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대책, 많은 선진국들이 참가
일본과 유럽에서 시작된 경기 부양 대책에 중국이 동참했다. 우리나라도 내년 초에 기준금리를 1%대로 내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유럽 재정 위기 때 잠시 복원됐던 국제 공조체제가 다시 시작된 느낌이다. 참가국과 규모를 감안하면 요즘 시행되고 있는 부양대책이 재정 위기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것 같다. 당시에는 유럽이 총대를 메고 다른 곳은 방관하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일본, 중국으로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도 이런 변화를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FRB가 내년 하반기쯤 금리를 인상할 걸로 보고 있지만, 경기 부양대책이 요즘같이 광범위하게 시행된다면 시작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 금융위기 때 다른 나라의 적극적 협조로 상당 부분 짐을 덜 수 있었던 미국이 자국 경제가 좀 나아졌다고 해서 독자적인 입장을 고수할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유럽 경제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할 경우 미국 금리 인상이 내년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 광범위한 경기 대책이 당분간 이어진다고 보는 게 맞지 싶다.
유럽과 일본의 양적 완화가 세계 경제의 반전 신호가 될 수 있을까? 중국 금리 인하 효과는? 경기 부양 대책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 일까?
향후 주식시장 향배와 관련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들이다.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대책은 주가 상승 요인
기간에 따라 다르긴 해도 경기부양대책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하다. 특히 단기적으로 강한 상승 요인이 될 것이다. 지금 국내외 경제는 강도 높은 정책을 펴는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금융 정책을 사용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부작용 발생 여부다. 특히 물가가 관건인데 경기 부양대책이 인플레를 촉발할 경우 이를 되돌리려면 강한 수요 억제 대책을 오랜 시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 정책은 그나마 통제가 쉬운데, 적자 규모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므로 즉각적으로 수위 조절에 나설 수 있다. 이에 비해 금융정책은 부작용이 나중에 나타나 통제하기 힘들다.
지금은 인플레보다 디플레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선진국의 기준금리가 0.25% 밑에 있고,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 이긴 하지만 물가 하락을 유발할 정도가 아니다. 그런데도 디플레를 걱정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경제 구조가 인플레가 발생하기 어려운 형태여서 인 것 같다. 물가가 낮다는 건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금융정책을 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는 의미가 된다. 경기 부양책에 의해 주가가 움직이는데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부양책보다 경제 체질이 더 중요
장기 효과는 미지수다. 기대한 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기존에 썼던 부양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 이 부분이 예상대로 되지 않으니까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부양책보다 그것이 먹히지 않는 환경에 의해 주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 특히 부양책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아베 정권이 들어선 2012년 하반기 이후 일본 정부는 39조 3,000억 엔에 달하는 자금을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했다. 이는 재정투자와 소비 보조를 위해 직접 제공된 것으로 부양 효과가 다른 어떤 수단보다 큰 부분들이다. 계산 과정에 양적 완화 등을 포함할 경우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유럽도 재정 위기 이후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정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걸까? 정책 강도가 약해서? 아니면 부양책이 먹히지 않는 구조여서? 이에 관한 판단이 향후 시장을 전망하는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1990년 자산버블이 터지고 10년 동안 일본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100조 엔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92~’95년까지 60조엔, ‘98년 이후로는 매년 10조 엔 이상이 사용됐다. 이런 대규모 투입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대책이 나올 때만 잠시 회복됐을 뿐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 결과 재정적자가 GDP의 150%를 넘어 신용등급이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됐다.
부양책의 강도가 낮아서 일너 상황이 됐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수위를 높이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사용된 정책들이 전례 없이 강한 내용이어서 수위를 높이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 20년간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직접 투입한 자금은 2014년 GDP의 43%에 달한다. 금리를 0%대로 내리고 양적 완화를 처음 쓴 것도 일본이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본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건 부양책이 미진해서라기 보다 경제 구조가 높은 성장이 불가능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 요인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게 노령화된 인구구조와 생산성 둔화, 수요 부족 및 모방(Catch-up) 경제의 한계 등이다.
유럽은 어떤가?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채 탕감과 공동 기금 조성이 이루어졌다.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 인하와 채권 매입 등 쓸 수 있는 금융정책 모드를 동원했다. 개별 국가별로 재정 투입도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경제는 작년까지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올들어 겨우 되찾은 플러스 성장 역시 1%에 못 미치는 미약한 수준이다. 모양만 보면 유럽도 일본 경제와 다를 게 별로 없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약화돼 있는 상황이어서 부양책을 통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신호 효과에 국한된 상승 정도 밖에 기대할 수 없는데, 부양책이 나오면 주가가 오르다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후퇴하는 형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경제도 일본, 유럽 못지않게 답답하다.
7월에 경기 부양대책이 시행됐는데, 1차 결과가 나왔다. 10월 경제 지표는 산업활동이 전부문에 걸쳐 둔화되는 형태였다. 기대했던 부양 효과가 거두는데 실패했다는 판단이 든다. 입법화 등 후속 조치를 통해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미 큰 흐름은 지나간 상태다. 7월에 정책이 발표될 때부터 실효성이 없을 걸로 판단했는데 결과가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은 것 같다.
국내외 모두에서 경기 부양책이 이미 최고 수준으로 올라왔다. 선진국 대부분이 기준금리를 0.25% 이하로 내렸고, 돈이 돌지 않는 공백을 돈의 공급을 늘려 메우는 등 과거 같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조치들이 나왔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두 차례 더 기준 금리를 내릴 순 있지만 이 조치가 효과를 발휘할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거나 기존 정책의 강도를 높이는 게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주가의 장기 그림은 정책의 내용보다 정책이 먹힐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데 전망이 밝지 않다.
경기 부양책 덕분에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 시장도 연중 최고에 바짝 다가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우리 시장이 2100P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건 부양책이 없거나 강도가 약해서가 아니다. 강한 정책을 시행해도 그것이 먹히지 않는 상태여서 효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똑같은 형태가 주요국 경기 부양책에도 적용된다. 유럽이 다양한 경기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장을 회복하는데 실패한 건 경제가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7%대에서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건 고도성장기가 끝나서다. 이번 경기 부양대책은 재료 정도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맞다. 경제 지표를 통해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