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군경 / 수류 채남식

[짓거리 시인]

상이군경 / 수류 채남식

가뭄 속에 6월이 다시 지나갔다

몸뚱이 어딘가를 전쟁터에 잃어버리고

손대신 갈고리를 박았거나

목발을 짚은 상이군경

달리는 기차 속에서, 사무실에 찾아와서

불쑥 물건을 들이밀며 막무가내로 사라고 강요하면

우선 겁도 나고 불쾌했지만

전쟁으로 피폐해진 땅, 나라에서도 거둘 수 없던

모진 목숨 살겠다고 몸부림치던 그들

불쌍해서, 마지못해, 없는 돈으로 사던 시절이 있었다

옛 기억이 아련할 즈음에 내게도

상이군경증이 배달됐다

내 딴에는 남보다 부지런히 운동도 하고

섭생에도 신경을 써 왔지만 사는 내내

디스크, 천식, 축농증, 중이염, 백내장, 관절염,

치질 피부병, 위장병 등이 빈발하더니

편평세포암 수술에 이어 전립선암 3기란다

예전엔 몰랐지만 1년여의

월남전 참전이 가져온 고엽제 후유증이란다

병치레에 많은 시간을 보냈어도

아직도 투병 중인데다 잔병에 시달리고 있어

언제 더 지독한 병이 나타날지 몰라

전전긍긍이지만

그래도 난 그 옛날의 상이군경들보다는

백배 천배 행복하다

나라가 필요할 때 몸바치는 것 국민 된 도리

뒤늦게나마 잊지 않고

나라에서 치료는 물론 생활비까지 보조해주니

고맙고 한편으로 미안하다

이 모두 그 옛날 나라 위해 몸바친 분들

또 각계각층에서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있는

내 나라 온 국민의 덕분임을

고맙고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