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집근처 사시는 주사님 차를 얻어타고 출근했다.
면사무소 도착하니 아무도 없네? 주사님 들어서서 블라인드 올리고 문여시길래 눈치껏 따라하니 직원들 속속 도착한다
빗자루 들고 청소 시작. 빗자루 들고 어리둥절 서있으니 주사님의 "넌 저쪽가서 쓸어" 한마디에 미친듯이 빗자루질 한다.
내 자리가 주어지고 앉으라고 한다.
한 주사님이 행정시스템 아이디, 비번 설정하는거 도와주시고 난뒤에 전임자 자료 보고 업문관련 지침서 보라고 하신다.
시간 드럽게 안간다.
가시방석이다.
뒤통수가 따갑다.
눈은 치켜뜨고 모니터를 바라보지만 하얀건 여백이요 까만건 글자인데 뭐가 뭔지 모르겠다.
주사님이 부르신다.
이장님이 오셨단다.
인사하란다.
그냥 굽실거리며 인사한다.
근데 누군지 모르겠다.
또 이장님이 오셨단다.
인사하란다.
그냥 굽실거리며 인사한다.
근데 누군지 모르겠다.
또 이장님이 오셨다...
점심시간이란다.
직원들 사이에서 밥을 먹는데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오후에도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시간은 드럽게 안간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나가서 풀이라도 뽑으라고 시켰으면 좋겠다.
내 생에 이렇게 시간 안간 적이 있었나 싶다.
그런데 시간은 가더라.
6시가 넘어서 블라인드 내리고 문닫고 눈치보고 있는다.
아침에 차 얻어타고온 주사님 퇴근하신다며 가자신다.
아..해방이다. 엄마보고 싶다.
2일차..또 주사님 차를 얻어타고 도착.
어제 했으니깐 오늘은 눈치껏 블라인드 걷고 창문 연다.
자리에 앉으니 할일이 없다.
그냥 전임자 자료 보는 척하지만 다른 사람 누가 오나 눈치보고 있는다.
직원들 속속 입장하시고 인사 드린다.
전임자가 인수인계하기 시작한다.
공공근로 아주머니들께 인사하고 새로운 담장자 소개를 시작한다.
부끄럽다.
오전엔 공공근로 관련 이런저런 서식 뽑고 또 전임자 자료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밥시간이다.
오늘도 후딱먹고 돌아온다.
서류하나 작성할때도 공문확인, 전자결재할 때도 전임자 한테 묻는다.
진짜 이등병 된듯하다.
그나마 나는 전임자가 옆으로 자리만 옮겼기에 망정이지 다른데로 갔으면 어쨌으나 싶다.
근데 전임자도 이제 갓 시보땐 신규지만 그래도 내가보기엔 능력자다(개부럽)
자료 뚫어지게 보고 있으니 5시다.
공공근로 아주머니들 면사무소 앞에 모이셨길래 나가서 굽실굽실거리며 사인부탁한다.
나도 시골출신인데 아주머니들 왜케 어렵지?ㅠㅠ
아...이제 퇴근이다.
시계 바라보고 있는데 한 주사님이 "야 너한테 공문내려온거 없어?" 하시길래 보니깐
웬 공문이 내려와 있다.
6시 다됐는데 공문이 오는구나..ㅅㅂ
에라 모르겠다 퇴근이나 해야지 하는데 저녁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열린단다.
인사하고 가야된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모두 모이셨을때 가서 인사를 한다.
"저는 누구고요 어디 출신이고 어쩌고 저꺼고 하니깐 잘부탁드립니다."
얼굴이 빨개진다.
7시 반이 넘어서 퇴근이다.
집에 간다...엄마 보고싶어.
근데 집에가서 엄마한테 짜증을 낸다.(엄마 미안해ㅠㅠ)
3일차..오늘은 오전에 교육이 있어서 군청에 갔다.
10시까지 가면 되는데 간만에 늦게까지 여유 부려서 기분이 너무 좋다.
졸면서 교육을 듣다보니 어느새 끝날시간이다.
아...다시 면사무소에 가야하는구나..우울하다.
우리 면사무소 주사님들과 점심먹으러 간다.
밥먹고 면사무소 들어가는 길이 너무 싫다.
면사무소 도착하니 전임자가 더 많은 자료를 인수인계 해준다.
뭐라고 열심히 설명해주는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못알아 듣겠다.
그냥 기계적으로 네네 거리기만 할뿐.
내가 공무원 업무 수행하기에는 지능이 딸린가? 싶다.
또 이장님이 오신다.
90도로 인사를 하고 소개를 한다.
전임자가 준 자료를 보는데 모르겠다.
하얀건 여백이요 까만건 글씨다.
내앞으로 공문이 온다.
이장님이 오신다.
기안을 올려야 한다.
