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역
봄, 소양강, 어머니 젖빛이다젖소 젖은 우윳빛이다흰빛, 어두운 낮달빛은 달걀노른자다달걀처럼 타원이다꾹, 꾹, 눌러 참아왔던사랑이 터져 나왔다사랑집, 한 채 향긋하게향나무 집 한 채 짓고 싶다시(詩)가 발정(發情)하다발정(發情)하는 네 굳은 시(詩)는춘천역, 봄을 껴안고 살다춘천역, 그리움 산으로 산빛 그리움 껴안고 살다
봄 맞으러 경춘선 열차를 탄다.춘천역, 젖소? 젖 우윳빛 안개
당신의 맨발 그 발자국이 그립다사랑이 터져 나오면 시가 발정하는 춘천역,당신의 그리운 발자국 맨발로 터지는 향기난
어둠과 열정 산 빛을 만나러 춘천역, 아전율하는 스물의 추억은 춘천역. 대학 축제에목마름을 축이던 산 빛 그리움 만나러 간다.
괴동역
늦은 밤천길, 벼랑길 떨어지듯괴동선을 타고괴동길, 깊은 바다를 안고 갑니다철로는 어둠속에 숨었습니다철로는 어둠속에 숨었습니다바다꼬리가 보입니다바다꼬리가 보입니다밤늦어 네 눈물 보이잖고희망은 캄캄한 밤에도켜켜이 불 밝힙니다여우비 숨을 멈추고겹겹 바다 구비 속에여우비는 깊이 숨었고네 희망, 어둠속에 가벼워집니다가도 가도 바다꼬리는시간을 멈추지 않고온몸이 바다로, 바다로알몸으로 혼자 우는데,온몸으로, 온몸으로 바라보는 초록 몸인 너, 괴동역에늦은 밤, 사랑덩쿨풀이 몸 튼다아직도 바다꼬리는 보이잖고네 눈물만. 네 눈물만 괴동선 타고괴동역을 넘어간다네 마음 삶의 물이랑 굽이치며네 마음 파도 타는 괴동역에서괴동선을 따라 수평선을 만난다
1971년, 애초 건립시부터 화물취급 업무용으로 된 괴동역, 제철과 철의 화물 집합지 포항제철의 사유지역인가보다.괴동역은 포항제철의 역사와 함께한다.포항제철을 세울 때 세운 역으로 수동으로 선로를 바꾸고 있다.괴동선 따라 바다 꼬리가 보인다. 밤늦어 네 눈물 보이잖고 희망은 캄캄한 밤에도 켜켜이 불 밝히고 있습니다.괴동선을 따라 네 마음 파도 타는 수평선을 만나고 있습니다
희방사역
희방역에서 희망, 희망이라
서서 불러본다. 당신의 눈빛으로
당신의 두 눈빛과 당신의 두 손이
간직한 눈물 두 웅쿰에 수련 꽃이 피었다
수련 꽃을 보았다 희방사역에서
당신을 사랑하겠노라,
죽어서도 당신을 사랑하겠노라
먼 바다를 바라보면서
당신의 눈물에 젖지 않으려고
내 젖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가
까치가 되어 까마귀가 되어
세월을 잊으려고 속타 왔겠네
희방사역에서 희방폭포
흰폭포의 흰 눈물이 되어
폭포처럼 그리움이 폭포되었네
희방사역에서 당신을 그리워하며
두 손을 모으겠네 두 손을 모으네
삼천 배, 백팔번뇌 끌어안고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내 사랑 묵언정진(默言精進)
내 사랑 사리(舍利)로 엮어
수련 꽃 피는 물 그늘 수련 꽃 피는
수련 꽃그늘에 걸어두겠네
이대로 희방사역에서 당신 그리워
당신 사리(舍利)로 먼 바다가 되겠네
당신 사리(舍利)로 먼 바다가 되겠네
맨발로 하늘까지
새벽 5시 30분 수성 못 맨발로 걸으며
울음나무 곁으로 간다.
툭, 툭 얼룩지는 삶의 그늘이 발톱긴풀로
그늘진 물그림자를
꽁꽁 묶고 있다. 북새통 반세기, 시를 껴안고 울었으나
울음나무가 되지 못했다. 종(鐘)을 치고 싶었다.
젖어서 마음 젖은 맨발로 하늘까지 가면 된다.
- “맨발로 하늘까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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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겨울 응혈,
흰눈이,
영천 만불사, 납골당에 내렸다
버릴 것 다 버려 두고
빈 것으로 다가왔던가
마흔 아홉, 다 넘기지 못하고
빈 들판, 거뭇, 거뭇
생채기 하 많던 삶이었기에
지상의 것들,
겨울 응혈로 흥건하니
순간 겨울 동백꽃이 붉게 폈다
겨울 동백꽃 같은 등불이 그리워,
응혈로 된 흰눈이 내린다.
- “아버지” 전문
가을 바다
속병 짙어 오겄네
가을 바다
풀잎처럼 짙어오는
가을의 노오란 바다
바다로 돌아서 가리라
숨길 것 없이 벗어 버리고
가을 바람 이는
고칠 수 없는 이 병을
하늘 바다에 의탁해 두고
속병 짙어 오것네
뼈골에 사무치는
가을 그 바다
쉼 없이 가고 또 오며
우주 끝까지
땅 속 끝까지
끼어들 것인가
섭섭히 섭섭히
가도 가도 무인지경
가을 바다
노을 짙어 오것네
가을 바다에 속병을 지우며
속병을 지우며
나는 서 있어라
희망 없는 속병을 앓으며
파도의 아슴한 눈빛이나 그리워하며
나는 가을 바다에 서 있어라.
추령재
시월 가을
감포 가다 잠깐 쉬는
추령재에서
서울 예수의 시인과
빈혈의 작고한 시인의
아내와
한국시협 세미나 도중
차를 몰고 나와
삼층석탑사지를 돌아 안고
시월 가을 하늘
잉크빛을 안고
추령재에서 오줌을 누고
삶의 해학을 놓고 떠나간
풍류도 벗어 놓고
동해 바다를 따라 점점이
가 보는 길
그 한 점 추령재에서
목월의 경주 건천이
감꽃잎처럼 빛나다
낙하하는
추령재의 가을 하늘을 보았다.
[시인 박해수 (1948~2015) 약력 ]
박해수 대구출생
1964년 대륜고등 재학 중 시집 '꽃의 언어'를 간행
영남대 국문과 졸업 영남대 대학원 대구가톨릭대
<유치환 시연구>문학박사
1974년 제1회 한국문학 신인상 '바다에 누워'로 문단에 나옴
시집 1980년<바다에 누워>
1986<서 있는바다>
1989년<걸어서 하늘까지>
1990<자유꽃><스물의 화약냄새>
1992년<별속에 사람이 산다>2000<사람이 아름다워>
2002년<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
<죽도록 외로우면 기차를 타라>
2011년<시 천국에 살다>
2012년<맨발로 하늘까지>
제10회 대구문학상 수상
대구가톨릭 문인회회장 역임
한국문협 대구문인협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