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장
아! 천륜(天倫)을 어기는 음마(陰魔)들
장마천산(藏魔千山)-
마승통천회가 위치해 있는 무저혈봉 전체로 짙은 안개가 휘감겨 있었다.
나격도의 혈전과 기영천의 생사불명이란 소식이 이미 전해진 듯 웅대무비한 마승통천회 지역은 답답할 정도로 무거운 기운이 깔렸다.
수장대전(首莊大殿)에는 무수한 회내(會內) 인물들이 시립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휘장이 쳐진 단상 앞에 부복해 있는 피투성이 노인에게 꽂혀 있었다.
그는 바로 나격도를 홀로 빠져나온 혈해도주였다.
그는 자신을 냉철한 시선으로 응시하는 인물들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혈해도주보다 배분이 높은 인물들이 아닌가?
대부분 전대은거마두(前代隱居馬頭)들이었다.
육십 년 전, 오파일방을 피로 물들이려다 도리어 깊은 내상을 입은 채 사라졌던…
개세적인 천하대마(天下大魔)들이 한 곳에 집결하다니…
경악! 경악할 노릇이었다.
일대패주(一代覇主)로 군림(君臨)했던 이들이 과연 한 곳에 집결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이들을 부른 것인가?
단 한 사람뿐이었다.
회주(會主)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혈해도주, 경과를 보고해라."
휘장 뒤에서 억양없이 은은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피투성이 노인, 혈해도주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떠듬떠듬 말했다.
"예… 회주님! 죽여 주십시오. 남해도를 쑥밭으로… 만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려 했을 때… 광마수라생이 나타났습니다."
"계속 말하라."
"예… 속하들은 그놈의 광적인 살수에 대항했으나…"
"모두 죽었단 말이냐?"
"…"
혈해도주는 전신을 세차게 떨 뿐 대답을 못했다.
회주의 음성이 점차 격앙되었다.
"광마수라생은 어떻게 되었느냐?"
"그놈은 뇌옥에 갇힌 채 죽었을 것입니다."
"확신할 수 있느냐?"
"확신합니다. 벽력탄이 터져 나격도가 붕괴되는 것을 속하의 눈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일순,
회주의 음성이 차갑게 터졌다.
"응령십호(應令十號)! 저 못난 혈해도주 앞에서 보고하라!"
하자,
한쪽 구석에서 인영이 번뜩이더니 혈해도주 앞에 흑의복면인이 내려섰다.
그리고 휘장을 향해 부복하고 음성을 정중히 흘렸다.
"광마수라생은 협서생 주안객점에 묵고 있습니다."
순간,
혈해도주의 전신이 세차게 떨렸다.
"으…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이 때,
"응령십호, 수고했다. 물러가라."
"예."
회주의 음성이 흘러나오자 응령십호는 물러났고 대전 내는 답답한 적막감이 잔뜩 흘렀다.
"으으으…"
혈해도주는 비음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일순,
쉐… 액!
휘장 속에서 한 줄기 광채가 뻗어 나왔다.
"죽음으로써 죄를 씻어라."
"크… 악!"
혈해도주는 백회혈에서 화살같은 피를 쏟으며 퍽 고꾸라졌다.
경이할 노릇이었다.
일도(一島)의 주(主)이자 대마로 흉명을 쟁쟁하게 떨쳤던 혈해도주가 단 일수에 무참히 즉사하다니…
회주―과연 그는 누구란 말인가?
염라대왕이란 말인가?
최명부(催名符)를 거머쥔 생사탈권자(生死奪權者)란 말인가?
서너 명의 흑인복면인이 기다렸다는 듯 잽싸게 혈해도주의 시체를 둘러메고 사라졌다.
"…"
수많은 대마들의 안색은 침중해졌다.
그 때,
휘장이 파르르 흔들렸다.
"혈천교주! 본좌 앞에 나서라!"
회주의 일갈이 터졌다.
좌측에 서 있던 혈천교주의 안색이 금시 똥빛으로 물들었다.
그는 엉거주춤거리다 이내 털썩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속하… 회주님의 말씀을 경청하겠습니다."