전임자에게 물어서 간신히 2줄짜리 기안 작성.
시설주사님이 사업 착공서를 가지고 오신다.
담당자가 나라고 한다.
문서를 클릭클릭클릭하라는 얘기에 맞춰 클릭해서 입력한다.
뭐가 뭔소린지도 모르겠다.
사인하란다.
결재 맡으란다.
결재를 어떻게 맡지?
옆에서 듣던 팀장대리 주사님이 그냥 결재 해주신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근데 내가 사업 담당자란다.
난 들어온지 이틀됐는데?
그래도 내가 담당자란다.
역시 기계적으로 네네 거린다.
책상에 자꾸 서류철이 쌓인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데 공공근로 마칠 시간이다.
서둘러 아주머니들에게 달려가서 굽실거리며 출석부에 사인한다.
면사무소로 돌아가기 싫다.
그런데 면사무소로 돌아온다.
조금만 버티면 퇴근이다.
내일은 휴일이다.
다음날 늦게까지 잘 수 있다는게 이렇게 큰 행복인줄 몰랐다.
10분 남았다.
근데 내앞으로 공문이 2개 와있다.
ㅅㅂ
대충본다.
어차피 집에 갈거니깐.
퇴근이다.
야호~~~~~~~~~~~~~~~
어떤 주사님이 태워주신다.
원체 말씀이 없고 조용하신 분인데 의외로 차안에서 의외로 이런저런 얘기 해주신다.
"와서 뭘해야 될지 모르겠지? 죽겠지? 원래 그런거야. 나도 그랬어. 나도 처음 발령받았을때 청소라도 시켜줬으면 했어. 아무것도 안하니깐 더 힘들지? 공무원이 화이트 칼라인줄 알았지? 생각했던거와는 많이 다르지?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3개월 참으면 3년가고 3년 참으면 30년 가니깐 일단 3개월만 참아봐"
눈물 나올뻔 한다.
나이먹고 공부오래해서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 됐는데 3일 일하고 엄청난 회의감이 들었을때 들으니 눈물 나오려고 한다.
이분 말씀이 그 누가 해준 조언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같은 직렬 주사님은 아니지만 앞으로 잘해야 겠다.
집이 보인다..
내일은 휴일이니깐 일찍 자야지.
근데 일찍 자기엔 아깝다.
구꿈사 구경해야지.
정말 내일 생각하면 슬픕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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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있으면 개꿀이겠네요
다 적응됩니다^^ 고생하셨어요~
적응 안될거 같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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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게 웃는게 아니시죠ㅠㅠ
재밌게 읽었어욬ㅋㅋ 전 2주차예요
민원인 전화올때랑 찾아올때가 제일 난감하죠..또 문서작성도 어렵고ㅋㅋ 자리 눈치보이고..ㅋㅋ
제 전화를 다른 주사님이 대신받아주시는지 아직 민원인 전화를 못받았는데 전화올까봐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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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보면 재밌어도 막상 가보면 식은땀 납니다. 저도 모르게 자꾸 입으로 ㅅㅂ을 읊조리는데 다른 분들이 볼까 걱정이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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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다음주 출근인데ㅠㅠ....걱정과 불안감만 가득하네요..업무도 아직 하나도 모르고..민원도 걱정되고ㅠㅠ...
무엇을 걱정하든 그 이상입니다. 공무원에 대한 환상, 이미지, 하이트칼라 이런거 다 접어두시고 그냥 스스로를 내려놓으시는게 정신건강에 이로우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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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잡으세요ㅠㅠ
글을 정말 재미있고 공감되게 잘 쓰시네요.
한편의 꽁트를 본 것 같아요.
처음은 누구나 다 서툴고 눈치보이고 합니다.
님은 되게 잘하고 계시네요.
멋있습니다.
거짓말하지 마세요ㅠㅠ 전 정말 회의감, 자괴감 듭니다. 기안 올리는거 또 까먹어서 낼 또 물어봐야되는데 진짜 쪽팔립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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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대아니신가봐요 공사착공계를왜 신규한테,,,,,;;;
산업계에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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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전 딱 한 달 정도 됐는데ㅋㅋㅋㅋ동사무소라 청소여사님이 계셔서 빗자루질은 안하네요^^아직도 기안 올릴 때 두 줄 쓰느라 한시간 고민하는건 똑같습니다ㅋㅋ님 글 자주 올려주시면 안돼요? 동병상련^^
힘내세요 저도 첨엔 그랬어요 지금은 1분만에 10줄짜리 기안문 막 올립니다
@마리코 정말 시간이 해결해주긴하나요? 앞이 안보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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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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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진짜 재밌네요^^ 저도 시보때 생각납니다...회식하면 또 재미있는글이 올라올거 같네요..ㅎ
면에 있을때 좋지, 본청들어가면 더 어려워요..하나하나 재미있게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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