar는 El Mango
http://homepage2.nifty.com/salsa-viva/
El Mango를 운영하고, Sapporo 지역의 유명한 인스트럭터인 주인장의 홈페이지.
영어로 메일을 보냈더니, 친절하게 답장을 보내주었다.
삿포로 스스키노 지역의 살사 관련 지도.
4. 돈키호테
http://www.donki.com/index.php
국내에 책이나 TV로도 많이 소개되었던 일본의 독특한 할인점. 홈페이지에 가면 각 지점의 위치를 보여준다. 명품 물건도 많이 파는데, 내가 가격을 잘 몰라서 싼지 아닌지 모르겠음.
삿포로에서는 스스키노역 근처 다누키코지 3인가? 거기에 바로 붙어있다.
첫댓글 와, 정말 잘읽었습니다.. 게키티라니..ㅋㅋ 정말 엽기적입니다 일본 사람들.ㅎㅎ 글구 여자친구분이 넘 고우셔요 헤헤;;부러워라~
여자친구가 님의 글을 봤어야 하는데... ㅋㅋ 그치만 여행중에 얼굴도 많이 상하고, 추레한 경우도 많아서 클로즈업은 가능한 지양하겠습니다. ^^
저도 겨울엔 홋카이도를 가려고하는데 그때 또 읽어봐야겟어요 ^^ 너무 재밌게 읽었습니다
겨울에 홋카이도라... 저의 꿈이었는데 이번에 마일리지를 써버려서. ^^ 좋으시겠어요~ 정보 필요하면 언제든 글 남겨 주세요.
게아키라던가 아지노도케이다이같은 라멘집도 유명하지만 "라멘 테쯔야" 의 그맛은 각별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도 이곳 라멘을 매우 좋아하는사람중 하나거든요^^) 여러모로 준비 많이 하셨군요^^
그러게요. 여자친구와 같이 가다보니, 이래저래 신경이 조금 쓰이더군요. 근데 여친은 라면이 짜다며 먹기 좀 힘들어하더군요.
신주쿠의 돈키호테보다는 좀 넓은 것 같네요_ 전 돈키호테 들어갔다가 너무 헉- 해서 그냥 나왔거든요. 새로운 형태라지만 왠지 허름한 느낌이 많이 들어서 비싼 물건을 가져다 놔도 왠지 이미테이션 같아 보이기도 하고 -_-;
아마 28mm광각이어서 그런 것 같네요. 그 좁은 구석을 헤매다보면 재미있어지더라구요.
돈키호테에 식품같은거도 파나요? 과자나 마요네즈나..음료나. 우리나라 이마트처럼요.
네 팔던데요 전 카레랑 음료수 샀어요 왜 우유꽉에 든거 있잖아요 자판기보다 싸더라구요..
안나님이 답글 주셨는데, 삿포로 점은 그렇게 많이 팔지는 않고 조그마한 슈퍼정도였어요. 가격은 꽤 싼편이구요. 오히려 Pet Land 2층의 100엔샵 옆의 식품점이 훨씬 크더군요.
Mr.J 님 전차 사진 또 없나요? 작게 나와서 아쉽네요 잘 보고 가요 ^^
밤에 떠나는 전차를 급히 찍느라, 사진이 흔들리고 초점도 않맞아서... ^^;; 나중에 하코다테 편에 하코다테 전차 사진을 올려드릴께요.
사진이 무지 깔끔하네요.. 홋카이도는 왠지 여름에도 마냥 추울것같은..ㅋㅋㅋㅋㅋㅋ 느낌이예요 ㅋㅋ(-_-;;)
한여름에는 꽤 덥구요, 제가 갔을 때는 초가을의 느낌. 단지 햇빛비치면 타버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우산 펴들고 다녔다는... ㅡ,.ㅡ;;
일본에는 전철 사이가 엄청 좁군요!! +.+
저거 전철은 아니고, 한칸짜리 전차입니다. 지하철 사진은 마지막 날에 나옵니다. 지하철은 우리나라랑 비슷해요.
여행기가 제법 수준급 이에요, 진짜 분위기도 특별하구요,, 마지막에 위치 소개까지,, 완벽합니다용~
앗~ 칭찬 감사합니다. 재미있고, 또 여행가는 분에게 도움까지 되면 더할나위 없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