그의 음성은 떨렸다.
"너의 죄를 알겠느냐?"
"예…"
"스스로 말하라."
"사해(四海) 분타를 다스리지 못한 죄… 죽어 마땅합니다."
"죽음으로써 그 죄를 사할 수는 없다. 본좌는 너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줄 것이다."
일순,
어깨를 움츠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던 혈천교주가 고개를 번쩍 쳐들고 수십 번이나 예(禮)를 올렸다.
"회주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속하는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시끄럽다. 너는 아들 구헌영을 불러오라."
"예?…"
"어서!"
"예…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혈천교주는 급히 일어서 뒷걸음질로 대전을 빠져나갔다.
이내 회주의 음성이 다시 터졌다.
"응령일호는 남해일미! 그 계집을 끌고 오라!"
차갑게 내뱉은 일성…
모든 대경하고 말았다.
광마수라생 기영천의 친모(親母).
그녀가 살아 있었다니…
광란에 몸부림치며 절규하던 남해일미―
그녀를 회주가 잡아놓고 있었단 말인가?
이 때,
회주의 격앙된 외침이 터졌다.
"색혼혈귀를 불러오라!"
"예."
응령인들이 일제히 대전을 빠져나갔다.
대마들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회주가 분노에 찬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말없이 지시만 내리던 회주였다.
회주가 기거하는 침실,
등받이 높은 의자에 약 사십 세 가량의 흑의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짙은 눈썹, 예지가 뻗치는 눈, 태산 준령마냥 우뚝 솟은 코…
한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
강인하면서도 굽힐 줄 모르는 기개가 넘쳐 흘렀다.
두 눈에서는 흐릿한 광채가 은은히 흐르는 평범한 동공이었다.
하나,
전신에서 흡입시킬 듯한 서기가 흐른다는 것은 흑의중년인이 범인이 아님을 대변해 주었다.
그의 미간에 섬뜩한 살기가 스쳤다.
"남해일미… 네년을 그토록 사랑하는 나를 끝까지 뿌리쳤다. 자존심, 명예, 모든 것을 말살시켰다."
"오냐! 네년의 아들놈 앞에서 피눈물을 쏟아 보거라!"
그 때,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밀쳐 들어와 바닥에 쓰러졌다.
"윽…"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리며 일어서는 여인…
고귀한 자태를 엿보이는 중년미부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있는 흑의중년인을 발견하는 순간,
"허… 엇!"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춤거렸다.
흑의중년인은 그녀를 똑바로 주시했다.
"남해일미… 마지막 본좌의 말을 들어라. 내 뜻을 받아 들이겠느냐?"
아! 남해일미!
그럼 이 중년 미부가 기영천의 친모란 말인가?
"싫다! 이 악마…"
남해일미는 앙칼지게 외치고 뒤로 물러섰다.
순간,
흑의중년인의 두 눈에서 섬뜩한 살광이 쏟아졌다.
"후훗! 그래?… 본좌는 네년을 천사처럼 받들고… 애원했다. 그러나 네년은 침을 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네년이 무엇인데!…"
흑의중년인은 안면을 일그러뜨리고 벌떡 일어섰다.
그의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네년에게 가혹한 고통을 주겠다. 짐승같이… 네년의 몸을 짓밟고야 말리라."
"악마! 악마!"
남해일미는 절규하듯 흑의중년인에게 저주를 외쳤다.
그러나,
"후훗! 혈천교주, 저 계집을 마음껏 윤간(輪姦)하라."
흑의 중년인은 천륜이 어긋나는 말을 흘릴 뿐이었다.
하자,
문이 열리며 혈천교주가 들어섰다.
그는 흑의중년인에게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알겠습니다. 회주님."
아! 회주라니…
그러 흑의중년인이 회주였단 말인가?
혈천교주는 음악한 미소를 입가에 드리우고 남해일미에게 다가섰다.
남해일미는 몸서리를 치며,
"다가오지 마라! 음적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순간,
찌… 이익!
비단폭이 찢기는 음향과 함께 남해일미가 쓰러졌다.
