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
강순희(향원)
신록에 눈을 씻는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안약이다.
며칠 사이 산도 가로수 길도 온통 초록의 물결이다. 지나다니는 골목에 작은 꽃밭이 하나 생겼다. 전봇대 둘레에 제법 큰 돌을 놓아 화단을 만들고 동심원을 그리듯 두 줄 정도 꽃을 심어 놓았다. 누구의 손길일까? 전봇대 주변의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꽃밭을 만든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경고장을 붙이는 직접적인 처방이 아니고 대증요법인 셈이다. 대증요법이란 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겉으로 나타난 증상에 대해서만 행하는 임시방편적인 치료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즈음 나는 병이 나면 보다 직접적인 치료법을 찾게 된다. 기침이 심하면 내과를 찾고 허리가 아프면 물리치료실을 갖춘 정형외과를 찾는다. 한의원에 가면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지만 체질에 대한 얘기를 듣다가 계획에 없던 보약만 지어 온 적도 있었다. 병원과 약국은 한 세트처럼 연결되어 있어 자주 들락거린다. 처방전을 제출하고 받아 온 약을 끝까지 먹지 않고 봉지 째로 버린 일도 참 많았다. 최근 수개월 동안 치과에 다니고 있다. 치아 하나를 살리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고 힘든 일인 줄 몰랐다. 치과에 다니면서도 챙겨야 하는 약의 종류는 왜 그리도 많은 걸까? 먹는 약부터 가글이나 소독에 필요한 약도 있고 주사를 맞은 적도 있다. 식사 시간을 놓쳤더라도 약은 꼭 먹으라고 한다. 위를 편하게 해 주는 약도 들어 있다고 했는데 약을 먹고 나면 속이 쓰리고 입이 바짝 마르기도 했다. 그래도 지어 온 약은 끝까지 복용하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킬레스건이 있다. 겉으로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유일한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병은 자랑하라고 했지만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호흡기 쪽이 약했다. 지금도 기관지가 좋지 않아서 기침을 자주 한다. 건강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고 정기 검진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건강 검진을 하면 취약한 부분이 나타나고 치료약을 처방 받아 먹어야 한다. 약을 먹으면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고 증상이 좋아지니까 약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수치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때에는 환자 부담이 커져서 약값이 오른다. 그 경계가 참 모호하고 건강보험의 허점인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약국에 들어서면 온갖 광고 문구가 붙어 있고 약들이 가득 쌓여 있다. 약인지 건강식품인지도 구별하기 어려운 만병통치약들이 넘쳐 난다.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무슨 식품이 좋다고 하면 유행처럼 시내에 쫙 깔려 있다. 몸에 좋은 걸 챙겨 먹는 것도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 종합비타민도 잘 챙겨먹지 않는 나는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을 가장 신뢰한다. 그럼에도 균형 잡힌 식단도 없고 삼시세끼를 허술하게 해결할 때가 많다. 최소한 매일 먹기로 정해 둔 음식 한두 가지도 먹지 않고 넘길 때가 있다. 약선 요리는 아니더라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을 조리해서 꼭꼭 씹어서 먹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 본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우울해진다. 가고 싶은 곳을 향해 팔을 휘둘러 씩씩하게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아프고 나서야 알았다. 제일 만만한 운동이 걷기다. 그것도 하루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5일 동안을 하라고 권한다. 하루에 한 번은 밖으로 나가서 걷고, 맨손 체조와 스트레칭을 꼭 하겠다는 규칙을 정해 놓았다. 마음을 치유하는 보약도 필요하다. 사람들이 가꾸어 가는 녹색도시의 푸른 숲이 있어 고맙다. 음악이 나를 치유하기도 한다. 음악은 마음을 돌아 가슴을 울린다. 감성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의 환한 웃음이 보약이다. 작은 것이라도 서로 나누어 주려고 애쓰며 좋은 일을 만들어 기꺼이 함께 해 준다. 웃음이 보약 한 사발보다 낫다.
