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주기인데 그 날 흐렸던 게 기억이 납니다. 식당에서 점심 먹고 있다가 뉴스 봤을 때는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보도를 보니 사고 규모가 심각했죠. 게다가 아시다시피 사망자 및 실종자 대부분이 고등학생이라 그만큼 충격이 컸습니다.
한두달 정도 애도 분위기였다가 유족 분들을 매도하는 분위기로 바뀐 게 14년 6~8월 사이부터였습니다. 보상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유족을 돈만 밝히는 집단이라고 극우 커뮤에서 얘기가 나오더니 폭식투쟁이라고 유족 텐트 자리 옆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않나, SNS에서는 유족 한 명을 직접 겨냥해서 단식하다 죽으란 악담을 하질 않나... 시간 좀 지나니까 돈만 밝힌다, 죽은 자식 팔아먹는다, 불순세력이다 같이 유족인 거 자체가 죄라 하더군요.
도주 중 객사한 선주 유병언한테 죄를 다 씌우고 끝내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대통령이 세 명이나 바뀐 뒤에도 왜 제때 적절한 구조를 취하지 못했나?란 본질에는 제대로 유족 측이 납득할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10년이 지났네요. 확실하게 밝혀진 건 박근혜의 태만으로 발생한 구조 지연이었지만, 이미 유족을 피해 호소인으로 언론과 극우 단체에서 낙인찍은 뒤라 쉽게 상처가 낫진 않을 듯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박근혜의 태만이 문제라면 대체 그 태만의 원인은 무엇인가? 태만의 원인인 최순실(2014년 당시 실체가 밝혀지기 전이었지만)은 공직이 없는 일반인임에도 어떻게 박근혜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가부터, 그걸 숨기기 위해 당시 여당 지지층에서 어떻게 했는가? 이 부분이 결국 박근혜의 발목을 잡았고 호미로 막을 수 있던 걸 가래로 막아도 안 되는 결과를 자초한 것입니다.
문재인 때는 적어도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서 세월호 유족 분들을 죄인으로 몰진 않아서 양반이었는데, 후임인 윤석열 정부는 임기 1년만에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세월호 사고로부터 나쁜 것만 배웠는지 영정과 위패 없는 추모소를 두고 유족이 서로 뭉치는 걸 방해하려고 애썼지만, 그럼에도 임기 2년만에 윤석열의 5대 의혹으로 거론되는 이채양명주 중에 이태원 사고가 포함되는 걸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채양명주: 2022년 이태원 사고, 2023년 폭우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채수근 상병 순직에 대한 경위 수사를 당시 국방부 장관을 보호하려고 급히 덮으려 했다는 의혹, 2023년 양평 고속도로 노선 의혹, 2024년 김건희 명품백 의혹, 2009년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다섯 사건 모두 윤석열 정부가 권력을 이용해 숨기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대형 사고 피해자를 죄인으로 몰면서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풍토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나 재해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나만 아니면 돼 이런 사고방식은 내려놓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대가 필수라는 걸 더 많은 분들이 알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F2rZ220Z5s