아!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짐승 같은 혈천교주의 입에서는 음소와 함께 침이 철철 흐르고 있었다.
상의가 찢긴 남해일미!
중년의 나이였으나 탄력 있고 뽀얀 살결은 보는이로 하여금 욕정을 자극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육봉을 두 손으로 가리고 다가오는 혈천교주를 저주 서린 시선으로 응시하는 남해일미.
그녀의 몸매는 농익을대로 농익어 있었다.
"내몽에 손을 댄다면 죽어서 혼백이 되서라도 네놈을 저주할 것이다!"
혈천교주는 그녀의 입을 벌리고 환약 한 알을 복용시켰다.
"흐흐,쾌음환(快淫丸)을 복용하면 천하의 요조숙녀도 별수없이 발정한 암캐가 되지"
혈해일미는 치를 떨었다.
혈천교주는 두 눈에서 욕정에 불타는 광염을 이글거렸다.
찌―익!
남해일미의 치마는 물론 속옷마저 갈기갈기 찢었다.
"아아아―아―"
남해일미는 자결을 하고 싶었으나 어느새 마혈이 짚여 속만 뒤집힐 뿐이었다.
벌거숭이가 된 남해일미…
혈천교주는 거칠게 옷을 벗어 던지고 남해일미의 풍만한 젖가슴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입을 벌리며 남해일미의 목덜미를 개처럼 핥았다.
"아아아…"
남해일미는 두 눈이 까뒤집혔다.
색정에 젖었단 말인가?
그 때문이 아니었다.
치욕에 몸부림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학학학…"
혈천교주는 남해일미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거친 욕정을 토했다.
남해일미의 쭉 뻗은 두 다리는 파르르 떨려왔고, 마비되었다.
혈천교주는 끈적한 입술을 배아래로 서서히 옮겨갔다.
두 손을 남해일미의 풍만한 육봉을 계속 거칠게 주무르며…
"으허―헉! 으음!―"
남해일미는 자신의 신비궁(神秘宮)에 그의 뜨거운 입술이 닿자 비음을 터뜨렸다.
혈쳔교주는 남해일미의 사타구니의 속살을 손과 입을 이용해서 거칠게 유린해 갔다.
그의 손은 그녀의 계곡 속에 있는 두 개의 문을 무자비하게 파헤쳤다.
꿈틀… 꿈틀…
남해일미의 둔부가 경련하기 시작했다.
쾌음환의 약기운이 퍼지면서 그녀는 이성을 잃고 한 마리 암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아흐흑!…"
남해일미는 고개와 허리를 활처럼 꺾고 두 손으로 자신의 팽팽한 젖가슴을 움켜 쥐었다.
혈천교주는 그녀의 입에 남자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완강히 거부하며 도리질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그녀는 혈천교주의 남자를 입속으로 삼키며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중년의 여인답게 남자를 애무하는 솜씨는 노련했다.
그녀는 혈천교주의 남자를 식도까지 삼켜서 빨아당겼다.
혈천교주는 그녀를 밀쳐냈다.
그러자 남해일미는 사타구니를 열며 자신의 육봉을 움켜쥐었다.
혈천교주는 그녀의 사타구니에 하체를 밀착시키고 허리를 찍어 눌렀다.
그녀는 신음을 토하며 둔부를 치켜 들었다.
풍만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엉덩이가 그를 태우고 요동쳤다.
"흐응응…"
"하하… 학…"
혈천교주는 남해일미의 가냘픈 허리를 으스러져라 껴안고 무릎을 꿇은 채 도끼질을 했다.
"하―학! 으으으음!"
그러자,
"흐흐흐…"
혈천교주는 돌연 행동을 멈추더니 남해일미의 풍요로운 여채를 음욕(淫慾)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가장 비밀스런 곳이 악적들 앞에 훤히 들여다 보였다.
가장 성스러워야 할 여인의 비밀이 수치스럽게도 아니, 불행하게도 악적들에 의해 유린되는 중이었다.
그러나,
남해일미는 자신의 비밀스런 곳을 더욱 활짝 열어제치며 둔부를 들석거렸다.
