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속의 주인공
김광한
문득 옛날의 어떤 여인이 생각이 나서 그 여인과 함께갔던 장소를 생각하다가 그 시대에도 사람들로 붐비던 명동의 한복판 명동극장에서 본 영화 한편이 떠올랐습니다.지금부터 40여년전의 일이니까 젊은 분들은 태어나기 이전이겠지요.그 영화의 제목은 <피서지에서 생긴 일>이었고 주인공은 당시에 청춘의 우상이라고 하던 금발의 미남청년 트로이 도나휴와 역시 금발의 인형과 같은 산드라디였습니다. 리처드 이건같은 훌륭한 배우가 조연을 맡기도했지요.그 영화와 함께 시작된 젊은 날들이었습니다.
불현듯 그 영화배우들이 어디 있는가 해서 영화사전을 찾아보니 트로이 도나휴도 죽고 아름답던 산드라디도 이 세상에서 물러났지요.그리고 독일계의 명배우 마리아 셀도 79세로 타계하고 "슬픔은 그대 가슴"에란 영화에 나오는 그 멋있는 배우들, 스잔코너,존캬빈, 라나터너 등 모두가 유명을 달리 했지요. 그 영화들을 보면서 서울의 거리를 걷던 그 시간을 공유한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환갑이 넘었거나 아니면 흑발보다 백발이 더많은 분들이겠지요.그분들 만나면 옛날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그 젊은 날들의 이야기를..별것도 아닌 것에 화를 내고 이제는 거리에서 만나도 알아보지 못할 여인들에게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 지난날들에, 좋은 옷을 입혀야겠습니다.중앙대 이승하 교수가 쓴 영화이야기를 읽고서 문득 사람의 얼굴이 그렇게 변할 수 있는가 참으로 허망함을 느꼈습니다.리즈를 비롯한 알랑 드롱 오드리 헵번 샤리 윈터즈 등등 스없이 많은 미남미녀들, 젊은 날,얼마나 그들의 용모를 선망했던가,그러나 한 시대가 지나자 그들의 얼굴과 육체는 보잘것없는 휴지조각처럼 주름이가득하고 핏기없는 우리가 흔히 양로원에서 보는 늙은이의 얼굴을 하고 있음에 과연 우리가 가져야할 소중한가치가 어디 있는가를 되묻게 했습니다.
세월은 한없이 지나갑니다.우리는 세월속의 한점에 불과합니다.능력과 소유와 생각도 세월속에 묻혀서 세월이 지나면 모든 것이 행방불명이 되는 한시적인 것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것같습니다.우리가 쓰는 글 한마디, 올바른 생각과 함께 태어나 그 귀한 시간들을 함께쓰고있는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 잘난 사람 못난 사람들에게 잠시 깊은 애정을 갖는 시간이 얼마나 값진것인가를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