시내에 나간 김에 약전골목에 들렀다. 허브 향도 좋지만 한약재 냄새를 좋아한다. 한약재 냄새가 밴 골목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아무 생각 없이 그곳을 지난 적도 많았지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약업사, 한약방, 한의원, 제환, 제분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한의약 박물관으로 들어가 3층에 있는 한방역사실을 잠깐 둘러보았다. 400년 전통의 대구 약령시의 역사와 한의약에 대한 내용이 진열되어 있었다. 약령시 개장 359주년을 맞아 한방문화축제가 열린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5월초에 열리는 축제에 가서 한약재전시관과 사상체질체험관에 들러 오래 된 우리의 한방 문화를 체험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2017. 4. 23
첫댓글 선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기관지 않좋은 것은 저랑 같네요!^^
열심히 운동하시고 병원약은 좀 멀리 하시어 건강한 노년을 보내십시요!
안녕하세요? 선배 아닙니다. 입사동기입니다. ㅎㅎ 건강하십시오
좋은 안약을 소개 시켜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초록 산천을 바라보며 눈알 굴리기(눈운동)를 하루 5분 정도만 해도 시력이 현저히 좋아 진다고 하는데 저는 알고도 실천을 잘 하지않는 편입니다. 건강할때는 건강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 가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것을 잃는다는 경구 같이 운동도 하고 힐링으로 건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것 같읍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 감사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약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 너무나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또한 좋은 약이 되겠지요. 꾸준히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세요.
푸른대구 가꾸기를 2차에 걸쳐 1400만주의 나무를 심을때 현장에 있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관지에는 도라지를 추천해 드리며 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다양한 정보 감사드리며 잘 읽었습니다.
너무 약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매일 운동을 하고 세끼 식사를 거르지 않으면 건강해집니다. 선생님은 몸소 실천하고 계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큰 병을 앓았지만 참 약을 싫어합니다. 암의 대한 약도 곧장 잊고 먹지 않아 남편에게 엄청 잔소리도 들었지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며느리가 사준 종합비타민을 잘 먹지 않으니까 올때마다 약 양을 점검 하면 왜 아직 이렇게 많이 남았느냐면 합니다. 인명재천을 나는 믿습니다. 밥이 보약이다. 평범한 진리가 저의 건강철학으로 삼고 삽니다.
집이 반월당 근처라 틈만나면 약령시 주변을 서성입니다. 저녁 찬거리사러 동아쇼핑 지하에도 이틀에 한번꼴은 가지요.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먹거리들이 많구나 저걸 어떻게 요리를 다해먹지? 그러다가 제주칼치랑 채소류 몇 점 집어서 그냥 옵니다. 밥이 보약이니 반찬을 더 많이 더 잘 먹을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되더라구요. 한방축제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있네요. 1년이 참 빨리도 갑니다. 구경하면서 돌아다닌게 엊그제 같은데 말입니다.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제일좋은 안약, 제일 좋은 보약은 모두 자연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강법도 그것을 꼭 실천하려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고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글을 읽고 깨달은 바가 큽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 중 좋아하는 것이 제일 좋은 약이라는 사실입니다. 인위적인 처방전이 아니고 일상의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약, 간단한 체조나 스트레칭, 한약냄새가지도 약이 되는 군요. 나도 커피향을 좋은 약이라 생각하고 즐겨야겠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신록은 안약보다 좋고 밥은 보약이며,웃음은 보약 한 사발보다 낫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연녹색은 눈의 피로를 들어준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 듯합니다.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신록은 눈으로 들어오는 보약이요. 한약내음은 코로 들어오는 보약인 것 같습니다. 한약향을 좋아하시는 분은 한약제 주머니를 차량에 비치하는 분도 보았습니다. 건강도 '티끌모아 태산'이고, '부뚜막의 소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꾸준한 실천의 결과 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