"으흐… 흐…"
지켜보고 있던 회주의 두 눈은 충혈된 채 연신 음소(陰笑)를 흘리고 있었다.
"흐흐흐…"
혈천교주의 입에서는 연신 탐욕스러운 괴소를 흘렸다.
또 다시 그는 남해일미의 풍만한 품에서 거친 노를 젓기 시작했다.
남해일미도 그의 율동에 맞춰서 엉덩이를 맷돌처럼 움직였다.
혈천교주의 허리가 격력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엉덩이를 요동하며 몸부림쳤다.
"흑흑… 좀더…"
"헉헉헉…"
그녀를 잔인하게 능욕하는 혈천교주는 징승보다 못한 행위를 계속하고 있었다.
혈천교주는 곰같이 굵은 허리를 무자비하게 내리 찍으며 음욕(淫慾)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아―악…"
남해일미는 전신을 찌르는 쾌감에 몸부림쳤다.
하나,
혈천교주는 우악스런 두 손으로 그녀의 커다란 육봉을 주무르며 마지막 음욕을 충족시켜갔다.
"허헉!"
미친 듯이 그녀를 짓누르던 혈천교주의 눈빛이 충족의 빛으로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힘없이 남해일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흐흐흐…"
옷을 주워 입으며 혈천교주는 만족한 듯한 음소를 흘렸다.
음소(陰笑)와 사기(邪氣)를 흘리며 지켜보던 회주(會主)가 일성을 토했다.
"다음!"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한 적의대한(赤衣大漢)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적의대한은 고개를 숙인 채 전신을 가늘게 떨었다.
그것으로 보아 흑의중년인이 수하를 다스리는 독수(毒水)를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앞에 대령한 것 만으로도 사지를 떨다니…
흑의중년인이 냉막하게 말했다.
"네 아비의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 중 한 가지다… 시작해라!"
"예, 회주님!"
대한은 재빨리 옷을 집어던지고 맥없이 누워 있는 남해일미를 덮쳤다.
한데,
혈천교주가 아비라니?
그럼 이 대한은 바로 산화선녀의 아들인 구헌영이란 말인가?
구헌영은 남해일미의 육체를 또 다시 탐하며 전인공노할 악행(惡行)을 시작했다.
아!
부자(父子)가 한 여인을 간음하다니…
하늘은 눈을 감고 있단 말인가?
하나,
"헉헉헉…"
구헌영은 연신 게거품을 흘리며 그녀의 풍만한 육신(肉身)을 짓밟아갔다.
남해일미는 연속된 유린에 오히려 자극을 받으며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구헌영은 부친인 혈천교주보다 젊다는 것을 자랑이나 하듯 악독한 율동을 계속 자행했다.
회주 뒤에 공손히 시립해 있는 혈천교주의 입가에 만족한 음소가 흘렀다.
"헉헉헉…"
남해일미의 육봉을 잔인하게 움켜쥐고 발광하던 구헌영은 거친 숨결을 토하며 힘없이 일어났다.
중년흑의인은 이제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남해일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음!"
그러자,
십여 명의 적의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들은 이미 명령을 받은 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옷을 벗어 던졌다.
흑의인들은 서로 차례를 다투며 남해일미의 백옥같은 나신을 깔아뭉개며 자신들의 육욕을 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남해일미의 백옥같은 나신에는 시뻘건 혈흔이 돋아났고, 곳곳에 손자국과 치흔(齒痕)이 묻어났다.
남해일미는 사방에서 아우성치는 남자들을 애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굵은 힘줄들이 붉거진 남자들이 껄떡거리며 그녀의 풍만한 고깃덩이를 원했다.
하지만 그녀가 몸으로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남자는 셋뿐이었다.
그녀는 암캐처럼 엎드려서 남자 셋에게 유린당하며 자지러졌다.
인간이 이성을 상실하고 음욕(淫慾)에 사로잡히면 그 얼마나 추잡해질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하체는 이미 시뻘건 선혈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흑의인들 중 인내가 부족한 작자들은 이미 그녀의 알몸에 더러운 쾌락을 배설하고 있었다.
아!
그 언젠가는 남편과 아들의 품으로 돌아가길 갈망했던 남해일미.
오직 그 꿈 한 가지를 희망삼아 오늘날까지 버텨왔던 그녀였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영원히…
사악한 사기(邪氣)를 흘리며 남해일미의 윤간을 당하는 모습을 보던 회주가 돌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크으하하하, 네년과 네 아들 놈과의 상봉이 정녕 목불인견이겠구나. 흐흐흐… 괜찮은 일이지!"
파양호(波陽湖)의 명소 남창(南昌).
인간 발상의 근원인 물의 대하(大河) 파양호를 끼고 날로 번창하는 남창.
따라서 사시사철 모여드는 인파로 또 다른 인해(人海)를 이루는 곳.
남창제일루(南昌第一樓)―
남창을 찾았던 타향(他鄕) 사람이면 한 번쯤 들러 봄직한 주루(酒樓)이다.
때는 술시(戌時)―
대지를 깔아뭉개는 땅거미를 피해 사람들은 연신 남창제일루에 모여들었다.
"야! 여기술 더 가져와!"
"히히히… 오늘 참 재수 좋았지."
일, 이 층을 꽉 메운 손님들의 취성(醉聲)은 갈수록 고조되어 갔다.
다만 일반손님을 받지 않은 삼 층만 조용한 뿐…
그 삼 층의 창가에 한 백의서생이 넘실거리는 파양호의 물결을 감상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백의서생의 얼굴에는 고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아… 설미향, 너는 어째 나에게 또 다른 짐을 떠맡기고 떠났느냐? 이 기경천은 어찌하라고…)
한 여인의 죽음을 슬퍼하는 그는 바로 기영천이었다.
기영천은 천고(千古)의 실전비기인 파수기도공(波水奇道功)으로 간신 남해(南海)를 탈출했었고,
그는 묵묵히 술잔을 기울이며 시름속에 잠겨갔다.
그 때,
"기주, 오랜만에 옥체(玉體)를 뵈옵니다."
"기주, 그 동안 별래무양하시온지?"
어느새 나타난 이객이 그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
기영천은 시름을 떨쳐 버리기라도 하듯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두 분 앉으시지요?"
이객은 그가 권하는 자리에 앉으며 기영천의 얼굴을 주시했다.
광심불심객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기주, 고생이 많으셨던 것 같소이다?"
기영천은 얼굴 가득히 쓸쓸한 빛을 띠었다.
"구혼령… 이제 그만 쉬고 쉽구료!"
냉면무심객은 싸늘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띠며 말했다.
"기주… 어찌 그런 약한 말씀을…"
그의 웃음은 평생 처음인 듯 매우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기영천은 신기한 장면을 본 듯 빙긋 미소를 지었다.
"초혼령, 웃는 연습 좀 하시구료…"
그의 어조는 마치 친할아버지에게 손자가 어리광을 부리듯 자연스러웠다.
"글쎄… 그게 좀…"
냉면무심객은 민망한 듯 고개를 긁적거렸다.
그러자,
"하하하하하…"
"허허허…"
기영천과 광심불심객은 파안대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웃음(笑)…
기영천, 그는 정녕 오랜만에 즐겁게 웃었다.
별로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그만큼 웃음에 메말라 있었던 그였다.
기영천은 웃음을 멈추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갔던 일은 어찌 되었소이까?"
그의 음성은 어느덧 강한 영웅의 기개가 어려 있었다.
광심불심객은 자세를 바로 잡으며 품 속에서 두 개의 서찰을 기영천에게 내밀었다.
"기주, 사천의 광룡비장과 운남의 설산곡은 우리 휘하에 들기로 결심했소이다."
냉면무심객도 품 속에서 두 개의 서찰을 꺼내 내밀었다.
"기주, 하북의 연비장, 강소의 소천방도 같은 뜻을 표했소이다!"
기영천은 묵묵히 네 장의 서찰을 탁자에 펼쳤다.
<제5권에 계속>
첫댓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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